책아이 157. 2014.6.16. 전철 책순이



  치과에서 이를 고치려고 먼 나들이를 나온다. 두 아이는 저마다 제 가방에 만화책을 한 권씩 챙긴다. 큰아이는 참말 보려고 챙긴 만화책이고, 작은아이는 누나가 챙기니까 저도 챙기고 싶을 뿐이다. 시외버스를 한참 달려 서울에 닿은 뒤, 일산까지 전철로 가는 길에 드디어 자리를 얻는다. 자리에 앉고 나서 한동안 놀다가 비로소 가방에서 만화책을 꺼낸 책순이는 모든 소리를 잊고 책에 빨려든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읽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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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156. 2014.5.29. 언니 만화책 빌려서



  마실길에 만화책을 챙기지 않은 사름벼리는 잘 놀다가도 심심하다. 땀을 식히면서 쉴 적에는 만화책을 보고 싶은데 스스로 안 챙겼으니 심심하다. 그러다가 한참 언니가 보는 만화책을 빌린다. 아이는 만화책에 나오는 말을 하나하나 읽는다. 아이가 빌린 만화책에 나오는 말을 나도 가만히 읽어 본다. 초등학교 어린이가 보도록 만든 만화라는데, 온통 ‘남녀 사이에 누가 누구를 좋아하거나 싫어하고’ 같은 이야기뿐이다. 게다가 누가 누구를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이야기도 겉모습과 얼굴만으로 살핀다. 아이들이 보라고 만든 만화일까. 아이들을 바보로 만들려고 하는 만화일까. 그래도 만화에 주린 사름벼리는 잘만 읽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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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155. 2014.6.13. 잠든 책순이


  책순이가 곯아떨어진다. 몸이 많이 고단하니까 스스로 잠자리로 갔는데, 잠자리에 만화책 두 권을 가져가서 살짝 들추다가 그만 손에서 책을 톡 놓치고 잠든 듯하다. 새근새근 잠든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이불을 여미고 만화책을 치운다. 잠이 들면 더울 테니 웃옷을 한 벌 벗긴다. 아이는 자면서 손을 빼내어 준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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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154. 2014.6.2.ㄴ 책바구니와 놀다



  책바구니를 보더니 네 살 산들보라는 저도 하나 들겠다고 말한다. 그러더니 바구니에 책을 넣어 달란다. 등에 멘 빨간 가방까지 내려놓는다. 오직 책바구니만 엉덩이에 낀 채 천천히 걷는다. 가벼운 시집을 아이 책바구니에 넣는다. 작은아이는 시집 담은 책바구니를 들고 두리번두리번 살피면서 걷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읽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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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153. 2014.6.2.ㄱ 책에 사로잡힌 아이


  바깥마실을 한 지 꽤 여러 날 되었을 적에 일곱 살 큰아이가 아버지한테 묻는다. “아버지, 내 책은요?” 이제껏 책 없이 신나게 뛰놀다가, 문득 책이 고픈가? “벼리야, 이제 네 책은 네가 챙겨야지. 네가 챙기지 않아서 안 가지고 왔어.” “이힝. 그래도 챙겨야지요.” “다음에는 네가 스스로 잘 챙겨.”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아무래도 책방마실을 해야겠다고 느낀다. 마침 곁님은 일산에서 동무를 만나기로 한다.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일산에 있는 알라딘 매장에 가 보기로 한다. 여느 책방에서는 사진찍기를 할 수 없지만, 알라딘 매장에서는 이럭저럭 사진을 찍어도 된다. 큰아이는 혼자서 이 계단 저 계단을 오르내리다가 ‘만화책’ 있는 칸을 알아본다. 다만 아무 만화책이나 끄집어 내도록 할 수 없기에, 《도라에몽》 만화책을 하나 꺼내어 내민다. 일곱 살 큰아이는 아버지한테서 새로 건네받은 《도라에몽》을 받아들고 서서 읽다가, 어느새 얌전히 바닥에 앉아서 모든 소리를 잊고 책에 사로잡힌다. 불러도 소리를 못 듣기에 멀찌감치 떨어져서 한참 지켜본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읽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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