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아이 172. 2014.5.19. 인형과 함께



  그림책을 읽으면서 인형을 옆에 둔다. 인형한테 그림책을 읽어 주는데, 동생이 옆에 붙는다. 인형한테만 읽어 주지 말고 나한테도 읽어 주라고 한다. 그래, 그러면 옆에 얌전히 앉으면 되지. 누나가 낭창낭창 맑고 싱그러운 목소리로 그림책을 읽어 줄 테니.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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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171. 2014.7.20. 골마루 책순이



  사름벼리가 도서관 골마루에 엎드려서 만화책을 펼친다. 골마루를 아버지가 바지런히 쓸고 닦기는 했는데, 너희는 참말 아무렇지 않게 마음대로 몸을 움직이는구나. 예쁘다. 너희가 이처럼 마음대로 가볍게 엎드리기도 하고 뒹굴기도 할 적에는, 옷이나 몸에 먼지가 안 묻으리라 느낀다. 그리고, 먼지가 좀 묻으면 어때? 이따 골짜기에 가서 물놀이를 실컷 할 텐데.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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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170. 2014.7.11.ㄷ 책방순이



  일산마실을 하는 동안 라페스타에 있는 알라딘 중고샵에 간다. 큰아이가 볼 그림책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두 아이와 뒷간에 가서 쉬를 누이고 그림책을 하나 고른다. 이날 따라 눈이 무거워 나는 책을 못 고르고 아이더러 하나 골라 보라 말한다. 아이는 “하나요?” 하더니, 똑같은 그림책을 두 권 들고 온다. 엥? 왜 두 권? 마침 아이는 아버지가 아직 읽지 않은, 아직 모르는 그림책을 가지고 왔다. 둘 다 살까 하다가 한 권은 도로 꽂기로 한다.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가서 ‘아이가 스스로 고른 그림책’을 살피니 퍽 재미있으면서 줄거리가 야무지다. 그래, 두 권을 사도 될 만한 그림책이었구나. 한 권은 우리 집에 두고 한 권은 이웃한테 선물할 만한 책이었구나. 책방순이 네가 눈이 참 밝구나. 네가 똑같은 책을 두 권 고른 뜻을 뒤늦게 알아챘다. 고맙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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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169. 2014.7.11.ㄴ 치과에서



  치과에서 만화책을 본다. 집에서는 아버지가 안 사 주는 만화책이다. 이른바 학습만화 갈래인 만화인데, 더없이 어지럽고 어수선한 빛과 줄거리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그런데, 요즈음 아이들은 거의 다 이런 만화를 ‘만화’인 줄 알고 본다. 어른들도 이런 만화를 그린다. 예전에 나오던 ‘명랑만화’는 그림이라도 잘 그리고, 수수한 동네빛이 흐르기라도 했지만, 요즈음 학습만화 갈래는 그림도 판에 박힐 뿐 아니라, 말투(만화대사)도 엉망이고 줄거리조차 없다. 우리 집 아이한테도 옛날 명랑만화책과 요즈음 학습만화책을 나란히 놓으면 아마 둘 다 ‘그냥 만화’이니까 집어들 듯한데, 치과이든 병원이든 어디이든, 만화다운 만화를 놓으려고 하기란 아직 많이 어려울까. 어른 스스로 만화책을 함께 읽으면 아무 책이나 들여놓지 않을 텐데. 어른 스스로 삶을 가꾸거나 밝히면서 사랑할 수 있으면 아무 만화나 함부로 그리면서 돈벌이만 꾀하지 않을 텐데.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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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168. 2014.7.11. 머리핀 책순이



  누나가 같이 놀지 않는다. 누나가 그림책을 본단다. 동생이 누나 곁에서 알짱거린다. 괜히 툭 건드린다. 힐끗 쳐다본다. 쳇 하면서 다른 데로 간다. 누나는 동생이 달라붙거나 말거나 아랑곳하지 않는다. 어제 나들이를 하며 장만한 머리핀을 딱지조차 안 뗀 채 머리에 꽂고 그림책을 넘긴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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