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절의 지온 씨 5
오지로 마코토 지음, 김진희 옮김 / 애니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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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2021.5.29.

마음을 어떻게



《고양이 절의 지온 씨 5》

 오지로 마코토

 김진희 옮김

 애니북스

 2019.10.4.



  《고양이 절의 지온 씨 5》(오지로 마코토/김진희 옮김, 애니북스, 2019)을 읽다가 가볍게 덮고서 마당에 섭니다. 우리 집 마당에는 마을고양이가 으레 해바라기를 합니다. 따로 고양이를 기르려는 생각은 없습니다. 이 아이들이 이곳에서 쥐나 새나 뱀을 잡고, 이따금 달걀을 얻어먹으며 낮잠을 자고, 부스스 깨어나서 밤새 돌아다닌 이야기를 들려주고, 다시 낮잠을 자고, 또 간밤을 보낸 이야기를 들려주고, 이렇게 보내기만 해도 넉넉하다고 생각해요.


  아침에 마을 여러 집에서 풀죽임물을 신나게 뿌립니다. 살림물이 아닌 죽임물을 뿌릴 적에는 매우 꺼림칙하구나 싶은 소리가 퍼집니다. 둘레가 조용해요. 새도 벌레도 개미도 거미도 벌나비도 온통 숨죽입니다. 이 죽임물이 저희 보금자리로 쏟아지지 않기만을 바라지만,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아요.


  가만 보면 큰고장에서는 바큇소리가 귀를 찢지요. 부릉부릉 커다란 쇳덩이를 모는 사람들은 바퀴에 무엇이 밟혀서 죽는지를 안 따지거나 못 느껴요. 날마다 얼마나 많은 들숨결이 치이거나 깔려서 죽는지를 모릅니다. 이뿐인가요. 커다란 쇳덩이가 돌아다닐 길을 새로 깐다면서 자꾸자꾸 들숲을 밀어붙이는 서울살림입니다.


  마음을 어떻게 쓰기에 즐거울까요? 마음을 어떻게 쓰기에 아름다울까요? 마음을 어떻게 쓰기에 사랑스러울까요? ‘좋아한다’는 마음으로는 사랑이 되지 않아요. 그저 좋아할 뿐입니다. 이 좋아함을 넘어 ‘사랑’으로 피어나도록 잎망울을 터뜨리고 꽃망울을 내밀면 좋겠어요. 차분히, 상냥하게, 곁에서나 멀리에서나, 늘 마음으로 다가서면서 품을 줄 아는 사랑이 되면, 걱정할 일이란 하나도 없습니다.


ㅅㄴㄹ


“나도 쓰라네한테 겐을 소개해 주겠다고 했어.” “뭐? 그 친구한테 날 뭐라고 설명했는데?” “글쎄다.” (14쪽)


“전화했는데 안 받길래 그냥 와버렸어.” “어? 우리 집엔 내일 온다고 했었잖아? 여기까지는 어떻게 왔어?” “아는 아저씨가 트럭으로 데려다줬어.” (31쪽)


“아버지가 화내서 남자친구 못 데려왔어. 아버지가 화를 내니까 나도 발끈해 버려서, 지금 부모님이랑 싸우는 중이야. 나 어떡하지?” “‘남자친구가 왠지 아빠랑 닮은 거 같아!’라고 하면 다 해결될 게다.” (38쪽)


“지온 누나, 이제 다 나았어?” (135쪽)


“할아버지 대신 내가 제대로 모두에게 버팀목이 되어 드려야 하는 건데, 오히려 폐만 끼치고.” “그럼 지온 누나에겐 누가 버팀목이 되어 줘?” (146쪽)


“내가 지온 누나의 버팀목이 되고 싶어.” (147쪽)


#猫のお寺の知恩さん #オジロマコト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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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불륜 4
히가시무라 아키코 지음, 김주영 옮김 / 와이랩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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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1.5.17.

사랑을 하고 싶다면



《위장불륜 4》

 히가시무라 아키코

 김주영 옮김

 와이랩

 2020.4.24.



  《위장불륜 4》(히가시무라 아키코/김주영 옮김, 와이랩, 2020)을 읽다가 문득 생각합니다. 이 그림꽃책을 빚은 히가시무라 아키코 님 그림꽃책을 읽은 지 스무 해가 넘어서는데 처음부터 여태까지 한결같기도 하지만 늘 스스로 거듭나는 몸짓이 재미있습니다. 저랑 나이가 같으면서 그림꽃을 빚는 분이 드물다 보니 자꾸 눈이 갈 수 있는데, 이분이 짓는 이야기에 나오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둘레 어른이나 나라나 삶터나 마을이나 집안이 들씌운 덫에서 스스로 빠져나와서 스스로 삶을 노래하는 길’을 가는구나 싶어요.


  네가 나를 치켜세우기에 내가 높지 않습니다. 네가 나를 깎아내리기에 내가 낮지 않습니다. 우리 스스로 하루를 어떻게 열면서 어떤 마음으로 아침을 맞이하고 저녁을 마무르느냐에 따라서 우리 자리가 늘 바뀌어요.


  얼마든지 높을 수 있고 까마득히 낮을 수 있습니다. 크게 치솟다가 벼락처럼 곤두박을 칠 수 있습니다. 어디에 있더라도 우리 스스로입니다. 어떻게 살든 우리 모습입니다. 겉을 꾸미고 새옷을 걸치면 달라질까요? 네, 한동안 달라져 보이겠지요. 그러나 우리 민낯대로 돌아가기 마련입니다. 돈을 더 벌어들이고 집을 한결 키우면 달라 보일까요? 네, 한동안 달라 보일 듯하지만 이내 처음으로 가기 마련입니다.


  사랑을 하고 싶다면 사랑을 생각할 노릇입니다. 꿈을 이루려 한다면 꿈을 바라볼 노릇입니다. 사람답게 살고프다면 사람다운 눈빛을 다스릴 노릇입니다.


  이뿐이에요. 딱히 다르지 않고 어렵거나 까다롭거나 힘들거나 벅차지 않습니다. 생각하지 않으니 안 되었을 뿐이고, 꿈을 그리지 않기에 못 이루었을 뿐이며, 사랑하지 않기에 사랑이 저만치 갈 뿐입니다.


ㅅㄴㄹ


‘거짓말이었어. 바보 같지? 난 언제나 혼자였어. 그래서 널 좋아하게 된 거야.’

 (25쪽)


“내가 왜?” “난 친구가 없어서 핑계댈 사람이 너밖에 없으니까.” “핑계가 아니라 ‘거짓말’ 아냐?” (43쪽)


“왠진 모르지만 이게 더 맛있더라. 난감한 일이야.” (79쪽)


‘말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그 사람이 보고 싶어서일까?’ (96쪽)


‘이게 지금 뭐하는 짓이람. 그 사람을 만날 거란 보장도 없으면서 무작정 이와테로 가다니. 만약, 정말 그 사람과 만난다 해도 무슨 얘기를 하려고?’ (100쪽)


#東村アキ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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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리 공주 13
히가시무라 아키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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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1.5.4.

값비싼 천조각을 두르지만


《해파리 공주 13》

 히가시무라 아키코

 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14.4.25.



  《해파리 공주 13》(히가시무라 아키코/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14)을 읽으면 사람·사랑하고 옷·겉모습·몸하고 마음·눈빛이 얽힌 이야기가 흐릅니다. 우리는 저마다 어떤 사람으로 오늘을 살아가고, 어떤 사람한테서 사랑을 느낄까요? 비슷하거나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 사랑스러울까요, 아니면 마음을 확 열면서 눈길을 틔우는 사람이 사랑스러울까요? 우리가 입은 옷이란 무엇이고, 겉모습하고 몸은 어떻게 얽힐까요? 천조각이라는 옷이 있다면 몸이라는 옷이 있을 텐데, 두 가지 옷은 어떤 마음빛이나 넋을 감싸는 노릇을 할까요?


  마음이 빛나는 사람은 어떤 천조각을 둘러도 빛납니다. 마음이 안 빛나는 사람은 어떤 천조각을 둘러도 안 빛나요. 아름다운 넋이라면 얼굴이나 몸매가 어떻더라도 아름다워요. 안 아름다운 넋이라면 얼굴이나 몸매가 어떻더라도 안 아름답습니다.


  값비싼 옷을 두른다고 해서 값비싼 사람이 되지 않고, 값비싼 사랑이 되지 않아요. 돋보이거나 늘씬한 몸매라 해서 돋보이거나 늘씬한 사랑이 되지 않습니다. 키가 작으면 작은 사랑일까요? 아니지요. 키가 크면 큰 사랑인가요? 아니에요. 돈이 많으면 넉넉한 사랑일까요? 아닙니다. 돈이 없으면 사랑이 없나요? 도무지 아닙니다.


  옷을 짓는 사람이 있습니다. 새옷을 지을 틀을 짜는 사람이 있습니다. 옷을 장만해서 입는 사람이 있고, 옷값으로 얼마든지 치르는 사람이 있으며, 0이 몇이나 붙느냐에 따라 손을 벌벌 떠는 사람이 있어요. 우리가 몸에 두르는 천조각이란 무엇일까요? 우리는 천조각에 얼마나 돈을 들여야 스스로 흐뭇하거나 즐거울까요? 스스로 몸에 칼을 대어 뜯어고치는 사람이 있습니다. 우리는 몸뚱이를 어떻게 바꾸거나 고치거나 뜯어고쳐야 ‘다른 사람한테 예쁘게 보이거나 멋지게 보인다’고 생각하나요?


  사랑은 돈에서 오지 않고, 이름값이나 얼굴에서 오지 않습니다. 사랑은 옷에서 오지 않고, 으리으리한 집이나 뭘 대단하게 바치는 데에서 오지 않습니다. 사랑은 오직 사랑으로 옵니다. 사랑은 오로지 사랑으로 샘솟습니다. 이 얼거리를 읽기에 스스로 사람다운 사람으로 서요. 이 얼거리를 안 읽기에 스스로 사람빛을 잃어요. 그림꽃책 《해파리 공주》는 어릴 적부터 해파리를 유난히 좋아하던 아이가 ‘해파리’ 숨빛을 옷에 담는 꿈을 그리면서 줄거리를 엮어 나갑니다. 누구한테는 해파리가 놀랍고 아름다우면서 빛나는 숨결이라면, 누구한테는 해파리가 징그럽거나 싫습니다.


  해파리를 어떤 눈으로 보는가요? 해파리는 사람한테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해파리는 어떤 몸을 입은 숨결일까요? 해파리는 사람한테 어떻게 말을 하고 마음을 나눌까요? 마음눈을 뜨지 않을 적에는 모든 천조각이 부질없고 모든 겉모습이 덧없습니다. 마음눈을 뜨기에 어떤 천조각이든 빛나며 우리 얼굴에 웃음꽃이 핍니다.


ㅅㄴㄹ


‘세상에 온통 빌딩뿐이야. 도쿄는 위에서 보면 이렇게 생겼구나.’ (31쪽)


“좋아! 내가 형한테 전화해서 물어보겠어! 사랑에 대해! 형이 아직도 널 사랑하는지 어떤지! 그래 기다려, 츠키미!” (49쪽)


“너풀거리는 드레스를 입고 가난뱅이에게 꿈을 보여주는 게 당신들 일이야.” (85쪽)


‘옷 장사는 비싼 옷을 파는 게 돈이 될 줄 알았는데, 설마 싼 옷이 수입이 더 좋을 줄이야.’ (99쪽)


‘사람은 입는 옷 하나로 전혀 딴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어요.’ (105쪽)


‘그것만으로도 아마 내가 많이 변한 것이겠지만, 어라 혹시, 혹시 이런 옷을 사는 멋쟁이들은 그런 꿈같은 순간을 위해 돈을 지불하는 걸까.’ (109쪽)


“제발 좀 알아봐라. 어떤 모습을 하든, 가발을 쓰든 복면 마스크를 쓰든 형이 반한 여자잖아?” (142쪽)

.

#東村アキコ #海月姬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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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이라기 님은 자신을 찾고 있다 8
니시모리 히로유키 지음, 서현아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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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늘 함께하는데 죽음이란 없어


《히이라기 님은 자신을 찾고 있다 8》

 니시모리 히로유키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1.2.25.



  《히이라기 님은 자신을 찾고 있다 8》(니시모리 히로유키/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1)을 읽으면서 그림꽃님이 들려주려는 이야기를 새삼스레 새깁니다. 여태까지 빚은 그림꽃을 돌아보노라면 ‘마음과 마음을 다스리는 힘’이랑 ‘말과 말을 돌보는 힘’이 밑틀이라고 할 만합니다. 때로는 푸른배움터에서 싸움놀이를 하면서, 때로는 동무하고 잎물(차) 한 모금을 마시며, 때로는 칼을 허리에 차고서, 때로는 스스로 멋님이라고 여기면서.


  우리는 서로 얼마나 멀거나 가까울까요. 우리는 서로 언제 만나고 헤어질까요. 만나니 반갑다면 헤어지는 자리는 그저 서운해야만 할까요. 만나기까지 설레면서 기쁘게 웃음짓는다면, 헤어지는 자리에서도 새날을 고요히 그리면서 온마음으로 노래할 만하지 않을까요. 《히이라기》에 나오는 사람들은 숱한 나날을 돌고돌면서 마주한다지요. 숱한 나날을 돌고도는 사이에 ‘입는 몸’은 늘 다릅니다만, ‘흐르는 마음’은 늘 같아요.


  생각해 봐요. 마음이 늘 함께하는데 우리한테 죽음이 있나요? 마음이 늘 함께하지 못하는 때라야 비로소 죽음이지 않을까요? 우리가 오늘 입은 이 몸을 내려놓아야 하기에 죽음이 되지 않습니다. 오늘 우리가 스스로 마음빛을 잃기에 죽음입니다.


  마음이 빛나기에 삶이요 살림이며 사랑인 사람입니다. 마음이 빛나지 않기에 죽음이요 거짓이요 껍데기인 먼지입니다. 어느 길을 가려는지요? 어느 넋으로 되려는지요?


  겉모습을 가꿀 까닭은 없습니다. 속마음을 가꾸면 겉모습은 저절로 빛납니다. 겉차림을 추스를 일은 없습니다. 마음결을 사랑으로 차린다면 겉으로 드러나는 입성이며 몸짓은 한결같이 반짝입니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요. 무엇이 되려는지 생각해요. 어떻게 만나서 어떤 하루를 지으려는지 생각해요. 어떤 마음빛으로 반짝반짝 별님이 되어 어느 곳에서 살그마니 웃음짓는 노래를 함께하려는지 생각해요. 생각하기에 삶이자 사람입니다. 생각하는 마음이라야 사랑이 싹트고 자라서 피어납니다. 생각이 없다면 삶이 없고, 사람하고 멀어지며, 사랑은 까마득합니다.


ㅅㄴㄹ


“넌 죽음에 대한, 존재가 사라진다는 공포가 없어?” “그건 어떻게 하면 얻을 수 있습니까?” (18쪽)


“싸움이란, 먼저 진심으로 임한 사람이 이겨.” (34쪽)


‘하지만 당신은 우리와 달리 결코 끝이 없다.’ (102쪽)


‘히이라기 님. 힘을 다 쏟아버리셨구나. 우리를 위해. 이 은혜는 잊지 말아야지.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그렇게 부를 거야. 신이라고. 신이라, 정말 천진한 분이셔.’ (116쪽)


“기다려라. 좋은 것을 주마.” “이게 뭔데요?” “노송나무 씨앗이다. 어딘가에 심어 보거라.” “노송나무라면 고급 목재로 쓰는 나무잖아요? 그렇게 큰 땅은 없는데요.” “황무지든 산이든, 마음에 드는 곳에 심거라. 나무는 저 혼자 자라나는 법이지.” “그런 다음 어떻게 해요?” “이따금 보러 가서, 조금씩 자라는 모습을 즐기면 된다.” “하하, 굉장히 오래 걸리는 놀이네요.” (142∼143쪽)


“히이라기. 내가 죽을 때를 알 만큼 수행한 것은 이 말을 하기 위해서야. 히이라기, 반드시 다시 태어날 테니까, 그때 다시 나를 사랑해 줘.” (165∼166쪽)


#西森博之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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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타카코 씨 5
신큐 치에 지음, 조아라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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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수수하게 사랑스레 싱그러이


《행복한 타카코 씨 5》

 신큐 치에

 조아라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20.11.15.



  《행복한 타카코 씨 5》(신큐 치에/조아라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20)을 읽었습니다. 일본에서는 “타카코 씨”라는 수수하게 붙인 이름으로 나오는 그림꽃책인데, 우리말로 옮길 적에 굳이 ‘행복한’을 앞에 붙였더군요. 가만 보면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적잖은 책은 ‘행복한’ 같은 꾸밈말을 으레 붙입니다. 왜 붙여야 할까요? 그만큼 우리 스스로 삶이 안 즐겁고 안 기쁘고 안 반가운 나머지, 이름에 따로 붙여야 조금이나마 즐겁거나 기쁘거나 반가울 만할까요.


  타카코 씨는 수수하게 하루를 누립니다. 곁사내(남자친구)를 사귈 뜻이 없다시피 하고(또는 아예 없고), 짝을 맺어 아이를 낳아 돌볼 마음이 거의 없고(또는 아예 없고), 목돈을 모아 집을 살 생각이 없구나 싶고(또는 아예 없고), 자가용을 장만할 마음조차 없어요.


  생각해 봐요. 우리는 겉모습을 꾸며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우리는 말씨를 이쁘장하게 꾸며야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남한테 잘 보여야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오직 우리 스스로 사랑스럽게 하루를 맞이하고 사랑스레 하루를 마감하면 넉넉합니다. 겉모습이 아닌 속마음을 오롯이 사랑으로 가꾸면 돼요. 어떤 옷을 두르든 스스로 가장 마음에 드는 대로 차리면 즐거워요.


  뽐내야 할 삶이 아닌 즐기면 될 삶입니다. 자랑할 일이 아닌 즐기면 될 일입니다. 내세울 이름이 아닌 즐기며 노래하고 웃고 춤추고 꿈꾸면 아름다운 우리 모습이에요.


  수수하게 살아가는 타카코 씨는 어디에서나 귀를 기울입니다. 때로는 눈을 뜬 채 귀를 기울이고, 때로는 눈을 가만히 감고서 귀를 기울입니다. 소릿결에 묻어나는 이웃사람 살림결을 읽고, 소릿마디마다 넘실거리는 풀꽃나무랑 숲이랑 하늘이랑 비바람에 스미는 숨결을 읽습니다.


  스스로 노래하는 사람이 노래님입니다. 스스로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님입니다. 스스로 꿈꾸는 사람이 꿈님입니다. 스스로 웃는 사람이 웃음님입니다. 스스로 꽃이 되는 사람이 꽃님입니다. 남이 붙이는 이름이 아니에요. 늘 스스로 마음을 고이 바라보고 헤아리면서 즐기는 이름입니다.


  우리가 갈 길은 이쪽도 저쪽도 아닙니다. 왼쪽이 옳지 않고 오른쪽이 옳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삶길을 사랑으로 나아가면 되어요. 우리는 바른길이나 참길이나 사랑길이나 꿈길을 걸으면 됩니다. 자, 오늘 하루를 여는 새벽에 어떤 소리를 맞아들이나요? 오늘 마주하는 이웃이나 동무하고서 어떤 꿈이며 사랑을 속삭이나요? 한집을 이룬 살붙이하고 어떠한 목소리로 어떠한 살림꽃을 펴면서 노래하는가요? 모든 실마리는 늘 우리 눈빛에서 피어납니다.


ㅅㄴㄹ


‘좋은 경험 아닐까. 언제나 내가 보는 세상과 나 말고 남들이 보는 세상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되니까.’ (9쪽)


‘들려오는 것은 기분 좋은 소리뿐. 소리에 맞춰 모두의 긴장이 풀려서 웃음꽃이 핀다.’ (28∼29쪽)


‘생각해 보면 밤에도 자동차 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이 소리의 수만큼 일하는 사람이나 다친 사람이 있고, 도시의 빛의 수만큼 내가 자는 동안에도 활동하는 사람이 있다.’ (57쪽)


‘비오는 소리가 좋다. 규칙적인 듯해서 왠지 마음이 편해진다.’ (74∼75쪽)


‘얼굴을 떠올리면서 엽서를 쓰는 건 즐겁다. 목소리가 떠오른다.’ (107쪽)


‘현대의 신종 괴롭힘이 아주 많다. 형태가 달라졌을 뿐 옛날부터 아주 많았다. 사람은 좋지 않은 일을 반복하며 살아왔다. 모두가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건 불가능한 걸까?’ (118쪽)


‘어느 때이든 모두가 사실은 좋은 세상을 만들어 그곳으로 가려고 하고 있어.’ (122쪽)



#ChieShinkyu #新久千映 #タカコさん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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