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나가의 셰프 22
카지카와 타쿠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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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

오늘이 닿을 앞날을 본다



《노부나가의 셰프 22》

 니시무라 미츠루 글

 카지카와 타쿠로 그림

 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0.11.30.



  《노부나가의 셰프 22》(니시무라 미츠루·카지카와 타쿠로/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0)까지 읽다가 생각에 잠깁니다. 앞으로도 더 나올 이 그림꽃책이 다루는 일본 옛사람은 ‘노부나가’만이 아닙니다. 책이름처럼 ‘노부나가’를 복판에 두는 듯하지만, 막상 ‘노부나가를 둘러싼 사람들’을 골고루 다뤄요.


  이 그림꽃책은 ‘노부나가는 훌륭하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노부나가를 뺀 다른 사람들은 안 훌륭하다’고도 밝히지 않습니다. 저마다 다른 눈길이었고, 생각이었고, 삶이었고, 마음이었는데, 오늘 이곳에서 꿈을 지피는 길하고 사랑을 그리는 마음이 어디에 있을까 하고 묻습니다.


  어느 책을 읽든 늘 이 대목을 생각해야지 싶습니다. 오늘 이곳에 걸맞게 일을 하고 놀이를 찾고 두레를 하면 될 텐데, 오백 해나 즈믄 해가 지난 뒤에 오늘을 보면 어떠할는지, 우리가 오천 해쯤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면, 오늘 여기에서 하는 일이 얼마나 아름답거나 사랑스러울는지 살필 수 있을까요?


  고작 ‘백 해쯤 살아가는 몸’이라는 생각에 매이면 앞날을 못 보기 일쑤입니다. ‘몸은 백 살을 살더라도 마음은 즈믄 살을 너끈히 살아간다’고 여길 줄 안다면, 아니 ‘몸도 마음도 즈믄 살뿐 아니라 십만 해를 살아간다’고 여길 수 있다면,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라도 바보스럽거나 엉성한 짓을 끊을 만하지 싶어요. 늘 오늘을 사는 몸이니 바로 오늘을 제대로 볼 노릇이지만, ‘오늘이란 어제랑 모레를 잇는 물길’이라는 대목을 놓치면 쳇바퀴에 빠지기 쉬워요.


  그림꽃책 《노부나가의 셰프》는 ‘노부나가’ 곁에서 일하는 ‘부엌지기(셰프)’가 있습니다. 이 부엌지기는 2000년대 어느 날을 살다가 갑작스런 일 탓에 1500년대 어느 날로 건너뛰었다지요. 1500년대 사람들은 2000년대 사람인 부엌지기가 선보이는 맛에 그저 혀를 내두를 뿐인데, 2000년대 부엌지기가 2000년대 사람한테 똑같은 맛을 선보인다면 ‘혀를 내두르지는 않’겠지요.


  오늘이 된 어제를 돌아봅니다. 오늘이 닿을 앞날을 그립니다. 오늘은 여기에 고인 하루가 아닙니다. 흘러가는 냇물 가운데 하나이자 온삶을 잇는 실마리요 수수께끼입니다. 어떻게 오늘을 살아가겠습니까? 오늘 맞이하는 삶을 어떻게 바라보겠습니까?


ㅅㄴㄹ


“지구(地球)를 본 적이 있나? 일본은 참으로 작은 섬나라다.” (61쪽)


“이 나라는 바다에 갇힌 작은 나라지만, 동시에 바다라는 문을 세계로 크게 열어젖힌 나라이기도 하다.” (63쪽)


“어째서 그대인지를 알고 싶었다. 하늘이 선택한 것이 어째서 나와 신겐이 아니라 그대였는지. 호쿠라쿠와 관동은 교토에서 너무 멀어서 이 나라 전체를 내다볼 수가 없다. 하물며 그 앞에 펼쳐진 나라들은 더욱 그렇지. 내게는 도저히 볼 수가 없었다.” (66쪽)


“그렇군.” “어? 저기, 그것뿐입니까?” “원래 이상한 녀석이란 생각은 했으니까. 귀신이나 그딴 부류만 아니라면 상관없다.” (75쪽)


“시시하군.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면 앞선 세상의 인간이든 지금 세상의 인간이든 다를 것이 없지 않느냐!” (78쪽)


“실패를 실패라고 잘라버리면, 새로운 것은 아무것도 태어나지 않지 않을까요?” (121쪽)


“부디 납거미를 건네주십시오, 마츠나가 님. 당신은 지금 모든 굴레를 버리고 새롭게 생을, 다시 태어나 새로운 세상을 볼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 (1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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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信長のシェフ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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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메이드홈 1
나가오 마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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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1.4.16.

우리 집에는 누가 사는가



《홈메이드 홈 1》

 나가오 마루

 한나리 옮김

 대원씨아이

 2012.3.15.



  《홈메이드 홈 1》(나가오 마루/한나리 옮김, 대원씨아이, 2012)를 읽다가 ‘우리 집에는 누가 있나?’ 하고 돌아봅니다. 어젯밤에는 이부자리 곁에서 스극스극 소리가 자꾸 나기에 “지네인가?” 하고 생각하다가 “지네는 이렇게 기는 소리가 아닌데?” 싶더군요. 이윽고 스극스극 소리를 내는 아이가 제 허벅지를 타고 기어가는군요. 뭔가 하고 이불을 들추니 거미입니다. “응? 넌 어쩌다가 여기에 왔니?” 거미를 손으로 옮기고서 “나한테 할 말이 있어서 왔니?” 하고 묻습니다.


  그제는 저녁에 밥자리에 지네가 슬금슬금 올라와서 느릿느릿 기었어요. “나는 몰라도, 나 말고는 널 보며 다 놀라는데 어쩌지? 조용히 풀밭에 내놓아 줄게.” 했지요. 지네를 내늫은 이튿날인 어제 낮에 우리 집 뒤꼍에서 주먹보다 큰 참개구리가 폴짝폴짝 뛰어요. “어라? 지네를 이곳에 풀어놓았는데, 설마 네가 먹었니?”


  올해에는 우리 마을에 제비가 언제 돌아오나 하고 손꼽지만 좀처럼 안 보이더니 엊저녁에 드디어 꼭 하나가 하늘을 가릅니다. 다만, 둘도 셋도 넷도 아닌 하나만 보았어요.


  우리는 집에 누구랑 같이 사나요? 사람하고만 같이 사는지요? 사람을 지켜보거나 바라보거나 돌보거나 함께 놀고프다고 여기는 뭇숨결하고 어우러지는지요? 모든 숨결이 푸르게 살아가도록 북돋우는 풀꽃나무하고는 어떻게 어울리는지요?


  그림꽃책 《홈메이드 홈》은 두걸음으로 단출히 매듭짓는 얼거리입니다. 두 집안이 맞물리는데, 이쪽 집안은 늘 바글바글 시끌벅적 부산하고, 저쪽 집안은 늘 겉치레와 돈벌이와 이름팔이에 얽매인 두 어버이가 아이를 하나도 안 쳐다보는 나날입니다. 이쪽 집안 아이는 착하고 참하지만 배움책(교과서)을 잘 따라가지 못해요. 저쪽 집안 아이는 차갑고 모질지만 배움책을 매우 잘 따라갑니다.


  다시 우리 삶자리를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보금자리’라 할 곳에서 살림을 짓는지요, 아니면 ‘돈자리(부동산)’로 삼는 데에 한동안 머무는지요? 우리는 ‘배움자리’라 할 곳을 다니면서 삶을 배우는지요, 아니면 ‘이름자리’라 할 데를 찾아가서 마침종이(졸업장)를 거머쥐려고 용쓰는지요?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다시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어떤 곳이 우리 집인가요? 어떤 자리가 우리 배움터인가요? 어떤 데가 우리 마을인가요?


  돈벌이(경제성장)에 매달리며 싸움연모(군사무기)를 늘리고 벼슬자리(공무원)를 늘리는 나라지기가 있다면, 우리 스스로 이런 데에 마음을 기울인 탓이라고 느낍니다. 나라지기(대통령·지도자)가 삶이며 살림이며 사랑에 마음을 안 쏟는다면, 바로 우리 스스로 삶이며 살림이며 사랑을 안 쳐다본 탓이라고 여깁니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 달라지면 좋겠어요. 딴짓은 그치고 삶짓기를 보금자리에서 하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어설픈 기억으로 대충 깎은 거라 미안하지만, 부적이야. 다음에 사진을 보여주면 제대로 만들어 줄게.” (37쪽)


“부모님을 안 좋아하는 애가 어디 있냐. 언제든 사랑받고 싶은 법이잖아.” (51쪽)


“참 신기해. 생명 속에 생명이 있다는 게.” (57쪽)


“무관심도 엄연한 학대야. 아무리 의식주가 풍족해도 마음까지 채울 수는 없거든.” (93쪽)


“네가 클수록 널 좋아할 사람은 더 많아질 거야. 그러니까 너 스스로 널 싫어하면 안 돼. 그런 슬픈 짓은 하면 안 된다구. 알았냐? 이 바보야.” (107쪽)


“무엇 하나 내가 따라할 수 없는 엄청난 기술이야. 자기 일에 긍지를 갖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모두 장인이 아닐까?” (164쪽)


“사치오가 잘못했으면 반성할 때까지 팍팍 야단치라구요! 자기가 잘못했으면 사과하면 되는 거고! 애건 어른이건 그건 기본 아니에요?” (212∼213쪽)


“시대가 변한 걸 테지만, 뭐, 거짓말이 아닌 신비로운 이야기는 얼마든지 있단다. 이렇게 너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실로 신비롭고 기쁜 일이지.” (294∼2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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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永尾まる #ホームメイド*ホーム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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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천의 권 리제네시스 3
야츠 히로유키 지음, 츠지 히데키 그림, Buronson 감수, 하라 테츠오 원작 / 학산문화사(만화)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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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1.4.6.

싸움손하고 돌봄손 사이



《창천의 권 리제네시스 3》

 부론손 글

 하라 테츠오 그림

 장지연 옮김

 학산문화사

 2021.3.25.



  《창천의 권 리제네시스 3》(부론손 글·하라 테츠오 그림/장지연 옮김, 학산문화사, 2021)을 읽으면 ‘싸움손’이 아닌 ‘돌봄손’이 새롭게 나오는구나 싶습니다. 파란하늘을 빛내는 별한테서 받은 ‘싸움손’으로 어둠자리를 쓸어내는 이가 여럿 있다면, 싸움이 아닌 돌보는 숨결로 모든 자리를 밝히는 ‘돌봄손’도 있을 만해요.


  우리는 어떤 손일 적에 아름다울까요? 우리는 어떤 손으로 즐거울까요? 어떤 손으로 하루를 마주하기에 노래할 만하고, 어떤 손으로 서로 만나기에 사랑이 될까요?


  씨앗을 심는 손이 될 수 있고, 씨앗을 뭉개는 손이 될 수 있습니다. 풀꽃나무가 자라는 흙을 보듬는 손이 될 수 있고, 풀꽃나무는 안 쳐다보면서 막삽질로 짓이기는 손이 될 수 있어요.


  언제나 우리 손입니다. 네 손이 아닌 이 손입니다. 피가 흐르는 손이고, 온몸에서 돌고도는 기운을 펼치는 손입니다. 빗물을 받아서 마시는 손이고, 나비가 내려앉거나 무당벌레가 쉬었다 가는 손입니다. 새가 앉아서 노래하는 손이요, 바람이 머물면서 어루만지는 손입니다.


  《창천의 권 리제네시스 3》에 나오는 어둠자리 사람들은 인도네시아 텃사람을 종굴레에 가두어 들볶는다지요. 어둠자리 사람들은 ‘저놈을 잡으면 자유를 주겠다’고 말하는데, 날개(자유)란 이웃을 괴롭히거나 붙잡거나 죽여서는 얻을 수 없어요. 동무를 때리거나 억누르거나 밀치면서 날개를 달 수 있을까요? 아니지요. 이웃을 종으로 삼아 가두며 괴롭히는 이한테는 아무런 날개(자유)가 없는데, 이들이 남한테 날개를 줄 수 없기도 합니다.


  싸움연모(전쟁무기)를 만드는 일터에 들어가서 버는 돈이 아름누리를 이루는 밑거름이 되지는 않습니다. 싸움질이나 뒷질로 돈을 주겠다는 곳이 있으면 다같이 손사래치면서 스스로 살림을 지을 노릇입니다.


  곰곰이 보면, 우리한테는 나라지기나 벼슬아치가 없어도 됩니다. 길잡이(교사)나 글님(작가)이 굳이 없어도 됩니다. 저마다 보금자리를 사랑으로 일구면 되고, 사랑으로 피어나는 보금자리가 하나둘 저절로 모여 마을을 이루면 될 뿐입니다. 언제나 ‘돌봄손’으로 삶을 가꾸고 짓고 노래하기에 비로소 사랑길로 갑니다.


ㅅㄴㄹ


“에리카에겐 자모(慈母), 자모의 별이 있을지도 몰라. 그 별 밑에서 태어났다면 누구든 다 구해버리지. 야사카 같은 놈도.” (34쪽)


“게다가 알고 싶어. 내가 모르는 나에 대해.” “좋은 눈빛이야.” (36∼37쪽)


“딱 한 번만 찬스를 주마! 투항해라!” “아앙? 싫다! 라고 말하면 어쩔 건데?” (86쪽)


“자유를 갈구하는 건 비난하지 않겠다. 하지만 아무 상관도 없는 이 아일 희생시켜라도 자유의 몸이 되겠다면, 그만한 각오는 되어 있는 거겠지?” (104∼105쪽)


“두 명의 아빠가 있고, 지켜주는 사람도 있죠. 그것만으로도 앞을 바라볼 수 있어요. 그러니까 이번엔 내가 희망이 되고 싶어요!” (114쪽)


“야사카, 죽음을 재촉하지 마라.” “너답지 않게 날 걱정해 주는 거냐? 난, 나 자신의 속죄를 위해 싸우는 것뿐이야!” (1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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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蒼天の拳 #蒼天の拳リジェネシス #原哲夫 #武論尊 #八津弘幸他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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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멜 심해수족관 4
스기시타 키요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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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1.3.21.

아름답게 피어나는 바다



《마그멜 심해수족관 4》

 스기시타 키요미

 문기업 옮김

 대원씨아이

 2021.2.28.



  《마그멜 심해수족관 4》(스기시타 키요미/문기업 옮김, 대원씨아이, 2021)은 바다밑을 둘러싼 이야기를 조금 더 깊고 넓게 다룹니다. 깊지 않은 바다에서 살아가는 이웃하고 깊은 바다에서 살아가는 이웃은 겉모습도 몸짓도 다르기 마련입니다. 즐기거나 반기는 살림에 따라 말씨랑 생각이랑 마음이 달라요.


  들판을 가득 덮는 들풀은 저마다 다릅니다. 갈래가 달라 다르기도 하고, 갈래가 같아도 다 다르지요. 똑같은 토끼풀이란 없고, 똑같은 쑥이란 없어요. 똑같은 사람이 없고, 똑같은 하루가 없어요.


  얼핏 ‘한 갈래’로 묶습니다만, ‘같은 갈래’라기보다 ‘저마다 사뭇 다른데 겉으로 보기에 비슷하게 생겼다’고 여겨 묶을 뿐이지 싶어요. 생각해 봐요. 겉모습이 같기에 ‘같은 갈래’로 묶는 길이 얼마나 알맞을까요? 이른바 일본사람이나 미국사람이라 해도 일본이나 미국을 다르게 보기 마련입니다. 한겨레 사이에서도 이 나라를 다르게 봅니다. 나라로 묶어 하나요, 고장이나 마을로 묶어 하나라 하더라도, 우리는 모두 달라요. 모두 다르기에 ‘사랑이라는 숨결로는 같’고 ‘사람이라는 숨빛으로는 같’지요.


  푸른별 바깥에 있는 별하고 이 푸른별은 얼마나 다르면서 같을까요? 푸른별 바깥에 있는 별한테 다가서는 길하고, 바다 깊이 찾아가는 길하고, 어느 쪽이 멀거나 가까울까요? 아니, 멀거나 가깝다고 가르기 앞서 마음으로 찾아가서 헤아리고 품고 아낄 자리이지는 않나요.


  모두 다른 마음이자 생각이요 목숨입니다만, 생각이며 눈길이며 몸짓도 다르기 마련입니다. 모든 사람이 다 똑같이 생기고, 다 똑같은 몸매이고, 다 똑같은 목소리이고, 다 똑같은 키이고, 다 똑같이 말을 하고 글을 쓴다면 어떨까요? 끔찍하지 않나요? 우리는 다 다르기에 서로 아끼고 돌보는 숨결로 늘 새롭게 피어나는 사람이자 삶이자 사랑이지 않을까요? 《마그멜 심해수족관》에서 들려주는 다 다르기에 아름답게 피어나는 바다 이야기를 눈여겨본다면, 뭍에서 다 다르게 얼크러지는 사람살이에 숲살이도 새삼스레 포근하고 푸르게 마주할 만하지 싶습니다.


ㅅㄴㄹ


“상어 알은 왜 이런 모양일까요? 다 달라서 재미있어요.” (18쪽)


“심해에는 ‘이상한 생물들’이 아주 많다. 그렇지만 이상하다는 것은 ‘다른 생물에게는 없는 특별한 면이 있다’는 말이기도 해.” (26쪽)


“심해 생물은 다들 별종이라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으면 사육을 하기 힘들어. 너의 상식이 아니라, 눈앞에 있는 생물을 잘 보고 확인해 줬으면 해.” (59쪽)


“거리만 따지면 그다지 멀지 않지만, 우주보다도 가기 힘들다고 할 만큼 모르는 것투성이라 흥미가 가는 걸까? 이것 봐. 심해에는 이런 생물도 있어.” (80쪽)


‘알고 있니? 심해에도 별이 아주 많다는 걸.’ (93쪽)


“마히로를 스스로 발견한 거예요. 시간을 잊을 만큼 열중할 수 있는 대상을요.” (169쪽)


“마히로는 분명히 혼자서라도 마그멜에 올 수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도 그러지 않은 이유는, 마히로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아버지와 함게 지내는 시간이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170∼171쪽)


“어른이 되면 외모도 마음도 조금씩 변해 가지만, 이곳(가슴)에 있는 다정한 마음만큼은 변함없이 소중히 간직하기다?” (188∼189쪽)


#マグメル深海水族館 #椙下聖海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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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 화가 3
이노카와 아케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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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1.3.15.

풀면서 여는 노래



《누에 화가 3》

 이노카와 아케미

 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8.7.31.



  《누에 화가 3》(이노카와 아케미/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8)을 읽다가 생각합니다. 그림에 담는 마음은 글에 담는 마음하고 같을 테고, 글에 담는 마음은 밥을 짓거나 빨래를 하며 담는 마음하고 같을 테며, 살림을 하는 마음이란 사랑을 하는 마음하고 같을 테고, 아이들이 놀이하는 마음하고 같겠지요.


  겉으로는 다른 모습이더라도 속으로는 같은 마음이라고 느껴요. 겉차림이 후줄근하든 반짝거리든 늘 마음을 바라보면서 사귀고 만나고 어울린다면 서로 다치거나 아플 일이 없으리라 생각해요.


  꾸미려 하기에 겉에 얽매입니다. 꾸미지 않고 가꾸려 한다면 속으로 스미면서 포근합니다. 꾸미려 드니까 겉모습에 묶여 스스로 갇히거나 고단해요. 꾸밀 일이 없이 하나하나 가꾸니 즐겁고 홀가분하게 피어나는 꽃씨가 됩니다.


  꾸민대서 보기 좋을 그림이란 없습니다. 꾸민대서 읽을 만한 글이란 없습니다. 꾸민대서 좋은 살림이란 없고, 꾸민대서 재미난 놀이란 없어요. 그렇지만 왜 이렇게 온나라는 겉치레에 겉꾸밈에 겉발림이 넘칠까요? 왜 얼굴이며 몸매이며 이름이며 돈이며 잿빛집(아파트)이며 자가용이며 옷차림이며 잔뜩 꾸미려고 하는 데에 파묻힐까요?


  스스로 마음을 가꾸면 좋겠습니다. 스스로 사랑을 가꾸기를 바라요. 스스로 노래하는 하루로 가꾸고, 어린이랑 손을 맞잡고서 하루를 꿈꾸는 길로 가꿀 노릇이지 싶습니다. 《누에 화가》는 ‘그림님이 넋을 담는 그림’이 아닌 ‘보는님이 넋을 담는 그림’으로 깨닫도록 이끄는 손길을 다루는데요, 스스로 사랑할 적에라야 사랑이 되기 마련이에요. 남이 사랑해 주기에 사랑이 되지 않아요. 스스로 사랑하지 않는다면 늘 쳇바퀴에 사슬에 멍울에 수렁입니다.


  마음을 풀어 주셔요. 잔뜩 힘이 들어간 어깨를 풀어 주셔요. 이맛살도 눈살도 풀고서 빙그레 웃음을 지어 주셔요. 실마리를 풀고 생각을 풀면서 오늘 이곳에서 나눌 노래를 솔솔 풀어 주셔요.


ㅅㄴㄹ


“유코 씨와 요코 씨의 ‘차이’를 찾아야 한다는 뜻이겠죠. 내용물 즉, ‘영혼’의 차이를.” (24쪽)


“어떻게 그릴 작정인가요?” “유코 씨와 요코 씨의 영혼의 차이는 모르겠지만, 그 두 사람이 공유하지 않은 요코 씨만의 비밀을 그림으로 그릴 겁니다.” (36쪽)


“전혀 몰랐어요. 요코가 진심으로 나를 질투했다니.” (43쪽)


“악랄한 인간이란 오명을 씌워 지옥으로 떨어뜨린 건 바로 접니다! 주인어른께 진실을 고하지 않고, 지금껏 괴롭게 만든 것도 접니다!” “그래, 그랬군. 토키 씨 자네도 13년 동안 그렇게 괴로웠구먼. 내 옆에서 차마 말하지 못하는 지옥을. 우스운 일이군. 나도 그 남자도 자네도.” (84쪽)


“그 아이는 행복했을까.” “짧아도 괜찮다고, 죽은 것처럼 살고 싶지 않다고, ‘지금 행복하다’고 웃고 계셨어요.” (85∼86쪽)


“제 그림은 텅 빈 그릇 같은 것이며, 거기에 영혼을 담는 것은 보는 쪽의 ‘마음’입니다. 죽은 사람의 모습에 그 사람과의 추억이나 이루지 못한 약속, 지금 있기를 바라는 세상, 그러한 남겨진 사람들의 ‘아쉬움’을 담는 물건입니다. 그러니까 그 아이가 바라지 않는 한 할머니를 만날 수 없겠죠.” (129쪽)


‘저녁놀과 딱따기 소리, 아이들 무리와 웃음소리와 끈적끈적한 물엿, 길게 뻗은 그림자, 저녁밥 냄새, 흙먼지, 전부 변하기 쉬우며, 하지만 어느 것 하나라도 빠지면 그 세계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208쪽)


#猪川朱美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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