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보수동 헌책방골목 이야기를 사진으로 담는 책을 내려고 이래저래 하다가,
얼결에, 지난 열 몇 해 부산 보수동 헌책방골목 다니며 쓴 글까지 추스른다.
원고지로 따지니 650장쯤 된다. 650장쯤 되는 글을 하룻만에 다 돌아보아야 한다.
다 돌아보아야 할 뿐 아니라, 사진까지 사이사이 곁들여
가제본 꾸릴 한글파일 만들어야 한다.
온몸이 쑤시고 등허리가 아프다.
일 하나를 마치면 다른 일 하나 찾아든다.
옆지기는 사흘 앞서 일산에 가서
공부를 한다.
나더러 아이 둘 데리고 오늘이나 내일 오라는데
일을 언제 다 마치고 갈 수 있을까.
일산에 계신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음성에 계신 친할머니 친할아버지
네 분한테
두 아이 씩씩하게 놀고 크는 모습
보여주려고 하자면
언제쯤 나들이 갈 수 있을까.
옆지기 미국으로 스물사흘 공부하러 보내느라
들인 비행기삯하고 배움삯에서
아직 120만 원을 치르지 못했고,
여기에 도서관 책꽂이 새로 들이는 값 80만 원을
모아야 하는데,
한꺼번에 200만 원을 어디에서 벌어들이면 좋을까.
그렇구나. 5월 15일까지 이만 한 돈 벌어야 하는구나.
음, 그래도, 뜻하는 곳에 길이 있을 테니까,
즐겁게 이만 한 돈 들어오리라 믿는다.
그나저나, 등허리도 아프고 몸도 결려
조금 누워야겠다.
빨래는 마쳤고
아이들 밥도 먹였다.
다만, 아직 아이들하고는 놀지 못한다 ㅠ.ㅜ
얘들아, 아버지 좀 누웠다가
일 마저 하고,
또 그러고 나서 오늘 읍내에 가서 장 좀 보자.
아무래도 일요일까지는 아버지가 일손 붙잡다가
길 나서야겠다.
일산 할머니하고 너희들 같이 놀자면
늦어도 일요일 아침 버스 타고 가야 할 텐데.
아버지가 조금 더 힘을 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