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에서 지은 책 가운데 한 가지를 곧 그만 찍습니다.

이른바 '절판'이 됩니다.


지난 2012년에 나온 <사자성어 한국말로 번역하기>입니다.

이 책은 이제 출판사 창고에 30권 남았습니다.

저한테 있는 책도 몇 권 안 되기에

11월까지만 주문을 받아서 책을 팔고

남은 책은 제가 지은이로서 책숲집 도서관에 건사할 생각입니다.


<사자성어 한국말로 번역하기>는 

2012년부터 2017년 10월까지 2870권을 팔았습니다.

3000권을 찍어서 100권은 보도자료로 나갔고

2870분이 이 책을 사랑해 주셨어요.


<사자성어 한국말로 번역하기>를 그만 찍으면서

이 책은 머잖아, 아마 2018년이나 2019년에

새로운 얼개와 줄거리로 내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사랑해 주신 2870분에 이르는 이웃님 모두 고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30권을 사랑해 주실 이웃님도

모두 고맙습니다.


이웃님 사랑이 있기에

책숲집 도서관은 새로운 사전을 짓는 길을

씩씩하면서 즐겁게 걸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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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을 울리는가?



  만화책을 보다가 사랑스러워 울고, 영화를 보다가 아름다워서 울며, 아이들이 그린 그림이 하늘 같아서 우는 살림을 짓는 나날입니다. 그야말로 울보이지요. 지난 2004년에 제 첫 책을 내고서 제가 쓴 책을 놓고서 눈물이 난 적은 아직 없는데, 2016년 11월 11일에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이 ‘서울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으로 뽑혔어도 눈물이 아닌 웃음이 났는데, 어젯밤에 거금섬에 살짝 마실을 다녀오고서 이제야 집으로 돌아와서, 곁님이랑 아이들이 한 톨 안 남기고 밥을 다 먹어서 꼬르르 굶으면서 누런쌀을 씻어 불리며 언제쯤 밥을 먹을 수 있으려나 생각하다가 라면 한 그릇 끓여서 먹고 고단한 몸을 쉬자고 생각했어요. 이러면서도 지난 하룻밤을 바깥일을 하면서 글을 거의 못 쓴 터라 누리집에 한 꼭지라도 용을 써서 글을 띄우고 눈을 붙이자는 생각이었고요. 앞말이 길었습니다만, 문득 뒤꼭지가 가려워서 ‘알라딘 첫 화면’에 들어갔지요. 버릇처럼 들어가요. 이주에는 어떤 새로운 책이 돋보이는가 하고 살펴볼 마음이었어요. 그런데 알라딘 첫 자리에 어쩐지 낯익으면서 낯선 책이 뜹니다. 문득 울컥해서 철수와영희 출판사에 전화를 걸었어요. 토요일이지만. 사람을 울리니 미우면서 고맙습니다. 2017.10.28.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지난 책들을 문득 하나하나 돌아봅니다.

모두 고마워.

사랑해.

너희가 있었기에

오늘 눈물을 흘릴 수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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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7-10-29 07: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지세요. 이렇게 써놓고는 음... 이렇게 쓰는 표현이 잘못 된 거 아닌가 하고 잠시 생각해 봅니다. 멋져요~~~라고 써야 맞는 말인가요? 하도 엉터리글을 많이 써서 댓글 쓰려면 바짝 긴장합니다. ^^ 온 마음을 쏟으시는 일 앞으로도 주욱 잘 되시기를 빕니다.

숲노래 2017-10-29 07:25   좋아요 0 | URL
두 가지 모두 맞아요. 다만 ‘멋져요‘라고 할 적에 한결 낫다고 느껴요.
즐겁게 북돋아 주시는 마음도 함께 멋지다고 생각해요.
가을은 쓸어도 쓸어도 가랑잎이 곧 다시 쌓이지만
가랑잎을 쓸어서 모깃불을 피우는 즐거움이 있는
멋진 철이라고 느껴요.
요 며칠 하늘이며 별이며 바람이며 볕이며 모두 대단합니다.
아름다이 하루 지으셔요. 고맙습니다 ^^
 

.. 새로운 ‘글쓰기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



  2017년 10월 24일, 저희 ‘사전 짓는 책숲집 숲노래’에서 새로운 사전 한 권을 선보입니다. 764쪽에 이르는 ‘글쓰기 사전’인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입니다. 이 ‘글쓰기 사전(우리말 사전)’에는 모두 1004가지에 이르는 겹말을 바로잡거나 손질하거나 가다듬거나 어루만지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저희 숲노래 누리집을 드나드는 분은 아실 텐데, 이 사전에는 1004가지 겹말을 다루었는데요, 이 사전을 엮고 나서도 어느덧 400꼭지가 넘는(2017년 10월 25일까지) 새로운 겹말을 더 찾았습니다. 아마 2019년에는 《겹말 사전》 둘째 권을 선보일 수도 있으리라 생각해요.


  《겹말 사전》을 장만해서 보시면 느끼실 텐데, 한국사람이 한국말을 제대로 살려서 쓰지 못하는 일이 대단히 잦습니다. 얄궂게 쓰는 겹말 보기를 이 사전은 1004가지를 짚었다는 소리는, 우리가 흔히 모르거나 틀리는 겹말 얼개가 적어도 1000꼭지가 넘는다는 뜻이요, 이태 뒤에 《겹말 사전》 둘째 권을 낼 수 있다는 말은, 우리는 수천 꼭지에 이르는 얄궂은 말씨를 아무것도 못 느끼는 채 이냥저냥 쓴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은 이웃님이 한국말을 새로우면서 즐겁게 다시 바라볼 수 있기를 바라면서 엮은 사전입니다. 글을 더 잘 쓰자는 이야기는 다루지 않고, 이렇게 해야 좋은 글이 된다고도 밝히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가 생각과 뜻과 마음을 되도록 쉽고 수수하게 밝히도록 글을 살짝 가다듬을 수 있다면, 우리는 참으로 멋지면서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글을 쓸 수 있는 길을 스스로 찾을 만하다는 이야기를 이 사전에서 다룬다고 말씀을 여쭙고 싶습니다.


  사람들은 사전이라고 하면 흔히 ‘뜻을 모르겠다 싶은 낱말을 찾아보는 책’으로만 여깁니다.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을 읽어 보시면 여러 가지를 배우실 수 있어요. 이토록 쉬운 낱말(텃말이든 한자말이든 영어이든 일본말이든)이 어떤 뜻인지 참말 모르고 살았구나 하고 느끼실 테고, 우리 국어사전(표준국어대사전을 비롯한 모든 국어사전) 뜻풀이가 대단히 엉터리로구나 하고 느끼실 테며, 이런 엉터리 물결 사이에서도 우리 나름대로 겹말에서 벗어나 즐거이 말길을 여는 실마리를 찾을 만하다고 느끼시리라 생각해요.


  어느 모로 본다면, 《겹말 사전》은 ‘배우는 사전’입니다. 앞서 선보인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도 ‘배우는 사전’이에요. 두 사전은 ‘읽는 사전’이면서 ‘배우는 사전’입니다. 즐겁게 읽고 기쁘게 배우는 사전입니다.


  사랑스러운 우리 이웃님들이 저희 숲노래가 빚어서 펼치는 사전을 즐겁게 장만하시고 기쁘게 읽으시면서서 어깨동무하는 마음으로 새롭고 슬기로운 숨결을 함께 배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17.10.25.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 +


한국말사전 읽어 보셨나요?



  예전에는 시나 소설을 쓰든 여느 글을 쓰든, ‘글을 쓰는’ 일을 하려면 으레 책상맡에 사전을 놓고 바지런히 펼쳤어요.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글에 담는 낱말’을 모두 사전에서 찾아보면서 뜻하고 결을 헤아렸어요. 사전을 곁에 두지 않고서는 ‘글을 쓰는’ 일을 할 수 없다고 여겼지요.


  오늘날 글을 쓰는 분이 부쩍 늘지만, 사전을 곁에 두는 분은 뜻밖에 무척 적구나 싶어요. 작가나 기자나 전문가라는 이름이 아니어도 누구나 글을 마음껏 쓸 수 있는 멋진 오늘날입니다만, 막상 ‘글을 쓰’면서 사전을 찬찬히 살피는 손길은 매우 적구나 싶어요.


  사전을 곁에 두느냐 안 두느냐는 매우 달라요. 아주 흔하게 쓰는 낱말이더라도 이 ‘흔한 낱말’을 사전을 뒤적여 다시 읽고서 새롭게 헤아리며 글을 쓰는 사람하고, ‘흔한 낱말’이니까 구태여 사전을 안 뒤적이고 그냥 글을 쓰는 사람하고는 똑같을 수 없어요.


손수 : 남의 힘을 빌리지 아니하고 제 손으로 직접

몸소 : 1. 직접 제 몸으로


  우리 한국말사전을 보면 ‘손수·몸소’를 이처럼 풀이해요. 자, 이 뜻풀이를 보면서 어떤 느낌인가요? 두 낱말을 어떻게 달리 쓰는가를 환하게 알 만한가요? 또는 이 말풀이가 알맞거나 올바른지 헤아릴 수 있나요?


  ‘손수·몸소’ 뜻풀이를 보면 “제 손으로 직접”하고 “직접 제 몸으로”예요. 두 뜻풀이에 ‘직접’이라는 낱말이 끼었어요. ‘직접(直接)’은 “중간에 아무것도 개재시키지 아니하고 바로”를 뜻한다고 해요. ‘손수’ 뜻풀이를 다시 보면 앞자락에 “남의 힘을 빌리지 아니하고”라 나와요. 바로 이 “남의 힘을 빌리지 아니하고 = 중간에 아무것도 개재시키지 아니하고”입니다. 그러니까 한국말사전 뜻풀이가 겹말풀이라는 이야기예요.


제각기(-各其) : 1. 저마다 각기 2. 저마다 따로따로


  사람들은 ‘제각기’라는 말마디를 퍽 흔하거나 쉽게 씁니다. 아마 이 낱말을 한국말사전을 뒤적이며 뜻풀이를 새롭게 되새기려는 분은 거의 없지 싶어요. 그러면 다른 낱말을 몇 가지 더 살펴보겠습니다.


각기(各其) : 1. 저마다의 사람이나 사물 2. 각각 저마다

저마다 : 1. 각각의 사람이나 사물마다 2. 각각의 사람이나 사물

각각(各各) : 1. 사람이나 물건의 하나하나 2. 사람이나 물건의 하나하나마다. ‘따로따로’로 순화

따로따로 : 한데 섞이거나 함께 있지 않고 여럿이 다 각각 떨어져서


  ‘제각기 = 저마다 각기’이거나 ‘제각기 = 저마다 따로따로’라 하는데, ‘저마다’하고 ‘각기’하고 ‘따로따로’라는 낱말을 더 찾아보면, 뜻풀이가 서로 겹치거나 되풀이되어요. 그야말로 뒤죽박죽입니다. ‘각기’를 ‘저마다·각각’을 써서 풀이하고, ‘저마다’는 ‘각각·-마다’를 써서 풀이하며, ‘각각’은 ‘따로따로’로 고쳐써야 한다고 나와요. 이러면서 ‘따로따로’는 ‘각각’으로 풀이하지요.


  이런 한국말사전을 좀 들여다본다면 누군가 이렇게 말할 수 있어요. ‘여보시오, 글을 쓰려면 사전을 보라 했는데, 사전이 이렇게 엉망진창이라면, 사전을 보며 글을 쓰다가는 글이 아주 엉망진창이 되지 않겠소?’ 참말 그렇습니다. 아주 흔하거나 쉽구나 싶은 낱말을 이렇게 뒤죽박죽이거나 엉망진창으로 풀이하는 한국말사전이니, 이런 사전을 곁에 두다가는 글쓰기가 뒤죽박죽이나 엉망진창이 될 만합니다.


  그러나 이런 사전이더라도 곁에 둘 수 있어야지 싶어요. 이런 뒤죽박죽 사전을 다시 가만히 들여다보면 조금씩 실마리를 풀 수 있기도 하거든요. ‘제각기’라는 낱말은 안타깝게도 겹말 얼거리인 낱말인 줄 알 수 있고, ‘저마다’나 ‘따로따로’라는 한국말을 알맞게 쓰면 되는구나 하고 깨달을 수 있어요. ‘각기·각각’은 굳이 안 써도 될 만하다고 배울 수 있기도 해요.


  우리가 한국말로 글을 쓰려 한다면 한국말사전을 곁에 두어야 합니다. 영어로 글을 쓰려 한다면 영어사전을 곁에 둘 테지요? 일본말로 글을 쓰려 한다면 일본말사전을 곁에 둘 테고요?


  겹말풀이나 돌림풀이로 뒤죽박죽인 한국말사전인 터라, 이 대목을 눈여겨보면서 차근차근 가다듬지 못하면, 사전을 보든 안 보든 우리가 쓰는 글은 ‘겹말 굴레’에 쉬 갇힐 수 있어요. “독특한 개성”이나 “말이 없고 과묵”이나 “체중 감량”이나 “흔한 일상”이나 “제 손으로 직접” 같은 말마디는 모두 겹말입니다. 적어도 사전을 슬쩍 들추어 보았다면, 비록 사전이 엉망이라 하더라도, 이러한 겹말을 안 쓸 수 있어요. 한국말사전이 너무 엉망인 탓이 크기도 하지만, 우리 스스로 한국말사전을 너무 안 읽고 너무 못 읽기 때문에 자꾸 겹말을 쓰고 맙니다.


  글을 쓰는 길에서 ‘겹말 굴레’에 갇히지 않을 수 있다면, 우리는 한결 아름다우면서 즐겁게 글맛을 누릴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더 잘 쓰는 길이나, 글을 더 멋지게 쓰는 길까지는 아니더라도, ‘겹말 굴레’가 아니라 한다면, 우리가 쓰는 글은 수수한 멋이나 투박한 아름다움을 보여줄 수 있어요.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은 우리가 한국말로 글을 수수하면서도 멋스럽게, 또 투박하면서도 아름답게 쓸 수 있도록 돕는 징검돌이 되고자 합니다. 사전을 새로 읽고 겹말을 새로 읽으며 한국말을 새로 읽을 수 있기를 비는 마음입니다. 이러면서 말에 깃드는 넋을 새로 읽고, 말로 짓는 삶을 새로 읽으며, 말로 나누는 사랑을 새로 읽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알라딘]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20285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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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 1 - 돌림풀이와 겹말풀이 다듬기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 1
최종규 글, 숲노래 기획 / 자연과생태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누리신문 ‘오마이뉴스’에 [책이 나왔습니다]라는 꼭지가 있습니다. 누리신문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누구나 손수 쓴 책이 있으면, 출판사 보도자료에 기대지 않고 글쓴이 스스로 ‘시민기자 책을 바로 시민기자가 차분하게 이야기하고 알린다’는 뜻으로 일구는 꼭지입니다. 


한글날에 맞추어 저는 제가 쓴 책 가운데 하나를 이야기하기로 했습니다. 이런 뜻으로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 1 돌림풀이와 겹말풀이 다듬기》(자연과생태, 2017)라는 책을 놓고서 저 스스로 이 책을 바라보는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이 글을 누리책방 느낌글(리뷰)에 걸치는 대목을 이웃님들이 너그러이 헤아려 주시기를 비는 마음입니다. 


작고 수수한 말 한 마디하고 글 한 줄로 삶을 새롭게 짓고 사랑을 기쁘게 가꾸는 슬기로운 마음을 지피는 길에 제 작은 책 한 권이 길동무가 되면 좋겠습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66027&PAGE_CD=00000&CMPT_CD=S0024





한글날에 국어사전 함께 읽어 볼까요?
[책이 나왔습니다] 돌림풀이·겹말풀이 벗기는 《읽는 우리말 사전 1》


―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 1 돌림풀이와 겹말풀이 다듬기
 숲노래 기획
 최종규 글
 자연과생태 펴냄, 2017.9.11. 11000원


  올해도 가을에 노벨문학상 이야기를 듣습니다. 한국은 아직 노벨문학상을 탈 만한 문학이 태어나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이 대목을 좀 다른 눈으로 바라보면 어떠할까 싶습니다. 이를테면 오늘날 한국문학은 ‘국어사전을 안 읽고서 쓰는 글’이라고 할 만합니다. 이와 맞물려 문학창작뿐 아니라 문학번역도 ‘국어사전을 꼼꼼하고 촘촘하며 낱낱이 읽지 않고서 옮기는 글’이라고 할 만하지 싶어요.

  ‘국어사전을 안 읽기 때문에 창작이나 번역이 뒤떨어진다?’

  이는 터무니없는 소리일 수 있지만, 꼭 들어맞는 소리일 수 있습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지난날에는 문학을 하는 분들이 ‘사전 한 권을 통째로 씹어먹듯’이 글을 썼어요. 끝없이 새로 샘솟는 한국말을 요모조모 알맞게 쓰면서 글을 빛냈습니다.

  일제강점기에 나온 현진건 문학이나 김유정 문학이나 백석 문학을 읽으려면 곁에 반드시 국어사전이 있어야 합니다. 해방 뒤에 나온 웬만한 문학도 곁에 국어사전을 두지 않고서는 못 읽기 마련입니다. 아마 이문구 문학까지 이와 같았으리라 느껴요. 서울말이든 시골말이든, 지난날에는 문학이라고 하는 글을 쓰는 분들은 이 땅에서 오래오래 삶을 짓고 살림을 가꾼 숱한 말을 마음껏 살리고 곱게 키우면서 이야기를 엮었어요. 그때그때 알맞으면서, 제자리에 척척 들어맞는 한국말을 아름다이 빛내던 지난날 한국문학이라면, 오늘날 한국문학은 줄거리하고 이야기는 있되, 한국말이 한국말답게 싱그러이 살아서 숨쉰다고는 느끼기 어렵구나 싶어요.


사전은 한자말 ‘반복하다’는 “되풀이하다”, 우리말 ‘되풀이하다’는 “반복하다”를 뜻한다고 풀이합니다. 돌림풀이입니다. ‘반복하다·되풀이하다’는 퍽 쉬운 낱말이어서 굳이 사전을 뒤져서 말뜻을 알아보려는 사람이 적습니다. 그래서인지 사전은 무척 쉬운 낱말을 이렇게 돌림풀이로 다루곤 합니다. (13쪽)

사전을 살피면 ‘생소하다’라는 한자말을 “낯이 설다”로 풀이하거나 ‘익숙하다’나 ‘서툴다(서투르다)’ 같은 낱말을 써서 풀이합니다. 그러면 ‘낯이 설다’나 ‘익숙하다’는 무엇일까요? 『표준국어대사전』은 ‘생소하다’를 ‘친숙하다’라는 한자말까지 써서 풀이하며 다시 ‘친숙하다’는 “익숙하다”라고 풀이합니다. 돌림풀이에다가 겹말풀이 얼거리입니다. 더 살피면 ‘익숙하다’는 “서투르지 않다”로, ‘서투르다’는 “익숙하지 못하다”로 풀이하기까지 합니다. (17쪽)


  번역을 헤아려 봅니다. 지난날 한국에서 번역을 하신 분들은 으레 일본책을 옮겼어요. 영어 문학조차 영어에서 옮기기보다 일본말에서 옮겼어요. 독일 문학이나 에스파냐 문학이나 프랑스 문학도 으레 일본말에서 옮겼고, ‘말괄량이 삐삐’는 스웨덴말이었으나 스웨덴말로 옮기려고 하는 몸짓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지요. 요즈음은 살짝 나아져서 ‘말괄량이 삐삐’를 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님 작품을 일본말에서 옮기지는 않으나, 그렇다고 스웨덴말에서 옮기지는 못하고 독일말에서 옮기곤 합니다.

  세계 여러 나라 문학을 세계 여러 나라 말에서 안 옮기고 일본말에서 옮길 적에 어떤 일이 생길까요? 일제강점기를 거친 터라, 적잖은 지식인은 일본말을 마음껏 쓸 수 있었어요. 이분들은 일본말로 된 책을 한국말로 수월하게 옮겼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 말로 된 책이라면 한국말로 옮기기까지 퍽 오래 걸렸을 테지만, 일본말로 된 책은 아주 빠르고 쉽게 옮겼어요.

  일본말을 잘하던 분들이 세계문학을 일본말을 거쳐 한국말로 옮길 적에 ‘일본 한자말’이나 ‘일본 말씨’가 스며듭니다. 그리고 일본말을 제법 잘하다 보니 ‘사전 없이’ 옮기기도 하지요. 이러면서 일본 한자말이나 일본 말씨가 더 많이 스며들어요.

  우리는 지난 1900년대를 이렇게 보냈습니다. 더욱이 오늘날 국어사전이나 영어사전은 일제강점기에 학문을 하던 분들이 엮다 보니, 사전 올림말이나 뜻풀이가 한국말다운 한국말을 다루는 결보다는 일본 한자말이나 일본 말씨나 번역 말씨로 깊이 물들었습니다.


‘학대하다’라는 한자말을 사전에서는 거의 “괴롭히다”로 풀이하기에 ‘괴롭히다’라는 우리말을 다시 살피니 남녘 사전은 “고통·고통스럽다”로 풀이합니다. ‘학대하다 → 괴롭히다 → 고통스럽다’ 얼거리입니다. 다시 ‘고통스럽다’를 찾아봅니다. 남·북녘 사전은 모두 ‘고통스럽다’를 “괴롭다”로 풀이합니다. 그러면 ‘학대하다’는 ‘괴롭히다’인 셈이고, ‘고통스럽다’는 ‘괴롭다’인 셈입니다. (26쪽)

『표준국어대사전』은 한자말 ‘필요’를 “반드시 요구되는 바가 있음”으로, 『고려대한국어대사전』은 “꼭 요구되는 바가 있음”으로, 『조선말대사전』은 “반드시 꼭 요구되거나 있어야 함”으로 풀이합니다. 세 사전이 모두 ‘꼭’이나 ‘반드시’를 써서 풀이합니다. 그런데 『고려대한국어대사전』은 ‘꼭’을 “반드시”로 풀이하고, 세 사전은 모두 ‘반드시’를 “꼭”으로 풀이합니다. (35쪽)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 1 돌림풀이와 겹말풀이 다듬기》(자연과생태, 2017)라는 작은 책을 써냈습니다. 책이름은 이다지도 길지만, 책은 모두 160쪽입니다.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은 이 책을 이루는 꾸러미 이름입니다. 앞으로 이 이름으로 “읽는 우리말 사전”을 꾸준히 써낼 생각입니다.

  저는 지난 2016년에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을 써냈습니다. 비슷하면서 다른 낱말인 비슷한말을 꾸러미로 모아서 뜻풀이하고 말결하고 보기글을 하나하나 보여주는 사전입니다. 이 사전을 쓰는 동안 다른 숱한 사전을 함께 살폈는데요, 남·북녘에서 나온 어느 사전이든 돌림풀이하고 겹말풀이에 아주 깊고 넓게 갇혔더군요.

  지난해에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을 써낼 적에는 ‘다른 사전이 아무리 엉성하거나 엉터리로 돌림풀이·겹말풀이를 하더라도 나 스스로 새로 짓는 사전에 뜻풀이를 제대로 옳게 바르게 하면 될 뿐이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새로운 뜻풀이를 붙여서 사전을 하나 쓰고 나서 보니, 둘레에서 이렇게 묻더군요.

  ‘다른 사전이 얼마나 엉성하거나 엉터리이기에 굳이 요즘 같은 때에 종이사전을 새로 씁니까?’

  둘레에서 보시기에 아무리 봐도 종이사전은 한물 갔고, 이제 사람들은 손전화로 바로바로 낱말찾기를 하는데, 뭣 하러 돈이나 품을 잔뜩 들여서 ‘새로운 말풀이하고 보기글을 붙이고 말결을 이야기하는 사전’을 쓰느냐고 물으셨고, 이 물음을 들으며 곰곰이 생각해 보았어요. 그렇구나, 그동안 나온 사전이 어떻게 말썽이 많은가를 짚어서 보여주어야 하는구나 싶었지요.


남녘 두 사전은 ‘소탈하다’를 “수수하고 털털하다”로 풀이합니다. 북녘 사전은 ‘소탈하다’를 “소박하고 수수하다”로 풀이합니다. 그런데 ‘소박하다(素朴-)’는 “꾸밈이나 거짓이 없고 수수하다”를 뜻한다고 나옵니다. 남·북녘 사전 모두 겹말풀이에 돌림풀이를 합니다. 더 들여다보면 ‘수수하다’는 “꾸밈이나 거짓이 없는” 모습을 가리킨다 합니다. 이는 한자말 ‘솔직하다’하고 맞물리는 말풀이입니다. 게다가 ‘털털하다’는 “소탈하다”로 풀이하니 엉성합니다. (41쪽)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 1 돌림풀이와 겹말풀이 다듬기》라는 책은, 책이름을 간추려서 《읽는 우리말 사전》 첫째 권은, 바로 이 물음 때문에 태어났습니다.

  제 마음 같아서는 160쪽이 아닌 1600쪽이나 16000쪽쯤으로 남·북녘 사전에 드러나는 어마어마한 돌림풀이·겹말풀이를 낱낱이 짚는 “바로쓰기 사전”을 선보이고 싶었어요. 그런데 남·북녘 사전에 깃든 어마어마한 돌림풀이·겹말풀이를 몽땅 짚으려 하면 이런 “바로쓰기 사전”은 너무 두꺼울 테니, 오히려 사람들이 읽거나 헤아리기 어렵겠다고 느꼈습니다.

  작게 간추리자고 생각했어요. 손꼽을 만한 보기를 고르자고 생각했어요. 저는 《읽는 우리말 사전》 첫째 권에서는 모두 44가지 꾸러미로 208가지 낱말만 다루기로 했습니다. 이만 한 낱말을 작고 알맞게 보여주면서, 우리 국어사전을 우리 스스로 새삼스레 들여다보자는 이야기를 건네자고 생각했어요.

  궁금하거나 잘 모르겠네 싶거나 낯선 낱말만 가끔 손전화로 찾아보는 몸짓은 이제 멈추고서, 우리 국어사전을 찬찬히 살피면서 무엇이 엉터리요 무엇이 잘못인가를 똑똑히 알아보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 국어사전이 얼마나 엉터리인가를 느껴서 이를 국립국어원 같은 곳에 따지지 않는다면, 사전을 짓거나 엮는 학자들은 스스로 바뀌거나 거듭나지 않아요. 우리가 자꾸 따지고 나무라고 물어보아야 비로소 우리 국어사전이 이제부터 새로우며 아름다운 결로 달라지거나 거듭날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남녘 두 사전은 ‘자라다’를 “크다”로 풀이하거나 ‘성장·생장’이라는 한자말을 씁니다. ‘크다’를 놓고는 남·북녘 사전은 모두 “자라다”로 풀이하고, 한자말 ‘성장·생장’은 “크다”나 “자라다”로 풀이합니다. ‘자라다·크다’를 이렇게 풀이해도 될까요? (59쪽)

남·북녘 사전 모두 ‘불안’을 “조마조마하다”나 “뒤숭숭하다”로 풀이하는데, ‘조마조마하다’를 “초조하고 불안하다”로 풀이하고, 다시 ‘초조’를 “조마조마하다”로 풀이하니 이 뜻풀이로 무엇을 알거나 짚을 수 있을까요? (77쪽)


  우리는 아주 흔하면서 쉬운 말부터 사전에서 찾아볼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왜 그러할까요? 우리는 왜 아주 흔하면서 쉬운 말부터 사전에서 찾아보아야 할까요?

  자, 영어 같은 외국말을 처음 배울 적을 생각해 보기로 해요. 핀란드말이든 네덜란드말이든 낯선 외국말을 처음 배울 적에 어떻게 하시나요?

  유튜브만 켜면 온갖 외국말을 잘 배울 만할까요? 그런데 아주 잘된 유튜브를 보더라도 ‘외국말사전’을 곁에 두면서 모든 낯선 외국말을 하나하나 찾아보아야 비로소 그 외국말을 제대로 배울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한국사람이 한국말을 슬기롭게 할 뿐 아니라, 한국문학을 쓰는 분들이 한국문학을 눈부시게 밝히려고 한다면, ‘가다·먹다·주다·보다·크다’ 같은 손쉽다고 여기는 낱말부터 꼼꼼히 낱낱이 촘촘히 살피고 되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있다·나다·되다·하다’ 같은 낱말이 어떤 결인가를 제대로 살피고 똑똑히 알 때에 비로소, 숱한 한국말을 마음껏 넘나들면서 즐거이 글꽃을 피울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남녘 두 사전은 ‘정서’를 “감정”으로, ‘감정’을 “마음·기분·심정”으로, ‘기분’은 “마음에 생기는 감정”으로 풀이합니다. 북녘 사전은 ‘정서’를 “감정·느낌”으로 풀이합니다. ‘정서·감정·기분’이 얽히고 ‘느낌’을 “기분·감정”으로 풀이하기에 더욱 어지럽습니다. (90쪽)


  이 나라가 걸어온 길을 가만히 되새겨 봐요. 지난날에 중국 사대주의로 나아가면서 중국말을 높이 섬겼지요. 일제강점기를 지날 때는 일본말을 섬기고, 해방을 맞이한 뒤로는 미국말까지 뒤섞였어요. 지난 백 해를 통틀어서 한국사람이 정작 한국말다운 한국말로 생각하거나 글을 쓴 일은 무척 드물다고 할 만합니다.

  이러는 사이에 국어사전을 국어사전답게 한국말로 쉽고 또렷하게 밝히는 길을 걷지 못했습니다. 아직 우리는 한국말다운 한국말이 무엇인지 모르거나 가르치지 못하는 사회라고도 할 만합니다.

  이러한 참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다면 한국에서 노벨문학상을 못 타는 일이란 대단히 마땅할 만하지요. 애써 창작한 훌륭한 문학작품이 있어도 이를 외국말로 훌륭히(또는 제대로) 옮기려면 외국말뿐 아니라 한국말을 제대로 알아야 해요. 한국말을 제대로 모르는 사람은 한국문학을 외국말로 훌륭히 옮기지 못합니다.

  거꾸로 말하자면, 외국말만 잘하고 한국말을 잘 못한다면 아름다운 외국문학을 한국말로 제대로 못 옮길 테지요. 엉성한 기계 번역이 되거나 어설픈 영어 말씨나 일본 말씨가 곳곳에 드러날 테고요.


남·북녘 사전은 모두 ‘보살피다’를 “돌보다”로, ‘돌보다’를 “보살피다”로 풀이합니다. 돌봄이나 보살핌이나 지킴을 가리키는 한자말 ‘보호’는 “보존”으로 풀이하면서 ‘보존’은 “보호”로 풀이하기도 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한자말 ‘보호’를 “보살펴 돌봄”과 “지켜 보존”으로 풀이합니다. 이 뜻풀이부터 겹말풀이입니다. 더욱이 ‘보존’을 “보호하고 간수하다”로 풀이하는데, ‘간수하다’라는 낱말은 “보호하여 보관하다”로 풀이하며 돌림풀이가 되고, ‘보관’은 “간직하다”로 다시 풀이하기에 또 돌림풀이에다가 겹말풀이까지 됩니다. 게다가 ‘지키다’는 “보호”로 풀이하니 아주 뒤죽박죽입니다. (101쪽)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이라는 긴 이름을 붙인 작은 책을 앞으로 잇달아 선보이려고 생각합니다. 군더더기로 붙인 한자말 이야기, 토씨 ‘-의’를 어떻게 털어내는가 하는 이야기, ‘-的’이라는 일본 한자말 버릇을 어떻게 떨굴 수 있나 하는 이야기, 길거리 알림판이나 간판하고 얽힌 이야기, 공문서를 여느 사람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손질하는 이야기 들을 쓰려고 생각합니다.

  솜씨 있게 말을 하거나 글을 쓰기보다는, 솜씨가 없더라도 우리 나름대로 생각을 지피는 즐겁고 아름다운 살림살이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사랑스러운 뜻을 말이나 글에 담을 수 있으면 넉넉하다고 봅니다.

  말이란 생각을 나타내어 마음에 담은 그림이요, 글이란 이러한 말을 눈으로 알아볼 수 있도록 새롭게 빚어 종이에 얹은 또 다른 그림이라고 봅니다. 더 좋거나 더 낫거나 더 훌륭한 말글을 가다듬어도 즐거울 테고, 수수하거나 투박하더라도 우리 삶을 고이 담아내는 말글을 나누어도 즐거울 테지요.

  손꼽히는 글님이 몇 분 있어서 이분이 노벨문학상을 타도 재미있어요. 그리고 이 나라를 이룬 우리 모두가 한국말을 슬기로우면서 즐겁게 가꾸거나 살릴 수 있는 수수한 살림살이를 지으면서 우리 국어사전이 참말로 우리 국어사전답게 거듭나도록 살며시 읽고 함께 손질해 볼 수 있다면, 더없이 신바람나는 마을을 일굴 만하지 싶습니다.


남·북녘 사전은 모두 ‘돕다’를 ‘거들다’라는 낱말로 풀이하고, ‘거들다’는 ‘돕다’라는 낱말로 풀이합니다. 이러면서 남녘 사전 둘은 ‘거들다’ 둘째 뜻을 “끼어들어 참견하다”로 풀이하는데요, 이 대목을 더 살펴보면 두 사전은 ‘끼어들다’라는 낱말을 “간섭하거나 참견하다”로, ‘참견하다(參見-)’를 “끼어들어 간섭하거나 관계하다”로 풀이합니다. “끼어들어 참견하다” 같은 뜻풀이는 말이 될까요? (147쪽)


  한글날은 한 해 가운데 하루입니다. 우리는 말을 하루만 하지 않습니다. 글도 하루만 쓰지 않습니다. 한 해 내내, 삼백예순닷새 내내, 기쁨하고 노래하고 웃음이 흐르는 곱고 사랑스러운 말글을 늘 생각하면서 슬기롭게 가다듬을 수 있기를 빌어요. 이웃님이 멋진 말길이나 고운 글길을 가실 수 있기를 꿈꾸면서 자그마한 “읽는 우리말 사전”인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 1 돌림풀이와 겹말풀이 다듬기》를 썼습니다.

  이 작은 “읽는 우리말 사전”을 책상맡에 두시면서 즐거이 말꽃이며 글꽃을 길어올리시면 좋겠어요. 이제부터는 “읽는 사전”이 되어야지 싶습니다. 즐거이 읽고 즐거이 배워서 즐거이 말하고 글을 쓰는 길동무다운 사전이 태어나야지 싶습니다. 2017.10.8.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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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름이 좀 깁니다.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 1 돌림풀이와 겹말풀이 다듬기》예요.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이라 할 수 있고, ‘읽는 우리말 사전’ 1권이라 할 수 있으며, ‘돌림풀이와 겹말풀이 다듬기’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국어사전 바로잡기’라고도 이 책을 가리켰습니다.


이제부터 사전(국어사전/한국말사전)은 ‘가끔 펼치는 사전’이 아닌 ‘읽는 사전’으로 달라져야지 싶습니다. 말하고 글을 새롭게 바라보면서 생각을 가꾸는 길을 찾도록 길동무책으로 삼을 적에 사전이 사전다울 수 있으리라 느껴요. ‘읽는 우리말 사전’이 이러한 길동무책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읽는 우리말 사전’을 쓰는 뜻



이 책은 사전이지만 ‘읽는’이라는 말을 앞에 붙입니다. 사전이라고 하면 으레 책상맡에 놓고서 틈틈이 낱말 한두 가지를 찾아보는 책이라고 여깁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책상맡 사전이나 모시는 사전이 아니라 읽고 배우고 생각하는 사전이 되기를 바라며 이 책을 내놓습니다.


첫 ‘읽는 우리말 사전’으로는 국어사전에서 매우 자주 드러나는 돌림풀이와 겹말풀이를 바탕으로 삼아서 뜻풀이를 새로 손질해 보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돌림풀이’란 이 낱말을 풀이하면서 저 낱말을 쓰는데 저 낱말을 풀이할 적에 또 이 낱말을 쓰는 일을 가리키며, ‘겹말풀이’란 어느 낱말을 풀이하면서 쓴 여러 낱말이 서로 뜻이 겹치는 일을 가리킵니다.


우리나라는 지난날에 중국 사대주의로 나아가면서 중국말을 높이 섬겼습니다. 일제강점기를 지날 때는 일본말, 해방을 맞이한 뒤로는 미국말까지 뒤섞이다 보니, 정작 우리말로 생각하거나 사전을 우리말로 쉽고 또렷하게 밝히는 길을 걷지 못했습니다. 우리말다운 우리말이 무엇인지 아직 모르거나 가르치지 못하는 사회라고도 할 만합니다. 사회가 이러하다 보니 우리말을 담은 사전이 한자말(중국 한자말과 일본 한자말)을 지나치게 많이 쓰고, 우리말과 한자말이 어지러이 섞이면서 돌림풀이나 겹말풀이가 불거집니다. 이밖에도 어렵거나 엉뚱한 뜻풀이가 많습니다.


‘읽는 사전’으로 내기 때문에 두께를 알맞게 가눕니다. 모든 이야기를 담으려 하기보다는 국어사전에서 잘못된 곳을 밝히고, 어떻게 손질하면 좋은지 길을 알려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우리 국어사전에는 이 책에서 다룬 이야기보다 훨씬 많은 돌림풀이와 겹말풀이가 있습니다. 이웃님들도 이 책이 보여주듯이 잘못된 곳을 찾아 새롭게 갈무리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이 사전을 읽는 분들도 배우고, 쓰는 사람과 엮는 사람도 배웁니다. 우리가 함께 배워서 즐겁게 말살림을 가꿔 나가기를 바랍니다. 우리말 사전에 이리 허술한 구석이 있었네 하고 느낄 수도 있지만, 찬찬히 손질하면 아름답게 거듭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사전지음이(사전편찬자)’가 되어 보면 어떨까요? 사전읽기 모임을 꾸리면서 아쉽거나 안타까운 대목을 나름대로 손질하고 고쳐 볼 수도 있습니다. 말을 사랑하고 글을 생각하며 이야기를 노래하는 사람들 누구나 사전지음이가 될 만합니다.



사전 짓는 책숲집, 숲노래에서

2017년 9월 최종규 적음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 1 돌림풀이와 겹말풀이 다듬기》 글 차례


수확하다, 거두어들이다, 거두다

반복하다, 되풀이하다, 거듭하다, 자꾸

가루분, 분가루

생소하다, 낯설다, 친숙하다, 익숙하다, 서투르다

편하다, 편리하다, 쉽다, 좋다

표정, 얼굴, 얼굴빛, 낯빛, 형색, 기색

학대하다, 괴롭히다, 고통스럽다, 괴롭다

아픔, 괴로움, 고통

쑤시다, 앓다, 아리다, 쓰리다, 쓰라리다

꼭, 필요하다, 반드시

오염되다, 더럽다, 지저분하다

소탈하다, 솔직하다, 수수하다, 털털하다

세밀하다, 자세하다, 꼼꼼하다, 찬찬하다 

한가롭다, 한가하다, 여유, 한갓지다, 느긋하다, 넉넉하다

흠모, 공경, 사모, 존경, 섬기다, 받들다, 모시다, 우러르다

모양, 형, 모습, 꼴

성장, 생장, 자라다, 크다

우화, 날개돋이

선천적, 타고나다

변화, 변하다, 바꾸다, 달라지다, 갈다, 거듭나다

비만, 찌다, 뚱뚱하다 

작파, 포기, 중단, 그만두다, 그치다, 멈추다

불안, 초조, 조마조마하다, 뒤숭숭하다, 어수선하다

비밀, 숨기다, 감추다, 가리다

체험, 경험, 겪다, 치르다

교환, 주고받다, 나누다

정서, 감정, 기분, 마음, 느낌

시원, 시작, 처음, 비롯하다

구획, 구분, 가르다, 나누다, 쪼개다

보호, 보존, 보관, 간수하다, 간직하다, 지키다, 보살피다, 돌보다

친하다, 가깝다, 두텁다

별나다, 별다르다, 별스럽다, 특별하다, 보통, 남다르다, 유난하다, 다르다

매번, 번번이, 매, 제각기, 제가끔, 각기, 각각, 따로따로, 저마다, -마다

상처, 부상, 다치다, 생채기

역할, 직책, 직무, 책임, 임무, 소임, 역, 맡다, 구실, 몫, 노릇, 담당

지금, 현재, 이때, 이제

도구, 연장

늘, 언제나, 노상, 줄곧, 한결같다, 항상, 변함없다

유머, 우스개, 익살, 웃음, 해학

침묵, 잠잠하다, 정적, 조용하다, 고요하다, 괴괴하다

위로, 위안, 달래다, 다독이다

보조, 협력, 협조, 돕다, 거들다

명확, 명백, 확실, 분명, 정확, 뚜렷하다, 틀림없다, 똑똑하다

큰길,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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