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19. 함께 있으니



  함께 있으니 사진을 찍습니다. 내가 마을에 함께 있으니 마을빛을 찬찬히 살피다가 사진 한 장 찍습니다. 함께 있기에 사진을 찍습니다. 내가 아이들과 함께 있기에 아이들 눈빛과 몸빛을 가만히 헤아리다가 사진 한 장 찍습니다. 함께 있는 동안 사진을 찍습니다. 내가 시골에서 숲에 깃들건 도시 한복판 아파트에서 지내건 언제나 숲빛과 집빛과 삶빛을 누리는 동안 사진 한 장 찍습니다.


  어떤 사진을 찍든지 함께 있을 때에 찍습니다. 다큐사진을 찍거나 패션사진을 찍더라도 늘 같습니다. 함께 있을 때에 찍습니다. 함께 있는 이웃을 찍습니다. 함께 있으면서 같은 바람을 마시고 같은 햇볕을 쬐는 숨결을 찍습니다.


  누군가를 더 잘 안다고 여기기에 사진을 찍지 않습니다. 어느 곳을 더 잘 안다고 생각하기에 사진을 찍지 않습니다. 사진을 찍을 적에는 ‘잘 아는 사람’이나 ‘잘 아는 곳’이나 ‘잘 아는 것’을 찍지 않습니다. 내 마음으로 스며들어 따사로운 빛이 흐를 때에 사진을 찍습니다. 내 눈을 거쳐 마음자리로 곱게 깃드는 이야기를 즐겁게 맞아들이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바로 이때야!’ 하고 알아차리면서 찍습니다. 참말 그렇습니다. 사진은 바로 이때에 찍습니다. 함께 있으면서 즐거운 빛이 흐르는 어느 한때를 ‘바로 이때야!’ 하고 느끼면서 찍습니다. 모델을 앞에 세우고 찍을 적에도 그렇지요. 아무 때나 아무렇게나 찍기에 사진이 되지 않아요. 모델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나 스스로 마음으로 느껴야 비로소 사진기를 손에 쥐고, 내 마음으로 젖어드는 느낌이 ‘생각이라는 꽃’으로 그림이 되어 나타날 때에 단추를 눌러 찰칵 찍습니다. 정물사진이든 풍경사진이든 모두 이와 같습니다. 아무리 아름답거나 멋들어진다 싶은 모습이라 하더라도 아무렇게나 찍는대서 사진이 되지 않아요. 어떤 모습을 사진으로 담으려고 하는 내 마음에 이야기꽃이 필 때에 사진을 찍습니다. 어떤 모습을 사진으로 엮고 싶은 내 마음이 몽실몽실 피어나서 활짝 터질 무렵 사진을 찍습니다.


  함께 있으니 찍는 사진은, 함께 바라보면서 함께 웃는 사진이 됩니다. 함께 찍고 함께 읽으며 함께 나눕니다. 4347.7.1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사진 찍는 눈빛 18. 지켜본다 바라본다 살펴본다



  볼 수 있을 때에 느낍니다. 보면서 느낄 수 있을 때에 생각합니다. 보면서 느끼기에 생각할 수 있을 때에 마음에 씨앗을 심습니다. 보면서 느끼어 생각하는 동안 마음에 씨앗을 심을 수 있을 때에 이야기를 짓습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지으면, 날마다 삶을 새로 엽니다.


  볼 수 있을 때에 느끼니, 사진으로 찍습니다. 볼 수 없을 때에는 느끼지 못하기에 사진으로 못 찍습니다. 사진을 찍자면, 먼저 ‘보는 눈’이 있어야 합니다.


  사람한테는 눈이 있습니다. 그러나, 눈이 있기에 모든 사람이 ‘볼’ 수 있지는 않습닏. 코앞에 있어도 못 보는 사람이 많습니다. 눈앞에 있으나 못 알아채는 사람이 많습니다. 왜냐하면, 제대로 안 보기 때문이에요. 마음에 다른 것을 두고서 보기 때문입니다. 다른 생각을 하면서 보기 때문입니다.


  보는 길은 여럿입니다. 첫째, 마음을 차분히 내려놓고 바라봅니다. 그저 바라봅니다. 다음으로 지켜봅니다. 마음을 가만히 기울이고 지켜봅니다. 마음을 써서 지켜봅니다. 그리고, 곰곰이 살펴봅니다. 이곳저곳 살펴봅니다. 앞과 뒤를 살펴보고, 어제와 오늘과 모레를 한 갈래로 이으면서 살펴봅니다.


  사진을 찍는 눈이란, 늘 ‘보는 눈’입니다. 바라볼 수 있는 눈이요, 지켜볼 수 있는 눈이며, 살펴볼 수 있는 눈일 때에 사진을 찍는 눈으로 거듭납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보는 눈’이 되도록 마음을 기울여요. 늘 한결같이 흐르는 ‘보는 눈’을 돌보고 추스르면서 사랑스러운 기운을 담아요. 삶을 사랑하면서 ‘보는 눈’을 길러요. 4347.7.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사진 찍는 눈빛 17. 네 마음은 늘 내 마음



  사진을 찍는 사람은 ‘내 마음’을 찍습니다. 사진에 찍히는 사람도 ‘내 마음’이 찍힙니다. 서로 다른 마음이 만나면서 사진이 태어나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내 마음과 네 마음은 늘 같습니다.


  다만, 사진을 찍거나 읽을 적에 즐겁거나 사랑스럽거나 아름답다는 느낌이 피어날 때에 서로 같은 마음입니다. 즐겁지 않거나 사랑스럽지 않거나 아름답지 않다면 서로 다른 마음입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사진에 찍히는 사람과 같은 마음이 될 수 있어야 합니다. 아니, 사진을 찍는 사람은 사진에 찍히는 사람과 같은 마음이 될 때에 사진기 단추를 누르면서 이야기 하나를 엮습니다. 사진에 찍히는 사람은 사진을 찍는 사람과 같은 마음이 되어 즐거운 빛이 가슴속에서 샘솟을 적에 이야기 하나 곱게 퍼집니다.


  아이와 놀 적에 어떤 마음이 되는가 헤아려 봅니다. 동무와 놀 적에 어떤 마음이 되는가 생각해 봅니다. 반갑지 않은 사람과 만나서 논다고 하면 재미있거나 즐거웁기 어렵겠지요? 반가운 사람과 만나서 논다고 하면 재미있거나 즐거웁겠지요?


  마음이 맞는 사람일 때에 서로 즐거워요. 마음이 안 맞는 사람일 때에 서로 괴롭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그림만 그럴듯하다고 해서 사진이 되지 않아요. 마음을 서로 맞출 만한 이웃이나 동무를 찾아 ‘빛으로 이야기를 엮을’ 때에 사진이 됩니다.


  사진찍기는 춤추기와 같습니다. 마음이 맞는 두 사람이 이루는 춤사위는 몹시 아름답지요. 마음이 맞는 두 사람이 이루어 보여주는 사진은 대단히 아름답습니다. 4347.6.2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사진 찍는 눈빛 16. 어디에서나 만나는 꽃


  어디에서나 만나는 꽃입니다. 어디에서나 만나는 하늘입니다. 어디에서나 만나는 사랑입니다. 어디에서나 만나는 빛입니다. 어디에서나 만나는 웃음입니다. 그리고, 어디에서 만나는 눈물이고 슬픔이며 괴로움입니다. 어디에서나 만나는 노래이고 춤이면서 삶입니다.

  더 나은 삶이나 덜 좋은 삶이 없습니다. 더 나쁜 삶이나 덜 궂은 삶이 없습니다. 어느 삶이든 모두 삶입니다.

  티벳에 가야 더 나은 사진을 얻지 않습니다. 네팔이나 부탄에 가야 더 맑은 사진을 얻지 않습니다. 몽골이나 스리랑카쯤 되어야 빛이 나는 사진을 얻지 않아요.

  사진은 남녘에서도 찍고 북녘에서도 찍습니다. 사진은 한국에서도 찍고 중국에서도 찍으며 일본에서도 찍습니다. 서울에서도 얼마든지 아름답구나 싶은 사진을 얻고, 서울 서교동이나 동교동에서도 얼마든지 사랑스럽구나 싶은 사진을 얻습니다.

  사진은 마음으로 찍습니다. 사진은 기계로 찍지 않습니다. 사진은 기계를 빌어 마음으로 찍습니다. 기계가 꼭 있어야 찍는 사진이 아니고, 기계가 대단해야 잘 찍는 사진이 아닙니다. 마음이 있어야 찍을 수 있는 사진이요, 마음이 어떠한가에 따라 사진이 달라집니다.

  통영을 사랑하면서 통영에서 뿌리를 내리는 사람은 통영에서 통영빛이 물씬 피어나는 사진을 곱게 찍습니다. 순천을 사랑하면서 순천에서 뿌리를 내리는 사람은 순천에서 순천빛이 그득 흐르는 사진을 밝게 찍습니다.

  밀양에 가야 하지 않습니다. 강정에 가야 하지 않습니다. 대추리에 있어야 하지 않습니다. 배다리에 있어야 하지 않습니다. 사진은 언제나 내가 살아가는 곳에서 찍습니다. 사진은 언제나 내가 ‘임자’가 되는 자리에서 찍습니다. 그런데, ‘임자가 되는 삶’을 새롭게 바라보며 찍기도 해요. 이를테면, 로버트 프랭크 같은 사람은 ‘한 곳에서 뿌리를 내리며 사랑하는 삶’이 아닌 ‘자동차를 장만해서 기나긴 길을 떠돌며 사랑하는 삶’을 찾아나서며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로버트 프랭크 같은 사람은 기나긴 길을 떠돌았는데, 이녁은 기나긴 길을 떠돌았어도 ‘사랑하는 삶’이 있었기에 이녁 삶빛을 밝히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삶이 무엇인가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삶이 무엇인가 하고 바라보면서 삶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바라보고 느낀 삶을 가슴으로 담으면서 차근차근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합니다. 이때에 사진이 시나브로 태어납니다.

  옆을 둘러보셔요. 어디에서나 꽃이 핍니다. 들꽃은 어디에서나 핍니다. 사람이 씨앗을 뿌리지 않아도 들꽃은 참말 봄 여름 가을 겨울 골고루 예쁘게 핍니다. 사람들 스스로 들꽃을 눈여겨보지 않으니 꽃이 있는 줄 못 느낄 뿐입니다. 사진으로 찍을 빛은 참말 우리 둘레에 늘 있습니다. 우리가 이 빛을 보려고 할 때에 볼 수 있고, 보려고 하면서 느끼고 알아차리려 할 때에 사진기 단추를 누를 수 있습니다. 4347.6.2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사진 찍는 눈빛 15. 무지개가 흐르는 사진



  우리 삶에는 언제나 무지개가 흐릅니다. 누군가는 무지개를 잘 느끼고, 누군가는 무지개를 못 느낍니다. 무지개를 늘 생각하면서 살기에 어디에서나 무지개를 만나고, 무지개를 생각한 적이 없기에 우리 곁에 무지개가 돋아도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잘 살펴보셔요. 봄에 봄꽃이 피었어도 못 알아차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유월에 밤꽃이 피거나 아왜나무꽃이 피었어도 못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요. 값비싸다는 자동차가 지나갈 적에 알아차리는 사람이 있고 못 알아차리는 사람이 있어요. 고무신을 신은 할매가 지나갈 적에 알아보는 사람이 있고 못 알아보는 사람이 있어요. 아리땁다는 아가씨가 지나갈 적에 알아차리는 사람이 있고 못 알아차리는 사람이 있어요.

  왜 어느 한 사람은 알아보지만, 왜 어느 한 사람은 못 알아볼까요? 왜 어느 한 사람은 바로 느끼지만, 왜 어느 한 사람은 하나도 안 느낄까요?

  사진을 찍는 실마리는 ‘알아차리는 눈빛’과 ‘알아보는 눈매’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알아차리자면 마음에 있어야 합니다. 알아보자면 마음에 담아야 합니다. 가난하건 가멸차건 대수롭지 않습니다. 스스로 내 삶을 무지개빛이라 여기는 사람은 언제 어디에서나 무지개를 봅니다. 스스로 내 삶을 잿빛이라 여기는 사람은 언제 어디에서나 잿빛을 봅니다.

  흑백필름으로 찍더라도 ‘해사한 빛이 눈부시구나’ 하고 느끼는 사진을 얻는 사람이 있습니다. 칼라필름으로 찍더라도 ‘어두컴컴한 빛이 짙구나’ 하고 느끼는 사진을 얻는 사람이 있습니다. 두 사람은 무엇이 다를까요?

  스스로 가꾸는 삶에 따라 사진이 바뀝니다. 스스로 생각하는 삶에 따라 사진이 거듭납니다. 사진기 다루는 재주를 익힌다고 해서 사진이 바뀌지 않습니다. 사진파일을 만지는 솜씨를 키운다고 해서 사진이 거듭나지 않습니다. 마음이 바뀔 때에 사진이 바뀝니다. 생각이 거듭나도록 가꿀 적에 비로소 사진이 거듭납니다.

  어떤 무지개를 어디에서 보고 싶은가 하고 마음에 담으셔요. 어떤 빛을 어디에서 누리면서 살고 싶은가 하고 마음에 씨앗을 심으셔요. 생각이 말을 낳고 말이 삶을 낳습니다. 삶은 이야기를 낳고 이야기는 마음에 깃들면서 새로운 생각을 낳습니다. 곱게 흐르는 물결 사이에서 사진이 가만히 고개를 내밀면서 빙긋 웃습니다. 4347.6.14.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