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24. 새로 짓는 노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사람은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사람입니다. 새롭게 느끼지 못하거나 새롭게 바라보지 못한다면 사진을 찍을 수 없습니다. 늘 똑같다고 느끼거나 언제나 따분하다고 여기면 사진을 찍지 못합니다.


  사진을 찍는 까닭은 새롭게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제와 오늘은 똑같은 하루가 아니고, 아침과 낮과 저녁은 똑같은 때가 아니며, 칠월과 시월과 일월과 사월은 똑같은 달이나 철이 아닙니다. 늘 다릅니다. 늘 다를 뿐 아니라 새롭습니다. 숫자로 다른 때나 날이나 달이나 철이나 해가 아닌, 마음 깊은 데에서 우러나오는 새로운 빛을 느낄 때에 사진을 찍습니다.


  구름이 똑같이 흐르는 일은 없습니다. 햇볕이 똑같이 내리쬐는 일은 없습니다. 비가 똑같이 내리는 일은 없습니다. 눈이 똑같이 쏟아지는 일은 없습니다. 무엇을 바라보든 스스로 제대로 마음을 기울여 바라볼 수 있으면, 가슴으로 느낍니다. 제대로 마음을 기울여 스스로 바라보아 가슴으로 느끼면, 비로소 이야기 하나 깨어납니다. 이야기 하나 깨어나기에 연필을 쥐어 글을 쓰기도 하고, 붓을 들어 그림을 그리기도 하며, 사진기를 들어 사진을 찍기도 합니다.


  사진찍기란 새로움을 찍는 삶입니다. 사진읽기란 새로움을 읽는 삶입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부터 새로움을 찍으니, 사진을 읽는 사람도 새로움을 읽으면서 삶이 즐겁습니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바라봅니다. 똑같은 장난감을 갖고도 늘 다르게 놉니다. 장난감이 없어도 나뭇가지로 흙땅에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쓰면서 놉니다. 어느새 재미난 놀이라고 깨달아, 나뭇가지나 돌로 흙바닥에 이것저것 신나게 합니다. 예부터 골목이나 고샅에서 으레 태어난 수많은 놀이는, 아이들 스스로 나뭇가지나 돌로 죽죽 금을 긋다가 알아차리면서 차근차근 빚었으리라 느껴요. 온통 즐거움이고 새로움이며 기쁨이고 웃음인 놀이입니다. 사진을 찍으려는 우리들도 즐거운 빛이 가득한 채 사진을 찍으면 ‘사진마다 즐거운 빛이 담겨’요. 새로운 눈길이 되어 사진을 찍으면 ‘사진마다 새로운 빛이 담기’고, 기쁘게 웃으며 사진을 찍으면 ‘사진마다 기쁜 웃음빛이 담기’리라 느낍니다.


  새로 짓는 노래입니다. 새로 찍는 사진입니다. 새로 가꾸는 삶입니다. 새로 나누는 사랑입니다. 새로 어깨동무하는 이야기입니다. 4347.7.22.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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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23. 얼음과자 막대기



  곧 사진잔치를 엽니다. 사진잔치를 앞두고 사진을 뽑아서 ‘사진판’을 한창 만듭니다. 사진틀 쓰기를 그리 즐기지 않아서 이제껏 사진틀은 거의 안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사진잔치를 열 곳에서는 사진틀을 안 쓰면 느낌이 살아나기 어렵겠다고 느낍니다. 처음으로 사진틀을 만들자고 생각해 보는데, 살림돈이 아직 넉넉하지 않아 사진관에 맡기지 못합니다. 사진을 붙일 나무판을 알맞다 싶은 크기로 먼저 장만합니다. 나무풀을 장만해서 사진마다 뒤에 풀을 발라서 나무판에 붙이기로 합니다.


  나무풀을 사진 뒤에 발라서 나무판에 붙이자면 나무막대기가 있으면 쓰기에 좋습니다. 아이들이 얼음과자를 먹고 싶다 해서 사 줄 적에 으레 나무막대기를 건사해 놓곤 했는데, 마침 이 나무막대기를 쓰려고 찾아보니 집에서 안 보입니다. 다 버렸을까요. 어디에 잘 모셨는데 못 볼 뿐일까요.


  어떻게 풀을 발라야 하나 생각하다가 나무젓가락을 쓰기로 합니다. 나무젓가락은 뭉툭하니 풀을 바르기에 그리 알맞지 않습니다. 그래도 나무막대기가 없으니 이럭저럭 씁니다. 우리 집과 면소재지는 가깝지 않은데다가 보름 넘게 장마라 비가 그치지 않으니 자전거를 몰고 다녀오지 못합니다. 아이들한테 얼음과자 하나 사 주면 예쁘장한 나무막대기를 얻고, 이 나무막대기로 한결 수월하게 일할 수 있습니다만, 퍽 어렵게 나무풀을 바릅니다.


  사진잔치를 열 적에 사진틀을 만드는 길은 여럿입니다. 다른 일로 바쁘다면 사진관이나 액자집에 사진틀을 만들어 달라 맡길 수 있습니다. 다 만들어진 사진틀에 사진을 끼우거나 붙일 수 있습니다. 나무판을 스스로 장만해서 톱질을 한 뒤 쓸 수 있습니다. 틀을 손수 만들어서 사진을 붙이자면 품과 겨를이 꽤 많이 듭니다. 그러나 이때에는 내가 바라는 대로 내 느낌을 오롯이 살릴 수 있습니다.


  종이상자나 두꺼운종이에 사진을 붙여서 쓸 수 있습니다. 줄을 드리운 뒤 빨래집게로 사진을 집을 수 있습니다. 슈파핀으로 사진을 박을 수 있습니다. 사진첩에 사진을 붙인 뒤 사진첩을 놓는 사진잔치를 열 수 있습니다.


  사진을 찍을 적에 ‘꼭 이런 모습을 찍어야 한다’는 법이 없습니다. 사진틀을 만들 적에 ‘꼭 이런 틀에 사진을 넣어야 한다’는 법이 없습니다. 스스로 가장 즐거우면서 사랑스러운 마음으로 찍는 사진입니다. 스스로 가장 즐거우면서 사랑스러운 손길로 빚는 사진틀입니다. 비가 내리는 날에도 아이들은 빗길을 걷거나 달리면서 깔깔대고 노래합니다. 4347.7.1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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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22. 더 나은 곳은 꼭 있다


  요즈음 여러모로 떠도는 사진을 볼 적마다 으레 고개를 갸우뚱하곤 합니다. 구도나 노출이나 작품성이나 예술성 같은 대목에서 보자면 그야말로 빈틈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내 마음을 사로잡거나 움직이는 빛은 좀처럼 모르겠습니다. 중견이나 원로라는 분이 내놓은 작품이든, 새내기이거나 나라밖에서 뛰는 분이 내놓은 작품이든, ‘모양’을 잡고 ‘빛깔’을 맞추기는 하는구나 싶으면서도, ‘이야기’를 엮거나 ‘빛’을 담지는 않는구나 싶습니다.

  생각해 보면 실마리는 쉽게 찾을 만합니다. 사진이란 ‘대단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진처럼, 그림이나 글이나 노래나 춤도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도시와 문화와 문명과 예술도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대학교와 학문과 이론도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자꾸 잊는구나 싶어요. ‘대단한 것’을 잊거나 잃는 채, ‘안 대단한 것’을 대단하게 여긴다든지 ‘안 대단한 것’에 대단히 크게 얽매이는구나 싶어요.

  사진을 찍기에 더 나은 곳은 꼭 있습니다. 이를테면, ‘어머니’를 사진감으로 삼겠다고 한다면, 내 어머니를 느낄 만한 곳이나 내 어머니가 지내는 곳이나 내 어머니가 태어난 곳이 ‘사진을 찍기에 더 나은 곳’입니다. 그리고, 어머니는 내 어머니만 있지 않아요. 너희 어머니가 있고 저분 어머니가 있습니다. 이웃 어머니와 지구별 어머니가 있어요. 하나하나 따진다면, 지구별 어디에나 어머니가 있으니, 지구별 어디에서나 찍는 사진이라 하더라도 ‘어머니를 찍는 사진’이 됩니다.

  ‘풍경’을 사진감으로 삼겠다고 한다면, 풍경을 느낄 만한 곳에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어떤 풍경을 느끼면 될까요. 어떤 풍경을 담으면 될까요.

  풍경은 스튜디오에서 만들 수도 있습니다. 풍경은 골목동네에서 만날 수도 있습니다. 풍경은 도시 한복판에서 마주칠 수도 있습니다. 풍경은 내 마음속에서 태어날 수도 있습니다.

  더 나은 곳은 꼭 있습니다. 더 나은 곳은 바로 내가 살아가는 곳입니다. 더 나은 곳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더 나은 곳은 바로 나 스스로 사랑을 느끼면서 삶을 누리는 곳입니다.

  사진은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대단한 것’은 바로 우리 삶입니다. 우리 사랑이 대단합니다. 우리 넋이 대단합니다. 우리 마음과 꿈과 생각이 대단합니다. 사진을 찍으려 한다면, 무엇이 대단하고 무엇이 안 대단한지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사진을 찍으려고 태어난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는 저마다 ‘삶을 누리려고 태어난 사람’입니다. 삶을 먼저 즐겁게 누리셔요. 이러면서 흐뭇하게 웃는 마음바탕으로 사진기를 손에 쥐셔요. 이론은 안 배워도 되고, 유학은 안 가도 되며, 전시회는 안 열어도 돼요. 사진을 기쁘게 사랑하고 아름답게 껴안으셔요. 4347.7.16.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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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21. 사진을 배우고 싶으면


  참 많은 사람들이 으레 스스로 말합니다. “나는 사진을 잘 못 찍어요.” 하고. 또는 “나는 사진을 찍을 줄 몰라요.” 하고. 또는 “나는 전문가가 아니라서요.” 하고.

  사진은 잘 찍어야 하지 않습니다. 찍을 줄 모르기에 사진을 못 찍지 않습니다. 사진은 전문가만 찍지 않습니다. 사진기를 다루는 사람은 전문가가 아닙니다.

  참 많은 사람들은 사진찍기처럼 글쓰기나 그림그리기나 노래부르기나 밥하기를 놓고도 이와 똑같이 말합니다. “나는 글을 잘 못 써요.”라든지 “나는 그림을 그릴 줄 몰라요.”라든지 “나는 가수가 아니라서요.”라든지 “나는 요리사가 아니라서요.”처럼.

  사진을 찍는 사람은 ‘사진 전문가’나 ‘사진 직업인’이 아닙니다. 전문가나 직업인 가운데에서도 사진을 찍는 사람이 있으나, 거의 모든 ‘사진 찍는 사람’은 ‘즐김이’입니다. 수수한 사람들이 이녁 여느 삶을 가만히 누리면서 천천히 사진을 찍습니다.

  사진을 배우고 싶으면, 참말 사진을 천천히 배우면 됩니다. 아이가 어른 곁에서 물끄러미 지켜보면서 걸레질과 빨래와 밥하기를 배우듯이, 또 아이가 어른 곁에서 말을 한 마디씩 배우듯이, 또 아이가 어른 곁에서 몸짓을 배우고 호미질과 칼질과 온갖 삶을 배우듯이, 사진으로 차근차근 나아가면 됩니다.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생각이 있을 때에 사진을 찍습니다. 작품이나 예술이 되도록 하자면서 찍기에 사진이 아닙니다. 잘 살펴보셔요. 언제 사진을 찍고 싶나요? 우리 마음에 어떤 모습이 확 와닿으니까 사진을 찍겠지요? 마음 가득 ‘아, 이 모습은 꼭 찍고 싶어!’ 하는 생각이 일어나니까 사진을 찍지요?

  언제 밥을 짓나요? 배고플 때에 밥을 짓습니다. 언제 편지를 쓰나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에 편지를 씁니다. 언제 잠을 자나요? 졸릴 적에 잠을 잡니다. 언제 여행을 떠나나요? 떠나고 싶을 때에 여행을 떠납니다. 언제 사랑을 속삭이나요? 사랑을 하고 싶을 때에 사랑을 속삭입니다.

  사진을 배우고 싶으면 사진을 배워야 합니다. 사진을 배우려면 삶을 배워야 합니다. 스스로 우러나오는 삶을 제대로 바라보면서 배울 때에, 스스로 즐기거나 누릴 사진을 배울 수 있습니다. 스스로 샘솟는 사랑과 꿈과 생각을 똑바로 마주하면서 깨달을 때에, 언제 어떻게 어디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지 알아차립니다. 느낌대로 찍으셔요. 마음대로 찍으셔요. 생각대로 찍으셔요. 우리 삶 그대로 찍으셔요. 4347.7.16.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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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20. 찍을 만큼만 찍는다



  아이들과 함께 전철을 타고 나들이를 하는 길입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옆에 앉습니다. 일산 대화역을 떠난 전철은 어느덧 바깥길을 달립니다. 숲이 나옵니다. 작은아이가 창가로 돌아앉아 푸른 빛을 바라봅니다.

  문득 내 입에서, 아, 하는 소리가 터져나옵니다. 네 살 아이가 유리창에 코를 박는 모습이 애틋하도록 귀엽습니다. 나도 네 살 아이였을 적에 이렇게 귀여워서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도 빙그레 웃음지었겠다 싶습니다.

  예전에 어머니와 아버지는 어린 내 모습을 그윽히 바라보면서 마음속에 빛을 담았으리라 느낍니다. 나는 무릎에 얹은 사진기를 살며시 들어, 찰칵, 하고 찍습니다. 한 장 두 장 석 장 그저 즐거워 찍습니다. 찍을 만큼 신나게 찍은 뒤 아이와 함께 바깥을 내다봅니다. 4347.7.1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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