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34. 사진이란 마음에 담는 눈물



  사진이란 마음에 담는 눈물입니다. 왜냐하면, 사진을 마음에 담는 눈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사진이란 마음에 담는 웃음입니다. 왜냐하면, 사진을 마음에 담는 웃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사진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저마다 생각하는 대로 사진빛이 다릅니다. 내가 이렇게 생각한다면 사진은 이러합니다. 내가 저렇게 생각한다면 사진은 저러합니다. 그러니까, 사진을 알고 싶다면 내 마음을 알아야 합니다. 내 마음을 모르고서야 사진을 알 수 없습니다. 내 마음에 따라 늘 새롭게 달라지는 사진인 만큼, 내 마음을 뚜렷하게 살피고 바라보면서 느낄 때에, 비로소 사진을 이룹니다.


  사진기를 처음 손에 쥐든, 사진기를 손에 쥔 지 아주 오래 되든 늘 같습니다. 내 마음을 아는 사람은 사진기를 처음 손에 쥐더라도 ‘스스로 찍고 싶은 사진’을 마음으로 느끼니, 찍고 싶은 사진을 언제나 즐겁게 찍습니다. 마음을 모르는 사람은 사진기를 아주 오래 쥐었어도 ‘스스로 찍고 싶은 사진’을 마음으로 못 느끼니, 필름이나 디지털파일을 아주 많이 다루었어도, 찍고 싶은 사진이 아니라 남한테 보여주는 ‘그림 같은 작품’만 언제나 쫓기듯이 찍습니다.


  나는 사진을 이렇게 느낍니다. 어느 때에는 마음에 담는 눈물로 느낍니다. 그래서, 사진 한 장을 찍다가 참말 눈물이 눈가를 타고 주르르 흘러 볼을 지나 턱에서 또롱 방울이 지면서 땅바닥으로 톡 떨어집니다. 어느 때에는 마음에 담는 웃음으로 느끼기에, 사진 한 장을 찍는 동안 참은 웃음이 단추를 찰칵 누르고 나서 깔깔깔깔 터져서 한동안 사진기를 땅바닥에 내려놓고 배를 잡느라 외려 또 눈물이 나옵니다.


  마음을 읽으면 됩니다. 사진이론이나 사진교본이 아닌 마음을 읽으면 됩니다. 글을 쓰고 싶을 적에도 문학이론이나 글쓰기 강좌 같은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읽어야 합니다. 노래를 부르고 싶을 적에도 그렇지요. 내 마음에 따라 노래를 부르는 만큼, 내 마음을 알아야 노래를 불러요. 남이 듣기 좋으라고 부르는 노래가 아니라, 내 마음을 적시고 북돋우면서 가꾸는 노래이듯이, 내 삶을 가꾸고 사랑하면서 아끼려고 찍는 사진 한 장입니다. 4347.8.17.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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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사진잡지 <폰 매거진> 설문조사를 받고

짧게 답변을 적어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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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지금, 가장 중요한 사진작가는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1명 추천)

: 편해문



Q2. 그 이유는? (분량 제한 없음)

: ‘놀이’를 즐기는 ‘아이’들을 한국을 비롯해서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두루 만나면서 사진으로 찍고 이야기로 엮는 편해문 님이다. 편해문 님이 선보인 사진책은 《소꿉》(고래가그랬어,2009) 하나이다. 한국에서 놀이를 하는 아이도,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놀이를 하는 아이도, 살빛은 다 달라도 마음과 노래와 웃음은 모두 같은 모습이로구나 하는 대목을 《소꿉》이 잘 보여준다. 전시회를 연 적이 거의 없지만, 해마다 ‘놀이하는 아시아 아이들’ 사진으로 사진달력을 만든다. 한국 사진계 안밖으로 이름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으나, 가장 뜻있으면서 아름다운 빛을 사진으로 담는 사람이라고 여길 만하다고 느낀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아이들로 태어나서 살았고, 우리가 사랑하며 만나는 짝꿍하고 아이를 낳는다. 우리는 모두 아이이면서 어른이 되어 아이를 낳아 돌본다. 아이들이 놀이하는 삶을 찍는 사진이란 언제나 우리 모습을 그대로 담는 이야기가 된다. 아이들을 찍는 사진은 쉽지도 어렵지도 않다. 다만, 언제나 아이와 함께 놀고 웃으며 노래하는 넋일 때에라야 아이들을 사진으로 찍을 수 있다. 오늘날 한국에서 아이들을 사진으로 찍는 작가는 몇이나 될까. 아이를 아이 숨결 그대로 느끼거나 헤아리면서 마주하는 작가는 얼마나 될까. 아이들은 ‘미운 일곱 살’도 아니고 ‘방황하는 청소년’도 아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삶을 짓고 싶어서 놀이를 한다.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어른인 우리 모습을 돌아본다.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어른으로서 오늘 우리가 가꾸며 북돋울 삶과 마을은 어떤 빛일 때에 아름다운가 하고 배운다. 사진으로 찍는 이야기(주제)는 대단한 것이어야 하지 않다.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빛을 찍을 때에 사진이다. 편해문 님은 이러한 사진삶에 더없이 빛나는 예쁜 사진가라고 느낀다.



4347.8.13.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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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33. 사진과 함께 있어



  간밤에 사진을 찍으며 노는 꿈을 꿉니다. 이제껏 여러 가지 꿈을 많이 꾸기는 했으나, 사진을 찍으며 노는 꿈은 처음입니다. 요 며칠 일이 많고 바쁜 나머지 시골집에서 아이들과 복닥이면서 놀지 못한 탓에 꿈에서는 신나게 놀고 싶었구나 하고 느낍니다.


  꿈에서 사진놀이를 하는 나는 그야말로 ‘내가 찍고 싶은 사진’만 찍습니다. 남한테 보여주려는 사진은 안 찍습니다. 남한테 잘 보이려는 사진은 안 찍습니다. 오직 한 가지 사진만 찍습니다. 나 스스로 내 마음을 가장 잘 나타내면서, 나 스스로 내 사랑이 가장 곱게 빛난다 싶은 사진만 찍습니다.


  꿈을 깨고 새롭게 아침을 맞이합니다. 오늘은 어제와 다른 하루입니다. 어제는 오늘과 같지 않습니다. 오늘 하루를 두루 누린 뒤 다시 잠이 들어 꿈을 꾼 뒤, 이튿날 아침을 다시 맞이할 적에도 이튿날 아침은 새로운 하루입니다. 언제나 새롭게 누리는 하루이고, 언제나 새롭게 맞이하는 아침입니다. 날마다 사진을 찍으나 날마다 새롭게 즐기면서 찍는 사진입니다. 날마다 찍는 사진은 날마다 똑같이 되풀이하듯이 찍는 사진이 아니라, 날마다 새로운 하루인 줄 느끼면서 새로운 눈빛을 밝혀서 찍는 사진입니다.


  똑같은 곳에 찾아가서 똑같은 때에 똑같은 장비를 갖추어 사진을 찍는다고 생각해 봅니다. 똑같은 사진이 나올 수 있을까요? 날마다 똑같은 마음과 생각이라면, 참말 똑같은 사진이 나올 수도 있으리라 느낍니다. 그러나, 날마다 새로운 하루라고 느낀다면 날마다 새롭다 싶은 사진을 얻어요. 날마다 새롭게 태어나면서 맞이하는 하루라고 느낀다면 날마다 언제나 새롭구나 싶은 사진을 차근차근 빚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서 즐겁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가장 좋아하는 일이나 놀이를 즐기면서 활짝 웃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가장 기쁜 때에 사진기를 꺼내어 찰칵 찍으면서 환하게 노래합니다.


  사진과 함께 있어서 내 마음이 가장 기쁘게 타오를 때에 이야기 하나를 남길 수 있도록 사진을 찍습니다. 사진과 함께 있기에 내 사랑이 가장 맑고 따스할 때에 꿈 하나를 적바림할 수 있도록 사진을 찍습니다. 4347.8.12.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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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30. 사진비평이란



  나는 2007년부터 ‘사진책도서관’이라는 곳을 열어서 꾸립니다. 한국에서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않던 일이었고, 꾀하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사진책으로 도서관을 연다는 생각은커녕 ‘사진책 한 권 장만하기’조차 아직 그다지 자리잡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은 새로운 사진장비로 갈아타는 일은 흔히 하지만, 마음을 밝히거나 눈빛을 키우는 사진책을 즐겁게 장만하는 일은 흔히 안 합니다.


  사진책도서관을 연 뒤부터 저절로 ‘사진비평’을 씁니다. 그러나, 사진과 얽힌 글을 쓸 적에 ‘사진비평’을 쓴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진이야기’를 쓴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지 비평을 쓰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우리 삶을 이루는 생각을 밝히려 할 때에 이야기가 됩니다. 우리 사회와 문화가 무엇인가 밝혀서 틀을 지으려고 할 때에 비평이 됩니다.


  이야기와 비평은 다릅니다. 한국말사전에서 ‘비평(批評)’이라는 낱말을 찾아보면, “사물의 옳고 그름, 아름다움과 추함 따위를 분석하여 가치를 논함”을 뜻한다고 나옵니다. 옳고 그름이나 아름다움이나 미움을 살펴서 말하는 일이란 바로 ‘틀짓기’입니다. 틀에 따라서 말하기에 옳거나 그르다고 나누지요. 사진비평을 한다고 할 적에도 어쩔 수 없이 틀에 따라 나누면서 이런 갈래와 저런 흐름에 맞추어 아름답다거나 밉다거나 하고 잘라서 말해야 합니다.


  창작이 있으면 비평이 있기 마련입니다. 창작을 놓고 이렇게 비평하거나 저렇게 비평하면서, 창작한 사람한테 반갑거나 아쉬운 대목을 건드려서, 앞으로도 씩씩하고 힘차게 창작 한길을 걸어갈 수 있기를 바라기 마련입니다.


  이야기란 무엇일까요? 사진이야기를 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는 셈일까요?


  사진을 이야기한다면, 삶을 이야기한다는 뜻입니다. 사진을 찍는 삶과 사진을 읽는 삶을 이야기한다는 뜻입니다. 무엇을 사진으로 찍을까요? 아주 마땅히 ‘삶’을 사진으로 찍습니다. 삶이 없다면 사진도 없습니다. 삶이 있기에 사진도 있습니다. 어느 갈래 사진을 찍든 삶을 찍습니다. 연출을 하거나 만드는 사진이라 하더라도 우리가 누리거나 가꾸거나 맞이하는 삶이 있기에, 이 삶에 따라 어떤 모습을 사진으로 빚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사진책을 잘 안 삽니다. 사진비평을 담은 책은 더더욱 안 삽니다. 그러면, 사진책도 사진비평책도 안 사는 사람들이 잘못하는 셈일까요? 어느 모로 보면 그렇다고도 할 만하지만, 이보다는 사진비평이 이제껏 안 아름다운 길을 걸어왔기에 자꾸 사람들하고 멀어진다고 느낍니다. 사진비평이 새롭게 태어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사람들은 사진장비에만 마음을 둘 뿐, 사진책과 ‘사진찍기·사진읽기’에는 마음을 못 두리라 느낍니다. 그래서 나는 사진이야기를 씁니다. 사진 작품을 앞에 놓고 이런 틀과 저런 틀로 가르거나 쪼개어 ‘한국말도 아닌 뒤죽박죽 영어와 일본 한자말로 어수선한 비평’을 쓰지 말고, ‘사진이 우리 삶과 어떻게 이어졌으며, 사진 한 장이 어떤 삶에서 태어나 우리한테는 어떤 삶으로 스며드는가 하는 이야기’를 쓰자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비평’이 옳고 그름을 가르는 틀을 밝히는 말이 아닌, 삶을 밝히는 말로 거듭나야 한다고 느낍니다. 지식과 이론으로만 따지는 ‘비평’이 아니라, 삶을 사랑하고 가꾸면서 즐겁게 누리는 ‘이야기’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느낍니다.


  누구나 스스럼없이 사진을 이야기할 때에 아름답습니다. 풋내기도 사진을 즐겁게 이야기하고, 오랫동안 사진길을 걸어온 이도 흐뭇하게 사진을 이야기할 때에 아름답습니다. 가방끈이 길더라도 쉽고 깨끗한 말로 사진을 이야기할 때에 아름답습니다. 허물도 울타리도 없이 서로 어깨동무하는 삶을 이루도록 하는 이야기가 꽃으로 피어날 때에 아름답습니다. 4347.8.6.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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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31. 사진을 왜 찍는가



  사진을 찍을 때마다 ‘사진을 왜 찍는가?’ 하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이런 생각을 어느 겨를에 하느냐 하면서 사진찍기에만 바쁠 수 있습니다. 자, 우리는 어느 쪽에 서서 사진을 찍을까요?


  사랑을 할 때마다 ‘사랑을 왜 하는가?’ 하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이런 생각을 어느 틈에 하느냐 하면서 사랑하기에만 바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하기에만 바쁠 수 있을까요? 아이를 사랑한다는 어버이가 ‘사랑하기에 바빠’서 왜 아이를 사랑하는지 생각조차 안 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요?


  우리는 누구나 늘 언제 어디에서나 숨을 쉽니다. 참말 누구나 늘 언제 어디에서나 숨을 쉬는데, ‘숨을 왜 쉬는가?’ 하고 생각하면서 숨을 쉬지는 않는 듯합니다. 나 스스로도 ‘숨을 왜 쉬는가?’ 하고 생각하면서 모든 숨을 하나하나 헤아리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코가 어릴 적부터 아주 안 좋은 채 살아온 탓에, 숨쉬기가 그리 쉽지 않습니다. 축농증 수술을 어떻게 하는지 어릴 적에 지켜본 뒤 너무 무섭고 끔찍하다고 느껴 수술을 받지 않았고, 도시에 머물면 코가 괴롭습니다. 시골에서 지내며 언제나 즐겁게 숨을 쉽니다. 그러니까, 나는 숨을 쉴 적에 웬만하면 한 차례 두 차례 모두 느끼면서 숨을 쉽니다. 내 코가 튼튼한 채 태어났으면 아마 숨쉬기를 느끼지도 생각하지도 살피지도 않으면서 숨을 쉬었을는지 몰라요. 나는 안 좋은 코를 타고나면서 바람맛과 바람내음을 느끼는 몸으로 살아갑니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늘 생각합니다. 무엇을 생각하느냐 하면 ‘사진을 왜 찍는가?’ 하고 생각합니다. ‘사진이란 무엇인가?’도 나란히 생각합니다. 하루에 삼백 장을 찍으면 ‘사진을 왜 찍는가?’ 하는 생각을 삼백 차례 합니다. 아무 생각이 없이 사진찍기에 바쁠 적이 아예 없지는 않으나, 아무 생각이 없이 사진만 찍어댔을 적에는 내 마음에 들거나 내 마음을 건드리거나 내 마음에 남을 만한 사진이 거의 없었다고 느낍니다. 스스로 ‘사진을 왜 찍는가?’ 하고 제대로 생각하고 살피면서 찍을 때에 비로소 내 마음에 드는 사진이 태어난다고 느껴요.


  물을 마시면서 생각합니다. 이 물이 내 몸이 되어 내가 늘 맑으면서 밝은 숨결이 되도록 하는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밥을 먹으면서 생각합니다. 내가 먹는 밥은 수많은 목숨이 어우러진 예쁜 빛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하고 노래를 부르며 생각합니다. 내가 부르는 노래는 아이들한테 불러 주는 노래이기 앞서 누구보다 나를 가꾸고 살찌우는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생각해 보셔요. ‘사진을 왜 찍는가?’ 하고. ‘나한테 사진이란 무엇인가?’ 하고. 4347.8.6.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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