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54. 우리 집에서 사진



  사진은 어디에서나 찍습니다. 사진은 언제나 찍습니다. 사진을 찍기에 더 나은 곳은 없습니다. 이를테면, 제주 강정마을에 가야 더 돋보이는 사진을 얻지 않습니다. 밀양에서 송전탑 때문에 아픈 이웃을 만나야 더 아름다운 사진을 얻지 않습니다. 가을 들녘에 서도 얼마든지 사진을 얻습니다. 지리산이나 설악산이나 한라산이나 백두산이나 오대산이나 금강산에 가야만 사진을 얻지 않습니다. 우리 마을 뒷산에 올라도 얼마든지 사진을 얻습니다. 왜냐하면, 사진에는 이야기를 담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는 하나도 없는 채 그럴듯하게 찍는 일은 사진이 되지 않습니다.


  ‘금강송을 더 멋있게 찍겠노라 하면서 다른 금강송이 걸거친다는 까닭을 대며 함부로 금강송을 베어내고 사진을 찍은 사람’이 있습니다. 사진 한 장을 더 비싸게 팔려는 생각으로 큰 금강송만 남기고, 작은 금강송을 베었다고 하지요. 작은 금강송이 큰 금강송을 가려서 ‘사진 구도가 안 나오기에 베었다’고 하지요. 그런데, 이런 일이 뜻밖에 꽤 자주 있다고 해요. 멋지게 보이는 나무를 사진으로 담으려고 둘레에 있는 나무를 벨 뿐 아니라, 숲에 깃든 예쁜 새나 다람쥐를 사진으로 담으려고 새 다리나 다람쥐 발에 본드를 발라 나뭇가지에 붙이기도 한다는군요. 그러고 보면, 큰나무에 구멍을 파고 둥지를 지은 새를 사진으로 담으려 하면서 나무를 옆에서 잘라내고 아크릴판을 대어 불을 펑펑 터뜨리면서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어요.


  사진이란 무엇일까 궁금합니다. 그럴듯하게 보여주거나 멋있게 보여주면 다 ‘사진’이 될는지 궁금합니다. 작가라는 이름을 얻거나 작품이라는 이름을 내세우려고 하는 이들은 왜 나무도 새도 숲도 괴롭히거나 들볶으려 하는지 궁금합니다.


  그러고 보면, 나무를 괴롭히며 나무를 사진으로 담는 사람이라면, 사람을 찍을 적에도 사람을 괴롭히면서 사진으로 담으려 하겠구나 싶습니다. 사진을 처음 배울 적에 제대로 못 배운 탓에, 마음가짐과 생각밭을 아름답거나 사랑스레 다스리지 못한 모습이라고 하겠습니다.


  장비 솜씨나 멋진 그림으로는 사진을 찍지 못합니다. 사진을 찍으려면, 무엇보다 먼저 마음을 아름답게 다스릴 수 있어야 합니다. 스스로 마음과 생각과 삶을 아름답게 다스린 뒤에라야 비로소 사진기를 손에 쥐어야 합니다. 글을 쓰건 시골에서 흙을 만지건 늘 똑같습니다. 착하고 참다우며 고운 넋으로 삶을 짓습니다.


  사진을 찍고 싶다면, 맨 먼저 ‘우리 집’에서 찍기를 바랍니다. 내가 살아가는 곳에서 맨 먼저 사진을 찍기를 바랍니다. 내 모습을 찍어도 되고, 내 형제와 자매를 찍어도 되며, 내 어버이와 아이를 찍어도 됩니다. 아무튼, 사진을 배우거나 찍으려는 분은, 바로 ‘우리 집’ 이야기부터 사진으로 차근차근 담으면서, 사진이 이루는 숨결과 빛과 노래를 읽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첫마음도 끝마음도 한결같이 ‘사랑’이 되도록, ‘우리 집’ 사진을 즐겁게 찍어요. 4347.9.28.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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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53. 한 장이어도 좋아라



  예전에 필름으로만 사진을 찍던 때에, 내가 아무리 잘 찍었어도 현상소에서 필름을 잘못 만지면 꽝 하고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현상소 일꾼은 수많은 사람들이 찍은 수많은 필름 가운데 하나이지만, 나로서는 내가 살아가면서 누린 애틋한 이야기를 갈무리해서 담은 필름입니다. 그래서, 적잖은 사람들은 필름사진은 스스로 현상하고 인화하는구나 싶은데, 손수 현상하고 인화를 하더라도 그만 잘못 만져서 사진을 날릴 수 있습니다. 내가 하든 남이 하든, 사진을 날릴 적에는 똑같습니다.


  디지털파일로 사진을 찍는 요즈음, 이웃이 ‘사라진 사진 되살리는 풀그림’을 알려주었습니다. 메모리카드에서 지워지거나 사라진 사진을 새록새록 되살리는 풀그림이 있더군요. 처음에는 깜짝 놀랐으나, 이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우리가 쓰는 컴퓨터도 이와 같아요. 파일을 지운다고 하더라도 자국이 남는다고 해요. ‘포맷’을 해도 웬만큼 되살릴 수 있다지요.


  얼마 앞서 잘못 손을 놀리는 바람에, 아직 컴퓨터로 옮기지 않은 ‘메모리카드에 있는 사진’을 그만 수백 장 날렸는데, ‘사라진 사진 되살리는 풀그림’으로 모두 되찾았습니다. 허허 하고 웃으면서 문득 생각했어요. 이 사진은 내 눈앞에서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사진은 오직 내 마음에만 남을 수 있습니다. 사라진 사진이란, 이웃한테 보여주지 못할 사진이거나 아이들한테 남겨 주지 못할 사진이라 할 테지만, 내 마음에는 언제까지나 그대로 있어요.


  날마다 사진을 새롭게 찍으면 날마다 새로운 사진이 쌓입니다. 그러나, 예전에 찍은 사진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켜켜이 쌓인 자리에 고스란히 있습니다. 어느 날 문득 지난 어느 모습을 떠올리면, 그무렵 즐겁거나 애틋했던 이야기가 모두 넘실넘실 되살아납니다.


  집에 불이 나서 모두 불길에 타서 사라진다 하더라도 씩씩하게 새로 일어서는 사람이 많아요. 일이 잘못되어 돈도 집도 모두 사라진다 하더라도 꿋꿋하게 다시 일어서는 사람이 많아요. 이들은 어떻게 씩씩하거나 꿋꿋할 수 있을까요? 이들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기에 이렇게 새로 힘을 차릴 수 있을까요?


  바로 꼭 한 가지가 가슴에 있기 때문이지 싶어요. 즐겁게 누린 사랑을 가슴에 한 가지 담았기에, 두 손은 빈털터리라 하더라도 마음은 넉넉하니까, 얼마든지 다시 일어서거나 새로 일어설 만하지 싶어요.


  사진은 한 장이어도 좋습니다. 애써 찍은 사진이 모두 사라지더라도, 꼭 한 장만 있어도 좋습니다. 그예 마지막 사진 한 장마저 사라지더라도 좋습니다. 왜냐하면, 내 손에서 사진을 모두 빼앗더라도 내 마음에 아로새긴 사진은 지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지우려 해도 깊이 아로새겼기에 지워질 수 없습니다. 4347.9.2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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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52. 몇 장을 찍어야 건지는가



  마음에 드는 사진을 ‘건지려’면 몇 장을 찍어야 할까요?


  한번 생각해 볼 노릇입니다. 우리는 어떤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서 남긴다고 할 적에, 몇 장쯤 찍어야 제대로 된 사진을 얻을까요?


  이를테면, 내가 기자가 되어 누군가를 만난 뒤 사진을 찍어 글이랑 사진으로 이야기를 엮어야 한다고 할 적에, 사진은 몇 장쯤 찍어야 ‘이야기로 엮을 때에 넣을 사진으로 쓸’ 만할까요?


  운동경기를 하는 곳에서 사진을 찍는 기자를 보면 참으로 많이 찍습니다. 정치인을 취재하는 기자를 보면 이들도 참으로 많이 찍습니다. 그런데, 운동경기이든 정치인이든, 이런 사진을 수없이 찍으면서 막상 쓰는 사진은 한 장이나 두 장입니다. 다른 사진은 그때에 안 쓰고 자료로 남긴다고 여길는지 모르나, 그때에 안 쓰고 자료로 남기는 사진은 앞으로도 안 쓰기 일쑤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나중에 자료로 삼으려고 두는 사진 가운데 자료 구실을 하는 사진은 아주 드뭅니다.


  사진을 찍으려면 ‘이야기가 흐르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을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이야기가 흐르지 않는데, 이런 구도로 찍거나 저런 구도로 찍는다 해서, 사진이 더 멋있어 보이지 않습니다. 구도만 다를 뿐 모두 똑같은 사진이 됩니다. 구도만 달리할 적에는 아무런 느낌이 살아나지 않습니다.


  우리가 쓰는 사진은 언제나 하나입니다. 벽에 붙이거나 지갑에 넣는 사진은 언제나 하나입니다. 그러니, 사진을 찍을 적에는 잘 살피고 바라볼 수 있어야 해요. 무엇을 사진으로 찍고 싶은지 잘 생각해야 해요. 다시 말하자면, 사진으로 찍기 앞서 ‘누군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적에 ‘누군가하고 어떤 삶을 속삭이면서 즐거운 꿈을 나누려’ 하는가를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진은 흔들려도 됩니다. 초점이 어긋나도 됩니다. 이야기가 있으면 됩니다. 안 흔들리거나 초점이 잘 맞았어도, 사진에서 이야기를 끌어낼 수 없다면, 이 사진은 도무지 못 쓸 사진이 되고 맙니다.


  사진을 자료로 두지 말아요. 자료로 둘 생각을 하지 말고, 처음부터 ‘사진기를 꼭 들어야 할 때’에만 즐겁게 느껴서 즐겁게 단추를 눌러요. 4347.9.2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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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4-09-25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마구 찍다 지우려면 다 아깝던데요

숲노래 2014-09-25 13:17   좋아요 0 | URL
다 마음에 남으니 괜찮습니다 ^^
 

사진 찍는 눈빛 51. 함께 짓는 사진



  사진 한 장을 함께 짓습니다. 어떻게 함께 지을 수 있을까요?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이 서로 한마음이 되기에, 사진 한 장을 함께 짓습니다. 밥 한 그릇을 함께 짓습니다. 어떻게 함께 지을 수 있을까요? 끓이는 사람과 먹는 사람이 서로 한마음이 되니, 밥 한 그릇을 함께 짓습니다.


  사진을 찍으면서 즐겁습니다. 나 스스로 찍고 싶은 모습을 찍을 수 있기에 즐겁고, 내가 즐겁게 찍은 모습을 이웃이나 동무한테 즐겁게 보여주어 읽힐 수 있어 즐겁습니다. 사진이 즐겁다면, 찍는 즐거움과 읽는 즐거움이 함께 있기 때문입니다.


  즐거움은 언제나 나란히 흐릅니다. 외곬로 흐르는 즐거움은 없습니다. 그러니까, 찍는 즐거움만 있지 않으며, 읽는 즐거움만 있지 않아요. 찍는 즐거움만 앞세워서 찍으려 한다면 사진이 아닙니다. 읽는 즐거움만 앞세워서 읽으려 한다면 사진이 아니에요. 두 가지를 늘 함께 헤아리면서 사진을 이룹니다. 찍기와 읽기를 함께 아우르면서 사진이 빛납니다.


  주면서 받는 사랑입니다. 받으면서 주는 사랑입니다. 사랑을 나눈 사람은 모두 잘 알리라 생각해요. 내가 너한테 사랑을 주려 하면 이 사랑은 언제나 나한테 고스란히 곧바로 돌아옵니다. 내가 너한테서 사랑을 받으려 하면 이 사랑은 언제나 너한테 고스란히 곧바로 돌아갑니다.


  사진을 찍는 마음은 사랑입니다. 주고 또 주고 다시 주어도 새롭게 샘솟는 사랑처럼, 찍고 또 찍고 다시 찍어도 새롭게 찍을 수 있는 사진입니다. 그래서, 읽고 또 읽고 다시 읽어도 새롭게 읽을 수 있는 사진이에요.


  함께 짓습니다. 함께 짓는 삶을 생각합니다. 함께 짓는 삶을 즐겁게 누리면서 사진기 단추를 누르고, 종이에 얹은 사진을 읽습니다. 마음을 기울여 들어 보셔요. 마음을 기울여 말 한 마디 건네셔요. 우리가 서로 어떤 마음인가 읽고 살피면서, 이 마음이 사진 한 장에 찬찬히 깃들 수 있도록 사랑을 짓습니다. 사랑을 지을 때에 사진이 태어납니다. 4347.9.1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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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50. 그림을 타고난 사람



  그림을 타고난 사람이 있습니다. 글을 타고나거나 사진을 타고난 사람이 있습니다. 밥짓기를 타고난다든지, 자전거를 타고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놀이를 타고나거나 셈하기를 타고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어떤 한 가지를 타고납니다. 때로는 두어 가지를 타고날 수 있고, 어느 때에는 모든 것을 타고날 수 있습니다.


  하루하루 살면서 어른이 되는 사이, 내가 어릴 적에 보여준 타고난 솜씨를 잃을 수 있습니다. 오직 대입시험 공부만 시키는 학교를 다니다가 내 타고난 솜씨를 잊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모든 사람한테 똑같이 타고난 것이 있어요. 바로 ‘사랑’입니다. 우리는 이런 재주나 저런 솜씨가 있거나 없거나 그리 대수롭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달리기가 느리거나 힘이 여리더라도, 누구나 가슴속에 사랑을 안고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달리기가 느리지만 사랑이 있어 아름답습니다. 힘이 여리지만 사랑이 있어 즐겁습니다.


  사진을 잘 찍거나 못 찍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잘 찍는 사진이란 무엇일까요? 못 찍는 사진이란 무엇일까요? 기계를 잘 다루기에 잘 찍는 사진이라면, 잘 찍는 사진에는 어떤 이야기가 깃들까요? 잘 찍는 사진이라지만, 이 사진에 아무런 이야기가 없거나, 어떠한 사랑도 감돌지 않는다면 어떤 뜻이 있을는지 궁금해요. 이야기도 없고 사랑도 없다면, 사진을 사진이라고 해도 될는지 궁금해요.


  누구나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잘 그리거나 못 그리는 모습은 대수롭지 않습니다. 스스로 그리고픈 대로 즐겁게 그리면 됩니다. 누구나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잘 찍거나 못 찍는 모습은 대수롭지 않아요. 스스로 찍고픈 대로 사랑스레 찍으면 됩니다. 사진 한 장에 내 사랑을 담아서 찍습니다. 사진 한 장을 내 사랑으로 읽습니다. 4347.9.1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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