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69. 내 마음에 드는가 살피기



  누구나 마음에 드는 일을 할 때에 즐겁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을 하면서 즐거울 수 없습니다. 마음에 드는 일이라면 언제나 스스로 나서서 합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라면 억지로 돈을 쥐어 주어야 비로소 시킬 수 있습니다.


  찍고 싶은 사진이라면 누구나 스스로 찍습니다. 따로 시키는 사람이 없어도 스스로 나서서 찍습니다. 찍고 싶지 않은 사진이기에 남이 시킬 때에 비로소 찍습니다. 돈을 벌어야 한다든지, 신문이나 잡지를 내야 해서 찍는 사진이기에 누군가 이런 사진을 찍거나 저런 사진을 찍으라고 시킵니다.


  남이 시키기에 찍는 사진일 때에는 즐겁지 않습니다. 남이 시키니까 찍는 사진일 때에는 발돋움하지 않습니다. 남이 이런 사진을 찍어 달라고 바라더라도 스스로 마음이 움직여서 찍어야 비로소 즐겁습니다. 남이 저런 모습도 찍어 달라고 말하더라도 스스로 마음을 움직이고 생각을 밝혀서 찍어야 비로소 발돋움합니다.


  사진을 많이 찍어 보았기에 잘 찍지 않습니다. 이른바 ‘경험이 많은 사람’이 사진을 잘 찍지 않아요. 사진을 찍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이녁 마음이 움직일 때에 스스럼없이 사진기를 손에 쥐면, 꼭 한 장만 찰칵 하고 찍어도 아주 아름다우면서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담은 사진을 얻습니다.


  아이들이 먹을 밥을 어떻게 짓는지 헤아려 보셔요. 아이들만 먹는다고 여겨 간을 안 보거나 아무렇게나 지을 수 없습니다. 내가 안 먹는 밥을 짓는다고 할 적에 ‘내가 안 먹으니’까 간을 안 보거나 아무렇게나 지을 수 없습니다. 내가 안 먹는 밥을 차려서 건넬 적에도 ‘내가 맛있게 먹을 만한 밥’으로 지어서 건네야 즐겁습니다.


  집을 잘 짓는 나무장이는 언제나 ‘나무장이 스스로 살고 싶거나 살 만한 집’을 짓습니다. 이 집에서 누가 어떻게 살는지 모르는 채 집을 짓지 않습니다. 예부터 어버이가 바느질로 옷을 지어서 아이한테 입힐 적에도 ‘옷을 입을 아이’를 내내 마음으로 그리면서 손을 놀립니다.


  사진을 찍는 우리들은 언제나 마음으로 생각을 기울여야 합니다. 내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생각하고, 내 마음이 무엇을 바라보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누구한테 보여주려고 찍는 사진인지 생각하며, 스스로 마음에 들도록 찍는 사진인지 살필 수 있어야 합니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사진을 이웃이나 동무한테 건넬 수 없어요.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서 겉으로만 그럴듯하게 보이도록 찍는다면, 이런 사진은 기쁨도 슬픔도 이야기도 아름다움도 길어올리지 못합니다. 4347.10.23.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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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68. 부르는 소리를 듣자



  귀를 기울일 수 있으면 소리를 듣습니다. 눈길을 그러모을 수 있으면 빛깔과 무늬를 봅니다. 마음을 모을 수 있으면 사랑을 느낍니다. 팔다리를 움직일 수 있으면 온몸으로 맞아들입니다.


  둘레에서 아무리 시끄러운 소리가 넘친다 하더라도, 내가 들으려고 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참말 내가 들으려고 하는 소리만 가려서 듣습니다. 시끄러워서 다른 소리는 못 들을 수 있지만, 시끄럽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기에 다른 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못하는 셈입니다. 이것저것 어수선하거나 온갖 사람이 많아서 내가 찾아야 할 사람을 못 찾을 수 있으나, 이것저것 어수선하거나 사람이 많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탓에 내가 찾으려는 사람을 못 찾는 셈입니다.


  어버이라면 제 아이가 어디에 있든 바로 알아차립니다. 수많은 아이한테 둘러싸여도 제 아이를 바로 한눈에 알아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아이라면 제 어버이가 어디에 있든 곧장 알아내요. 수많은 어른한테 둘러싸여도 제 어버이를 곧장 한달음에 알아냅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시끄러운 소리가 있어도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사람입니다.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은 어수선한 곳에 있어도 내가 바라보려고 하는 곳을 똑똑히 바라볼 수 있는 사람입니다.


  아무 모습이나 사진으로 찍을 수 없습니다. 스스로 바라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습니다. 아무 이야기나 사진으로 담을 수 없습니다. 스스로 길어올려서 즐겁게 가꾸는 삶을 이야기 하나로 갈무리해서 사진으로 담습니다.


  귀를 기울여 듣습니다. 풀 한 포기가 들려주는 노래를 듣습니다. 마음을 기울여 듣습니다. 먼 데서 사는 이웃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생각을 기울여 듣습니다. 하늘과 바람과 흙과 해와 별이 들려주는 꿈을 듣습니다. 우리가 찍는 사진에는 온갖 노래와 이야기와 꿈이 서립니다. 4347.10.23.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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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67. 그저 홀가분하게 놀듯이



  사진을 찍을 적에는 그저 홀가분하게 놀듯이 사진기를 손에 쥡니다. 다른 어느 것에도 얽히거나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놀 적에 어떤 마음이거나 몸가짐인지 가만히 헤아리면서, 사진 찍는 매무새를 다스립니다.


  나는 브레송이나 살가도처럼 사진을 찍을 까닭이 없습니다. 나는 쿠델카나 카파처럼 사진을 찍을 까닭이 없습니다. 나는 이런 사람이나 저런 사람처럼 사진을 찍을 까닭이 없습니다. 나는 늘 언제 어디에서나 나답게 사진을 찍습니다.


  훌륭하거나 멋지거나 아름답게 사진을 찍은 이웃이 있으면, 사진이웃이 빚은 훌륭하거나 멋지거나 아름다운 이야기를 한껏 누려요. 기쁘게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선 이곳에서 오늘 마주할 즐거우면서 기쁜 이야기를 살펴봅니다.


  내 사진이 ‘내 사진’이 되려면, 내 사진을 언제나 나답게 찍어야 합니다. 내가 찍은 사진에서 ‘쿠델카스러움’이나 ‘브레송다움’이 드러난다면, 이 사진은 누가 찍은 누구 사진이 될까요? 다른 사람이 찍은 사진을 흉내낼 까닭은 하나도 없어요. 다른 사람이 찍은 사진에서 배울 수는 있으나, 배움이란 따라하기나 흉내내기가 아닙니다. 배움이란 ‘사진을 찍는 넋과 슬기와 사랑과 꿈’을 기쁘게 맞아들이는 일입니다.


  그저 홀가분하게 놀듯이 사진을 찍습니다. 노는 아이들을 눈여겨보셔요. 어떤 아이도 다른 아이를 흉내내지 않습니다. 모든 아이는 저마다 다르게 놉니다. 잘 달리는 아이가 있고, 걸음이 느린 아이가 있습니다. 걸음이 느리거나 몸이 굼떠서 자꾸 술래가 되는 아이가 있을 테지요. 술래가 되면 어떨까요? 서운할까요? 아닙니다. 술래가 되면 그저 술래가 될 뿐입니다. 술래가 되든 술래에서 벗어나든 아랑곳할 일이 없어요. 왜냐하면 아이는 그저 신나게 ‘놀이’를 한껏 누리거든요.


  노는 아이는 놀이를 누려야 합니다. 사진을 찍는 나는 내 사진을 누려야 합니다. 내 삶을 바라보셔요. 내 삶을 읽으셔요. 내 삶을 생각하고, 내 삶을 사랑하셔요. 그러면, 사진은 저절로 곱다라니 태어납니다. 4347.10.1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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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66. 사진에 함께 깃들어



  어떤 마음으로 밥을 짓느냐에 따라 밥맛이 달라집니다. 즐겁게 노래하면서 밥을 지으면 밥맛에 즐거운 노래가 깃듭니다. 고단하게 억지로 밥을 지으면 고단하며 억지스러운 숨결이 깃듭니다. 어떤 밥을 먹고 싶은가 하고 스스로 생각해야 합니다. 맛나면서 즐겁게 먹고 싶은지, 고단하면서 아무렇게나 배만 채우고 싶은지 곰곰이 생각해야 합니다.


  어떤 마음으로 글을 쓰느냐에 따라 글넋이 달라집니다. 기쁘게 꿈을 꾸면서 글을 쓰면 글줄마다 기쁜 꿈노래가 흐릅니다. 돈을 벌 마음으로 꾸역꾸역 글잣수를 채우면 겉보기로는 그럴듯해 보이는 글줄이라 하더라도 이웃을 따사로이 보듬는 기운은 조금도 안 깃듭니다.


  어떤 마음으로 사진기를 손에 쥐는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어떤 장비를 손에 쥐든 다 똑같습니다. 장비가 더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마음이 맑지 못하면 사진이 흐릿합니다. 값비싼 장비를 손에 넣었어도 마음이 착하지 못하거나 참답지 않다면 사진이 어설프거나 어리숙하기 마련입니다.


  즐겁게 마음을 북돋아 밥을 짓듯이, 즐겁게 마음을 가꾸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기쁘게 마음을 살찌워 글을 쓰듯이, 기쁘게 마음을 돌보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사진에 함께 깃드는 기운을 살핍니다. 사진에 함께 깃들 사랑을 헤아립니다. 사진은 ‘그럴듯하게 보여주는 모습이나 기록이나 그림’이 아닙니다. 사진은 너와 내가 함께 가꾸는 즐거운 사랑이요 꿈이며 노래입니다. 4347.10.1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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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65. 주고받는 선물이 되어



  사진을 찍고 나서 사진에 찍힌 사람한테 건넵니다. 사진에 찍힌 사람은 ‘언제 이런 모습을 찍었니?’ 하고 물으면서 반깁니다. 함께 어울리던 즐거운 나날을 사진 한 장 앞에 놓고서 가만히 그립니다. 사진 한 장이 징검다리가 되어 두 사람 사이에 새로운 이야기를 길어올립니다. 사진이 없었으면 지난 어느 한때를 그저 스쳐 지나가듯이 잊을 뻔했으나, 사진이 있기에 지난 어느 한때를 새록새록 되새깁니다.


  사진이 걸어온 길을 생각합니다. 사진을 문화나 예술로 여겨, 사진문화를 끌어올리거나 사진예술을 밝히려고 힘쓴 분이 제법 많습니다. 사진으로 이렇게도 찍고 저렇게도 찍으려고 그야말로 온힘을 기울인 분이 퍽 많습니다. 이 많은 분들이 흘린 땀방울이 있어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넉넉하게 누린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진문화와 사진예술은 처음부터 들여다보지 않는 사람이 훨씬 많습니다. 사진이라 한다면, 서로 주고받는 선물로만 여기는 사람이 아주 많아요.


  그림도 이와 같습니다. 그림은 문화나 예술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그리지 않습니다. 삶을 밝히고 사랑을 속삭이는 아름다운 이야기인 터라 즐겁게 그림을 그립니다. 사진 또한, 삶을 밝히고 사랑을 속삭이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되기에, 아주 많은 사람들은 사진문화나 사진예술은 모르는 채 즐겁게 사진을 누립니다.


  놀러가서 찍습니다. 놀면서 찍습니다. 술 한잔을 마시는 어른들이 하하호호 웃으면서 흐트러지거나 망가진 모습이 재미있다면서 찍습니다.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가 이 예쁜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놓치지 않으려고 눈을 밝히면서 찍습니다. 늙은 어버이를 뒤늦게 알아보고는 늙은 어버이가 아직 살아서 우리 곁에 있는 모습을 바지런히 찍습니다. 우리 동네를 찍고, 멋진 곳에 나들이를 가서 찍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찍고, 새롭거나 남달라 보이는 것을 찍습니다.


  사진을 찍는 거의 모든 사람들은 스스로 삶을 새롭게 바라보기에, 사진 한 장 새삼스레 찍어서 ‘내가 나한테 스스로 선물하는 하루’를 즐깁니다. 또는 ‘나한테 가장 살갑고 사랑스러운 이웃한테 선물하는 하루’가 되기를 바라면서 사진을 즐겨요.


  따로 문화나 예술로 끌어올려도 되는 사진입니다. 처음부터 문화나 예술은 헤아리지 않고, 삶을 누리거나 즐기거나 가꾸는 길벗으로 삼아도 되는 사진입니다. 어떠한 사진을 하든, 우리는 서로 아름답게 주고받는 선물로 사진을 만납니다. 4347.10.1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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