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글쓰기


 이명박 대통령을 비꼬거나 손가락질한대서 달라질 일이 없습니다. 이모저모 크게 잘못하니 비꼴 만하고 손가락질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명박을 비꼬거나 손가락질한대서 내 속이 후련해지지 않으며, 내 삶이 나아지지 않습니다. 입시지옥이 어떻게 말썽거리요, 한미자유무역협정 때문에 우리 터전이 어떻게 되겠다며 걱정하는 일은 옳습니다. 다만, 근심과 걱정으로는 내 삶을 일구지 못합니다.

 내 하루를 어떻게 돌보아야 좋을까를 생각해야 합니다. 내 삶을 아름다이 여미는 길을 걸어야 합니다. 내 사랑을 착하게 다스리면서 나누는 꿈을 키워야 합니다.

 나는 나부터 생각하는 사람으로 살면서, 내 둘레 사람들한테 생각하는 길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비아냥과 비꼬기를 그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근심과 걱정을 접을 수 있기를 꿈꿉니다. 사랑을 생각하고 삶을 살필 수 있으면 기쁘겠습니다. 꿈을 북돋우고 웃음이랑 눈물을 서로 나눌 수 있으면 반갑겠습니다.

 책이야기를 느낌글로 쓰면서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이만 한 책 하나 차근차근 살필 줄 알기를 바라며 글을 씁니다. 사람들이 이만 한 책을 이녁 보금자리와 가까운 책방으로 몸소 마실을 하며 들여다보기를 꿈꾸며 글을 씁니다. 사람들이 저마다 아끼는 책을 읽는 동안 참다움·참함·아름다움을 헤아리면 좋겠다고 여기며 글을 씁니다. 앎조각에 얽매이지 말며, 글쓴이 이름값이나 출판사 힘줄에 붙잡히지 않기를 비손하면서 글을 씁니다. 좋은 삶을 생각하면서 좋은 넋을 돌보는 사람이 되면 좋은 말이 솔솔 피어날 테니, 좋은 책으로 좋은 뜻 가꾸자는 좋은 글을 쓰고 싶습니다.

 신간소개·서평·독후감·독서감상문·추천글·추천목록 모두 부질없습니다. 이원수 님과 권정생 님 어린이문학을 간추려 추천목록을 뽑는다 한들 부질없습니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느냐도 대수로우나, 이보다 어떻게 읽어 어떤 내 삶을 일구느냐가 훨씬 대수롭습니다. 추천목록도 서평도 독후감도 아닌 느낌글이어야 합니다. 느낌을 담는 삶글로 거듭나야 합니다. 느낌을 담는 삶글은 사랑글이어야 하고, 느낌을 담는 삶글은 사랑글로 빛나면서 꿈글로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더 좋다는 책이 더 좋을 수 있겠지요. 더 낫다는 책이 더 나을는지 모르지요. 더 좋은 국어사전을 찾거나 더 낫다는 인문책을 읽을 수 있겠지요. 그렇지만, 더 나은 사랑이나 사람이나 삶이란 없습니다. 오직 나한테 하나뿐인 사랑과 사람과 삶이 있습니다. 내 사랑을 아끼고 내 사람을 얼싸안으며 내 삶을 보듬으면 됩니다. 내 사랑을 느끼고 내 사람을 생각하며 내 삶을 헤아리면 됩니다. (4344.12.2.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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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백꽃 글쓰기


 이웃집에는 동백꽃이 소담스레 피었다. 마을 앞 큰길 버스타는곳 둘레에도 동백꽃이 예쁘게 피었다. 우리 집이라고 볕이 잘 안 드는 데가 아닌데 좀처럼 동백꽃 봉우리가 열리지 않더니, 이제 슬슬 필 낌새이다. 하루나 이틀쯤 뒤면 흐드러지게 피어날 동백꽃 봉우리 하나를 본다. 다른 봉우리도 첫 봉우리에 이어 활짝 피어나겠구나 싶다.

 동백나무 곁 후박나무를 올려다본다. 제법 높이 자라 마당에 조그맣게 그늘을 드리우는 후박나무도 동백나무처럼 어여쁜 꽃을 피우려 애쓴다. 동백꽃 봉우리는 꼭 쥔 주먹처럼 단단하고 야무져 보인다면, 후박꽃 봉우리는 두 손을 반듯이 모은 듯 살짝 길쭉하면서 단단하고 야무져 보인다. 다가오는 십이월에는 동백꽃과 후박꽃이 빛나는 햇살그늘에 기저귀 빨래를 널 수 있겠구나 싶다.

 네 살 아이와 한 살 아이한테 동백꽃 봉우리를 보여준다. 아마, 두 아이한테는 봉우리부터 꽃이 피기까지를 보는 일이 처음이리라. 우리가 얻은 새 보금자리에서 살던 분이 심어 기르던 동백과 후박이 우리한테 선물을 베푼다. 나와 옆지기는 앞으로 언제 흙으로 돌아갈까 모른다만, 우리 두 사람은 우리 아이들한테 어떤 선물을 베풀 수 있을까. 우리 두 사람은 우리 아이들이 낳을 아이들한테 어떤 선물을 물려줄 수 있을까.

 나무 한 그루로 받는 작은 사랑을 생각하자. 나무 한 그루로 건네는 작은 빛줄기를 헤아리자. 나무 한 그루로 오늘 누리는 꿈을 어루만지자. (4344.11.30.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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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원봉사 글쓰기


 요 한 달 사이, 자원봉사로 글을 써서 보내던 지역 누리신문에 더는 글을 보내지 않는다. 애써 글을 써서 보내도 제때 제대로 싣지 않고 쌓기만 해서, 나로서는 도무지 힘을 낼 수 없더라. 글삯을 안 받고 자원봉사로 글을 써서 보내는 마음을 모르기 때문일까.

 글을 쓰지 않는 사람은 글을 쓰는 사람이 글 한 줄에 얼마나 땀을 들여야 하는가를 거의 모르거나 아예 모른다. 손수 밥을 지어 차리고 치우지 않는 사람은, 누군가 밥을 해서 차리는 일이 얼마나 품을 많이 들이고 겨를을 많이 바쳐야 하는가를 거의 모르거나 아예 모른다.

 따지고 보면, 밥은, 먹을 사람이 언제나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아나스타시아처럼 타이가숲에서 스스로 얻을 수 있고, 시골 흙일꾼 할매 할배처럼 구부정한 허리로 일흔이나 여든이나 아흔 나이에도 손수 심고 손수 거두어 손수 차려 먹을 수 있다. 참말, 밥은 스스로 일구고 스스로 거두어 스스로 차려야 한다. 스스로 이루지 않는 밥이란 누구한테나 참다이 밥 구실을 하지 못한다.

 어딘가 갈 때에도 스스로 가야 한다. 스스로 두 다리로 걷거나 스스로 자전거를 몰아야 한다. 자가용을 몰거나 버스·전철을 타서는 안 된다. 스스로 두 다리로 걷거나 스스로 자전거를 타야 한다. 몸으로 겪지 않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몸으로 겪는 일’이 어떠한가를 깨달을 수 없다.

 글을 쓰려면 삶이 있어야 한다. 글을 쓰기 앞서 삶을 일구어야 한다. 글줄에는 글쓴이 온삶이 스며든다. 글쓴이가 익히거나 배우거나 받아들인 앎조각이 글줄에 서리기도 한다. 아마, 오늘날 웬만한 사람들은 앎조각이라 하는 지식·정보를 더 얻으려고 책을 장만하거나 읽으리라. 참말, 앎조각을 더 뽐내거나 선보이는 글이 몹시 많다.

 그러나, 나는 앎조각을 드러내는 글이 아주 싫다. 아주 못마땅하다. 아주 안 내킨다. 나는 앎조각 하나조차 밝히지 않는 글이 좋다. 앎조각 아닌 삶자락 들려주는 글이 반갑다. 앎조각 다스리는 따사로운 사랑과 꿈을 이야기하는 글이 즐겁다.

 글은 사랑일 수밖에 없다. 스스로 살아내는 사랑을 담는 글일 수밖에 없다.

 글은 꿈일 수밖에 없다. 스스로 하루하루 시나브로 이루는 꿈인 글일 수밖에 없다.

 자원봉사 글쓰기를 그만둔 한 달 사이, 똑같은 글을 다른 곳에 똑같이 올리느라 들이는 품이 사라진다. 이제는 애먼 품을 덜 들여도 되기 때문인지, 내 꿈과 내 사랑을 소담스레 싣는 글을 홀가분하게 한 꼭지라도 더 쓸 틈을 얻는다. 이제부터 굳이 자원봉사 글쓰기는 하지 말자고 생각한다. 자원봉사로 쓴 글을 그야말로 고맙게 여기거나 반가이 맞아들이는 곳이 아니라면 자원봉사 글쓰기를 하지 말자. 돈이 없다느니 살림이 어렵다느니 하는 이야기에 홀리지 말자. 글을 쓰는 사람은 굶어죽어도 되니까 자원봉사 글쓰기를 바랄까. 나는 내 삶을 사랑하는 나날을 누리면서 이 이야기를 글로 옮기는 한때가 좋다. (4344.11.25.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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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름과 글쓰기


 인천에서 옆지기와 만나 함께 살아가면서 옆지기가 “시골에서 살자.” 하고 이야기했을 때에 “우리가 갈 만한 시골은 없으리라.” 하고만 대꾸했다. 막상 우리가 예쁘게 살아갈 시골을 찾아볼 엄두를 내지 않았다. 여러 해에 걸쳐 옆지기한테서 말을 듣고 내 발자국을 더듬어 본다. “우리가 갈 만한 시골이 없다”기보다 “우리가 살아갈 시골을 생각하지 않고 바라지 않으며 꿈꾸지 않으니 느끼거나 찾거나 알지 못했을” 뿐이라고 깨닫는다.

 지난여름 인천을 떠나 충청도 멧골자락으로 옮기면서 “시골에서는 기름을 쓸 수밖에 없어요. 기름으로 불을 때야 해요.” 하는 말밖에 못했다. 그렇지만, 참말 기름을 비싼값 치러 장만한 다음 방에 넣을 불로 때야 할까. 나무를 해서 방바닥에 불을 넣을 수는 없는가. 기름도 나무도 아닌 다른 땔감을 마련하거나 찾을 수는 없는가. 나 스스로 생각하고 바라며 꿈꾼다면 틀림없이 찾으리라. 나부터 더 좋아하면서 파고든다면 모를 수 없고 못 찾을 수 없으리라.

 나와 옆지기와 두 아이가 예쁘게 살아갈 보금자리가 되도록 일구자고 생각하고 바라며 꿈꾼다면, 나는 참말 이 집 살림꾼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참 아직 멀고 모자라다. 그러니까, 어떻게 살아야 좋을까 하는 대목을 옳게 느끼거나 헤아리거나 살피지 못한다.

 밥찌꺼기 그러모아 쏟은 자리를 이레 만인가 겨우 땅을 파서 흙으로 덮는다. 왜 나는 처음부터 구덩이를 파서 묻을 생각을 하지 않았는가. 아니, 생각조차 없었고, 스스로 무언지 모를 일에 쫓기듯 애먼 데에 바쁘며 엉뚱하게 힘을 쏟았겠지. 오늘 하루 할 일을 곰곰이 생각하면서 잠들어야 한다. 이듬날 하루 할 일을 가만히 꿈꾸면서 잠들어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집식구랑 하루 동안 어떤 삶을 누릴까 하는 이야기를 조곤조곤 나누어야 한다. 이제부터 천천히 걷자. 물골내기와 울쌓기를 돌아보자. 도서관 책들 곰팡이 먹지 않는 길을 헤아리자. 집에서 스스로 책꽂이를 짜든 누군가한테 맡겨서 짜든, 그저 책을 때려꽂는 책꽂이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기쁘게 누릴 만한 책꽂이가 되도록 생각하자. 집에 들일 옷장은 어떤 크기 어떤 나무일 때에 오래오래 사랑할 만한가를 살피자. 부엌에 놓을 부엌상은 어떤 크기 어떤 길이 어떤 높이로 마련하면 좋을까를 가늠하자. 아이가 아침에 깨어나 저녁에 잠들 때까지 함께 무슨 놀이를 누리면서 지낼까를 곱씹자. 글쓰기로 살아가려 하는 나라면, 나는 어떤 글을 내 기쁨과 웃음을 담아 내 삶을 빛내는 길을 걸으려 하는가를 참말 똑똑히 다스리자. (4344.11.21.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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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가락으로 쓰는 글


 빨래를 하면서 손가락에 힘을 준다. 엊그제 책짐을 나르느라 새벽 한 시 가까이까지 너덧 시간 쉬지 않고 등짐을 날랐더니 이듬날에는 손가락에 힘을 넣을 수 없었고, 이틀째에는 그럭저럭 손가락을 쓸 만하다. 이듬날에는 빨래를 하기 벅찼으나 천천히 꾹꾹 누르며 했고, 아이들 씻길 때에도 아이고 아야 허리야 팔이야 하면서도 차근차근 쓰다듬으면서 씻겼다.

 손가락에 힘이 없으니 책을 부치려고 택배종이에 주소와 이름과 전화번호를 꾹꾹 누르면서 적을 때에 몹시 고단하다. 혼자서 택배종이를 다 쓰려 했으나 끝내 옆지기한테 보내는이 주소는 적어 달라고 이야기한다. 손가락에 힘이 없는 만큼 팔뚝과 손목과 어깨에는 힘이 더 없다. 팔뚝과 손목과 어깨로 힘을 못 쓰는 만큼 등과 허리와 허벅지와 종아리와 다리로 쓸 힘 또한 얼마 없다. 이틀쯤 그저 푹 쉬고 싶으나, 느긋하게 쉬지 못한다. 곰곰이 생각한다. 나는 쉬면서 살아가지 못하는 사람이다. 이러한 내 몸에 따라 천천히 일하면서 몸을 푸는 길을 걸어야 한다. 집안일이건 집밖일이건 천천히 하면서 몸을 맞출밖에 없다. 책등짐을 나를 때에도 다른 일꾼은 담배를 물면서 몇 분 동안 쉬지만, 나는 이렇게 쉴 수 없는 몸이라 등짐 부피를 줄이고 천천히 걸어가면서 쉰다. 더 곰곰이 돌이키니, 군대에서 무거운 베낭과 소총과 탄통 들을 잔뜩 짊어지며 멧길을 걸어야 할 때에도 걷는 빠르기를 조금 줄이는 일이 쉬는 일이었다.

 손가락으로 글을 쓴다. 작은 공책에 손가락으로 글을 쓴다. 하루하루 살아가며 그때그때 겪고 느끼는 이야기를 조금조금 글로 옮긴다. 손가락으로 글을 쓰노라면, 네 살 첫째 아이는 어느새 아버지 곁에 붙어서 저도 글을 쓴다며 제 공책에 글그림을 그린다. 처음 글그림을 그릴 때에는 꼬물꼬물 그림이었는데, 곧 다섯 살 나이에 접어들 첫째 아이는 꽤 글꼴 티가 나는 글그림을 그린다. 곁에서 아이를 바라보며 참 멋지네 예쁘네 하는 말이 절로 튀어나온다. 나는 내 아버지한테서 무엇을 보며 자랐을까. 나는 내 어머니한테서 무엇을 보며 컸을까.

 손가락으로 글을 쓰면서 우리 아이가 손가락과 손마디와 손바닥에 좋은 느낌을 좋은 사랑을 실어 받아들일 수 있기를 꿈꾼다. 손가락으로 글을 쓰면서 오늘 하루 고단한 삶을 마무리짓는 땀방울을 곱게 품에 안자고 다짐한다. 손가락으로 글을 쓰면서 머잖아 우리 집 살림이 시나브로 피면서 책을 잔뜩 쌓은 옛 흥양초등학교 건물과 터를 우리 집숲이자 책숲으로 일구는 날을 맞이할 수 있기를 꿈꾼다. 늦가을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첫째 아이를 자전거수레에 태워 처음으로 면내마실을 다녀왔다. 좋다. 손가락을 움직이는 삶이 좋다. 발가락을 움직이는 삶이 즐겁다. 손가락으로 아이 머리를 감기면서 살며시 쓸어넘기는 결이 좋다. 발가락을 버티며 아이들 안고 시골길 걷는 동안 맡는 풀내음이 고맙다. (4344.11.10.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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