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미래의 책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6
양안다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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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노래책시렁 95


《작은 미래의 책》

 양안다

 현대문학

 2018.3.5.



  마을하고 마을이 나란히 붙기도 하지만, 제법 멀리 떨어지기도 합니다. 마을하고 마을이 나란히 붙으면 살림집이 끝없이 이어지는 모습일 테고, 서로 멀리 떨어진다면, 사이에 숲이나 냇물이나 멧골이나 바다나 못물이 있을 테지요. 모든 마을이 나란히 붙는다면 어떤 살림결이 될까요? 모든 마을이 알맞게 떨어져서 사이에 숲이나 냇물이나 멧골을 둔다면 어떤 살림길로 갈까요? 《작은 미래의 책》에 흐르는 조그마한 어제를 읽습니다. 조그마한 모레를 들려주고 싶은 마음에 앞서 조그마한 어제가 먼저 흘러요. 앞으로 맞이할 날이 그리 밝거나 맑아 보이지 않네 싶은 마음이 글줄에 흐르고, 앞은커녕 오늘 하루를 맞이하기에도 벅차네 싶은 마음이 글자락에 흐르며, 앞을 비롯해서 오늘이든 어제이든 느긋하게 되새길 틈을 못 내는 마음이 글결에 흐릅니다. 우리 앞길은 꼭 밝거나 맑아야 하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앞길을 굳이 안 밝거나 안 맑게 그려야 할 까닭이란 없습니다. 우리가 이루고 싶은 꿈이에요. 우리가 걷고 싶은 길이에요. 우리가 나누고 싶은 사랑이에요. 우리가 펴고 싶은 노래예요. 마을마다 숲을 돌보는 앞날을 그려 봅니다. 마을을 이룬 살림집마다 너른마당을 두면서 해바라기를 누리는 앞살림을 함께 그려 봅니다. ㅅㄴㄹ



저 산을 넘으면 안 된다 / 그것을 알면서도 넘으려는 친구들 / 우리는 벌거벗으면 왜 비슷해 보이는 걸까 (비슷한 정서/12쪽)


서로 잘라내고 싶은 신체 부위에 줄을 그어주었다 산책이라도 나가면 우리는 손을 잡고 걸으며 손금이 구겨지는 소리를 들었다 중요하고 좋아하는 일만 일어나는 세계는 어디에도 없는 걸까 (이상 기후는 세계의 조울증/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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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어머니의 눈물 - 조현옥 시집
조현옥 지음 / 렛츠북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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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노래책시렁 93


《오월 어머니의 눈물》

 조현옥

 렛츠북

 2017.4.15.



  어릴 적에 조그맣게 받은 생채기 하나가 오래오래 갑니다. 때로는 이 조그마한 생채기가 죽는 날까지 이어져요. 생채기를 낸 사람은 제 말짓이나 몸짓이 얼마나 모질거나 끔찍했는가를 알기 어렵습니다. 아니, 알지 못하니 이웃을 들볶거나 동무를 괴롭히거나 작은목숨을 짓밟겠지요. 오늘날 재개발을 한다면서 도시 한켠을 허물고 파헤친다든지, 숲이나 시골을 밀어내어 뭔가 우르르 세우는데요, 이때에 얼마나 많은 개미집이 꼼짝없이 뭉개져서 죽는가를, 흙을 살리던 지렁이나 땅속것이 얼마나 아프게 죽는가를 살피는 손길·눈길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오월 어머니의 눈물》은 1980년 광주 오월이 마음에 생채기로 남은 이야기를 노래로 들려줍니다. 곧 마흔 해가 될 그날인데, 앞으로 마흔 해가 더 흐른다고 해도 이 생채기는 지우기 어려우리라 느껴요. 이런 생채기는 군사독재·한국전쟁·일제강점기·신분제 봉건사회를 죽 아우르면서 사람들 가슴팍에 남습니다. 우리는, 또 이 땅 벼슬아치는, 이런 생채기를 어떻게 바라볼까요? 더 크거나 작은 생채기가 있을까요? 쉬 잊거나 아물지 못하는 생채기를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가를 얼마나 생각할까요? 무럭무럭 크는 나무가 될 수 있습니다. 꽃씨를 심는 손빛이 될 수 있습니다. 자라다가 꺾이더라도 새로 기운을 차릴 수 있습니다. 이제 피어날 때입니다. ㅅㄴㄹ 



겨울 어느 날 / 나는 할머님께 말했다 / 할머니 나무가 바람에 / 몹시 흔들려요. // 그러자 할머니가 대답하셨다. / 저 나무가 / 크고 있는 거란다. (할머니의 말씀/16쪽)


시를 쓴다 / 맨땅에 / 꽃씨를 뿌리듯 // 엄혹한 계절이 / 돌아오면 // 꽃 한 송이로 / 피어나 // 이 땅에 / 향기가 되라고 // 시를 쓴다 / 사람들 가슴마다에 (꽃씨를 심다/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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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를 찾습니다 - 제9회 권정생문학상 수상작
김성민 지음, 안경미 그림 / 창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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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노래책시렁 94


《브이를 찾습니다》

 김성민 글

 안경미 그림

 창비

 2017.6.15.



  함박비가 펑펑 쏟아지던 날, 등짐에 끌짐이면서 이 비를 고스란히 맞고 한참 걸었습니다. 가랑비이든 함박비이든 즐거이 맞으면서 다닙니다만, 비를 안 가리고 다니는 저를 걱정하는 분을 만날 때면 하늘을 보며 넌지시 속삭입니다. “하늘아, 비를 실컷 뿌렸으니, 이제 해를 내보내 주렴.” 비를 누리는 마음으로 해를 바라면 어느새 구름이 걷히면서 해가 웃음을 지어요.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비를 부를 수도 있고 구름이나 해를 부를 수도 있다고 느껴요. 아이들은 꽃도 벌나비도 잠자리도 부를 뿐 아니라, 뭇새를 고루 불러요. 우리는 어른이란 옷을 입어도 아이다운 마음으로 산다면 비동무 해동무 구름동무를 사귄다고 느낍니다. 《브이를 찾습니다》에 흐르는 아이다운 마음이란 무엇일까 하고 헤아립니다. 때로는 그리 아이답지 않은 마음도 흐르지만, 차분하면서 나즈막하게 흐르는 아이다운 마음을 이곳에서 보고 저곳에서 만납니다. 어른이 쓰는 동시라면, 어른으로서 아이다운 마음을 “잃지 않으려”는 뜻보다는 아이다운 마음을 “즐겁게 키우”려는 뜻이지 싶습니다. 어른이면서 아이다운 길을 즐긴다고 할까요. 어른이기에 더욱 아이스럽게 삶을 노래한다고 할까요. 어른으로서 새로운 아이 눈빛이며 웃음이며 몸짓을 가꾸는 길을 또박또박 걷는다고 할까요. ㅅㄴㄹ 



쪼그맣고 여린 새싹을 / 하늘 향해 밀어 올리면서 // 씨앗은 다짐한답니다 (씨앗!/32쪽)


아파트 앞마당까지 내려온 // 일곱 살 먹은 동그란 달이랑 // 마흔 살 먹은 둥그런 달이 // 아이랑 아빠가 소곤거리는 소리를 / 가만히 듣고 있어요 (대보름/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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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가 짧아서 심장이 벌룽벌룽 시놀이터 11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봄동 엮음 / 삶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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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노래책시렁 92


《치마가 짧아서 심장이 벌룽벌룽》

 전국초등국어교과 전주모임 봄동

 삶말

 2019.6.1.



  아이들은 두 가지로 말을 하거나 글을 씁니다. 첫째, 어느 누구 눈치를 살피지 않고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말을 펴고 글을 짓습니다. 둘째, 둘레 눈치를 잔뜩 살피면서 둘레에서 바라는 목소리를 마치 흉내를 내듯이 꾸역꾸역 따릅니다. 지난날 반공웅변이나 새마을웅변은 어린이 목소리를 짓밟는 끔찍한 얼개였습니다. 오늘날에는 입시가 단단히 서고, 초등학교조차 학원이라는 짐이 짓누르니 아이들이 다시금 힘겨워요. 우리는 언제쯤 환하게 노래하는 어린이 놀이가 피어나는 글을 마주할 만할까요? 《치마가 짧아서 심장이 벌룽벌룽》를 읽습니다. 전북 전주에서 뜻있는 교사하고 글꽃을 피우는 어린이 목소리가 흐릅니다. 이 책에 깃든 어린이 목소리를 듣노라면, 어른들 눈치를 살핀 글이 더러 나오지만, 어른들 눈치를 아랑곳하지 않는 홀가분하며 씩씩한 글이 꽤 많습니다. 우리는 이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지 싶어요. 아이들이 바라는 놀이를, 삶을, 나라를, 꿈을, 기쁜 웃음을, 동무랑 어깨를 겯고서 즐겁게 나아갈 길을 곱게 그려 나갈 수 있기를 빌어야지 싶어요. 아이들은 노리개도 아니지만 톱니바퀴도 아닙니다. 아이들은 언제나 아이입니다. 새로 피어나고 싶은 숨결입니다. 우리 어른은 ‘새로 피어나고 싶은 숨결’로 태어나서 ‘새로 피어나고 싶은 숨결’을 사랑으로 돌보는 사람입니다. ㅅㄴㄹ 



내가 배 안에 갇혀있다면 / 엄마 생각도 하고 / 아빠 생각도 하고 / 동생 생각도 하고 / 언니 생각도 하고 / 친구들도 생각하고 // 배 안에 / 갇힌 사람들도 / 그랬을까? (생각-이주하, 장승초 6년/59쪽)


우리 아빠는 맨날 / 중학생, 중학생 한다. / “중학생 되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 공부 공부 공부 / 그딴 공부 / 개나 줘버렸으면 좋겠다. (중학생-류진, 진앙중앙초 6년/69쪽)


연구발표회를 한다고 / 학교 청소를 사흘이나 했다. / 유리창 닦는 것만 이틀을 했다. / 당일이 되니까 선생님들도 / 180도 바뀌었다. / 갑자기 친절해 지셨다. / 사람이 저렇게 변할 수 있나? / 웃기면서도 신기하다. (청소-민진홍, 송풍초 6년/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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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220
안상학 지음 / 실천문학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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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노래책시렁 91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

 안상학

 실천문학사

 2014.7.3.



  쏟아지던 비가 그치기 무섭게 구름으로 가득하던 하늘이 조금씩 열리더군요. 비를 흠뻑 쏟은 구름은 파랗게 눈부신 하늘을 빼꼼 비추어 주고, 이렇게 빼꼼빼꼼 고개를 내미는 파란하늘을 알아차린 작은아이가 “오늘은 바다 가기 좋은 날이겠네요?” 하고 묻습니다. 어버이는 비가 그치며 땅바닥이 보송보송 마르는 결을 살피면서 ‘며칠 미룬 빨래를 드디어 할 만하네’ 하고 여기고, 작은아이는 똑같은 결을 바라보면서 ‘이런 날은 바다놀이 하면 딱 좋네’ 하고 여깁니다.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에 여러 사람 눈길이 나옵니다. 누구는 이런 눈길로 바라보고, 누구는 저런 눈길로 바라봅니다. 이 눈길이라서 옳지 않고, 저 눈길이라서 싫지 않습니다. 요 눈길이라서 반갑지 않고, 조 눈길이라서 성가시지 않아요. 다 다른 눈길이기에 다 다른 삶길을 걸어가면서 다 다른 이야기를 꽃처럼 피웁니다.  시쓴님은 “술자리에 시인 벗 하나쯤” 낄 수 있으면, 귀퉁이에 끼면 좋겠네 하고 여기는데, 술자리에 시인만 모였다면 ‘시를 안 쓰는 벗’을 귀퉁이에, 아니 한복판에 앉히고서 도란도란 수다잔치를 할 만하지 싶습니다. 그나저나 볕이 눈부신 어제는 작은아이 말마따나 바다마실을 하며 실컷 물결놀이에 모래놀이를 했고, 하루 지난 오늘 비로소 빨래잔치를 벌였습니다. ㅅㄴㄹ



굶어도 좋고 밟혀도 좋고 손가락질받아도 좋다 / 빗길을 걸어가서 보고 싶은 사람 만나게 해주고 / 눈길을 걸어가서 사랑을 만질 수 있게 해준다면 (맹도견/18쪽)


― 술자리에 시인 친구 하나는 있어야 구색이 맞지 / 요즘 더러 듣는 이야기 (구색/1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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