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자라겠어요
임길택 지음, 정승희 그림 / 창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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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숲노래 시읽기 2022.6.9.

노래책시렁 236


《나 혼자 자라겠어요》

 임길택 글

 정승희 그림

 창비

 2007.8.10.



  우리나라 사람이기에 우리말을 잘 하지 않습니다. 이웃나라 사람이라서 우리말을 못 하지 않습니다. 마음을 기울여 사랑이라는 눈빛으로 즐겁게 맞아들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우리말을 잘 합니다. 일본말이나 독일말이나 터키말도 매한가지입니다. 여러 말이 저마다 다른 터전에서 태어나서 자라난 삶줄기를 읽어내고 느껴서 포근히 품는 마음이기에 비로소 여러 말을 스스럼없이 풀어내어 나눕니다. 《나 혼자 자라겠어요》는 멧골마을 길잡이로 일하는 동안 아이들한테서 배우고 멧숲한테서 배우며 곁님한테서 배운 세 갈래 이야기를 갈무리한 노래꾸러미입니다. 더 헤아려 보면, 세 갈래로 배우기에 네 갈래째 배움길이 있어요. 넷쨋길은 ‘스스로 배우기’입니다. 멧마을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배우다가, 멧숲을 바라보면서 배우다가, 곁님하고 살림을 지으며 배우다가, 시나브로 모든 배움길은 스스로 마음에 품는 사랑으로 피어나는 줄 알아차릴 만해요. 온통 잿빛으로 덮은 서울·큰고장이기에 따로 꽃그릇을 씁니다만, 풀꽃나무가 푸르게 자라기를 바란다면 꽃그릇 아닌 맨흙에 씨앗을 심는 자리로 가서 살아갈 적에 아름다워요. 맨손 맨발 맨몸으로 해바람비를 맞이할 수 있겠습니까? 스스로 사랑나래를 펼쳐 온누리를 품을 수 있겠습니까?


ㅅㄴㄹ


올봄 새끼 한배 키우고 / 내내 비워 둔 가을 까치집 / 잎 떨군 감나무 가지들 / 꼬옥 감싸고 있다. (가을 까치집/20쪽)


길러지는 것은 신비하지 않아요. / 소나 돼지나 염소나 닭 / 모두 시시해요. / 그러나, 다람쥐는 / 볼수록 신기해요. / 어디서 죽는 줄 모르는 / 하늘의 새 / 바라볼수록 신기해요. (나 혼자 자라겠어요/9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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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이다
문정희 지음 / 민음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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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숲노래 시읽기 2022.6.9.

노래책시렁 235


《나는 문이다》

 문정희

 민음사

 2016.5.27.



  온누리 돌이가 아기를 몸으로 품어서 낳는다면, 돌이가 쓰는 글이 확 다르겠지요. 그런데 돌이가 아기를 몸으로 품어서 못 낳더라도, 태어난 아기를 돌보는 나날을 보낸다면, 이러면서 ‘아기 낳은 순이’를 함께 보살핀다면, 돌이가 쓰는 글은 그야말로 다를밖에 없습니다. 아기는 혼자 낳지 않습니다. 아기는 사랑 없이 태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 터전을 돌아보면 아기 곁에 돌이가 안 보일 뿐 아니라, 아기를 낳은 순이를 보살필 줄 아는 돌이가 드뭅니다. 돌이가 아기를 돌보면서 곁님을 보살피자면 여느 때에 집안일을 늘 건사할 줄 알아야 해요. 어버이란 이름인 순이돌이는 함께 살림을 짓고 보금자리를 가꾸는 눈빛일 노릇입니다. 《나는 문이다》는 우리나라 순이가 걸어온 한켠을 들려줍니다. 순이는 왜 순이일까요? 순이는 어떤 숨결을 품으면서 빛나는 사람인가요? 돌이는 왜 돌이일까요? 돌이는 순이 곁에서 어떤 숨빛으로 어깨동무할 사람인가요? 아기는 어머니 사랑을 먹으며 자라고, 아버지 손길을 받으며 큽니다. 아기는 어머니 노래를 들으며 즐겁고, 아버지 춤을 보며 신납니다. 이제는 함께 바꾸어 가기를 바라요. 오롯이 사랑일 적에만 함께 있고, 사랑길이 없는 자리는 훌훌 털어내야지 싶습니다.


ㅅㄴㄹ


한 달포 동안 / 골방에 갇혀 글만 읽었더니 / 전신에 털이 자라 몽롱하다 // 돈이 쓰고 싶다 / 무언가를 갉지 않으면 이빨이 솟아 / 제 입술을 뚫는다는 시궁쥐처럼 / 근질근질하다 / 나는 현실이 아니다 (뿔/22쪽)


대학 병원 분만실 의자는 Y자였다 / 어디로도 도망칠 수 없는 / 새끼 밴 짐승으로 / 두 다리 벌리고 하늘 향해 누웠다 // 성스러운 순간이라 말하지 마라 / 하늘이 뒤집히는 / 날카로운 공포 / 이빨 사이마다 비명이 터져 나왔다 / 불인두로 생살 찢기었다 (탯줄/9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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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완이 없는 거리에서 - 백기완 선생과 나
여럿이 함께 씀 지음, 백기완노나메기재단 엮음 / 돌베개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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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 2022.5.7.

노래책시렁 232


《백두산 천지》

 백기완

 민족통일

 1989.5.15.첫/1989.7.31.둘



  우리가 하는 모든 말은 마음입니다. 말은 마음입니다. 이 대목을 보고 느껴서 스스로 알아야 합니다. 이 땅에서 우리말을 쓰면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우리말로 생각을 지어서 뜻을 펴야 비로소 스스로 어떤 숨결이며 삶이고 사랑인가를 깨닫습니다. ‘우리말만 써야 한다’가 아닌 ‘우리말을 쓸 일’입니다. ‘말·마음’은 말밑(어원)이 같습니다. 두 낱말이 같은 말밑이되 다른 말결인 줄 알자면, ‘그냥 우리말’을 써야겠지요. 어린이도 알고 어른도 아는 수수한 우리말을 스스로 쓰기에 누구나 스스럼없이 삶빛을 깨닫습니다. ‘글·그림’도 말밑이 같아요. ‘그리다·긋다’도 한동아리입니다. ‘이·그·저’로 잇닿는 ‘그’를 살필 노릇이며, 누구나 밥살림에서 쓰는 ‘그릇’도 나란히 어우러지는 말밑인 줄 새길 일이에요. 우리가 쓰는 우리말은 쉽습니다. 쉬우니 아이가 이내 배워서 조잘조잘 재잘재잘 노래합니다. 《백두산 천지》는 노래 가운데에서 ‘비나리’입니다. 비는 뜻을 담은, 하늘에 바라고 스스로 마음빛에 서린 사랑을 바라보는 뜻을 엮은 글자락입니다. 아니, 말빛(마음빛)이라고 해야겠지요. 우리는 꿈을 그릴 노릇이지, 꾸밀 노릇이 아닙니다. 고작 한끗이라지만 ‘꿈’하고 ‘꾸밈’은 확 달라요. 꾸미면 거짓입니다.


ㅅㄴㄹ


현담아 / 어쩜 그렇게 시를 잘 지었니 // “봄비가 솔솔 내려 / 힘 없는 우리 아빠 / 기운을 주소서” // 네 글귀에 애비는 정말 / 힘을 입어 / 꼭 살아서 돌아가겠다 // 그리고 꽃동산이라는 / 네 시의 마지막 글귀 // “바람이 불면 / 무섭다고 도망가는 꽃 / 꽃들은 겁장이 / 기운을 내세” (현담아/46쪽. 80.2.1.)


이틀이 지나자 그는 내가 어딘가 / 그늘진 사람이라는걸 알었다 // 그리하여 됫병을 차고 들어온건 / 자정녁, 그가 먼저 떨어졌으나 / 새벽달 남은 쪼각에 / 그의 두려움이 그대로 걸려 / 슬며시 이슬길을 헤치다 / 늦으막에야 다시 들어서 (사십년동안 끈질기게/97쪽. 86.가을)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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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피리 - 윤동주.윤일주 형제 동시집
윤동주.윤일주 지음, 조안빈 그림 / 창비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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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 2022.5.7.

노래책시렁 233


《민들레 피리》

 윤동주·윤일주 글

 조안빈 그림

 창비

 2017.12.30.



  윤동주 님 동생 윤일주 님도 노래를 그렸다고 합니다. 《민들레 피리》는 두 사람 노래를 나란히 엮으며 그림을 새로 넣습니다. 이미 ‘윤동주 시집’은 온갖 곳에서 잔뜩 펴내었기에 ‘동생 윤일주 노래’를 슬며시 끼워맞춘 듯한 얼거리입니다. 두 분을 제대로 기리고 싶다면 동생이 쓴 노래만 차곡차곡 여미어 선보이는 길이 나았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동생이 쓴 노래를 오늘날 어린이한테 어느 만큼 읽힐 만할까요? 지난날하고 오늘날은 삶터가 확 바뀌었기에 더 읽힐 만하지 않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우리말을 우리말답게 누리지 못하던 무렵에 말결을 맞추어 앙증맞게 쓴 노래에서 그친다면, ‘윤동주 동생’이라는 이름만 너무 내세운 셈이라고 느낍니다. 말놀이보다는 말맞춤에 가까운 글자락 가운데 〈보슬비〉 하나를 겨우 곱씹어 보지만, “어떻게 풀밭 아닌 잔디밭에서 벌레 소리”를 듣는다고 하는지 아리송합니다. 잔디밭은 잔디가 우거진 데가 아닌, 잔디를 바짝 깎아서 풀벌레가 깃들거나 쉬거나 숨을 틈이 없는 데입니다. 잔디밭에도 풀벌레가 살짝 깃들기는 할 테지만, 오직 잔디 하나만 납작 엎드린 데에는 풀벌레가 웬만해서는 얼씬조차 안 하려 합니다. 시골하고 숲을 노래로 그리려면, 시골에 살며 숲을 품을 노릇입니다.


ㅅㄴㄹ


보슬보슬 보슬비 / 잔디밭에 내린다. / 동글동글 물방울 / 풀잎마다 맺힌다. // 보슬보슬 보슬비 / 호수 위에 내린다. / 둥글둥글 물무늬 / 여기저기 번진다. // 보슬보슬 보슬비 / 활짝 개고 / 잔디밭엔 벌레 소리 / 호수 속엔 쌍무지개. (보슬비/7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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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의 초상 문학과지성 시인선 455
김행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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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 2022.5.7.

노래책시렁 234


《에코의 초상》

 김행숙

 문학과지성사

 2014.8.18.



  노래책(시집)을 읽는 분들은 곧잘 한두 꼭지만 마음을 울려도 읽을 만하다고 말합니다. 한두 꼭지가 아니어도 한두 줄, 아니 한 줄만 마음에 스며도 읽을 만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열네 살에 이르러 ‘국어’란 이름으로 어른노래(성인시)를 처음 배우던 무렵부터 이런 소리를 들었고, 노래책은 이런 마음으로 읽어야 하는구나 하고 생각했지만, 어쩐지 찜찜해요. 한 줄만 마음에 스쳐도 아름답게 마련이기는 하되, 왜 마음에 안 스치는 나머지 아흔아홉을 읽어야 할까요? 아니, 노래님은 왜 한 줄을 읽히려고 아흔아홉 줄을 끄적여야 할까요? 《에코의 초상》을 펴며 첫머리 두 꼭지를 곱새겨 읽었습니다. 이러고서 끝까지 꼭짓물(수돗물) 같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첫머리 두 꼭지도 꼭짓물일 테지요. 다른 곳에서는 듣거나 읽을 일이 없으나, 오직 노래책에서만 흐르는 숱한 꾸밈말하고 보탬말을 읽으면서, 또 노래책이 아니면 붙이지 않을 듯한 책이름을 다시 보면서, 이 나라 어른노래는 너무 붕뜬 채 떠돈다고 느낍니다. 발바닥이 땅바닥에 닫지 않은 채 오래오래 살다 보면 흙바닥을 잊다가 어느새 잃습니다. 이따금 서울마실을 하고 보면 사람들 누구나 땅바닥을 아예 안 디딘 채 하루를 보내는구나 싶더군요. 흙빛을 모르면 삶빛을 잊습니다.


ㅅㄴㄹ


우리를 밟으면 사랑에 빠지리 / 물결처럼 // 우리는 깊고 / 부서지기 쉬운 // 시간은 언제나 한가운데처럼 (인간의 시간/11쪽)


나는 나를, 나는 나를, 나는 나를, 또 덮었다. 어둠이 깊어……진다. 보이지 않는 것을 많이 가진 것이 밤이다. 밤에 네가 보이지 않는 것은 밤의 우물, 밤의 끈적이는 캐러멜, 밤의 진실. 밤에 나는 네가 떠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밤에/20쪽)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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