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도 깍꿀로 덕새를 넘고 - 청리 아이들 시 모음, 새로 고침판 이오덕의 글쓰기 교육 8
이오덕 엮음 / 양철북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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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숲노래 시읽기 2022.7.12.

노래책시렁 244


《허수아비도 깍꿀로 덕새를 넘고》

 청리 아이들 글

 이오덕 엮음

 양철북

 2018.2.2.



  한창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로 일하던 1999년 1월에 이오덕 어른을 찾아뵌 적이 있습니다. 이오덕 어른은 제가 일하는 신문사지국으로 전화해서 “내가 찾아가야 맞는데, 몸이 아파서 그러니, 젊은이가 와줄 수 있나?” 하고 물으셨어요. 한참 이야기를 듣고서 자리에서 물러날 즈음 “이런 책이 있는데, 젊은이가 읽어 보면 좋겠소.” 하셨습니다. 1998년 10월에 처음 나온 《허수아비도 깍꿀로 덕새를 넘고》였어요. 《일하는 아이들》은 진작에 찾아서 읽었기에 이날 과천에서 서울 이문동으로 돌아가는 전철길에 반가이 읽었습니다. 이듬해에 보리출판사 일꾼으로 들어가서 ‘작은책’에서 꾀하는 ‘전태일문학상’을 놓고 이오덕 어른이 들려준 “노동자한테 소설을 쓰라고 할 수는 없다. 노동자가 쓴 일기나 삶글이야말로 고스란히 문학이고 소설이 아닌가? 따로 소설을 쓰라 하지 말고, 그저 삶글을 쓰라 하면 다 소설이고 시이다.” 하는 말씀을 곱씹어 보았습니다. 그래요, 시나 소설이 따로 있지 않습니다. 삶을 단출히 적으니 노래(시)요, 삶을 차곡차곡 적으니 글꽃(문학·소설)입니다. 2018년에 새옷을 입은 ‘청리 아이들 글모음’은 고스란히 노래(시)요 글꽃이지요. 글쓰기는 못 가르칩니다. 삶을 사랑하는 길을 함께가면 돼요.


ㅅㄴㄹ


봄이 오면 / 나는 지게 지고 / 시미기 하러 가서 / 새파란 풀을 뜯어서 / 지게에 질머서 / 지고 올 때 / 진달래꽃을 / 시미기 위에 / 꽂아 오면 / 나비가 날아들겠지. (봄-박선용 1964.2.10./89쪽)


우리 집에는 할머니가 아파서 / 돈 천 원 들겠다 합니다. / 나도 아파서 돈을 천 원이나 / 들겠다 합니다. / 돈 이천 원이나 든다고 아버지가 / 걱정을 대단히 합니다. (우리 집-정하우 1964.6.22./18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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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삼 시집 범우문고 53
박재삼 지음 / 범우사 / 198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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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숲노래 시읽기 2022.7.3.

노래책시렁 242


《박재삼 시집》

 박재삼

 범우사

 1987.6.20.첫/2011.7.25.6벌



  어린이·푸름이는 둘레 어른이나 배움터에서 알려주지 않으면 모를 책이나 글이 수두룩합니다. 어린이·푸름이는 스스로 생각을 살찌우거나 가꾸는 길에 이바지할 책이나 글을 못 만나기 쉽습니다. 생각을 누르고 마음을 가두며 느낌을 외곬로 이끄는 책이나 글만 만나며 자랄 수 있습니다. 《박재삼 시집》을 2022년에 새삼스레 읽자니 1988∼93년에 보낸 푸른날이 떠오릅니다. 그무렵 배움터에서는 이 책에 실린 ‘서정시’를 내도록 가르쳤고, 이러한 글로 셈겨룸(시험)을 치러야 했습니다. 갑갑했습니다. 여느 삶자리에서는 안 쓸 ‘서정’이란 한자말로 ‘현대시’를 외우고 뜯고 자르고 따라하도록 가르치는 곳이 “배우는 터(학교)”였다고는 느낄 수 없습니다. 길들이는 굴레였다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지난날이건 오늘날이건 길잡이(교사) 노릇을 하는 분들은 ‘교원자격증’을 얻으려면 그들이 가르치는 결대로 배워야 합니다. 똑같은 틀에 똑같은 글에 똑같은 가르침에 똑같은 문학이 척척 쏟아지고 이어지는 셈입니다. 박재삼 님이 지게꾼 아버지랑 물고기장수 어머니 삶길을 글로 옮겼다면, 일본에서 자란 나날하고 핏빛이 몰아친 이 나라 시골에서 마주한 살림살이를 글로 담았다면, ‘삶노래’로 남았을 텐데요.


ㅅㄴㄹ


누님의 치맛살 곁에 앉아 / 누님의 슬픔을 나누지 못하는 심심한 때는 / 골목을 빠져 나와 바닷가에 서자. (밤바다에서/22쪽)


열 몇 살 때던가 / 제비떼 재재거리는 / 여학교 교문 앞을 / 발이 떨리던 때는 / 그런대로 그 비틀걸음에는 / 가락이 실려 있었다. // 찬란한 은행잎을 달고 / 찬송가가 유독 출렁거리던 / 마음 뒤안에 깔린 노을을 …… // 아직도 그 여학생들의 / 옷태가 머리태가 좋으면서, / 기쁘면서, 또한 그를 사랑하면서. (열 몇 살 때/3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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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비둘기
권정생 지음 / 창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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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숲노래 동시비평 2022.7.3.

노래책시렁 241


《산비둘기》

 권정생

 창비

 2020.5.15.



  몸은 흙에 내려놓고 마음은 하늘빛으로 날아간 권정생 님 글을 새삼스레 만날 수 있으면 반갑습니다. 다만 두 가지를 생각해 봅니다. 이미 여러 곳에 실은 글을 굳이 따로 묶거나 섣불리 그림책으로 옮기는 일이 너무 잦은 듯하고, 《산비둘기》 같은 책처럼 겉으로는 옛판을 되살리는 듯하면서 속살은 옛판을 되살리지 않는 책은 더없이 아쉽습니다. 겉그림부터 옛판을 그대로 담았으면 속살도 옛판으로 담아야 어울리지 않을까요? 권정생 님 손글씨라면 어린이도 알아보기 쉽다고 느낍니다. 요즈음은 손글씨로만 묶는 책이 한결 빛날 수 있습니다. 권정생 님이 굳이 둘레에 알리지 않고 조그맣게 여민 글모음은 두 가지로 바라보아야지 싶습니다. 첫째, 스스로 부끄러워 내보이고 싶지 않은 글입니다. 둘째, 스스로 안 내보이고 싶어 묵힌 글을 애써 책으로 꾸민다면 ‘있는 그대로’ 살릴 적에 뜻깊습니다. 《산비둘기》는 끝에 ‘발문·발굴 해설’이란 두 가지 글을 덧붙이는데 무척 딱합니다. 어린이한테 들려줄 노래(동시)에 ‘발문’이란 일본스런 한자말을 내건 글을 꼭 실어야 할까요? 권정생 님 글을 ‘발굴’했다는 말이 알맞을까요? 별빛으로 떠난 어른이 남긴 글은 군더더기 없이 정갈하고 작게 만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ㅅㄴㄹ


냉이도 / 비 맞고 있다 // 꽃다지도 / 비 맞고 있다 // 봄비 맞으면 / 모두 파래지나 봐 // 오리나무 가지마다 / 눈이 떴다 (봄비/7쪽)


새앙쥐야 / 쬐금만 먹고 / 쬐금만 더 먹고 / 들어가 자거라 // 새앙쥐는 / 살핏살핏 보다가 / 정말 쬐끔만 먹고 / 쬐금만 더 먹고 / 마루 밑으로 들어갔어요 (달님/27쪽)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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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풍경이 말을 건네신다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191
전성호 지음 / 실천문학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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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숲노래 시읽기 2022.6.9.

노래책시렁 226


《저녁 풍경이 말을 건네신다》

 전성호

 실천문학사

 2011.3.31.



  글은 ‘풍경화’가 아닌데, 어느새 숱한 글이 ‘풍경화’로 뒤범벅입니다. 글은 말을 담아낸 생각씨앗이요 이야기꾸러미입니다. 말이란, 우리가 저마다 다른 터전에서 저마다 다르게 살아가면서 일군 슬기롭고 사랑스러운 오늘이에요. 그래서 말을 옮긴 글이란, “구경하는 그림(풍경화)”일 수 없습니다. 말을 담은 글이란, “살아가는 그림(삶그림)”일밖에 없습니다. 《저녁 풍경이 말을 건네신다》를 읽는 내내 ‘구경그림’을 느낍니다. 글님은 틀림없이 어느 나라 어느 마을에서 삶을 보내고 일구는데, 이 삶을 그리기보다는 냇물 너머에서 뭘 구경하는 듯한 눈길로 글을 씁니다. 이 노래책만 구경그림이지 않습니다. ‘현대문학’이나 ‘시문학’이란 이름이 붙은 글이 죄다 구경그림입니다. 이런 문학도 저런 문학도 아닌 투박한 글이라면 삶글이자 삶그림으로 나아가고요. 왜 자꾸 문학을 하려고 들까요? 왜 구태여 문학이란 허울을 씌우려 할까요? 문학을 하지 맙시다. 글을 씁시다. 문학을 뒤집어쓰지 맙시다. 스스로 짓는 오늘 하루를 사랑하면서 고스란히 글빛으로 풀어내어 스스로 빛나는 이야기를 말 한 마디로 풀고서 글로 옮깁시다. 구경그림은 뻔하고 틀에 갇히며 따분합니다. 삶그림일 적에 웃고 울며 노래하는 빛살입니다.


ㅅㄴㄹ


빗방울 떨어지면 마음 허하다 / 빗발치는 들판 위 모든 것은 형제다 (雨/40쪽)


다 닳은 인조가죽 소파 하나가 / 중고 가구점 앞에서 그늘을 앉히고 있다 // 그림자를 다 밀어낼 때까지 / 낯선 얼굴로 기다리는 그대 / 저렇게 버려진 채 / 무연히 고가도로 밑 철골을 바라보겠지 (낡은 소파를 보며/78쪽)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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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걸고 창비시선 73
이광웅 지음 / 창비 / 198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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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숲노래 시읽기 2022.6.9.

노래책시렁 211


《목숨을 걸고》

 이광웅

 창작과비평사

 1989.3.25.



  이름을 ‘민주’로 붙이기에 민주이지 않아요. 한자말 ‘민주’에서 ‘민(民)’이란 낱말은 ‘종(노예)’을 가리킵니다. ‘민주’라는 낱말은 “종으로 억눌린 사람이 떨쳐일어나 스스로 서는 길”을 품는다고 할 만합니다만, 이 대목을 읽거나 헤아리지 않으며 허울만 ‘민주’로 외친다면, 누구나 ‘종살이’에서 맴도는 쳇바퀴로 그칩니다. 이름을 ‘국민’으로 붙이기에 국민이지 않습니다. 더구나 한자말 ‘국민’에서 ‘민(民) = 종(노예)’이요, ‘국민’은 “일본 우두머리를 섬기는 종으로 지낼 사람들”이란 뜻입니다. 얼핏 ‘나라사람’을 가리킨다고 잘못 알기 쉬운 ‘국민’이기에, 말결을 제대로 안 살핀다면 우두머리 채찍질에 휘둘리기 딱 좋습니다. 《목숨을 걸고》가 태어나던 무렵하고 오늘날은 사뭇 다릅니다만 비슷하기도 합니다. 예나 이제나 우리 배움터(학교)는 사슬터(감옥) 노릇에 매입니다. 머리에 부스러기(지식·상식)를 집어넣는 틀이 고스란합니다. ‘민주화운동’을 했던 이들은 힘꾼(권력자) 자리에 나란히 앉아서 똑같이 ‘국민’을 들먹입니다.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까요? 이 목숨으로 아이들을 사랑하면서 서울 울타리를 허물어 온누리를 숲으로 돌려놓을 노릇 아닐까요? 우린 싸우려고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ㅅㄴㄹ


무섭지 않은가. / 공포의 벽이 아닌가. / 심야 자율학습이 무섭지 않은가. / 보충수업이 무섭지 않은가. // 가자, / 가서 벽을 허물자. / 제자들의 죽음을 막자. / 죽음으로 죽음을 막자. // 죽어가고 있다. / 세계가 죽어가고 있다. (제자들이 죽어가고 있다/141쪽)


매일 마시는 술 속에서 찾아낸 풍경 / 오늘 나는 햇빛이 깔려 있을 뿐 그 무엇의 그림자 하나 없는 하얀 화포에 / 푸른 산 푸른 바다를 칠한다. / 가녀린 초록을 입힌다. / 봄이요 / 사월이요 / 미술실이니까. (미술실/15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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