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목욕탕 신생시선 35
김요아킴 지음 / 신생(전망)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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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21


《행복한 목욕탕》

 김요아킴

 신생

 2013.12.10.



  아이들은 집 밖으로 나가면 신이 나서 이리 뛰고 저리 달립니다. 집에서도 뛰고 달리며 노는 아이들입니다만, 마당이며 들이며 숲이며 바다에서는 한결 개구지게 뛰고 달리며 놀아요. 가만 보면 강아지도 집에서뿐 아니라 마당이나 길에서 신나게 이리저리 뛰거나 달리고파요. 뛰는 즐거움하고 달리는 기쁨을 살짝이나마 더 누리고픈 마음입니다. 《행복한 목욕탕》을 쓴 분은 하루하루 살며 맞닥뜨리거나 부대끼는 살림을 찬찬히 옮깁니다. 담임 교사란 자리를 처음 맡으며 만난 할머니가 속곳에서 꺼낸 종이돈을 쥔 이야기를, 태어나고 자라면서 겪은 아프거나 슬펐던 갖가지 이야기를, 함께 웃고 싶은 즐거운 이야기를, 이제부터 달라지고 싶은 마음으로 꿈을 꾸는 이야기를 옮깁니다. 우리는 풀어놓인 몸일 적에 뛰거나 달립니다. 얽매인 몸으로는 뛰지도 달리지도 못합니다. 풀어놓인 마음이기에 생각이 춤을 추고 노래로 거듭나요. 얽매인 마음이기에 생각도 사랑도 꿈도 좀처럼 못 자랍니다. 마을에 빈터뿐 아니라 너른마당이 있으면 좋겠어요. 도시 한복판에서도 다리를 쉴 걸상이 넉넉히 있으면 좋겠어요. 즐겁게 일하고 쉬고 놀고 뛰고 달리면 좋겠어요. ㅅㄴㄹ

  


사람들은 언제부턴가 / 제 말을 잃어가며 / 그저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해 하고 / 언제부턴가 나는 /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 더 이상 키가 자라지 않음을 알았다 (구두 수선공의 노래/28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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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가는 먼 집 문학과지성 시인선 118
허수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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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20


《혼자 가는 먼 집》

 허수경

 문학과지성사

 1992.5.8.



  손톱을 깎고 발톱을 깎습니다. 아이를 불러 손발톱을 깎아 줍니다. 때로는 아이가 스스로 손발톱을 깎기도 하지만 아직 매끄럽지 않습니다. 우리 어머니는 제가 몇 살이던 무렵까지 손발톱을 깎아 주거나 귀를 파 주었는가 하고 헤아립니다. 열 살 가까이까지 해 주셨지 싶고, 어느 때부터인가 스스로 해내며 살았다고 느낍니다. 아무렇지 않게 하는, 어른이라는 몸을 입고 매우 마땅하다 싶도록 하는 일이란 무엇일까요. 어차피 혼자 가는 삶길이라기보다는, 차근차근 홀로서기를 익히면서 새롭게 발을 뻗는 살림길이지 싶습니다. 《혼자 가는 먼 집》에 흐르는 쓸쓸한 술내음이 짙습니다. 이럴 수밖에 없나 여기는 눈길은 1992년 아닌 2018년 눈길이겠지요. 1992년을 어른이란 몸으로 살자면, 민주가 아직 이름뿐이던 그무렵 이 땅에서 빛줄기를 보기 어렵던 발걸음이라면, 맨마음으로 버티기 힘들었으리라 느낍니다. 그렇다면 1992년 그무렵에 어린이로 살던 몸이라면? 아직 주먹질이나 막말을 아이한테 잔뜩 퍼붓던 그무렵에 나고 자란 아이들은 오늘날 어떤 어른으로 삶을 지을까요? 홀로서는 모든 이들 가슴에 촛불 한 자루 곁에 있기를 빕니다. ㅅㄴㄹ



불광동 시외버스터미널 / 초라한 남녀는 / 술 취해 비 맞고 섰구나 (불우한 악기/12쪽)


혼자 대낮 공원에 간다 / 술병을 감추고 마시며 기어코 말하려고 / 말하기 위해 가려고, 그냥 가는 바람아, 내가 가엾니? (흰 꿈 한 꿈/18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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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같은 세월 창비시선 130
김용택 지음 / 창비 / 199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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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19


《강 같은 세월》

 김용택

 창작과비평사

 1995.1.25.



  냇물이 흘러 흙을 적십니다. 흙을 적시던 냇물은 방울방울 풀하고 꽃하고 나무한테 스밉니다. 풀하고 꽃하고 나무는 숲을 이루어 뭇숨결한테 스며들고, 이 기운은 다시 온누리를 고루 돌아서 냇물한테 돌아갑니다. 우리가 먹는 풀 한 포기는 냇물이요 빗물입니다. 냇물하고 빗물은 우리 숨을 이루면서 흙이며 돌이 됩니다. 바람이 가볍게 불며 물결이 일고, 바람결에 따라 이리저리 흐르는 냇물은 어디에나 포근히 어루만져요. 《강 같은 세월》을 읽으면 스러지는 냇마을 이야기가 잔뜩 흐릅니다. 모두 서울바라기로 냇마을을 떠나고 멧마을을 떠난대요. 이 시집이 나온 해가 1995년이니 그 뒤로 스무 해 남짓 흐르면서 시골은 더 줄어들고 서울은 더 커졌겠지요. 앞으로는 어떤 길이 열릴까요. 앞으로는 어떤 길을 갈까요. 냇물은 이 땅을 어떻게 적실 만하고, 우리는 냇물을 어느 만큼 곁에 두면서 몸으로 품을 만할까요. 어쩌면 냇물하고 빗물을 모두 잊고서 삶자리도 잊는 길은 아닌가요. 숲이 태어나고 비가 내리면서 흙이 싱그러이 살아나는 길은 모두 잊는 하루는 아닌가요. 마을은 냇물이 감돌며 안아 주기에 마을이 됩니다.ㅅㄴㄹ



그해 겨울은 참 따뜻했다 / 방학이 시작되었어도 아이들은 시골 할머니집에 더는 오지 않았다 강변은 텅 비어 있었고 따뜻한 날 주성이 혼자 물가에 나가 돌멩이를 힘껏 던지거나 강기슭 그늘에 언 얼음을 깨뜨리다가 심심하게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곧 해가 지고 밤이 왔다 (저 강변 잔디 위의 고운 햇살 1/71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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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캥거루 문학의전당 시인선 227
박숙경 지음 / 문학의전당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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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18


《날아라 캥거루》

 박숙경

 문학의전당

 2016.6.8.



  어릴 적에는 사다리를 놓아 달까지 가고 다른 별까지 갈 수 있으리라 여겼어요. 그저 확 뛰어넘을 수 있다는 생각이었어요. 요새는 달리 생각합니다. 눈을 감고서 가만히 마음으로 다녀오면 된다고 느껴요. 굳이 우주선을 뚝딱 지어서 다녀오기보다는, 마음을 다스려서 훌쩍 뛰어넘거나 가로지르면 되리라 여깁니다. 《날아라 캥거루》를 읽습니다. 별을 만지고 싶어 옥상 딸린 집을 찾으려 했다던 이야기를 가만히 읽고, 별을 보는 망원경을 들여다보았다던 이야기를 곰곰이 읽습니다. 옥상이나 망원경이란 사다리하고 비슷하겠지요. 이런 연장이나 저런 연모가 있어야 비로소 다른 별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이겠지요. 사람 사이를 헤아려 봅니다. 너랑 나는 사이에 돈이 있어야 사귈 수 있지 않겠지요? 같은 대학교를 마쳤거나 같은 고장에서 태어났다는 끈이 있어야 만날 수 있지 않겠지요? 사람 사이에는 사랑이라는 마음이 흐를 적에 비로소 사귀거나 만나겠지요? 별마실도 이와 같아요. 우리는 뭔가 손에 잡히는 연장·연모가 아닌, 손을 고이 펴서 마음을 여는 숨결로 하루를 짓고 살림을 가꾸며 이야기를 노래합니다. ㅅㄴㄹ



별을 만져보고 싶었다 // 먼저 옥상 딸린 집을 구해야 했고 / 옥상에서 별까지의 거리를 잴 수 있는 줄자가 필요했고 / 별을 당길 수 있는 천체망원경이 필요했다 (별을 만지는 방법/76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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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하고 싶은 말 시놀이터 1
밭한뙈기 지음 / 삶말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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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17

《꼭 하고 싶은 말》
 여주 어린이
 전국초등국어교과 여주모임 밭한뙈기 엮음
 삶말
 2016.12.15.


  우리한테 귀가 있습니다. 이 귀는 모래알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우리한테 손이 있습니다. 이 손은 모래알이 어떤 숨결인지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한테 마음이 있습니다. 이 마음은 모래알하고 내가 서로 같으면서 다른 아름다운 삶이라고 알아챌 수 있습니다. 경기 여주 어린이가 쓴 글하고 그린 그림을 엮은 《꼭 하고 싶은 말》은 온누리 어린이는 누구나 노래님이며 그림님이라는 대목을 잘 밝힙니다. 어린이 누구나 샘솟는 말이 있어 노래로 터뜨려요. 따로 시키거나 수업을 하기에 동시를 쓰지 않습니다. 어린이 누구나 꿈이 있으니 연필이나 크레용이나 붓을 쥐고서 슥슥 그릴 수 있습니다. 미술 시간이 아니어도 언제나 그림을 그리면서 흐뭇합니다. 글 한 줄이란 바람 한 줄기일 수 있습니다. 글 두 줄이란 들꽃이 핀 풀줄기 둘일 수 있습니다. 글 석 줄이란 아이 셋이 매달리며 놀 수 있는 튼튼한 나뭇줄기 셋일 수 있습니다.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속삭이듯 노래합니다. 꼭 들려줄 꿈이 있어 웃음짓듯 그립니다. 노래님이자 그림님을 낳은 어버이도 누구나 노래를 쓰고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ㅅㄴㄹ


오늘 팥빙수가 먹고 싶었다. / 그래서 팥빙수를 그렸다. (빙수, 천남초 3년 신지연/23쪽)

꺾인 토마토 줄기 / 살리고 싶어서 / 줄기를 잡고 있었다. (꺾인 토마토, 세종초 5년 김민기/103쪽)

바람이 내 몸을 스치고 / 지나가더니 / 나뭇잎과 얘기를 한다. / 무슨 소리인지 모르지만 / 정말 다정하게 얘기를 한다. (바람, 하호분교 6년 윤지상/118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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