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도 몰래 해 보세요 - 굴렁쇠 친구 2
김찬곤 엮음 / 도서출판 굴렁쇠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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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노래책시렁 161


《선생님도 몰래 해 보세요》

 김찬곤 엮음

 굴렁쇠

 2002.3.10.



  어린이한테 글쓰기를 따로 가르치지 않아도 됩니다. 어린이가 글쓰기를 하기 바란다면, 어린이 곁에서 어른이 함께 글을 쓰면 됩니다. 쪽종이를 한 자락씩 앞에 펴고서 천천히 붓을 놀리면 되고, 둘이 글을 마쳤으면 서로 제 글을 읽으면 돼요. 글을 쓰는 까닭이라면, 말로 나누는 이야기를 나중에도 고스란히 되살려서 생각을 지피고 싶기 때문이라고 하겠습니다. 말을 하고 나서도 또렷이 되새기곤 하지만, 말을 하고 난 다음에 잊거나 잘못 떠올리기도 해요. 글로 남겨 놓으면 ‘아하, 내가 그때에는 이렇게 느끼고 생각해서 이러한 이야기를 삶에 담았구나’ 하고 돌아볼 만합니다. 《선생님도 몰래 해 보세요》는 어린이 마음을 어린이가 스스로 보듬기를 바라면서 가볍게 동무한 길에 태어난 글자락을 한데 여밉니다. 학교나 학원에서 어린이 글자락을 으레 묶곤 하는데, 이런 글 가운데 어린이답게 하루를 살며 어린이로서 눈망울을 빛내는 글을 찾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학교나 학원에서 시키는 대로 글멋을 부리는 어린이가 끔찍하게 넘칩니다. 어린이도 어른도 멋 좀 부리지 맙시다. 다같이 오늘 이 하루를 사랑하면서 말빛을 글빛으로 넌지시 옮겨 봐요. ㅅㄴㄹ



바닷가에 / 예쁜 들국화가 피어 있네. / 들국화는 파도 소리도 듣고 / 바람 소리도 맨날 듣는다. / 참 좋겠다. / 갈매기도 맨날 본다. / 그래서 바닷가에 / 피어 있는 들국화는 예쁘다. (들국화 1999.11.3. 경북 울진 죽변초 김수지/17쪽)


학교에 갈 때 힘이 없었다. / 그래도 씩씩하게 걸어갔다. / 엄마가 나한테 막 소리친 게 / 화가 났다. / 아버지가 오토바이로 태워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그래도 노래를 부르며 걸어가니까 / 기분이 풀렸다. (학교 가는 길. 충북 청주 주성초 함석호/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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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도 삐죽이가 무서워서 까악 - 굴렁쇠 친구 3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 글 그림, 김찬곤 엮음 / 도서출판 굴렁쇠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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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노래책시렁 160


《까치도 삐죽이가 무서워서 까악》

 김찬곤 엮음

 굴렁쇠

 2002.8.10.



  어린이는 어린이로 살고, 어른은 어른으로 삽니다. 사람으로서는 둘이 같으나, 살아가는 눈길로는 다릅니다. 어린이가 어른 흉내를 내며 말을 하거나 글을 쓸 까닭이 없고, 어른이 어린이 시늉을 내며 말을 한다든지 글을 쓸 일이 없습니다. 어린이는 어린이로서 바라보고 느끼고 생각한 길을 어른한테 말할 뿐입니다. 어른은 어른으로서 마주하고 살피고 받아들인 삶을 어린이하고 어깨동무하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들려줄 뿐입니다. 적잖은 어른이 애쓰지만, 아직 이 나라는 훨씬 더 많구나 싶은 어른이 어린이를 ‘어른 틀이나 굴레나 잣대’에 가두는 쪽에 섭니다. 이런 모습을 찬찬히 추스르고 싶은 뜻으로 태어난 〈어린이신문 굴렁쇠〉가 있고, 어린이 글을 모아 《까치도 삐죽이가 무서워서 까악》을 펴낸 적 있어요. 이제 사라진 어린이신문이요 책이 되었습니다만, 지난날 ‘굴렁쇠’ 신문이 담아낸 글빛은 오늘 더더욱 되새길 만하지 싶어요. 잘나지도 못나지도 않은, 그저 어린이인 눈빛이랑 삶빛을 스스럼없이 담아내어 수수하게 밝히는 이야기를 펴거든요. 문학상하고 공모전이 몽땅 사라지기를 빕니다. 글은 ‘첫째’를 뽑으려고 쓰지 않습니다. ㅅㄴㄹ



밖에 나가 / 나뭇잎을 흩뜨려 보니 / 토끼가 좋아하는 씀바귀가 나왔네 // 만져 보면 꺼칠꺼칠 / 가만히 보면 날씬한 배추 같네 (씀바귀 2000. 경북 포항 동부초 최영은)


비가 내린다 / 땅이 젖어 촉촉하다 / 이젠 추웠다 / 안에는 아직 덥다 / 가을비라서 춥다 / 비야 그냥 그쳐라 / 우리 동생 집에 올 때 춥겠다. (비 2001.8.30. 경남 창원 남산초 백나래/1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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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초능력은 우는 일이 전부라고 생각해 민음의 시 274
윤종욱 지음 / 민음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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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노래책시렁 152


《우리의 초능력은 우는 일이 전부라고 생각해》

 윤종욱

 민음사

 2020.8.28.



  아침에 이웃 할아버지가 우리 뒤꼍으로 건너오시면서 밤을 한 꾸러미 건넵니다. 이웃 할아버지는 우리 집 아이들이 초·중·고등학교에 대학교까지 안 다니면 앞으로 뭘로 먹고사느냐고 걱정합니다. 우리는 ‘배움끈’으로 아이들 밥벌이를 찾을 생각이 없습니다. 우리 집 아이들은 ‘살림노래’로 즐겁게 살림꽃을 지피면 넉넉하리라 여깁니다. 대학교를 다녀서 얻는 일자리는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안 아름답다는 소리가 아니라, ‘대학 흐름에 맞춘 일자리’일 뿐이기에, 숲길하고는 등지는구나 싶어요. 대학교를 다니며 배우는 글쓰기나 시쓰기는 얼마나 사랑스러울까요? 안 사랑스럽다는 뜻이 아니라, ‘대학 교수가 들려주는 글쓰기’는 숲말하고는 동떨어지는구나 싶어요. 《우리의 초능력은 우는 일이 전부라고 생각해》를 읽으며 ‘대학교 문예창작학과’는 시쓰기를 이렇게 들려주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이렇게 쓰기에 ‘시’로 여기고, 이런 시여야 ‘시집’으로 묶네 싶어요. 해를 먹으며 자라는 풀을, 비를 마시며 크는 꽃을, 바람을 머금으로 튼튼한 나무를, 대학교는 조금도 못 가르치네 싶습니다. 말만 만지작거리면 말장난에 그치기 쉽습니다.



너는 아마 개인적인 언어일 것이다 / 말도 안 되는 너는 / 말줄임표를 중얼거리는 / 너는…… (콘텍스트/19쪽)


우리는 상투적인 호칭이 되자 / 슬픔을 환기하기 위해 / 얼굴을 열어 놓은 우리는 / 정면이 없이 / 측면과 빗면에 둘러싸여 있는 / 우리는 (단계적으로/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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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속에서 운다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192
이창수 지음 / 실천문학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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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

노래책시렁 158


《귓속에서 운다》

 이창수

 실천문학사

 2011.6.27.



  길들었거나 길드는 사람은 길드는 줄 알기도 하고, 길드는 줄 모르기도 하지만, 길들거나 말거나 마음을 놓기도 합니다. 배부른 채 우리에 갇혀도 좋으냐고 물으면 터무니없다고 대꾸하는 사람도 있지만, 배부를 수 있다면 우리에 갇히든 종살이를 하든 다 좋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귓속에서 운다》는 어떤 귀울음을 노래할까요. 누구는 귀울음이 괴롭거나 듣기 싫을 만하고, 누구는 귀울음이 머리를 깨워 마음눈을 틔우는 길로 여길 만합니다. 알 길이 없는 울음일 수 있으면서, 먼먼 별누리에서 푸른별로 찾아오는 길에 듣던 노래일 수 있어요. 살아가기에 노래를 듣습니다. 마음을 쏟아 하루를 짓기에 울 수 있습니다. 살림하는 사랑을 돌보기에 웃고, 서로 손을 잡고서 함께 뛰노는 몸짓이 되기에 피어날 만합니다. 그런데 ‘화냥질’이란 무엇일까요? 나무하고 새가 ‘화냥질’을 할까요? 아니, ‘화냥질’이란 말마디를 섣불리 나무하고 새한테 써도 될까요? 곰곰이 본다면 오늘날 이 터전이며 나라가 미쳐 돌아가기에 이 꼬라지를 에둘러 말할 만할 텐데, 그러면 나무나 새한테가 아닌, 미쳐 돌아가는 터전이며 나라한테 대고 바로 말하기를 빕니다. ㅅㄴㄹ



밧줄에 묶인 강아지가 밧줄과 함께 놀고 있다 / 밧줄을 물고 할퀴며 밧줄에 길들여지고 있다 / 밧줄이 허락한 거리는 / 은행나무 둥치에서 치킨집 유리문까지 (세상에서 가장 긴 해/16쪽)


사내들이 화투장 뒤집는 동안 / 여자들은 찜통에 개를 삶는다 / 동백나무가 동박새와 화냥질하는 동안 / 초록의 장삼가사로는 다 덮을 수 없는 / 황홀한 세속에서 / 누군가 오래오래 공염불 읊는다 (대흥사/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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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는 다시 오이꽃이 되고 싶어 할까? 시놀이터 12
글보라(전국 초등 국어 교과 모임) 지음 / 삶말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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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노래책시렁 144


《오이는 다시 오이꽃이 되고 싶어 할까?》

 가평 어린이 글

 전국초등국어교과 가평모임 글보라 엮음

 삶말

 2020.6.10.



  어린이한테 이것은 이렇고 저것은 저렇다고 말할 까닭이 없습니다. 어린이 스스로 바라보며 스스로 느끼고 알아채기 마련입니다. 어린이한테 농약을 뿌려서 타죽은 길섶을 보여주면서 ‘농약은 어떠니?’ 하고 물어볼 일이 없습니다. 어린이하고 자동차를 같이 타면서 ‘자동차를 타니 시끄럽니, 조용하니?’ 하고 물어볼 일도 없습니다. 아이들하고 반딧불이를 바라보면서 ‘반딧불이가 멋지니, 안 멋지니?’ 하고 물어볼 일도 없어요. 《오이는 다시 오이꽃이 되고 싶어 할까?》를 읽다가 빙그레 웃기도 하지만 씁쓸히 웃기도 합니다. 경기 가평이란 고장은 시골이라면 시골이지만 서울을 닮았다면 서울을 닮았고, 또 서울 손님이 흘러넘친다면 흘러넘치는 고장입니다. 가평 어린이는 어떤 삶을 누릴까요? 가평 어른이나 서울 어른은 가평 어린이한테 어떤 삶이나 길이나 사랑이나 꿈을 보여줄까요? 어린이 스스로 쓴 글에는 어른 흉내도 있고, 어른 눈치를 보는 글도 있습니다만, 어떤 흉내나 눈치도 없이 씩씩하면서 사랑스레 저희 뜻이며 꿈이며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낸 글도 있어요. 어린이가 문득문득 드러내는 티없는 마음을 만나며 어쩐지 가슴이 찡합니다. ㅅㄴㄹ



느티나무가 / 엄∼∼∼∼∼∼∼∼청 / 컸었는데 / 어떤 아저씨들이 와서 / 느티나무를 / 대머리처럼 깎았다 // 아쉽다 (느티나무-1학년 김예빈/25쪽)


실내화를 빨았다 / 깨끗했다 / 내가 엄마보다 잘 빠는 줄 알았는데 / 엄마가 더 잘 빨았다 / 엄마가 내가 빨은 걸 / 다시 빨은 거다. (실내화 빨기-2학년 이현명/45쪽)


우리 아빠는 / 내가 김치 안 먹을 때마다 / “김치 안 먹으면 한국사람 아니야” / 라고 한다 / 나는 / 한국에서 태어났는데… (거짓말-4학년 정민정/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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