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통수 좀 삐딱하면 어때 한솔수북 동시집 3
김경화 지음, 김성찬 외 그림, 권은정 지도 / 한솔수북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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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동시읽기 2022.1.16.

노래책시렁 214


《뒤통수 좀 삐딱하면 어때》

 김경화 글

 김성찬·이주민·안재우 그림

 한솔수북

 2021.12.17.



  잿빛집이 살기 좋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아서 잿빛집이 쭉쭉 늘어날는지 모르나, 잿빛집살이에는 ‘아파트 = 돈’이라는 생각하고 ‘아파트 = 서울살림(도시생활)’이라는 틀이 맞물립니다. 잿빛집을 사거나 빌려서 살아갈 적에는 ‘아이’하고 ‘살림’하고 ‘사랑’ 셋을 몽땅 버리는 길이요, ‘숲’을 잊는 굴레이기도 합니다. 잿빛집이 나쁘다는 소리가 아니라, 잿빛집은 이런 바탕으로 올려세운다는 뜻입니다. 오랜마을을 밀어내고 숲을 깎아내려야 잿빛집을 올립니다. 냇물을 못 마시도록 막고서 꼭짓물을 마시도록 길들여야 잿빛집을 이룹니다. 마당에 나무를 심고 텃밭을 돌보는 조촐한 살림하고 등져야 잿빛집이 우람합니다. 《뒤통수 좀 삐딱하면 어때》를 비롯한 오늘날 웬만한 노래꽃은 잿빛집살이를 바탕으로 엮습니다. 워낙 잿빛집에서 사는 사람이 많으니 잿빛집을 둘러싼 하루를 글이며 그림으로 담을 텐데, ‘잿빛’을 덜어낸 ‘집’을 바라보면 사뭇 다르게 이야기를 풀어낼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어버이를 따라서 잿빛에 물드는 아이한테 맞추는 글이 아닌, 오롯이 아이라고 하는 숨결을 바라보면서 쓰는 글이라면, 줄거리가 확 다를 만합니다. 마당도 꽃밭도 없이 자라는 아이요 어른이니 까마귀 소리를 미워하는 글을 씁니다.


ㅅㄴㄹ


모든 게 까마귀 때문이야 / 아침부터 깍깍 / 더 자고 싶은데 / 시끄럽게 울어대니 / 아침잠이 모자라 / 수업에 집중할 수 없잖아. (까마귀 때문이야/28쪽)


산마루에 걸터앉아 / 바다를 바라보는 무지개 아파트 // 알록달록 색칠 / 얼룩덜룩 벗겨진 무지개 아파트 // 옹기종기 모여 살던 사람들 떠나고 / 북적북적 시장통 가게들 문 닫고 / 시끌벅적 골목길 조용해지고 / 덩그러니 혼자 남은 무지개 아파트 // 무지개 아파트 허물고 / 29층 새 아파트 세운다는데 / 차곡차곡 쌓아 둔 추억들은 어떻게 될까? (무지개 아파트/1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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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네안데르탈 상상인 시인선 5
최종천 지음 / 상상인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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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2022.1.1.

노래책시렁 207


《그리운 네안데르탈》

 최종천

 상상인

 2021.7.23.



  살아온 날을 더듬으면 저한테 빚진 사람이 꽤 있을 테지만, 잘 안 떠오릅니다. 그 빚이 뭔 대수랴 싶어요. 이와 달리 제가 빚진 사람은 늘 떠올립니다. 나한테 빛을 베푼 이웃하고 어른하고 동생하고 동무가 있기에 즐겁게 살림꽃을 피우는 밑거름으로 삼는구나 싶습니다. 이태 앞서 얻은 빚을 갚고서 생각합니다. 진 빚에 곱으로 얹어서 그이한테 보내면서 “잘 가렴. 다시 볼 일 없겠구나.” 하고 혼잣말을 했습니다. 밤새 이 빚·빛을 가만히 돌아보았어요. 돈이 없어서 바보이지 않고, 돈이 있어서 바보이지 않습니다. 마음이 텅 비어 바보요, 마음을 사랑으로 채우기에 빛납니다. 《그리운 네안데르탈》을 읽으며 반가우며 아쉬웠어요. 노래님이 ‘어린이’ 눈빛으로 글결을 여미었으면 그야말로 눈부실 텐데, 어린이를 마주하는 삶을 반기는 몸짓만큼 글은 덜 무르익었네 싶어요. 글을 못 썼다는 뜻이 아닌, ‘어린이가 함께 읽을 글은 아니’란 뜻입니다. 나이도 이름도 몸뚱이도 잊기를 바랍니다. 눈빛하고 마음하고 사랑만 헤아리기를 바라요. 어린이하고 주고받는 말을 넘어, 어린이하고 마음으로 속삭이는 노래를 어린이 눈빛에 어린이 말씨로 차곡차곡 풀면서 ‘어린이랑 노래할 글’로 가다듬는다면 들꽃 한 송이가 피리라 생각합니다.


ㅅㄴㄹ


친구들은 다 아파트로 이사 가는데 / 우리 언제 이사 갈 거야 아빠! 하며 / 대들던 녀석이 / 그날 밤 /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 물난리 난 후 처음으로 / 아내와 집 한 채 짓고 싶던 밤이었다. / 녀석을 가운데 두고 / 셋이서 한 몸이었다. (입주/24쪽)


집단주택에서는 아기 우는 소리가 지나치게 크면 / 와서 따지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 무슨 악기로 아기가 우는 소리를 낸다면 / 사람들은 그 소리를 음악이라고 하여 / 제법 크게 들으며 어느 대목이 어쩌니 해가며 / 법석들을 꾸밀 것이다. (아기 울다/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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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한국학교 모악시인선 9
강남옥 지음 / 모악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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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2022.1.1.

노래책시렁 210


《토요일 한국학교》

 강남옥

 모악

 2017.12.11.



  제가 태어나서 살아가는 곳은 ‘남한·한국·대한민국’이라고 합니다. 때로는 영어로 ‘코리아’라고 합니다. 어릴 적부터 이런 이름이 다 내키지 않습니다. 뭔가 뒤집어씌운 이름이라고 느꼈습니다. 나라(정부)에서는 늘 나라사랑(애국·충성)을 하라고 다그쳤고, 배움터도 나라사랑·겨레사랑을 닦달했습니다. 고작 여덟 살 어린이는 아침마다 배움터 우두머리(교장)한테 오른손을 눈썹 밑에 척 붙이면서 “충성!” 하고 외쳐야 했습니다. 1980년대가 저물고 1990년대로 접어들어도 이런 겉치레는 안 사라졌고, 2000년대로 넘어와서 위아래로 가르는 틀은 고스란합니다. 《토요일 한국학교》를 읽으면 이 나라로 건너와서 돈을 버는 이웃일꾼 이야기가 차곡차곡 흐릅니다. 이웃일꾼입니다. ‘외국인노동자·이주노동자’란 이름 모두 달갑지 않습니다. 그저 이웃인걸요. 일하러 온 이웃이에요. 거품으로 가득하여 일할 줄 모르는 이 나라에서 일자리를 씩씩하게 맡는 이웃은 너나없이 똑같은 사람이며 숨결이며 집안이고 마을이자 눈빛입니다. 제가 태어나서 사는 나라는 워낙 ‘한나라(하늘나라)’란 이름이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참말로 ‘하늘겨레’ 같은 몸짓이자 말빛인지 영 모르겠어요. ‘한(하늘)’은 이름일까요, 허울일까요?


ㅅㄴㄹ


엘리베이터 앞집에는 인도사람이 산다 / 끼니 때 풍기는 카레냄새 복도에 고여 있다 / 가면 같이 한결같은 표정, 속을 알 수 없는 백인 / 어깨 들썩이며 냄새 좋다, 인사하더니 / 어느 날부터 보이지 않는다 (승부/13쪽)


주말 한국학교 학예발표회 / 꿈꾸는 사람 분장하고 왜 그 사람 되고픈가 한국어로 말하기 (꿈은 유쾌해/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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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는 노력의 박물관 문학동네 시인선 43
리산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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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2022.1.1.

노래책시렁 208


《쓸모없는 노력의 박물관》

 리산

 문학동네

 2013.5.31.



  바람이 불다가 바람이 잡니다. 구름이 흐르다가 구름이 걷힙니다. 비가 오다가 눈이 되고, 눈이 흩날리다가 해가 뜹니다. 일찍 자리에 누운 아이가 일찍 일어납니다. 늦게 잠자리에 든 아이가 일찍 깹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서 웅크리고, 이불을 걷어차고서 마당으로 뛰어나갑니다. 쌀을 씻어서 불리고, 솥에 물을 맞추어 밥을 안칩니다. 햇볕을 머금으며 물을 한 모금 누리고, 별이 쏟아지는 밤에 조용히 춤을 춥니다. 이렇게 보내는 하루 가운데 ‘돈이 될 일’은 무엇일까요? 아마 한 가지조차 없을 만합니다만, 즐거울 길을 생각하며 걸어가노라면 ‘돈이 될 일’은 어느 날 문득 살포시 찾아든다고 느껴요. 《쓸모없는 노력의 박물관》을 읽었습니다. 쓸모없을 땀방울이 있다고 여긴다면 있을는지 모릅니다만, 덧없는 땀방울은 여태 본 적이 없습니다. 애써 달렸는데 막다른 골목이라면, 이 골목까지 오면서 누린 해바람이며 골목빛으로도 넉넉해요. 먼길을 찾아갔는데 닫았다면, 이 길을 오는 사이에 맞이한 생각이며 발걸음으로 널널합니다. 스스로 쓸모있다고 여기니 쓸모있고, 스스로 값었다고 바라보니 값없습니다. 스스로 웃으려 하니 웃고, 스스로 울려 하니 울어요. 스스로 꾸미니 겉치레로 나아가고, 스스로 노래하니 별이 됩니다.


ㅅㄴㄹ


천 개의 거짓말을 모아놓고 하나의 비밀이라 써보았지 먼곳에서 밀려온 유빙이 생을 다하는 밤 시베리아 붉은여우가 제 냄새를 눈펄에 묻히며 마지막 벌판을 지나가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협잡꾼/16쪽)


너는 몸이 아프고 나는 마음이 아프니 너와 내가 결의하면 환(幻)의 제국을 세우겠구나 (심금心琴/80쪽)



스스로 읊는 말은

스스로 짓는 글로 간다.

글(문학)은 왜 쓸까?

글(문학)은 서로 무슨 빛일까?


교과서가 사라져야

비로소 슬기롭게 배우면서

글이 글대로 빛나리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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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교육 민음의 시 260
송승언 지음 / 민음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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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2022.1.1.

노래책시렁 209


《사랑과 교육》

 송승언

 민음사

 2019.9.23.



  사랑이 없으면 안지 않습니다. 사랑이 없는 채 안으려 한다면 엉큼질이나 추근질로 기웁니다. 사랑으로 안기에 그저 사랑이라 따뜻하면서 폭신하고 즐거우면서 아늑합니다. 사랑이 없이 안으려 드니까 싫고 지겹고 괴롭습니다. 그렇다면 어른은 아이한테 사랑을 얼마나 제대로 보여주거나 가르칠까요? 사랑을 사랑으로 들려주거나 속삭이는 어른은 몇쯤 있을까요? 총칼을 쥔 이는 사랑을 버린다는 뜻입니다. 벼슬이나 감투를 쓴 이는 사랑을 든진다는 뜻입니다. 총을 쥔 순이도 벼슬을 쓴 돌이랑 똑같이 사랑이 없습니다. 칼을 쥔 돌이도 감투를 쓴 순이랑 나란히 사랑이 없어요. 《사랑과 교육》을 가만히 읽으며 ‘안는 몸짓’을 자꾸자꾸 돌아봅니다. 가없이 사랑이기에 안으려 하나요? 사랑인 척하면서 안으려 하나요? 사랑을 배운 적 없이 무늬만 사랑으로 가나요? 사랑받아 태어난 숨빛인 줄 똑똑히 느끼면서 웃음하고 눈물로 안으려는 발걸음인가요? 사랑이라면 말을 돌리지 않습니다. 사랑이 아니기에 자꾸 말을 돌립니다. 사랑이라면 어린이랑 어깨동무하는 눈빛으로 말합니다. 사랑이 아니기에 어린이뿐 아니라 시골 할매가 못 알아듣는 말을 그저 읊습니다. 사랑은 못 가르칩니다. 사랑은 늘 누구나 저마다 스스로 짓는 별빛입니다.


ㅅㄴㄹ


네가 잘 때 나는 내 나이보다 오래된 책을 읽었고 / 네가 깨어났을 때 그 책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액자소설/16쪽)


패잔병들은 생각한다 우리는 졌다 왜 우리가 졌을까 우리가 질 리 가 // 없는데 패잔병들은 생각한다 본진으로 돌아가며 별이 뜨길 기다리며 / 예정된 포인트에서 / 예정된 조우가 있기를 기다리며 (별들이 퍼붓고 난 이후/44쪽)


.

.


어딘가 아쉬운

자꾸 말을 돌리며

무늬만 그리는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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