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내의 새
문정희 지음 / 난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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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노래책시렁 134


《아우내의 새》

 문정희

 난다

 2019.11.20.



  요즈음 자가용을 몰지 않고 다니는 사람을 찾아보기는 어렵습니다. 어린이나 푸름이라면 걷거나 버스를 탄다지만, 여느 어른 가운데 두 다리로 볼일을 보며 움직이는 사람은 드뭅니다. 이러다 보니 이곳이건 저곳이건 자가용으로 오가는 길을 헤아릴 뿐, 두 다리로 다니는 사람은 처음부터 생각조차 안 하기 일쑤입니다. 고흥이란 고장에서 살며 군청이건 교육청이건 선거관리위원회이건 어디이건 가야 할 적마다 그야말로 한참 걷는데, 이 길마저 그리 걸을 만하지 않고 엉망입니다. 이곳은 얼마나 아름나라일까요. 숱한 사람들이 온몸을 불사르며 지키려던 터전은 이런 모습이었을까요. 《아우내의 새》를 엉망진창 거님길을 오가면서 읽습니다. 시골 군수이든 도시 시장·구청장이든, 또 숱한 국회의원이든 두 다리로 다닐 적은 선거철뿐이라고 느낍니다. 이들은 거님길이 얼마나 엉성한지 모르지 싶습니다. 그 길을 누가 언제 어떻게 걷는지 살피지도 못하겠지요. 아우내에서 아우성이던 숨결은 자가용나라를 바라지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삽질나라를 바라지도, 돈나라를 바라지도, 입시지옥나라를 바라지도 않았겠지요. 아스라한 목소리를 가늠합니다. 아슴프레하게 떠오르는 옛넋을 돌아봅니다. 아직 멀지는 않았겠지요. ㅅㄴㄹ



풀꽃 하나가 / 쓰러지는 세상을 붙들 수 있다. // 조그만 솜털 손목으로 / 어둠에 잠기는 나라를 / 아주 잠시 / 아니, 아주 영원히 / 건져올릴 수 있다. (서시/24쪽)


깜장 치마 흰 저고리 / 보송한 눈을 하고 // 물집난 발, 알밴 종아리 / 타는 입술을 하고 // 누군가 / 가벼이 쓸어안아주어서 / 관순이는 훨훨 날아다닌다. (신의 비밀/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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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억오천만년 그 때 아이에게 현암아동문고 27
신현득 지음 / 현암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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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노래책시렁 133


《일억오천만년 그 때 아이에게》

 신현득 글

 송희정 그림

 현암사

 1994.7.30.



  이웃말을 모른다면 이웃이 들려주는 소리에 어떤 이야기가 흐르는가를 모를 테지요. 이웃말을 모른다면 이웃은 늘 다 다른 이야기를 다 다른 소리에 담아서 들려줄 테지만 소릿결조차 못 알아챌 테고요. 마음을 기울여서 마주하지 않는다면 ‘아’라 말하는지 ‘어’라 말하는지 모를 뿐더러, ‘하’라 했는지 ‘다’라 했는지도 모를밖에 없습니다. 참새가 들려주는 말소리는 ‘짹’ 하나일 수 없으나 마음으로 참새를 사귀지 않는다면 갖가지 노래에 이야기를 제대로 맞아들이지 못할 테고요. 신현득 님은 《일억오천만년 그 때 아이에게》라는 이름으로 오래도록 쓴 동시를 갈무리했다고 합니다. 이 동시책에도 실은 ‘참새네 말 참새네 글’은 이녁이 일군 노래를 잘 드러내지 싶습니다. 어느 모로 보면 귀엽습니다만, 곰곰이 보면 겉보기를 넘어서지 않습니다. 어린이를 예쁘장하게 보는 눈길에 갇힌 셈이랄까요. 어린이한테 들려줄 말을 비롯해 어린이가 누릴 삶터를 깊거나 넓게 아우르지 못하는 셈이랄까요. 오늘날 동시를 쓰는 젊은 글님은 이러한 울타리를 어느 만큼 넘어설는지 궁금합니다. 참새 이야기를 얼마나 알아듣나요? 어린이 마음소리를 얼마나 귀여겨듣나요? 마음빛을 얼마나 눈여겨보고, 마음길을 얼마나 돌보며 품을까요? ㅅㄴㄹ



참새네는 말이란 게 ‘짹 짹’뿐이야. / 참새네 글자는 / ‘짹’ 한 자뿐일 거야. // 참새네 아기는 / 말 배우기 쉽겠다. / ‘짹’ 소리만 할 줄 알면 되겠다. / 사투리도 하나 없고 / 참 쉽겠다. (참새네 말 참새네 글/16쪽)


들길에서 엄마가 / 찔레꽃을 따먹고, / 찔레꽃처럼 예쁜 아길 가졌대. // 좁다란 엄마 배 안에서 / 아기가 싹이 터 자라고 있대. // 엄마가 사탕을 먹으면 / 사탕을 받아 먹고, / 사과를 먹으면 / 사과를 받아 먹고, (아들일까 딸일까/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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뭇별이 총총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189
배영옥 지음 / 실천문학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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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128


《뭇별이 총총》

 배영옥

 실천문학사

 2011.1.12.



  하루치기로 고흥서 목포를 시외버스로 다녀오자니 온몸이 욱씬. 하루를 세 토막으로 가를 적에 셋 가운데 한 토막만큼 시외버스에서 보냈으니 그럴 만하겠지요. 일찍 잠자리에 들고서 새벽에 일어나 하늘을 바라봅니다. 밤별 못지않게 새벽별은 유난히 밝습니다. 두 시인지 세 시인지 네 시인지 몰라도 이무렵 별빛은 ‘너희가 지구라는 그 별에서 짓는 하루를 늘 즐겁게 생각하렴’ 하고 속삭이는 듯합니다. 《뭇별이 총총》을 읽는데 별 이야기는 없다시피 합니다. 아무렴, 이름만 ‘별’이라고 붙여도 됩니다. 막상 별빛이나 별노래나 별살림을 그리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별이란 이름을 붙여도 되어요. 그런데 별은 어디에 있을까요? 텔레비전 연속극에 별이 있을까요? 네, 그곳에도 그곳 별이 있겠지요. 시인이라는 이름으로 쓰는 글에도 별이 있을까요? 네, 그자리에도 그자리 별이 있겠지요. 어느 별이든 모두 별입니다. 해도 달도 별이고 지구도 별입니다. 금성도 명왕성도 별이고, 국자별도 꼬리별도 별입니다. 그리고 사람이며 개미이며 바퀴벌레이며 나방이며 모두 별이지요. 별 아닌 숨결이란 없어요. 모래알도 자갈도 별이고, 쪽종이도 지우개도 별이니, 뭇별에 둘러싸여 스스로 빛나는 별인 우리 모습을 헤아리면 모든 글은 시가 됩니다. ㅅㄴㄹ



그래서 내 웃음 속에는 / 고장 난 풍금 소리처럼 / 울음소리가 섞여 있는 것인가 (고장 난 풍금/51쪽)


일일 연속극 가장 중요한 클라이맥스는 전화 받다 놓치고 / 화장실 잠깐 다녀오다 올케 아이의 첫울음을 놓치고 / 깜빡 졸다 그만 어머니 임종을 놓치고 (순간의 유배/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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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문학과지성 시인선 494
서효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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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132


《여수》

 서효인

 문학과지성사

 2017.2.14



  제가 태어나서 자란 고장이 더 좋다고 느낀 적이 없고, 이웃이나 동무가 나고 자란 고장이 한결 좋다고 느낀 적이 없습니다. 누가 가르쳐서 느끼거나 알진 않았어요. 그냥그냥 그렇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뭔가 일이 틀어질 적마다, 저한테 아무런 배움끈이나 돈줄이 없는 탓에 그랬구나 하고 알아차릴 적마다, 이런 일이 싫지도 안 싫지도 않았습니다. 또 뭘 배워야 하니까 이렇게 겪네 하고 느꼈어요. 그러나 인천에서 나고 자란 터라 인천말을 몸에 들였고, 같은 인천이라 해도 중·동·남·북구를 비롯해 부평·계산·소래·강화 모두 삶터 따라 말씨가 다른 줄 알았어요. 인천내기끼리도 ‘구·동’에 따라 “서로 다른 인천사람”인 줄 느꼈어요. 《여수》를 읽으니 시쓴님이 여러 고장에 첫발을 디디며 받아들인 뭇느낌이 하나씩 피어오릅니다. 재미있습니다. 시쓴님은 이녁 텃마을 삶눈을 바탕으로 이 나라 여러 고을이며 마을을 하나씩 맞아들입니다. 시쓴님이 인천내기 눈이나 대전내기 눈이 되어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시쓴님은 그저 시쓴님 삶자리 눈썰미로 바라보면 되겠지요. 다만 조금 느긋이 그곳에 머물면서, 한결 즐겁게 노래하듯 ‘이곳에도 사람이 사네. 이곳에도 사람이 서로 사랑하며 살림을 짓네’ 하는 눈이 되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조국에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다. (인천/30쪽)


꿈돌이 모자를 쓰고 엑스포 저금통을 샀다. 꿈이었을까. (대전/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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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마음
조향미 지음 / 내일을여는책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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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124


《새의 마음》

 조향미

 내일을여는책

 2000.7.20.



  인천에서 나고 자랄 적에는 참새보다 갈매기하고 비둘기를 아주 흔하게 언제나 보았습니다. 바닷가이니 갈매기야 늘 날아다녔고, 인천 수봉공원·자유공원에서틑 툭하면 ‘평화 상징 비둘기 날리기’를 해대느라 골목골목에 비둘기가 떼를 지어 하늘을 누볐습니다. 충주 무너미마을이란 멧골에서 이오덕 어른 글을 갈무리하던 무렵에는 갖은 멧새를 만났고, 고흥 시골집에서 아이들하고 지내며 새삼스럽다 싶은 멧새를 마주합니다. 늘 보기에 마음을 읽지는 않아요. 늘 보든 가끔 보든 몸뚱이란 껍데기를 떠나 오롯이 마음으로 만나려 하니 우리 곁에서 살아가는 새가 어떤 마음인지를 찌릿찌릿 느낍니다. 《새의 마음》을 읽는 내내 서운했습니다. 이름은 ‘새마음’입니다만 막상 새한테 마음으로 다가서면서 이야기를 듣거나 건네는 싯말은 한 줄조차 없었다고 느껴요. 왜 ‘문학을 하려’ 할까요? 그저 마음을 읽고서 옮기면 될 텐데요. 왜 ‘시를 쓰려’ 할까요? 삶 그대로 마음을 밝히고서 홀가분하게 붓을 쥐면 될 텐데요. 문학을 앞세울 적에는 딱딱하고, 딱딱하니 따분합니다. 시쓰기나 글쓰기를 애써 붙잡으려 하기에 거칠 뿐 아니라 틀에 박히는데다가 겉멋하고 겉치레가 반지르르하고 맙니다. 부디 마음노래 한 가락만 바라보아 주셔요. ㅅㄴㄹ



오전 내내 호미질 하던 아주머니들 / 말끔히 다듬은 잔디밭에서 점심 일찍 먹고 / 수건 베고 누워 낮잠을 잔다 (낮잠/14쪽)


도토리 한 알을 주웠네 / 인적 드문 산길에서 / 풀섶에 반짝이는 매끈한 열매 / 손 안에 꼭 쥐었네 / 이 예쁜 도토리 / 호주머니에 넣어 만지작거리고 날까 (도토리/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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