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팡도르
안나마리아 고치 지음, 비올레타 로피즈 그림, 정원정.박서영 옮김 / 오후의소묘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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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3.1.28.

그림책시렁 1047


《할머니의 팡도르》

 안나마리아 고치 글

 비올레타 로페즈 그림

 정원정·박서영 옮김

 오후의소묘

 2019.12.2.



  어떤 분은 나이는 들었되 어른스럽지 않아 늙거나 쭈그렁쟁이로 갑니다. 어떤 이는 나이가 적되 어질고 슬기로워 눈망울이 밝습니다. 어떤 분은 삶이 아쉬워 선뜻 내려놓지 못 하고, 어떤 이는 삶죽음 사이가 없는 줄 알아 홀가분히 바람을 타면서 노닙니다. 죽음은 빨리 오지도 늦게 오지도 않습니다. 누구나 날마다 죽음을 맛보고서 나날이 삶을 새롭게 맞이합니다. 모든 하루는 삶죽음이 갈마들면서 흐르는 이야기예요. 《할머니의 팡도르》는 언뜻 ‘죽음길 앞에서 한결 느긋하게 돌아보는 길’을 애써 들려주려고 하는구나 싶지만, ‘죽음을 잊어버릴 삶맛’을 힘써 보여주려는 듯하지만, 어쩐지 ‘죽음은 나쁘고 삶은 좋다’라는 틀로 갈라치기를 하는 얼거리입니다. 어둠을 반갑게 맞이하지 않기에 몸이 늙어요. 밤에 고이 쉬며 잠들지 않기에 지치고 고단합니다. 밤을 잊은 채 일하면 몸이 못 버텨요. 놀고 노래하고 쉬고 꿈꾸는 나날을 누리기에 비로소 밤낮이 갈마들면서 몸마음이 하나로 흐를 만합니다. 이 그림책에서라면, ‘굳이 땅나라에서 빵굽기로 질질 끌기’보다는 ‘느긋이 하늘나라로 빵 한 조각 챙겨가’서 하늘이웃하고 나누는 얼거리로 그려 보아도 되었을 테지요. 어느 쪽에든 얽매이면 빛도 고요도 없습니다.


ㅅㄴㄹ


#IPanidOrodellaVecchina #AnnamariaGozzi #VioletaLopiz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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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주명 - 우리 나비의 이름을 찾아준 나비박사, 생생위인전
여은주 지음, 김선민 그림 / 꿈꾸는공화국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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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3.1.28.

그림책시렁 1023


《석주명, 우리 나비의 이름을 찾아 준 나비 박사》

 여은주 글

 김선민 그림

 꿈꾸는공화국

 2003.7.30.



  나비는 나비이기 앞서 애벌레입니다. 애벌레는 애벌레이기 앞서 알입니다. 알은 알이기 앞서 나비예요. 어느 쪽이 먼저라 할 수 없이 셋은 나란히 하나입니다. 나비를 반기면서 애벌레나 알은 꺼린다면 두동집니다. 나비는 가볍게 하늘을 날면서 문득 꽃송이에 내려앉아 꽃가루랑 꽃꿀을 누리면서 꽃가루받이를 해줍니다. 풀꽃나무는 나비가 찾아들면 기뻐하면서 파르르 떨듯이 춤추지요. 그리고 나비가 알을 낳도록 잎을 내어주고, 알에서 애벌레가 깨어나 몇 벌에 걸쳐 허물벗기를 하는 동안 잎을 더 넉넉히 내어줍니다. 풀꽃나무하고 나비는 어깨동무를 하면서 오래도록 함께 살아왔어요. 《석주명, 우리 나비의 이름을 찾아 준 나비 박사》는 나비가 어떤 숨결인가 하고 들여다보고 갈무리하면서 배움길을 닦은 석주명 님 발자취를 살며시 들려줍니다. 다만 글결이나 그림결을 너무 요새 어린이한테 맞추려 하면서, 지난날 나비 한 마리를 찾아 들숲메를 누빈 모습을 제대로 못 담았다고 느껴요. 무엇보다 나비가 왜 나비요, 나비 곁에 무엇이 있는가를 미처 못 살폈구나 싶습니다. 나비한테 이름을 붙일 수 있다면 숲을 읽었다는 뜻이요, 숲살림이라는 수수한 시골빛을 푸르게 알았다는 길입니다. 이 모두를 헤아려야 석주명을 밝힐 수 있어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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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무쌍 염소 삼형제 - 노르웨이 비룡소 세계의 옛이야기 45
아스비에르센.모에 지음, 김기택 옮김, 마샤 브라운 그림 / 비룡소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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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3.1.27.

그림책시렁 1141


용감무쌍 염소 삼형제

 아스비에른센·모에 글

 마샤 브라운 그림

 김기택 옮김

 비룡소

 2008.11.11.



  혼자 걷는 길은 씩씩하고, 둘이 걷는 길은 다부지고, 셋이 걷는 길은 의젓합니다. 혼자 걷는 길에 노래하고, 둘이 걷는 길에 춤추고, 셋이 걷는 길에 놀이를 합니다. 혼자 걷다가 다리를 쉬고, 둘이 걷다가 도시락을 펴고, 셋이 걷다가 자리를 깔고 눕습니다. 《용감무쌍 염소 삼형제》는 염소 셋이 거침없이 나다니는 하루를 들려줍니다. 책이름에 ‘용감무쌍’을 넣었습니다만, 줄거리로 본다면 ‘씩씩한’이나 ‘거침없는’을 붙여야 어울릴 만하지 싶습니다. 저마다 다른 세 염소는 서로 아끼고 돌보면서 새길을 나서요. 누가 막거나 말린들 대수롭지 않습니다. 셋은 서로 돕고 살피면서 한 걸음씩 나아가거든요. 걱정도 두려움도 없으니 서글서글 가볍게 걸을 수 있습니다. 근심도 무서움도 아니니 사뿐사뿐 기운차게 걸을 만해요. 걱정·두려움·근심·무서움은 작은 씨앗입니다. “너 말야, 그렇게 안 하면 큰일난다구!” 하는 말씨 하나로 걱정과 무서움을 심어요. 이른바 돌림앓이라든지, 종이(졸업장·자격증)가 없으면 살아남지 못 한다고 윽박지릅니다. 그러나 “우린 말야, 즐겁게 나아가지!” 하는 말씨 하나도 작은 씨앗이 되어 스스로 빛납니다.


ㅅㄴㄹ


#TheThreeBillyGoatsGruff #MarciaBrown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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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가 시계를 만들었어요! - 개정판 초등학생이 읽는 그림책
에드워드 아디존 글.그림, 이덕남 옮김 / 북뱅크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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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3.1.27.

그림책시렁 1140


《시계 만드는 아이 조니》

 에드워드 아디존

 이덕남 옮김

 북뱅크

 2005.5.5.



  바쁘게 지내면 어른이 아니라고 느낍니다. 바쁜 탓에 삶을 돌아볼 겨를이 없거든요. 바쁘게 몰아치면 아이가 아니로구나 싶어요. 바쁜 나머지 놀고 노래할 짬이 없으니까요. 어른이라면 일살림을 차근차근 여미면서 늘 틈을 내어 아이 곁에서 이야기합니다. 아이라면 놀이살림을 즐겁게 지으면서 언제나 짬을 내어 어른 곁에 앉아서 이야기를 바랍니다. 《시계 만드는 아이 조니》는 아이로서 아이답게 꿈을 키우는 아이가 나오고, 이 아이 둘레에 아이스럽지 않은 무리에다가 어른답지 못 한 사람이 우글거리는 터전을 안쓰러이 들려줍니다. 그러나 숱한 무리 사이에 아이다운 아이가 동무로 있고, 어른스러운 어른이 이웃으로 지내요. 뚝딱거리기를 즐기고, 손수 무엇이든 새롭게 짓고 싶은 아이는 동무랑 이웃이 있기에 두 사람 눈망울을 마주하면서 차근차근 하루를 여밉니다. 둘레에서는 다들 ‘바빠’서 눈이 멀어 버린 터라, 이 아이가 짓는 놀이살림에 꿈살림을 알아차리지 못 합니다. 아이는 끝까지 천천히 놀이살림에 사랑을 담아요. 한참 지나고 나서 드디어 매듭을 짓자, 이제 ‘바쁜’ 나머지 눈을 못 뜨거나 딴청만 하던 무리가 ‘아이’를 알아보고 활짝 웃음을 짓습니다. 아이는 아이라서 알아요. 아이가 어른을 일으켜세우는 줄.


#EdwardArdizzone #JohnnyTheClockmaker


ㅅㄴㄹ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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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동무 꼭두 우리아이들 우리 얼 그림책 3
김하루 지음, 김동성 그림 / 우리아이들(북뱅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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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3.1.27.

그림책시렁 1138


《길동무 꼭두》

 김하루 글

 김동성 그림

 북뱅크

 2022.11.30.



  아이가 죽음이 무엇이냐고 물을 적에 마음을 기울여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어른은 이제 얼마나 있을까요. 죽으면 나쁘다고만 얘기하려나요. 죽으면 아무것도 안 남는다고 얘기할는지요. 죽음을 두렵다고 여기거나 나쁘다고 보기에 잠자리조차 제대로 못 이루곤 합니다. 곰곰이 보면 모든 사람은 일(움직임)을 마치고서 잠(꿈)으로 나아갈 적에 몸을 내려놓습니다. 이 ‘몸 내려놓음 = 죽음’입니다. 아침을 맞이하면서 눈을 번쩍 뜨고 일어나는 ‘몸 일으킴 = 삶’이에요. 누구나 아침저녁으로 삶죽음을 되풀이하지요. 《길동무 꼭두》는 ‘꼭두’라는 작은님(인형)을 마주하는 아이가 시나브로 죽음빛을 바라보고 헤아리는 길을 들려줍니다. 우리가 저마다 어질게 살림을 지으면서 사랑으로 아이를 낳아 돌보던 수수한 삶길을 건사하는 어른이라면, 아이 곁에서 늘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생각에 씨앗 한 톨을 고이 심으리라 봅니다. ‘꼭두’는 잇는 첫자리입니다. 맨앞을 우리말로 ‘꼭두’뿐 아니라 ‘꽃등’이라고도 합니다. 그런데 처음은 끝이기도 합니다. ‘꽃·꼴찌’하고 ‘꼭두·꽃등·꼭대기’는 말밑이 같아요. 삶죽음이란 늘 하나이면서 처음이자 끝으로 얽히는 동그라미입니다. 차분히 바라볼 수 있다면 오늘 이곳이 눈부십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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