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이성강 지음 / 한솔수북 / 201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그림책 2023.2.16.

그림책시렁 1145


《오늘이》

 이성강

 한솔수북

 2017.3.29.



  우리말 ‘오늘’을 찬찬히 생각할 수 있다면, ‘원천강 본풀이’를 한결 넓고 깊이 돌아볼 만합니다. 우리말 ‘오늘’을 오롯이 헤아리지 않는다면, 옛이야기뿐 아니라 오늘 이곳에서 짓는 삶을 바라보는 눈썰미가 옹글게 맺지 않습니다. ‘오늘 = 오 + 날’입니다. ‘오’는 ‘오다’가 뿌리요, ‘온·올·옹’이 한동아리입니다. 우리말은 ㅗ하고 ㅏ가 맞물리니 ‘아·알’이 얽히고, ㅏ하고 ㅓ가 맞물리는 얼개에 따라 ‘어·얼’까지 맞물립니다. 그림책 《오늘이》를 읽었습니다만, 그림책만으로는 뒤죽박죽에 어지럽습니다. 굳이 옛이야기를 그대로 풀어야 하지 않으나, 구태여 새롭게 덧입혀야 하지도 않습니다. 밑뜻부터 먼저 헤아릴 노릇이고, 속빛을 받아들여서 깨달았으면, 이를 바탕으로 ‘오늘’하고 맞닿는 어제랑 모레를 여미는 하루를 살려내면 됩니다. 옛이야기는 이야기하고 줄거리에 ‘말에 담는 마음으로 빛나는 얼’을 살며시 품습니다. 예나 이제나 책이나 글이 없어도 이야기만으로 아이들은 ‘말’과 ‘말에 담은 마음과 삶과 사랑과 살림과 얼’을 모두 수월하게 받아들여서 익히지요. 이쁘장한 그림결에 자질구레한 옆가지를 섞기보다는 ‘오늘’이란 말뜻부터 제대로 짚어야, 아이들이 말넋삶을 스스로 사랑할 수 있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즐거운 로저와 대머리 해적 압둘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4
콜린 맥노튼 글.그림, 김미경 옮김 / 시공주니어 / 199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그림책 2023.2.16.

그림책시렁 1155


《즐거운 로저와 대머리 해적 압둘》

 콜린 맥노튼

 김미경 옮김

 시공주니어

 1993.11.1.



  우리말 ‘즐겁다·신나다·기쁘다’는 뜻하고 결이 다릅니다. 겹쳐서 쓸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대목을 눈여겨보면서 찬찬히 안 짚기 일쑤요, 집에서나 배움터에서도 어린이한테 이 쉽고 수수한 우리말을 제대로 들려주려는 어버이나 어른이 드뭅니다. 이러다 보니 “Jolly Roger”를 《즐거운 로저와 대머리 해적 압둘》로 옮기고 마는데, 막상 그림책을 펴면 ‘로저’는 하나도 안 즐거워 보여요. 마무리까지 보아도 ‘즐거움’하고는 다릅니다. 책이름을 되살피고 ‘jolly’하고 “Jolly Roger”라는 영어 쓰임새까지 찾아보고서야 “아, 이 그림책은 시름 가득한 아이랑 엄마가 이 시름을 풀어낼 신나는 일을 꿈꾸다가 드디어 신바람놀이를 찾아내고, 이동안 모든 앙금을 풀면서 새길로 가는 삶을 그리는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책이름을 차라리 “로저와 해적”이라고만 하든지 “졸린 로저와 해적”으로 하고서, 마무리에서 “졸린 로저”라는 이름을 “즐거운 로저”로 스스로 바꾸는 길을 밝힌다면 나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웃나라 그림책은 이름이나 글을 ‘그냥 안’ 씁니다. 어린이가 제 나라 말글을 새롭게 익히고 살펴서 생각을 살찌우도록 이끌어요. 이와 달리 우리나라 글책이나 그림책은 ‘아무말잔치’에 갇혀 헤맵니다.


ㅅㄴㄹ


#ColinMcNaughton #JollyRoger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피리 부는 거북이 자부치 - 아마존 밀림 옛이야기 열린어린이 옛이야기 그림책 5
제럴드 맥더멋 글.그림, 서남희 옮김 / 열린어린이 / 201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그림책 2023.2.11.

그림책시렁 1146


《피리 부는 거북이 자부치》

 제럴드 맥더멋

 서남희 옮김

 열린어린이

 2012.7.12.



  노래가 안 흐르는 곳은 죽음터입니다. 꾀꼬리처럼 빼어나게 들려주어야 노래이지 않습니다. 참새도 딱새도 박새도 동박새도 붉은머리오목눈이도 제비도 다 다르게 노래입니다. 까마귀도 까치도 멧비둘기도 매도 물까치도 직박구리도 서로 다르게 노래예요. 스스로 목소리를 틔워서 가락을 얹기에 노래입니다. 남이 불러 주어야 노래일 수 없습니다. 노래가 흐르는 집은 아늑하고, 노래가 막힌 곳은 집이란 이름조차 못 씁니다. 노래가 감도는 마을은 상냥하고, 노래 아닌 시끌시끌 부릉부릉 쩌렁쩌렁 판친다면 마을이란 이름을 안 붙입니다. 《피리 부는 거북이 자부치》는 푸른별에서 노래가 왜 깨어나고 즐겁게 나누면서 어우러지는가 하는 대목을 ‘거북이’ 또는 ‘자부치’를 빗대어 들려줍니다. 노래를 등지거나 막으려는 이들은 으레 싸우고 사나우며 차갑습니다. 사랑을 밟으려 하거나 죽이려 하는 무리는 늘 노래를 가로막고 길들이려 해요. 잘 봐요. 나라 어디에 노래다운 노래가 있나요? 시끄럽게 틀어놓는 ‘틀소리’만 있지 않나요? 재잘재잘 조잘조잘 흐르는 냇물처럼 누구나 어디서나 마음껏 한바탕 노래할 수 있을 적에 비로소 마음이 무럭무럭 피어나면서 깨어나는 삶터요 살림터요 사랑터입니다.


ㅅㄴㄹ


#JabutiTheTortoise #GeraldMcDermott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보베이비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74
데이비드 위즈너 지음, 서남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그림책 2023.2.11.

그림책시렁 1154


《로보베이비》

 데이비드 위즈너

 서남희 옮김

 시공주니어

 2020.9.15.



  오늘 저는 곁에 아이들이 있으나, 어제 저는 곁에 어버이가 있었습니다. 쉰 해쯤 앞서는 아이였다면, 쉰 해 즈음 지나며 어버이라는 자리입니다. 그동안 걸은 나날은 길지도 짧지도 않습니다. 문득 돌아보면 어제는 오늘 같고, 오늘은 어느새 어제로 흐르면서 새날이 오늘로 찾아옵니다. 우리 어머니한테는 언제나 아이입니다. 우리 아이들한테는 언제나 어버이입니다. 하나인 숨결이지만 늘 다른 자리이자 빛으로 만납니다. 서로 징검다리처럼 잇고 마주하면서 삶이라는 나날을 짓습니다. 《로보베이비》는 ‘로봇’을 그리지만 겉모습만 다른 ‘그냥 사람’하고 매한가지입니다. 사람누리 아닌 로봇누리에서도 사람들처럼 이것을 따지고 저것에 매이는 나날일까요? 서울살이(도시문명)로 이어갈 로봇일까요? 지난 쉰 해를 더듬어 보면, 지난날에는 누구나 손으로 짓고 가꾸면서 누렸고, 오늘날에는 누구나 손으로 안 짓고 안 가꾸고 안 누리는 얼거리입니다. ‘손글씨·손빨래’나 ‘집밥’ 같은 새말은 아직도 낯설고 차디찹니다. 아기를 집에서 낳아 돌보면서 사랑하는 마음을 잊는다면 아이는 보금자리를 모르고 사랑을 잊은 채 몸뚱이만 큽니다. 우리는 뭘 쳐다보는 하루일까요? 하루는 다 ‘삶’이지는 않습니다. ‘쳇바퀴’일 수 있습니다.


ㅅㄴㄹ


#Robobaby #DavidWiesner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거스와 오리
마저리 플랙 / 한림출판사 / 1994년 7월
평점 :
절판


숲노래 그림책 2023.2.8.

그림책시렁 1093


《안거스와 오리》

 마저리 플랙

 편집부 옮김

 한림출판사

 1994.7.1.



  1930년에 처음 나온 《안거스와 오리》는 1994년에 한글판으로 나옵니다. 오랜 그림책을 물끄러미 넘기다가 요새 이 그림책을 누가 알아볼 수 있고, 누가 읽을 수 있고, 누가 마음으로 느낄 수 있으려나 하고 돌아봅니다. ‘곁개’랑 한집안을 이루는 사람들은 있되, 오리가 울타리나 우리 아닌 풀밭을 찰박찰박 걸어다니면서 곽곽 노래하는 소리를 듣는 사람들은 없다시피 합니다. 서넛이나 예닐곱 오리가 ㅅ꼴을 그리면서 하늘을 가르는 날갯짓을 마당에서 올려다볼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일소를 부리려고 코뚜레를 꿰었지만, 한집을 이루는 짐승한테 섣불리 목줄을 안 하던 살림살이입니다. 너랑 내가 나란한 숨결이면서 삶이라면, 목줄로 옥죌 수 없습니다. 위아래가 있기에 목줄이 있어요. 높낮이를 가르기에 한쪽이 굽신거려야 합니다. 반가운 사람이라면 저절로 벌떡 일어나서 달려갑니다. 안 반가운데에도 ‘높은분’이라고 받들어야 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야 한다면, 그런 곳에는 참길도 참살림도 없어요. 개도 오리도, 아이도 어른도, 모든 숨결도 스스럼없이 돌아다니고 햇볕을 누리고 풀내음을 맡을 적에 하루하루 마음이 살찌면서 생각이 자라납니다. 굴레도 고삐도 차꼬도 치워요. 맨손에 맨몸으로 마주하면서 놀아 봐요.


ㅅㄴㄹ

#MarjorieFlack #AngusandtheDucks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