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텐스와 그림자 딱따구리 그림책 21
나탈리아 오헤라.로렌 오헤라 지음, 고정아 옮김 / 다산기획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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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2.12.6.

그림책시렁 1111


《호텐스와 그림자》

 나탈리아·로렌 오헤라

 고정아 옮김

 다산기획

 2018.12.20.



  해가 늘 비추는 낮만 잇는다면 이 별은 타 버리고 맙니다. 해가 늘 숨는 밤만 잇는다면 이 별은 얼어 버리고 맙니다. 여름만 내내 있어도 타 버리고, 겨울만 내내 있어도 얼어 버려요. 찾아드는 해를 바라보며 일어나서 움직이는 낮이 있기에, 내려앉는 별을 헤아리며 드러누워 꿈꾸는 밤이 있습니다. 하루는 누구한테나 꿈이고 사랑이자 삶입니다. 《호텐스와 그림자》는 스스로 못마땅한 ‘어두운 자국’을 일부러 떨치려고 용쓰는 아이가 맞닥뜨리는 하루를 들려주려고 합니다. 뒷그늘은 그저 뒷그늘이에요. 어둠은 그냥 어둠입니다. 누구나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습니다. 늘 그만큼 받아들여서 배우고 사랑할 살림을 마주하는 나날이에요. 어버이가 안을 만큼 자그마한 몸으로 태어나는 아기가 아닌, 처음부터 어른 몸뚱이까지 자라고서 태어나는 아기라면 어떡할까요? 아기가 너무 빨리 자라고 나면, 어머니하고 아버지는 ‘아기를 돌보면서 보금자리를 가꾸는 살림’을 미처 배우지 못 하고서 나이만 먹을 수 있습니다. 넘어지고 깨지고 다치면서 걸음마를 익히기에 다릿심이 붙어요. 틀리고 어긋나고 모르고 엉성하기에 차근차근 다독이면서 솜씨를 일굽니다. 빛이 좋거나 그림자가 나쁘지 않아요. 모두 하나이면서 다른 숨빛을 품습니다.


ㅅㄴㄹ

#HortenseAndTheShadow #NataliaOHhara #LaurenOHhara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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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이왓에 부는 바람
김영화 지음, 솔솔 음악 / 이야기꽃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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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2.11.30.

그림책시렁 1087


《무등이왓에 부는 바람》

 김영화

 이야기꽃

 2022.8.8.



  김남주 님이 남긴 글 가운데 〈아이고! I Go!(날마다 날마다)〉가 있습니다. 이 글에 안치환 님이 가락을 입혀 내놓았어요. 우리 삶을 애닯게 그려낸 눈물겨운 노래라 할 텐데, 가락을 듣고 또 듣노라면 어쩐지 수렁에 갇히는 듯합니다. 노래하던 김남주 님은 서슬퍼런 우두머리에 짓눌린 사람들이 ‘죽음’수렁에서도 꽃씨를 심는 마음을 적바림했는데, 가락은 사뭇 다른 듯해요. 죽음판을 미워하도록 부추긴달까요. 틀림없이 그들은 몽둥이를 휘두르고 군화발로 걷어찼습니다. 그렇지만 들꽃사람은 나란히 몽둥이를 들거나 군홧발 차림으로 맞서지 않았습니다. 들꽃사람은 들꽃을 품고 돌보면서 꽃씨를 새로 심었습니다. 《무등이왓에 부는 바람》은 얼핏 제주 한켠 들녘에서 씨나락을 건사하면서 푸른들이 누런들로 빛나도록 나아가는 길을 그린 듯하지만, 어느새 ‘죽음타령’으로 옮아갑니다. 그래요, 총칼에 몽둥이로 들이닥쳐서 마구잡이로 죽인 그놈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놈들은 무엇이고, 우리들은 누구일까요? ‘그놈들 총부리’를 마음에 담느라, 막상 ‘우리 들꽃씨앗’을 잊거나 잃지는 않았나 돌아보아야지 싶습니다. 이제는 ‘뜻깊은’ 책만 내기보다는 ‘들꽃바람’을 담는 이야기씨앗을 알아차릴 수 있어야지 싶어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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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신
오승민 지음 / 만만한책방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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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2.11.30.

그림책시렁 1117


《붉은신》

 오승민

 만만한책방

 2022.10.20.



  나랏돈을 받고서 남몰래 뭘 만드는 이들은 ‘듣기 좋게’ 이름을 붙입니다. ‘동물실험·인체실험’은 듣기 좋게 붙인 숱한 이름 가운데 하나입니다. 한자말 ‘실험’은 ‘해보다’를 뜻합니다. 그런데 ‘동물실험’이란 듣기 좋은(?) 한자말로 정작 무엇을 해보느냐 하면, “숱한 짐승을 째고 뜯고 가르고 찢어서 죽입”니다. ‘동물실험’으로 쓰는 쥐나 토끼나 잔나비를 비롯한 숱한 짐승은 “갈가리 찢겨 죽을 굴레에 갇혀서 먹이만 얌전히 받아먹는 좁은 울타리”에서 삶도 죽음도 아닌 갈림길을 보냅니다. 《붉은신》은 이런 뒷낯을 그림책으로 보여주려 하는데, ‘듣기 좋게 꾸민 동물실험’이라는 이름에 감춰 놓은 ‘끔찍한 민낯’을 담아내려 하면서, 그림이 하나부터 열까지 ‘끔찍’합니다. 어린이한테 어떤 모습(사실)을 보여주려고 이런 그림책을 낼 만하다고 여깁니다만, ‘드러나는 모습(사실)’을 넘어서 ‘이제는 바꾸어 갈 새길(참·진실)’을 어질게(어른답게) 알려주려 한다면, 아이들이 무섭거나 두렵게 걱정하는 마음으로 휩싸일 그림결이나 줄거리가 아닌, ‘아무런 짐승뜯기가 없을’ 삶길을 그려내야지 싶습니다. 나쁜 뜻으로 낸 그림책은 아닐 테지만, 아이들 마음에 미움·멍울을 심을 듯한 그림결은 오히려 얄궂습니다.


ㅅㄴㄹ


덧붙여, 

이런 그림책은

“왜 동물실험을 하는가?”를

오히려 못 보도록 가로막습니다.


‘코로나 펜데믹’이란 허울을 씌워

푸른별 모든 사람한테

‘백신실험’을 해댄 짓을

제대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백신을 맞고 죽은 멀쩡한 사람은

바로 ‘동물실험 피해동물’처럼

슬프게 죽어간 숨결입니다.


정부·의학계·과학계·기업·군대는

동물실험뿐 아니라 인체실험을 

나란히 합니다.


어린이한테뿐 아니라

어른한테도 이 끔찍한 짓을

왜 하려고 드는가를 물을 노릇인데,

무시무시한 그림만 그려서는

바꿀 수 없습니다.


무시무시한 그림은

마음을 망가뜨리는데다가

참길로 못 다가서도록

두려움과 걱정이란 씨앗만 심고

미움(분노·증오)을 일으킵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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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잠이
레오 리오니 지음 / 분도출판사 / 198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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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2.11.27.

그림책시렁 1092


《잠잠이》

 레오 리오니

 이영희 옮김

 분도출판사

 1980.



  바쁘게 살면 꿈을 그릴 틈이 없습니다. 너무 바쁘면 꿈을 돌아볼 겨를이 없습니다. 먹고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가득하면, 하루가 어떻게 찾아와서 흐르는지 놓치게 마련입니다. 어린이는 바쁘게 살지 않습니다. 어린이는 바쁘게 걷거나 달리거나 말하지 않습니다. 놀이를 할 적에 달립니다. 바람을 가르며 신나기에 달려요. 그런데 놀이를 하다가도, 달리다가도, 문득문득 둘레를 보거나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멈칫합니다. 무엇이든 새롭게 다가오니, 앞만 보면서 달리지 않는 아이입니다. 1980년에 《잠잠이》란 이름으로 처음 나온 그림책이 1999년에 《프레드릭》(시공주니어, 최순희 옮김)이란 이름으로 새로 나옵니다. 푸름이일 적이던 1990년 즈음에 이 그림책을 뒤늦게 마을책집에서 보았습니다. 가만가만 눈을 감고 꿈나라로 가며 몸을 내려놓기에 ‘잠’입니다. 물속으로 깊이 들어가는 ‘잠기다’예요. 들어오지 말라며 가만히 걸어 놓는 ‘잠그다’입니다. 부드럽고 조용하며 차분하대서 ‘자분자분’입니다. ‘잠잠하다’란 말에 ‘潛’이라는 한자가 붙는다고 할 수 있을까요? 우리말 ‘잠’하고 한자 ‘潛’이 소리만 같을 뿐일 수 있어요. ‘잠보·잠꾸러기’하고 다른 ‘잠잠이’는 온누리에 꿈을 그리는 마음결로 오늘을 바라봅니다.


ㅅㄴㄹ

#Fredrick #LeoLionni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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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건 맛있어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64
김양미 지음, 김효은 그림 / 시공주니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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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2.11.27.

그림책시렁 1096


《맛있는 건 맛있어》

 김효은

 시공주니어

 2019.11.30.



  서울살이(도시생활)에 익숙하게 젖어드는 길을 보여줄 적에, 아이들은 무엇을 느끼고 바라보다가 마음으로 품을까요? 스스로 어른이라 여긴다면 아이들한테 어떤 살림길을 펼쳐 보일 적에 어질까요? 《맛있는 건 맛있어》는 나쁜 그림책이 아니라고 느낍니다. 그저 아쉬운 그림책입니다. 아이들은 ‘맛’ 때문에 밥을 먹거나 가리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맛’이 아닌 ‘사랑’을 보고 느낍니다. 사랑이 없이 맛난 낸 밥을 반기지 않는 아이예요. 사랑이 흐르면 어떤 밥이어도 기꺼이 맞아들이고서 활짝 웃는 아이입니다. 모든 밥살림은 숲에서 비롯합니다. 숲을 말하거나 다루지 않으면서 ‘서울 한복판 부엌’만 보여주려 한다면, 밥길하고 동떨어집니다. 맛에는 숲맛이 있습니다. 맛에는 살림맛이 있습니다. 맛에는 손맛도 있는데, 이 손맛이란 ‘짓는 맛·차리는 맛’뿐 아니라 ‘심는 맛·가꾸는 맛·돌보는 맛·거두는 맛·갈무리하는 말’이 있고, ‘해가 담는 맛·바람을 품은 맛·비를 머금은 맛·흙이 스민 맛’에다가, ‘풀벌레 노래가 깃든 맛·새노래를 얹은 맛·벌나비춤이 들어온 맛·별빛이 드리운 맛’이 있어요. 어떤 밥을 어디에서 누가 누구랑 어떻게 차리면서 언제 어떤 마음이요 눈빛으로 나누려는가요? 숲서껀 사랑을 봐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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