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층침대를 들인다면



  며칠 앞서 줄자로 방너비하고 방높이를 쟀다. 아직 살림돈이 없기 때문에 집안에 두층침대를 들이지 못하지만, 두층침대를 들인다고 하면, 네 식구가 자는 방에서 너비는 반이 살짝 넘고, 길이로는 끝벽에 붙인 옷장 문을 여닫을 만큼 남는다. 천장은 40센티미터가 남는다. 위층으로 올라가서 자는 아이는 아침에 멋모르고 일어섰다가 천장(중천장)에 머리를 콩 박아야 한다. 두층침대를 집안에 들인다면, 중천장을 뜯거나 한쪽을 잘라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두층침대를 언제 들일 수 있는지 모르지만, 두층침대를 들인다면 그때부터는 이 방에서 셋만 누울 수 있겠지. 그리고 그때에는 아이들 사이에서 잠을 자는 기쁨도 더 누리지 못하리라. 아이들은 스스로 이불깃을 잘 여미면서 자야 할 테고, 여러모로 살림이랑 삶이 많이 바뀌겠네. 한 시간마다 잠자리를 살피며 이불깃을 여미다가 문득문득 우리 집 살림이 바뀔 모습을 가만히 그려 본다. 4349.1.21.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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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 가운데 1



  전라도닷컴에 바삐 보낼 글을 아침에 마무리짓는다. 아침을 차린 뒤 아이들끼리 먹게 하고 바지런히 글을 마무리지어서 보내는데, 이래저래 몇 가지 자료를 살펴보다가 재미있다면 재미있는 글(인터넷 기사)을 읽었다. 지난주에 면소재지에서 갑자기 우리 집에 찾아와서 ‘초등학교 장기결석자 조사’를 했는데, 왜 뜬금없이 이런 걸 하나 궁금했다. 알고 보니, 어느 곳에서인가 어느 아버지가 아이를 학교에 안 보내고 집에 가두다시피 하면서 괴롭히다가 죽였다고 한다. 그래서 난데없이 중앙정부에서 ‘장기결석자 조사’를 하라고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중앙정부에서는 ‘장기결석자 관리’를 하라고 또 명령을 내린다는데, ‘학교교육을 안 받게 하고 집에서 삶과 사랑을 가르치려고 하는 보금자리’를 헤아리는 정책은 예나 이제나 하나도 없다. 중앙정부에서는 모든 아이를 똑같은 교과서를 들여다보고 시험공부만 해서 입시지옥으로 내달리도록 하는 얼거리를 단단히 다스리려는 데에만 마음을 쓴다. 학교 좀 안 가면 어떤가? 학교를 다녀도 바보스레 되고 마는 아이가 얼마나 많은가. 4349.1.18.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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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우기 2016-01-18 12:36   좋아요 0 | URL
생각은 자유이지만 달라도 너무 다른듯하여 제생각을 표현안할 수가 없네요.요즘 충격적인 아동학대와 사건사고들을 제대로 보셨는지 궁금하네요. 저도 정부에 대한 비판적 사고도 가지고 있지만 이번`장기결석자 조사 `관리에 대한 발빠른? 조사는 잘한점이라 판단되어지네요.
급변하고있는 사회와 이시대를 따르지 못하는 허술한 나라법에 우리아이들이 인륜을 저버린 어리석은 부모밑에서 동물보다 못한 학대를 받고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는데 가여운 아동들을 누가 지켜야한단말인지요?
법수정과 그에대한 보안은 불가피해보는데 말이죠.
보아하니 글을 쓰시는 분인듯한데 좀더 냉철한 사고로 영향력있는 기자로 거듭나시길 기대합니다.

숲노래 2016-01-18 13:00   좋아요 0 | URL
저희는 아이들을 집에서 가르칩니다.
학교를 안 보냅니다.
저희가 어떻게 지내는지 먼저 아셔야
저한테도 어떤 말씀을 하실 수 있을 테지요?

제 서재에서 [우리 집 배움자리]라든지
[사진책도서관 일기]라든지
[아버지 육아일기]를
먼저 찬찬히 읽어 보시고
이러한 말씀을 하신다면
서로 마음을 잘 살필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시골아이]나 [꽃아이]나 [사름벼리 + 산들보라]
게시판에 올린 아이들 사진을 보시면
학교 안 보내고 집에서 노는 아이들 삶이
무엇인가를 살짝 엿보실 수 있을 테고요.

고맙습니다.
 

진땀



  두 아이를 데리고 읍내마실을 다녀온다. 이웃마을까지 걸어가서 버스를 탄 뒤, 낮 네 시 사십 분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바깥에서 꽤 오래 있던 만큼 작은아이는 군내버스에서 사르르 잠든다. 두 아이만 맨 뒷자리에 앉혔는데, 작은아이는 낯선 할아버지 어깨에 기대어 잔다. 너 대단한데. 이 대단한 아이는 우리 마을 어귀에 닿아 내릴 무렵 아버지 품에 안겨서 내리는데, 아버지가 짐가방을 메고 아이를 안고 집에 닿아서 자리에 눕히고 겉옷이랑 장갑을 벗긴 뒤에 이불을 여미어 주니, 머잖아 일어난다. 이렇게 일어날 수 있으면 일찌감치 일어나 주면 좋으련만,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벌써 아홉 해째 이러고 산다. 뭐, 큰아이는 이제 이렇게 아버지 품에 안겨서 마을 어귀부터 집까지 오지 않을 나이가 되었으니 그렇고, 작은아이는 아직 아버지 품에 안겨서 집까지 포근하게 오고 싶은 마음이니 내가 더 기운을 내어 씩씩하게 다녀야지. 4349.1.11.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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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물감 2016-01-11 20:26   좋아요 0 | URL
아버지의 따스함이 느껴집니다.

숲노래 2016-01-11 22:41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어버이한테 따스한 사랑을 언제나 새로 길어올려 주고,
저도 새롭게 사랑을 일구어 함께 나누어요
 

두 아이는 두 마음



  두 아이는 두 마음이다. 작은아이는 먼저 수레에 올라타서 기다린다. 누나더러 어서 수레에 타고 놀러가자고 한다. 큰아이는 마당에 서서 어머니한테서 즐겁게 이야기를 듣느라 수레는 좀 나중에 타도 된다. 큰아이도 수레에 타고 싶지만 어머니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즐거움을 놓치고 싶지 않다. 나로서는 작은아이도 큰아이도 즐겁게 놀고 신나게 웃는 하루가 될 수 있기를 빈다. 모두 다 해야지. 모두 다 누려야지. 작은아이야, 수레에서 기다리기 쉽지 않으면 수레에서 노래를 부르면 되지. 네 노래를 부르면서 기다리렴. 4349.1.4.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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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사이에서 낑겨 자는 밤



  며칠이 지나면 새로운 해가 찾아들고, 이제 큰아이는 ‘아홉 살’이라는 나이에 이른다. 아직 우리 보금자리는 조그마한 집이기에 잠을 잘 적에 네 식구가 한 방에 누우면 서로 반듯하게 눕지 않으면 살이 닿을 뿐 아니라, 아이들이 자며 뒹굴며 뻗는 손이나 발에 얼굴이나 배를 얻어맞기도 한다. 두 아이는 아버지 옆에 누워서 자는 동안 언제나 이리 뒹굴거리면서 나를 옥죄고, 이러다가도 서로 맞은편으로 뒹굴거리면서 저마다 이불을 빼앗아 가거나 뻥뻥 찬다. 나는 두 아이 사이에서 자면서 이불이 사라지면 오들오들 떨다가 잠을 깨어 두 아이 이불깃을 여미고, 어느 한 아이가 이불을 몽땅 돌돌 말아 가져가면 다른 아이 이불을 잡아당겨서 다시 여민다. 밤새 이러면서 자니까 어느 모로 보자면 잠이 모자라다고 할 만하다. 그래도 겨울에는 이렇게 작은 방에 다들 모여서 자면 한결 따스하다. 여름에는 모두 흩어져서 딴 방에서 자거나 마루에서 자거나 마당에 천막을 치고 자면 시원하고.


  밤새 아이들 이불깃을 여미면서 하품을 하며 늘 새삼스레 돌아본다. 나는 좁은 잠자리가 좁다고 여긴 적이 없다. 이런 생각 때문에 좀 넉넉하거나 넓은 집을 아직 마련하지 못한 셈일 수 있을 텐데, 작은 방에서 나란히 누우면 한 사람이 노래를 불러도 다 같이 듣고, 한 사람이 이야기를 들려주면 나란히 듣는다. 노래를 부르거나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작은아이와 큰아이가 저마다 하품을 길게 하면서 스르르 꿈나라로 가는 결을 느낄 때면 내가 오늘 하루 어떤 어버이로 함께 삶을 지었는가 하고 되새길 수 있다. 나도 신나게 하품을 하고는 두 아이를 한손으로 살살 토닥이며 눈을 감는다. 4348.12.27.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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