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둘이서 걷는 날



  면소재지 우체국까지 걸어서 다녀오기로 한다. 큰아이는 조금 걷다가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한다. 작은아이는 아버지랑 둘이 씩씩하게 가겠노라 한다. 작은아이 손을 잡기도 하고, 안기도 하면서 걷는다. 가는 데에 오 킬로미터 남짓, 돌아오는 데에도 오 킬로미터 남짓, 여섯 살 아이는 이 길을 듬직하면서 기운차게 걸어 준다. 집으로 돌아오니 큰아이는 늦은 낮잠을 잔다. 작은아이도 언몸하고 언손을 녹이라고 이부자리에 눕히니 곧바로 곯아떨어진다. 나는 마당에서 빨래를 걷어서 집안으로 들이고 저녁밥을 어떻게 지을까 하고 생각에 잠긴다. 4349.2.3.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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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밭에 살그마니



  눈밭에 장난감 자동차가 그대로 있다. 아이들은 눈밭에서 장난감 자동차를 굴리고, 또 이 장난감 자동차 짐칸에 눈덩이를 싣고 놀다가 그만 잊은 듯하다. 이 장난감 자동차를 내가 챙기려 하다가, 아니야 하고 생각을 바꾼다. 눈밭에 파묻힌 채 두고 싶지 않지만 아이들이 스스로 깨달아서 챙길 수 있기까지 기다리기로 한다. 두 아이는 언제쯤 ‘눈밭 장난감 자동차’를 떠올리려나 하고 지켜보니 두 시간쯤 걸린다. 잊지 않았고, 늦었어도 되찾아올 수 있었다. 장난감 자동차야 추운 눈밭에서 덜덜 떨면서 기다려 주어서 고맙구나. 4349.1.27.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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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고 난 다음에



  놀고 난 다음에 장갑에 묻은 눈이랑 얼음을 떨어낸다. 다 떨어지지 않는 얼음은 억지로 떼어내지 않는다. 햇볕이 드는 빨랫줄에 장갑을 널어 놓는다. 이렇게 해서 장갑이 다 마르면 다시 신나게 눈놀이를 한다. 또 장갑이 눈투성이랑 얼음투성이가 되면 장갑을 벗기고 집안으로 들여서 손을 녹이도록 한 뒤, 새롭게 장갑을 널어서 햇볕하고 바람이 보송보송하게 말려 주기를 바란다. 4349.1.24.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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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맞이



  밤새 내려서 쌓인 눈을 아침에 맞이하는 아이들은 잠옷을 갈아입지도 않는다. 잠옷을 갈아입을 새가 없다. 먼저 눈밭을 걸어야 하고, 눈을 만져야 하고, 눈내음을 맡아야 하고, 눈빛을 보아야 하고, …… 여러모로 바쁘다. 마당을 빙글빙글 몇 바퀴를 돌고 나서야 비로소 집안으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고 온몸이 꽁꽁 얼도록 눈놀이를 한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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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6-01-24 10:15   좋아요 0 | URL
제주와 전라도에는 눈이 많이 왔네요!
아이들은 그저 신 났군요
감기 걸리지 않게만 잘 놀기!!^^

숲노래 2016-01-24 14:14   좋아요 0 | URL
이 눈은 닷새 앞서 눈이고, 낮에 다 녹았는데
오늘 내리는 눈은 저희가 아이들하고
길을 다 쓸어서 걸어다닐 만큼 되고,
낮에 새롭게 또 내리네요 ^^

지금행복하자 2016-01-24 13:56   좋아요 0 | URL
광주는 지금도 계속 눈이 오고 있어요.. 멈출 지를 않아요~~
그래도 뛰노는 아이들 모습은 즐거워 보여요... 헛도는 바퀴를 보면서 차안에서 심란한데., .ㅎㅎ
애들한테는 최고의 날씨구나 ^^

숲노래 2016-01-24 14:15   좋아요 0 | URL
오늘 같은 날은 자동차도 버스도 타지 말아야지 싶어요.
집에서 아이들하고 놀거나
미끄럼을 즐기면서 걸어다녀야 한달까요 ^^;;
온통 눈나라가 될 오늘은
올겨울에서 눈을 한가득 보는
마지막날이 되지 않으랴 싶어요 ^^
 

너희가 손가락을 추켜세울 적에



  너희가 손가락을 추켜세울 적에 왜 이리 웃음이 날까. 하기는. 너희가 바라는 밥을 지으면서 네 아버지는 부엌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했지. 맛나게 먹으면서 이 밥에 서린 기운이 너희한테 고요히 스며들어 아름다운 숨결이 되기를 바랐지. 언제나 맛있게 먹고, 언제나 웃으며 놀고, 언제나 기쁘게 하루를 누리면서, 언제나 사랑스러운 마음이 되자. 4349.1.21.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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