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폭신걸상 고치기



  아이들이 폭신걸상에 올라서서 콩콩 구르면서 놀다가 폭신걸상 다리 한쪽이 주저앉았다. 바닥판이 부러졌기에 달리 손을 쓰지 못하고 여러 해 동안 광에 모셔 두었는데, 봄맞이 청소를 요 한 달 내내 조금씩 하는 동안 이 폭신걸상을 꺼내 보았다. 어떻게든 고쳐서 쓰자고 생각하며 며칠 동안 들여다보았고, 바닥판을 나무로 덧대어 나사못으로 조이면 되살릴 수 있겠다고 느꼈다. 바람이 가라앉은 날 면소재지에 가서 나사못을 몇 장만하고는, 볕이 좋은 날 마당에서 톱질을 하고 못질을 한다. 모든 손질을 마치고 나사못을 조이니 제법 앉을 만하게 된다. 이제 봄볕이 아주 좋은 날 신나게 빨아서 말리면 끝. 그렇지만 아이들은 아직 이 폭신걸상을 빨지 않았어도 둘이 나란히 앉아서 놀고 싶다. 볕이 곱게 드는 아침에 폭신걸상을 마당에 내놓으면 어느새 볕바라기를 하며 폭신걸상에 앉는다. 좋지? 재미있지? 참말 걸상을 마당에 내놓고 볕바라기를 하면 즐거운 날씨로구나. 2016.3.13.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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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름벼리가 들어 볼게



  살림순이는 즐겁게 짐을 나를 수 있다. 살림돌이도 누나 못지않게 짐을 들 수 있다. 두 아이는 한 번 짐을 맡으면 거의 끝까지 그대로 들려고 한다. 그래 너희는 언제나 씩씩하고 훌륭하단다. 작은 짐꾸러미 하나만 맡더라도 너희 아버지는 어깨가 홀가분하지. 다만, 아직 괜찮으니 조금 더 클 때까지 짐꾸러미는 미루어도 돼.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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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살림 여섯 해 만에 갓김치를 담그고



  갓김치를 먹은 적은 있지만, 갓이 어떤 풀인가는 고흥이라는 고장에 와서 산 뒤에 처음으로 알았다. 갓하고 유채는 서로 어깨동무하는 풀인 줄 고흥에 살며 처음으로 알았고, 유채나 배추보다 훨씬 일찍부터 한겨레가 갓김치를 먹은 대목도 고흥에 살고서야 처음으로 알았다. 갓은 한겨울에도 새로 돋을 만큼 씩씩한 풀인 터라, 먼 옛날에는 갓이 겨울나기를 하는 사람들한테 더없이 사랑받는 풀이었겠다고 하는 대목도 고흥에서 살림을 지은 때에 비로소 알았다. 그렇지만 이래저래 바쁘고 일이 많다는 핑계를 대면서 손수 갓김치를 담글 생각을 이제껏 미뤘다. 고흥살림 여섯 해로 접어든 올봄에 이르러 드디어 손수 갓김치를 담갔다. 배추김치만큼 힘이나 품이 많이 들 만한 갓김치는 아니지만, 배추김치하고는 또 다르게 손이나 품이 많이 드는 갓김치라는 대목을 몸으로 깨닫는다. 배추는 포기로 담그지만 갓은 잎을 하나하나 손질하면서 담가야 하기 때문이다. 참말 알뜰히 손질해야 하고, 참말 살뜰히 다루어야 한다. 갓김치를 담그자니 배추김치 못지않게 ‘거드는 손길’이 있어야 하는데, 집안에 아이들이 있기에 이 아이들이 놀이를 하듯이 심부름을 해 주었다. 아이들한테 집살림을 어떻게 심부름으로 시킬 적에 서로 즐겁고 재미나면서 신나게 이 일을 마무리지을 수 있는가 하는 대목도 새삼스레 배운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덧붙인다면, 참말 김치 담그기는 힘이며 품이며 겨를이며 많이 드는 터라, 김치를 담그기 앞서 집에 술 한 병을 챙겨 두어야겠다. 더도 덜도 말고 꼭 한 병. 막거리 한 병이든 맥주 한 병이든 포도술 한 병이든 챙겨 놓고서, 등허리와 팔다리가 결려서 기운이 빠지려고 할 적에 기운을 북돋아 주어야겠더라. 왜 예부터 사람들이 술을 담가서 마시는가 하는 대목도 어제오늘 즐겁게 돌아보았다. 2016.3.9.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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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선물



  올들어 처음으로 한 여러 가지 가운데 하나가 ‘깍두기 담기’이다. 무김치를 처음부터 끝까지 내 손으로 담가 보면서 앞으로 배추김치도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내 손으로 담가 보자고 생각하는데, 이 무김치를 곁님 동생 집안에 선물로 보낼 수 있었고, 어제 이웃님한테 선물로 한 통 드릴 수 있었다. ‘김치 선물’이라니, 김치를 선물할 수 있다니, 무척 즐거웠다. 이제껏 ‘김치 선물’을 받기만 했는데, 김치 선물을 주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대목이 나 스스로 놀라웠다. 아마 이런 것을 두고 ‘살림살이(살림)’라고 하리라. 이른바 ‘부자’라 할 수 없는 살림이라 하더라도 스스로 즐겁게 꾸리는 살림이라면 콩 한 쪽도 이웃하고 나눌 수 있는 마음이 될 테고, 손수 기쁘게 담근 김치를 얼마든지 넉넉하게 선물할 수 있네 하고 깨닫는다. 무김치이든 배추김치이든 김치를 담그려면 챙기거나 살필 일도 많고, 손도 참 많이 가는데, 어느 모로 생각하니 이렇게 손이 많이 가면서 담그는 김치이기에 더욱 즐겁게 선물할 만하기도 하리라. 2016.3.8.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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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잠, 밤밥



  작은아이가 여섯 시 반 즈음 까무룩 곯아떨어졌다. 여섯 시에 맞추어 아슬아슬하게 자전거를 달려 면소재지 우체국에 갔더니 일찍 문을 닫았다. 보내려 한 편지꾸러미를 못 보내고 면사무소 앞에서 숨을 돌리며 땀을 식히니, 두 아이가 면사무소 마당에서 소꿉놀이를 한다. 등판에 땀이 마를 즈음 자전거를 집으로 달리니, 이때에 작은아이가 잠들어서 아마 밤 열 시나 열한 시, 또는 열두 시 즈음에 깬 듯하다.


  배가 고파서 깼을 테지. 쉬도 마려웠을 테고. 큰아이만 저녁을 챙겨서 먹이고 재웠고, 작은아이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뭔가 밥을 챙기려 했는데 작은아이는 저녁잠을 폭 자고서 밤밥을 먹는다.


  큰아이는 자다가 자꾸 깬다. 이불이 말렸다느니 무어라느니 하면서 자꾸 아버지를 부른다. 나는 이래저래 폭 잠들지 못한다. 오늘 따라 너희가 아버지를 안 재우기로 단단히 마음을 먹었구나.


  부시시 일어나서 새벽별을 올려다본다. 초승달빛조차 무척 밝다. 이 아이들이 갓난쟁이일 적에는 오늘보다 훨씬 더 잠자기 어려웠다. 앞으로는 아이들이 스스로 저희 살림을 잘 챙길 몸짓이 될 테지. 잠자리 이불깃을 여미어 주고 기지개를 켜며 일어난다. 2016.3.3.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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