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51


《世界偉人 出世秘話錄》

 D.카네기 글

 한흑구 옮김

 선문사

 1952.6.25.



  여덟 살이 되기까지 “훌륭한 사람(위인)”을 생각조차 한 적이 없습니다. 그때까지 제가 바라본 사람은 ‘아이(동무)’랑 ‘어른’뿐입니다. 어린배움터에 깃들고 나니 배움터에서는 ‘위인전’을 읽혀서 느낌글을 쓰라고 시킵니다. ‘위인’이 뭔 소리인지 못 알아들으니 동무들이 물어요. “위인이 뭐예요?” “훌륭한 사람이다. 그것도 모르냐?” 어린이한테는 ‘위아래’를 가리키는 위는 알아도 한자 ‘偉’를 알 턱이 없습니다만, 예전에는 그랬습니다. 그러면 누가 훌륭할까요? 배움터에서 쓰라는 느낌글을 쓰려고 위인전이란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이 사람이 왜 훌륭하다고 하지?’ 싶어 고개를 갸우뚱했어요. 싸움터에서 사람을 엄청나게 죽인 사람을 두고 훌륭하다고 하니 소름이 돋기도 합니다. 나라를 지키려고 사람을 죽인다지만, 죽은 이도 죽인 이도 똑같이 ‘아이가 있던 어른’일 텐데요. 《世界偉人 出世秘話錄》은 1952년에 나옵니다. 남북녘이 갈려 피튀기며 싸우던 한복판에도 이런 책이 태어났네요. ‘위인·출세’란 낱말을 들을 적마다 “늘 조용히 살림을 짓고 사랑으로 돌보는 어버이야말로 훌륭하게 빛나는 길”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위인전 독후감’으로 어머니 이야기를 써냈다가 호되게 꾸중들었지요.

.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50


《대훈서적 책싸개》

 대훈서적 엮음

 대훈서적

 1990.



  큰책집에 가면 큰책집 이름을 넣은 종이를 한켠에 놓았습니다. 그곳에서 책을 사는 만큼 싸개종이를 받습니다. 작은책집에서는 작은책집 이름을 넣은 종이는 드물었고, 여느 싸개종이를 한쪽에 놓았어요. 1990년에 이를 무렵 어느새 책집에 종이 아닌 비닐을 놓습니다. 1995년에 열린배움터에 깃든 책집에서 일한 적 있는데 3월이나 9월에는 비닐을 책크기에 맞게 잘라 놓느라 무척 바빴어요. 요즈음 나라 곳곳에 마을책집이 하나둘 새로 태어나며 싸개종이가 몽글몽글 다시 깨어납니다. 마을책집마다 정갈히 싸개종이를 마련해서 이 마을책집 이름을 살포시 넣어요. 그곳에서 책벗으로서 책을 만난 손길을 더 헤아리도록 해주는 셈입니다. 지난 2020년 여름에 대전 〈대훈서적〉에 들렀다가 《한국교육의 사회적 과제》(차경수, 배영사, 1987)란 책을 집어서 읽는데, 이 책을 산 분이 겉에 ‘1990.4.15.’라 적고, 책 맨끝에 ‘1990.4.19.’라 적습니다. 산 날하고 다 읽은 날이로구나 싶어요. 그런데 이 책은 ‘1990년 대훈서적 싸개종이’로 겉을 덮었어요. 새책을 다루던 〈대훈서적〉은 이제 없고, 헌책을 다루는 새로운 〈중도서적〉이 있습니다. 새책집 한 곳은 떠났어도 싸개종이는 남아서 숱한 사람들한테 책노래를 들려준 자취를 이어요.

.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49


《취미와 부업, 새》

 애조가협회·유진규 엮음

 서울통신교육사

 1970.6.30.



  요즘은 귀염짐승이나 곁짐승으로 돌보지만, 지난날에는 ‘팔아서 돈이 될 셈으로 기르는 짐승’이 수두룩했어요. 닭이며 토끼를 치고는, 꽤 자랐다 싶으면 고기를 얻도록 팔지요. 토끼는 토끼털로도 팔았어요. 새를 기르는 분도 제법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참새를 잡아서 팔아도 돼요?” 하고 물으면 “그런 흔한 새를 누가 사니?” 하는 핀잔을 들었습니다. 돈이 된다고 하지 않을 적에는 집이며 마을에서 언제나 즐거이 노래를 듣고 벌레잡이를 해주는 이웃으로 삼은 새입니다. 언젠가 집에서 새를 기르는 동무네에 놀러가서 다들 놀랐지요. 이때 누가 불쑥 “먹지도 못하는 새를 기르네! 하하!” 하고 웃던 일이 떠오릅니다. 그도 그럴 까닭이 1980년대 첫무렵만 해도 아이들은 으레 먹을거리가 모자랐거든요. ‘사조’를 다루는 《취미와 부업, 새》란 조그마한 꾸러미는 일본 책을 고스란히 베꼈습니다. 책끝에 적힌 대로 참말로 ‘새기르기’를 해서 돈집(부잣집)하고 일본에 많이들 팔았지요. ㅅㄴㄹ


“이 새 기르기는 적은 돈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다소나무 부업으로서도 수입이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금년(1970년)부터 새의 해외 수출이 시작되었읍니다.” (사조 후기/7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48


《花の果實, 昆蟲の生活》

 恩田鐵彌·橫山桐郞

 アルス

 1927.12.3.



  어린배움터를 다닐 적에 풀꽃나무·나비·풀벌레·새를 보면 어김없이 둘레 어른한테 “와, 쟤는 뭐예요?” 하고 물었습니다. 이때 풀꽃나무·나비·풀벌레·새 이름을 또렷이 알려준 어른이 몇 분 있고, 거의 다 이름을 몰랐습니다. “왜 이름을 몰라요?” 하고 물으면 멋쩍게 딴청을 피우거나 “예끼 이놈! 어른한테 무슨 말버릇이야!” 하고 다그쳤습니다. 열네 살이 되어 푸름배움터에 들어가고부터는 아무한테도 이름을 안 물었습니다. 배움터에서 길잡이 노릇을 하는 어른치고 이름을 아는 이는 거의 없는 줄 알았거든요. 이름을 알아내려고 스스로 책을 파기로 했습니다. ‘日本兒童文庫 42’인 《花の果實, 昆蟲の生活》은 1927년에 나왔다고 합니다. 얼핏 본다면 이웃나라는 우리나라로 총칼을 들이밀면서 잘도 이런 어린이책을 냈네 싶지만, 벼슬꾼은 엉터리여도 길잡이나 어른 자리에 있는 이들은 ‘할 일을 똑바로 하려 했구나’ 싶어요. 어린이가 풀꽃이며 풀열매를 익히도록, 풀벌레나 잎벌레나 딱정벌레 한살이를 헤아리도록 북돋우거든요. 우리나라에서는 슬슬 풀꽃나무랑 풀벌레 이야기를 다루는 책이 조금조금 나옵니다. 아직 좀 어렵게 다루는 틀에서 못 벗어나지만, 스스로 숲빛을 품으며 푸르게 피어나는 길을 가겠지요.

.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47


《the cat in the hat Beginner Book Dictionary》

 the cat in the hat & P.D.Eastman

 Random House

 1964.



  온누리 어느 나라를 보더라도 이 나라만큼 책집에서 배움책(학습지)이 넓게 자리를 차지한 곳은 없지 싶습니다. 지나치도록 앞배움길(대학입시)에 얽맨 얼개요, 모든 배움터가 마침종이(졸업장)를 받는 길로 차근차근 나아가도록 흐릅니다. 여느 어린이책이나 푸른책도 이 터전에 맞추기 일쑤예요. 으레 앞배움길에 이바지하는 줄거리로 책을 엮어요. 그렇다고 열린배움터(대학교)에 들어가면 이 배움수렁이 끝나지 않습니다. 이다음에는 큰고장에서 돈을 많이 버는 일자리라는 실낱같은 구멍에 들어가는 다툼판입니다. 왜 열린배움터까지 다니고서야 나름일꾼(택배기사)이 되어야 할까요? 따로 배움터를 안 다니더라도 나라 곳곳에서 즐겁고 알맞게 일자리를 누릴 뿐 아니라, 보금자리를 사랑으로 가꾸는 터전이어야 아름답고 넉넉한 삶이 되리라 생각해요. 《the cat in the hat Beginner Book Dictionary》는 1964년에 영어로 처음 나오고, 이내 여러 나라 말로 나옵니다. 어린이한테 길잡이가 되는 낱말책인데, 닥터 수스 님이 빚은 ‘갓 쓴 고양이’ 그림책에 나오는 그림을 재미나게 넣었어요. 1964년에 이만 한 낱말책을 엮은 미국인데, 우리는 오늘 어떤 낱말책이며 배움책을 어린이한테 베푸는 살림길일까요? ‘학습·시험’을 언제 치울까요?

.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