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2.2.24.

숨은책 638


《어머니의 노래》

 이와이 요시코 글

 길문숙 옮김

 세상속으로

 1999.7.2.



  일본 오사카에는 한겨레가 많이 삽니다. 제주를 떠나 일본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오지 못한 한겨레가 무척 많습니다. 《어머니의 노래》는 일본 오사카에서 밤배움터(야간학교) 길잡이로 일하는 이와이 요시코 님이, 이러한 삶이던 현시옥 님한테 글을 가르치면서 들은 이야기에 현시옥 님이 손수 글을 쓰도록 이끌어 갈무리한 책입니다. 일본 우두머리하고 숱한 벼슬아치·글바치는 싸움판에 온힘을 쏟았을 뿐, 수수한 사람들 삶은 거들떠보지 않았다지요. 어버이를 잃은 아이나 따돌림받는 낮은자리 사람이 1960년 무렵에 일본에서만 120만이 넘었다고 해요. 으뜸길(헌법)에는 누구나 배울 수 있다고 적되, 막상 나라에서 등돌린 사람일 텐데, 다카노 마사오 님도 이 가운데 하나였고, 마흔 몇 살에 처음으로 자리에 앉아 붓을 쥐어 글씨를 쓰면서 눈물을 흘렸고, 이녁 같은 사람이 배우는 길을 열라고 일본한테 따지다가 먼저 오사카부터 바꾸자고 나서서 고을살림(지자체 예산)으로 밤배움터를 열도록 했고, 그즈음부터 일본한겨레(재일조선인)도 하나둘 밤배움터에 나올 수 있었답니다. 우리는 자취책(역사책)에 무슨 이야기를 담는가요? 발자국이란 무엇인가요?


“지금까지 자식들이나 손자들의 도시락은 많이 만들었지만 자기 자신이 소풍 가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80쪽)


ㅅㄴㄹ


#オモニの歌 #岩井好子 #高野雅夫 #タカノマサ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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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2.24.

숨은책 636


《뿌리 상》

 알렉스 헤일리 글

 이두호 그림

 산하

 2002.1.10.



  낱말책(사전)은 ‘어제책’을 살피고 ‘오늘책’을 바탕으로 엮는 ‘모레책’입니다. 앞으로 두고두고 살려쓸 낱말을 꾸러미로 담기에 낱말책입니다. ‘오늘말’은 스스로 하지만 ‘어제말’을 듣거나 읽으려면 어르신을 만나거나 어제책을 챙겨서 읽어야 해요. 2001년 무렵 어느 헌책집에서 《학생중앙》을 만났고, 이 달책에 실린 《뿌리》를 새삼스레 들여다보았습니다. 우리나라는 무척 오래도록 지음삯(저작권)을 안 치르고서 나라밖 글·그림·빛꽃을 슬쩍 썼습니다. 때로는 고스란히 베끼거나 훔쳤습니다. 어릴 적에는 우리나라 사람이 지은 글·그림·빛꽃인 줄 알다가, 나중에 헌책집에서 이웃나라 글·그림·빛꽃을 보며 깜짝 놀라기 일쑤였어요. 이두호 님은 알렉스 헤일리 님 글을 그냥 가져다가 그림꽃으로 담았습니다. 따지고 보면 펴낸곳에서 지음삯을 치러야지요. 2002년에 새옷을 입은 《뿌리》가 나오는데 이 대목은 살피지 않은 듯합니다. 비록 아쉬운 대목이 있어도 모처럼 우리나라 그림꽃이 나왔기에 어린이도서연구회 일꾼한테 알려주면서 ‘추천도서’로 삼을 만하다고 여쭈는데, “만화책은 어린이한테 추천하지 않습니다” 하고 자르더군요. 그림책하고 그림꽃책은 무엇이 다를까요? 읽지도 않고 밀친다면 삶을 못 봅니다.


ㅅㄴㄹ

#AlexHaley #R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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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2.20.

숨은책 616


《부커 와싱톤 自敍傳》

 부커 와싱톤 글

 장원 옮김

 대한기독교서회

 1960.9.25.



  종(노예)이란 몸으로 태어나 종굴레를 떨치는 길을 찾으려고 밑바닥부터 발버둥을 친 부커 워싱턴(1856∼1915) 님은 ‘톰아저씨 같다(Uncle Tomism)’는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흰사람한테서 배움돈을 받아내어 검은사람이 새롭게 배우는 길을 널리 열었습니다. 총을 들고 흰사람을 무너뜨려 힘을 거머쥐는 길이 있을 테고, 조용히 살림살이를 갈고닦는 길이 있을 테며, 살빛이 아닌 사람으로서 어깨동무하는 길이 있습니다. 벼슬판으로 나아가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고, 보금자리에서 수수하게 사랑을 짓는 사람이 있으며, 서울길을 가거나 숲길을 가는 사람이 있어요. 《부커 와싱톤 自敍傳》은 1960년에 우리말로 나왔고, 1981년에 《검은 노예에서 일어서다》(종로서적)로 다시 나왔고, 2012년에 《부커 워싱턴》(나무처럼)으로 새로 나왔습니다. 힘·돈·이름은 누구나 누릴 노릇입니다. 그런데 스스로 사랑스레 살림을 짓는 삶을 생각하는 마음이 없이 힘·돈·이름만 거머쥐도록 하면 막삽질이나 주먹질로 흐르더군요. 참하면서 슬기롭게 마음을 가다듬는 길이 있지 않다면, 우리는 늘 치고받기만 하겠지요. 검은사람도 흰사람도 흙사람도 고르게 배울 터전이어야 할 뿐 아니라, 참사랑을 나누는 착한빛을 품는 맑은 생각을 그려 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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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2.20.

숨은책 635


《새러데이 인천 1호》

 진나래 엮음

 Chur Chur press

 2018.12.20.



  고장마다 문화재단이 있어 그 고장 살림(문화)을 북돋우는 일을 한다는데 ‘문화’라는 일본스런 한자말이 언제부터 어떻게 쓰였는가는 안 헤아리는 듯합니다. ‘예술’이란 한자말도 어떤 밑뜻인가를 안 짚고, 영어 ‘아트’를 쓰는 사람도 많아요. 막상 우리말로 어떻게 가리킬 만한가는 안 찾기 일쑤예요. ‘살림꽃·살림빛’이나 ‘온살림·삶멋’이라 하면 ‘문화예술’이라는 일본스런 말씨를 씻을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면서 문화예술이 머나먼 딴나라 놀이가 아닌, 우리가 늘 이곳에서 손수 가꾸거나 지으면서 나누는 즐거운 길인 줄 느낄 테고요. 《새러데이 인천》은 2018년에 첫자락을 내놓고는 뚝 끊은 듯합니다. 문화재단 밑돈으로 첫자락은 내놓되 두셋이나 너덧으로 고이 잇는 마음이 없지 싶어요. 인천서 서울로 일하는 사람들이 빼곡하게 탔기에 ‘지옥철’이요, 서울쓰레기는 다 인천에 파묻으니 ‘선데이 서울’을 흉내낸 책을 낼 수 있을 텐데, ‘서울 흉내’는 있되, 인천이란 곳을 인천스럽게 바라보고 사랑하면서 새롭게 북돋울 살림꽃은 미처 못 헤아린 듯합니다. 할매 할배가 가꾼 골목집이 문화예요. 골목꽃과 골목밭이 예술입니다. 담벼락에 붓질을 해야 문화예술이 아닙니다. 삶터를 읽을 적에 살림을 노래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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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


《호야의 고발》

 이종진 글·그림

 (사)한국안보교육협회·형문출판사

 1980.6.20.



  부산 ‘동현국민학교’ 배움책숲(학교도서관)에 ‘1982년 9월 1일. 2767’라는 이름을 달고 들어간 책이 있습니다. “반공 윤리교육 만화”라고 하는 《호야의 고발》입니다. 1982년은 제가 어린배움터(국민학교)를 들어간 해예요. 저는 이 책을 부산 〈연산헌책방〉에서 만났는데요, 책꽂이에서 책등을 보자마자 번쩍 옛일이 떠오르더군요. 서른 몇 해를 한달음에 가로지르고 부산에서 인천까지 건너뛰면서 지난 1982년 어느 날 배움터에서 반공만화를 돌려읽고서 반공웅변을 해야 하던 일이 화라락 춤을 춥니다. 그림꽃(만화)이니 신나게 읽기는 했으나 섬찟했습니다. 꿈에서까지 섬찟한 모습이 나왔습니다. 지난날 어린배움터는 이름이 아닌 ‘1번부터 60번’까지 줄줄이 앞으로 나오라고 시켜서 모두 반공웅변을 하라고 윽박질렀습니다. 한 사람이 적어도 5∼10분을 외쳐야 했는데요, 이런 짓을 하느라 하루를 온통 보낼 뿐 아니라, 이튿날에도 반공웅변을 마치지 못하면 또 하루를 썼습니다. 그무렵 길잡이(교사)는 웅변 솜씨를 출석부에 적으며 값(점수)를 매겼고, ‘반 대표’를 거쳐 ‘학년 대표’를 지나 ‘학교 대표’까지 뽑았어요. 지난날 반공만화를 그리고 펴내며 웅변·그림·쪽글·느낌글을 바치게 한 이들은 오늘 무엇을 할까요.


ㅅㄴㄹ


학급 대표로 뽑혀
아침모임(일일조회)을 하는 
운동장 구령대에 올라
반공웅변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학교 대표로는 안 뽑혔으니
그나마 겨우 살았다고 숨돌리던
지난날이 아스라이 떠오릅니다.

얼마나 싫고 힘들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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