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2.6.10.

숨은책 672


《나라건지는 교육》

 최현배 글

 정음사

 1975.12.10.



  우리말 ‘열’은 셈으로 치면 ‘10’을 나타내면서, ‘열다’란 낱말을 밝히는 말밑입니다. ‘우리말 ‘온’은 ‘100’을 나타내면서 ‘온누리·온마음·온통’처럼 ‘모두’를 가리키는 말밑이에요. ‘1,000(천)’은 ‘즈믄’이요, ‘10,000(만)’은 ‘잘’이며, ‘100,000,000(억)’은 ‘골’입니다. ‘즈믄’은 ‘즐겁다’에서 말빛을 잇고, ‘잘’은 ‘잘하다’ 같은 데에서 말결을 엿보고, ‘골’은 ‘골머리’에서는 ‘뇌(腦)’를 가리키고 ‘골백번·골짜기·고루·곱다’ 같은 데에서 실마리를 찾습니다. 《나라건지는 교육》은 1963년에 처음 나왔고, 1975년에 손바닥책 “정음문고 101”가 되어 새로 나옵니다. 1960년으로 접어들 무렵 우리나라 배움판이 너무 끔찍하게 배움수렁(입시지옥)에 갇혀서 헤어나지 못한다는 한숨을 짙게 담은 이 책에서는 ‘국민학교 배움수렁’을 다룹니다. 지난날에는 ‘국민학교·중학교’에 들어가는 배움수렁이 훨씬 모질었다지요. 나라를 건지려면 아이들을 책상맡에 앉혀 셈겨룸(시험)을 시키는 짓을 멈출 노릇이지만, 이 대목을 걱정하는 어른이 매우 적습니다. 아이살리기를 미룬다면 나라살리기는 꿈도 못 꿀 테지요.


“아아, 거룩하다. 베스달로찌이는 골 해의 빛이요, 잘 사람의 거울이로다. 1962.2.27. 노고 산방에서 외솔 최 현배 적음”(1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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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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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6.9.

숨은책 651


《히말라야 성자들의 超人生活 下》

 스폴딩 글

 강흥수 옮김

 선경도서출판사

 1985.3.2.



  어릴 적에 그렇게 자주 앓고 쉽게 드러누웠습니다. 우리 언니는 저더러 꾀앓이를 한다고 나무랐지만,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속으로는 다르게’ 마련인데, 튼튼몸인 사람은 도무지 못 알아봅니다. 겉으로 멀쩡하다고 해서 억지로 버티다가 쓰러진 적이 제법 있습니다. 싸움판(군대)에서도 끝끝내 버티다가 꼭 하루 쓰러진 적이 있어요. 쓰러지며 바로 넋이 나가기도 하지만, 넋은 있는 채 거품만 물기도 하지요. 고삭부리인 몸으로 앓아눕거나 쓰러질 적에 “난 왜 이렇게 여린 몸이지?” 하고 마음에 대고 물으면 문득 “그럼 넌 뭘 바라니?” 하는 소리가 들려요. “나한테 초능력이 있어서, 안 아픈 몸에 쏟아지는 돈이 있으면 좋겠어.” 하고 대꾸하면 “그래? 그러면 안 아프고서 돈이 많은 다음엔?” 하고 되묻더군요. “어, 어, 안 아프고 돈이 많으면, 그다음엔, 뭘 하지?” “훗, 네가 스스로 찾아보렴.” 《히말라야 성자들의 超人生活 下》 같은 책을 찾아서 읽을 줄은 몰랐으나, ‘초인·초능력자’를 배울 뜻이 아닌, 왜 이 별에 이 몸으로 태어나 이렇게 살아가는가를 스스로 배우고 싶습니다. 이 책은 2004·2020년에 다시 나오는데, ‘엄청난 솜씨’를 배우라는 줄거리가 아닌, 우리가 스스로 잊은 마음을 새롭게 찾으라고 속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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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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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5.29.

숨은책 686


《學生을 爲한 世界名作鑑賞》

 조연현 글

 고려출판사

 1955.1.10.



  이제 서울 남가좌동에도 북가좌동에도 헌책집은 다 사라졌습니다만, 골목집이 옹기종기 어깨동무하던 지난날에는 가좌동 곳곳에 헌책집이 많았어요. 자전거를 달리거나 걸어서 〈문화서점〉에 찾아가면 “요샌 책 보러 오는 사람이 없는데, 손님은 어디서 오셨나?” 하고 물으시며 “허허, 멀리서도 오셨네. 예까지 와서 볼 만한 책이 있으려나. 이젠 옛날 같지 않아 좋은 책도 없습니다. 아니, 좋은 책이 나와도 사가는 사람이 없습니다.” 2006년 6월 23일에 《學生을 爲한 世界名作鑑賞》을 보았습니다. 일본바라기(친일부역) 조연현 씨는 죽는 날까지 뉘우치는 빛이 없었고, 그이 뒷내기(후배)는 ‘조연현문학상’을 세웁니다. 글쟁이는 아무 글로나 밥벌이를 해도 될까요? 글바치이니 마음을 갈고닦아 참글을 짓고 사랑글을 노래할 노릇일 텐데요. 삶을 등진 글이 아닌, 삶에 숲빛을 심으며 아이를 돌보는 글을 여밀 노릇이고요. 《학생을 위한 세계명작감상》은 ‘일본바라기(친일문학)’하고 매한가지입니다. 그나저나 ‘4288年 5月 16日’에 누가 사읽어 “교과서·일반도서·문방구·지물·운동구·인쇄물. 매양 감사합니다. 안성읍 네거리 보문당. 전화七五번”이란 자취가 남은 책은 한때 ‘경희대학교 도서관’에 머물기도 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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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5.29.

숨은책 706


《韓國 아름다운 미지의 나라》

 비르질 게오르규 글

 민희식 옮김

 평음사

 1987.12.15.



  언제 처음 버스를 탔는 지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만, 1980년으로 접어들 즈음을 어림하면 그때 우리 어머니나 이웃 아주머니 모두 저잣마실을 다녀올 적조차 으레 걸었습니다. 어른도 아이도 걸어다녔습니다. 맨몸이건 짐이 잔뜩 있건 따지지 않고 걸었습니다. 누구나 걷던 그무렵에는 빠른길(고속도로) 어귀요 짐배(화물선)하고 짐차가 끝없이 오가던 인천 한켠에도 제비가 찾아들고 저녁에 숨바꼭질을 하자면 박쥐하고 얼크러졌습니다. 요새는 제비는커녕 참새조차 못 보기 쉬운 나라로 바뀝니다. 걸어서 오가던 길을 부릉부릉 매캐한 쇳덩이가 차지하면서 어느새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은 아름빛하고 등졌다고 느낍니다. 《韓國 아름다운 미지의 나라》를 쓴 루마니아 글님은 1919년에 태어나 1992년에 흙으로 돌아갑니다. 노벨문학상을 받기까지 한 이분은 하고많은 한겨레 가운데 ‘전두환’을 만났고, ‘경제성장·올림픽’이라는 모습을 보면서 ‘놀랍고 아름답게 크는 나라’를 ‘깨끗한 싸울아비(군인)가 세운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분이 문익환이나 고정희를 만났으면 글을 달리 썼을까요, 그때에도 똑같았을까요? 한 손에 총칼을 쥔 이는 다른 손에 거짓말을 쥡니다. 한 손에 붓을 쥐었다면, 다른 손에 ‘호미랑 부엌칼’을 쥘 노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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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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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5.19.

숨은책 703


《리라국민학교 글짓기장》

 강정미 글

 리라국민학교

 1975∼1976.



  1975∼76년 사이 배움터 모습을 찍어 겉에 담은 《리라국민학교 글짓기장》에는 “분식하면 허약없고 혼식하면 가난없다”는 걸개글이 큼직하게 붙습니다. 이때뿐 아니라 열 해 뒤인 1985∼86년에도 똑같은 걸개글이 온나라에 붙었고, 아이들은 “도시락 검사”를 받으며 얻어맞았습니다. 흰쌀은 1/3을 넘기면 안 되고, 보리나 콩이나 조나 귀리를 꼭 섞어야 했습니다. 어린이도 어른 눈치를 보느라 꾸밈글을 쓸 때가 있으나, 어린이라서 스스럼없이 삶을 옮겨놓습니다. 어제를 어린이 눈길로 되새기고 오늘을 어린이 마음으로 가꾼다면 우리 삶터는 확 달라지리라 봅니다.



전화가 왔는데 사무실에 있는 언니가 탱크가 지나간다고 빨리 오라고 했다. 동생과 같이 뛰었다 … 우리나라가 자랑스럽고 언젠가는 남북통일이 되어 평화스러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1975.10.1.)


언니가 4명 오빠가 2명 동생이 1명이다 … 사춘오빠와 사무실사람 4명, 또 일하는 언니 둘, 세들은 사람까지 다 합하면 18명이나 된다 … 우리 집에 세들은 흑인 아저씨는 마음도 착하고 … (1976.10.12.)


그때는 아빠가 한강주유소를 하셨는데 그 주유소에 갔다가 주유소 바로 앞에 있는 구멍가게에 가서 사탕이랑 과자를 사 가지고 나오는데 … 택시랑 정면으로 받았다. 그 장면을 본 엄마는 “내 딸 죽었구나” 하시며 엉엉 울며 뛰어오자 그 택시가 뺑소니를 치려해 겨우 붙잡았는데 내가 차밑에서 기어나오며 “에이씨 옷 다 버렸어. 어떻게 엄마” 하며 옷이 온통 흙탕물에 범벅이 되어 웃으며 기어나왔다 한다. (1976.10.12.)


“그게 아퍼? 남자가 뭐가 아프대 그 까짓걸 가지고” 하고 한마디 하면 “남자는 무조건 안 아퍼? 남자는 아무리 맞아도 안 아프냔 말이야. 때려 놓고서는 큰소리야. 여자라고 봐주니깐” 하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 내뱃는다. ‘여자라고 봐주니깐’이란 소리가 머리에 남는다. 나는 그런 소리가 가장 듣기 싫다. (1976.10.)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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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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