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2.6.29.

숨은책 717


《實用 麥作增收圖解》

 竹上靜夫 글

 養賢堂

 1956.3.25.첫/1958.5.15.2벌



  한때 우리나라 어디에나 ‘농고(농업고등학교)’에 ‘수산고’가 있었으나, 이제 이러한 배움터는 가뭇없이 사라졌습니다. 흙살림을 배우는 곳은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겨우 남고 죄다 배움수렁(입시지옥)으로 치닫는 얼거리로 바뀝니다. 시골에 ‘시골배움터’가 없다면 시골에서 나고자라는 어린이·푸름이는 제 삶터인 시골을 사랑하는 길을 배울 틈이 없겠지요. 시골은 어린배움터부터 시골일을 나누고 숲살림을 돌아보는 얼거리로 거듭나야 하지 않을까요? 오늘날 서울에만 열린배움터(대학교)가 잔뜩 쏠렸는데, 모든 고장(시·군)에 한둘만 있을 노릇이라고 봅니다. 전남 고흥군에도 경북 영양군에도 열린배움터가 있되 시골스럽게 시골일하고 숲살림을 배우고 헤아리는 자리로 가꿔야겠지요. 《實用 麥作增收圖解》는 일본에서 나왔으되 1960년(四二九三.一一.一五.) 어느 날 어느 분이 장만해서 읽었습니다. 보리짓기를 다룬 배움책이니, 보리밭을 일구는 분이 읽었을 테지요. 이 나라에서는 딱히 배울 곳이 없을 만한 지난날이니 일본책으로 배우려 했구나 싶습니다. 그러면 이제는 우리 나름대로 ‘우리 보리짓기’를 다루는 책을 우리 손으로 쓰는지 궁금해요. 일본 한자말 아닌 우리말로 흙살림말(농업용어)을 풀어내었으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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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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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6.29.

숨은책 720


《新藥의 副作用과 處方》

 편집부 엮음

 한샘문화사

 1974.1.25.첫/1974.2.7.2벌



  낱말책에 없는 ‘기저질환’이란 뭘까 하고, 지난 2020년부터 꽤 갸우뚱했습니다. 우리말로 옮기자면 ‘밑앓이’일 텐데, 몸에 다른 앓이가 있으면 미리맞기(예방접종·백신)뿐 아니라 다른 살림물(약물)을 멀리해야 합니다. 몸이 멀쩡한 사람한테도 미리맞기나 살림물은 함부로 가까이하지 않을 노릇입니다. 그러나 이 나라는 ‘백신 피해자’에다가 ‘백신 후유증’에는 손을 떼거나 팔짱을 끼거나 등돌렸습니다. “기저질환 탓”이란 핑계가 넘쳤어요. “나쁜 것을 몸에 미리 넣어서 몸이 버티도록 한다”는 미리맞기를 매우 사납게 밀어붙였고, 죽거나 다치거나 앓는 사람을 모두 모르쇠였어요. 1974년에 나온 《新藥의 副作用과 處方》은 얼마나 알려지거나 읽혔을까요? 이 두툼한 책에 깃든 ‘말썽(부작용)’을 얼마나 낱낱이 밝히면서 살림물을 먹으라고 했을까요? 몸하고 안 맞아 죽거나 다치거나 앓을 수 있다면 왜 미리맞기를 해야 할까요? 미리맞기 탓에 죽거나 다치거나 앓는 사람은 누가 돌보고, 이 잘잘못을 누가 짊어져야 할까요? 이 나라는 “코로나19 백신 부작용과 처방”을 놓고 책으로 갈무리를 해놓았을까요? 아직 안 했다면 언제쯤 할까요? 갈무리를 한다면 언제쯤 사람들 누구나 환히 따질 수 있도록 열어 놓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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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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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6.29.

숨은책 719


《民俗學辭典》

 民俗學硏究所 엮음

 東京堂出版

 1951.1.31.첫/1980.6.20.55벌/1985.4.15.훔침판



  우리나라처럼 열린배움터(대학교) 앞에 복사집이 많은 나라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배움터 앞에 자리한 복사집은 ‘책을 펴내지’ 않습니다. ‘책을 거의 똑같이 떠내’지요. 1만 원짜리 책이라면 5천 원에, 3만 원짜리 책이라면 1만 5천 원에 떠내는데요, 책값은 높고 쪽이 적으면 더 눅은 값에도 떠냅니다. 다시 말해, 배움터가 배움터 노릇이 아닌 훔침질을 하는 셈입니다. 책을 짓느라 땀흘린 사람들한테 아무 보람이 없는 얼거리예요. 《民俗學辭典》은 우리하고 한자를 비슷하게 쓰는 일본에서 엮은 ‘살림꾸러미’입니다. 우리 배움판은 일제강점기부터 오늘에 이르도록 일본 한자말을 거의 그대로 씁니다. ‘사회·문화·종교·예술·학교·선생’이나 ‘공부·요리·사용·이용·필요·존재’는 우리 삶자리에 없던 말씨입니다. 우리는 ‘살림’이라 했을 뿐 ‘민속’이라 안 했어요. 갈무리해서 하나로 담으면 ‘꾸러미’라 했으나 이 낱말을 살려쓰지 못 합니다. 일본에서 《民俗學辭典》은 1951년에 첫벌을 내놓고 1980년에 55벌을 찍었다는데, 우리나라는 “頒布處 民俗苑(서울특별시 구로구 시흥동 산91)”이란 곳에서 “1985.4.15.”에 슬그머니 떠냅니다. 이름마저 ‘살림뜰(민속원)’이라 붙인 그곳은 몇 자락이나 훔쳐 팔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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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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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6.18.

숨은책 670


《廣辭林 新訂版》

 金澤壓三郞 엮음

 三省堂

 1921.9.25.첫/1938.9.18.490벌



  2002년 무렵 서울 어느 헌책집에서 책사랑 어르신이 문득 말을 겁니다. “자네 하는 일이 뭔가?” “낱말책을 씁니다.” “어떤 낱말책인가?” “국어사전입니다.” “그러면 일본 사전을 봐야 해. 우리 사전 모든 뿌리가 일본한테서 왔어. 이 《광사림》부터 읽어 보시게.” “우리 낱말책을 엮는 일을 하는데 왜 일본 낱말책을 봐야 해요?” “허허, 보면 알아.” 그때에는 귓등으로 흘렸어요. 왜 일본 낱말책을 구태여 살펴야 하나 싶더군요. 그즈음은 《廣辭林》이 헌책집마다 흔했고, 오랜판이건 새판이건 값싸게 살 수 있어요. 어느덧 스무 해쯤 흐르고서 예전에 안 산 《廣辭林》을 장만하려 하니 헌책집지기마다 “광사림? 안 팔려서 다 버렸지.” 하는 말을 듣습니다. 우리말꽃 지음이(국어사전 편찬자)라는 길을 한참 걷고서야 예전 어르신이 들려준 말이 무슨 뜻인가를 알았으나 책 하나 찾기가 팍팍합니다. 드디어 1938년에 자그마치 490벌째를 찍은 판을 목돈 들여 장만했고, 뒤쪽에 “一九五九.一二.三○. 於鍾路古書肆. 八○○圓”이란 글씨가 있습니다. 이 낱말책을 1959년에 사신 분이 들렀을 ‘서울 종로 헌책집’은 어디일까요. 따로 이름이 없던 곳일까요. 우리말꽃이 날개돋히듯 읽히도록 알차게 차곡차곡 여미자고 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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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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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6.18.

숨은책 705


《藥硏 創刊號》

 약대학생위원회 편집부

 숙명여자대학교 약학대학

 1965.12.



  나라지기를 맡은 곁사람이 ‘숙명여대 대학원’을 다닐 적에 쓴 글(논문)이 썩 깨끗하지 못하다는 이야기가 흘러넘칩니다.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우리나라에서 글(논문)을 글답게 쓴 사람은 몇쯤 있을까요? 다른 사람이 일군 열매를 안 훔치거나 안 베끼거나 안 따오고 스스로 글(논문)을 여미어 마침종이(학위)를 받은 사람은 몇쯤 될까요? 틀림없이 ‘썩 안 깨끗한 글’을 남기고서 마침종이를 받은 사람을 탓할 노릇인데, 우리나라만큼 글(논문)을 안 깨끗하게 쓰는 나라는 드물다고 느껴요. 숱한 열린배움터(대학교)는 틀에 맞춘 글이면 다 받아들여서 마침종이를 내줍니다. 새롭거나 빛나거나 아름답거나 훌륭하게 쓴 글이어도 틀에 안 맞추면 손사래를 치거나 잘라내지요. 《藥硏 創刊號》는 숙명여대 약학대에서 낸 달책입니다. 배움길을 걷는 이라면 삶으로도 책으로도 배우고, 배운 보람을 글로 새삼스레 여밉니다. 약학대 달책이다 보니 ‘약 알림(광고)’이 꽤 깃드는데, ‘시골 아이들한테 의료봉사’를 다녀온 모습이나, ‘검은이(흑인)한테 바늘을 꽂는 몸짓’으로 노는 모습은 위에서 베푼다는 마음 같아요. 이 책에 실은 글은 온통 한자말에 영어예요. 글(논문)은 수수한 사람들하고 멀리 떨어져야 할까요? 글은 어디에 있는가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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