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2.7.24.

숨은책 731


《한국조류분포목록》

 원병오 엮음

 임업시험장

 1969.5.1.



  혼자서 우리말을 익히며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여미는 길을 걷던 1994년 언저리에 《쇠찌르레기》를 읽고서, 남북으로 갈린 채 살지만 새바라기라는 길을 가는 한마음을 잇는 날갯짓을 만났어요. 이때부터 원병오 님이 쓰거나 엮은 책(새 도감)을 하나하나 찾아내어 읽으려 했습니다. 《한국조류분포목록》은 1969년에 낸 ‘새이름 꾸러미’이니, 1969년 무렵까지 나라 곳곳에서 어떤 새를 만났나 하는 실마리를 엿볼 만합니다. 이무렵만 해도 서울에서 제비를 비롯한 온갖 새를 어렵잖이 만났다고 합니다. 서울 어린이도 아직 새랑 동무하던 1969년 즈음이에요. 저는 인천에서 1987년까지 제비하고 박쥐를 보았습니다만, 1988년부터는 배움수렁에 갇히느라 새바라기를 할 겨를은 없었어요. 2022년 6월에 인천 신포시장에 갔다가 기스락에서 제비집을 보았어요. 숱한 새는 아무리 매캐하거나 망가진 큰고장·서울이어도 조용조용 깃들며 노래를 베푸는구나 싶습니다. 새가 떠나면 사람도 죽고, 새가 찾아오면 사람도 살 만한 터전입니다. 그런데 책끝에 군더더기가 붙는군요.


“백년 뒤에나 열매를 맺는 나무를 심어 무엇합니까?” 하는 아들의 말에 그의 아버지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더 지체할 수 없구나. 지금 당장 그 나무를 심어라.” 1966.1.18. 대통령 연두교서에서. (179쪽)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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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7.24.

숨은책 730


《全斗煥 육성증언》

 전두환 이야기

 김성익 엮음

 조선일보사

 1992.10.24.



  총칼로 사람들을 짓밟고 휘어잡으려고 하던 우두머리 가운데 하나인 전두환(1931∼2021) 씨는 이 땅을 떠났으나, 그이가 남긴 말은 《全斗煥 육성증언, 5공 청와대 통치 기록 담당자가 공개하는 격동기 대통령의 생생한 현장 실토》 같은 책에 ‘생생하게’ 남습니다. 나라지기(대통령)에서 물러난 이들,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씨가 했던 일·말·이야기는 숨기지(비공개) 말고 몽땅 드러내야 합니다. 그들은 우리 돈(세금)을 받고서 일했거든요. 그들을 둘러싼 쭉정이랑 허수아비도 나란히 솎아낼 노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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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근 씨 : 중·고등학교 때부터 그런(순수문학) 작품을 접하도록 느긋하게 덜 몰아부쳐야 되는데 아침 7시에 나가서 밤 10시에 오니 그게 안 됩니다.


정한모 씨 : 국민학교 학예회를 성대하고 하고 국민학교부터 실정에 맞게 정서 교육을 해서 시나 노래를 하고 싶도록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서정주 씨 : 빈부 격차가 심한 사회의 가난한 애들이, 딱한 걸 도와준다는 인도적 감상주의에 빠져 집안 형편이 곤란하면 불쑥 치밀어 엉뚱한 짓을 합니다. 배후에 반드시 뭐가 있습니다.


전숙희 씨 : 100중 중 5%가 문제입니다. 겁내고 걱정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워낙 소리가 크니 걱정은 해야 합니다. (104쪽)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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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7.24.

숨은책 729


《자연부도 6-1》

 편집부 엮음

 홍교사

 1967.



  시골에서 나고자란 사람들은 ‘자연’ 같은 일본스런 한자말을 쓸 일이 없었습니다. 중국스러운 한자말 ‘자연’을 쓰는 글바치가 더러 있어도, 흙을 짓고 풀꽃나무는 곁에 둔 시골사람은 늘 ‘숲’을 말했어요. 이웃나라가 쳐들어와서 온갖 배움터를 세우고 일본 얼거리로 가르치면서 ‘자연(自然)’이란 한자말이 퍼졌고, 어린배움터(초등학교)에서는 매우 오래도록 ‘자연’이란 갈래로 가르쳤습니다. 《자연부도 6-1》은 배움책(교과서) 《자연》만으로는 모자란 터라, 차근차근 줄거리를 보태고 이야기를 짚습니다. 시골 배움터 어린이뿐 아니라 서울 배움터 어린이가 배우는 책인데 흙살림(농사) 이야기가 꽤 길어요. 들숲바다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슬기로운가 하고 들려주고, 어린이 스스로 어떻게 들살림·숲살림·바다살림을 가꿀 만한가 하고 알려줍니다. 지난날에는 흙배움터(농업학교)가 아니어도 들숲바다 살림을 가르치고 배우는 얼거리였는데, 오늘날에는 흙배움터가 거의 사라지고, 여느 배움터에서는 들숲바다 살림하고 등집니다. 배움수렁(입시지옥)을 풀어내는 길 가운데 하나는 들살림길·숲살림길·바다살림길이라고 느껴요. 다같이 들숲바다를 새롭게 배우는 터전이라면, 젊은이 스스로 씩씩하게 시골에 깃들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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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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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7.13.

숨은책 189


《숲속의 소녀》

 로우라 I. 와일더 글

 방순동 엮음

 정민문화사

 1956.11.15.



  열세 살까지는 보임틀(텔레비전)을 어머니랑 언니하고 함께 보았으나, 푸른배움터에 들어가는 열네 살부터 배움수렁(입시지옥)에 빠지며 볼 틈이 없고, 스무 살로 접어들며 아예 끊습니다. 어릴 적에 “초원의 집”이란 이름인 풀그림을 보았어요. 그때에는 책을 몰랐어요. 《보리 국어사전》을 엮던 2001년에 이웃님 한 분이 《초원의 집》을 알려주었어요. 학원출판공사에서 《큰숲 작은집》으로 옮겼으며, 시공사에서 《큰 숲속의 작은집》으로 다시 옮겼다고 귀띔했어요. “Little House in the Big Woods”이니 “큰숲 작은집”으로 옮겨야 맞고, “Little House on the Prairie”라면 “너른들 작은집”으로 옮겨야 맞겠지요. 그런데 지난날 새뜸(방송) 일꾼은 일본말씨처럼 “초원의 집”이란 이름을 붙였고, 뒷날 김석희 님도 이 일본스런 이름을 따릅니다. 흔히 ‘ABE전집’으로 이 책이 처음 나온 줄 여기지만, 1956년에 《숲속의 소녀》란 이름으로 방순동 님(1922∼2006)이 진작 정갈하게 옮겼습니다. 오랜 옮김말씨에는 숲빛하고 들내음이 흘러요. 이 책은 숲과 들 사이에서 온몸으로 풀빛을 머금는 살림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오늘 우리가 잊어버린 손빛을, 풀꽃나무를, 하늘빛을, 숲노래를 고이 풀어내요. 숲순이가 노래하는 하루를.


ㅅㄴㄹ


#LittleHouseintheBigWoods #LittleHouse

#LittleHouseonthePrairie

#LauraIngallsWilder #GarthWilliams

#大きな森の小さな家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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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시렁 124


《韓國의 書誌와 文化》

 모리스 쿠랑 글

 박상규 옮김

 신구문화사

 1974.5.1.



  혼자 책길을 알아 가던 어느 날, 저처럼 혼자 책길을 알아 가던 책벗님이 ‘모리스 쿠랑’이라는 프랑스사람이 쓴 책을 아느냐고, 이녁이 쓴 책을 찾아서 읽어 보면 재미있으리라고 알려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웬 프랑스사람 책을 챙겨 읽느냐고 시큰둥했습니다만, 이 얘기를 듣고서 며칠 뒤에 《韓國의 書誌와 文化》를 만났고, 첫 줄부터 끝 줄까지 깜짝 놀랄 만한 눈길·생각·손길·마음을 느끼면서 읽었습니다. 우리는 프랑스 싸울아비(군인)가 우리 책을 잔뜩 훔친 일을 아파하는데, 우리한테 빛살(보물)인 책은 이들이 훔친 책만 있지 않았다고 느꼈어요. 우리 삶을 적은 책이라면 모두 빛살이요, 무엇보다 ‘우리 삶을 손수 적은 책을 알아보는 눈썰미’가 책값을 한껏 살리는구나 싶더군요. 모리스 쿠랑이라는 프랑스사람이 있었기에 우리 책이 걸어온 길을 찬찬히 새기거나 갈무리할 수 있었다고 할까요. 책을 읽거나 다루는 눈길을 프랑스 이웃님한테서 고맙게 배우면서 고이 돌아보았어요.


“귀족들이 유교를 채용한 것은 우선 자기네를 민중으로부터 구별시키기 위해서였음도 사실이지만, 나중엔 그들 자신이 중국식 교훈에 너무 젖어들어서 학식이 바로 그들의 독점물이요, 그들 계급의 가장 빛나는 표지가 되는 것으로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101쪽)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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