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2.8.11.

숨은책 741


《둥지 밖의 언어》

 이상규 글

 생각의나무

 2008.11.10.



  국립국어원 지기(대표)를 맡으며 《둥지 밖의 언어》를 써낸 이상규 님은 ‘국립국어원이 제멋대로이면서 말글을 북돋우는 길하고 동떨어진다’고 나무라는 이야기를 곳곳에 밝힙니다. 아리송합니다. 국립국어원 일꾼(직원)이 아닌 지기라는 자리에 섰다면, 그런 글을 쓸 틈에 국립국어원이 반듯하게 서도록 땀흘릴 노릇이요, 그런 글을 써도 안 바뀔 만큼 국립국어원이 엉망이라면 이런 벼슬터(공공기관)는 차라리 없애는 길이 낫지 싶어요. 더 헤아리면, 국립국어원에서 일하는 사람을 비롯해 숱한 말글지기(언아학자)는 ‘말’이라는 우리말을 쓸 생각을 아예 안 하다시피 합니다. ‘말’은 낮춤말이고 ‘언어’는 ‘번듯한 배움말(학술용어)’로 여기더군요. 새를 살피면서 ‘조류학자’라 하고, 벌레를 다루면서 ‘곤충학자’라 하는 얼거리하고 매한가지예요. 우리한테 우리말은 어디에 있을까요? 우리 스스로 ‘말’을 말답게 가꾸지 않는다면, 또 ‘말·글’이 어떤 말밑인지 차근차근 캐면서 ‘마음·그림’이라는 수수한 우리말하고 어떻게 잇닿는가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둥지를 스스로 버린 말글살이로 치닫겠지요. 그나저나 ‘생각의나무’는 ‘사재기(사기 베스트셀러)’를 일삼다가 사라진 펴냄터입니다. 창피한 나라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 나는 ‘생각의나무’란 데에서 내놓은 책을 새책으로 아예 안 샀다. 이곳은 사재기(사기 베스트셀러)를 너무 일삼았고, 툭하면 ‘지하철 떨이가게(재고매장)’에 ‘새책값을 후려친 새책’을 잔뜩 쌓아놓고 팔았다. 적잖은 사람들은 새책집만 다니는데, 헌책집을 함께 다닐 노릇이다. ‘사재기로 밀어댄 새책’이 헌책집에 얼마나 나도는가를 봐야 한다. 요새는 ‘사재기로 밀어댄 새책’이 ‘알라딘 중교샵’에 쏟아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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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8.8.

숨은책 740


《おにたのぼうし》

 あまん きみこ 글

 岩崎 ちひろ 그림

 ポプラ社

 1969.8.첫/1979.4.31벌



  우리 도깨비는 뿔이 없고, 방망이를 안 들고, 가죽옷을 안 입고, 우락부락 얼굴도 아닙니다. 일본 ‘사납이(오니おに)’를 마치 우리 도깨비라도 되는 듯이 옮긴 철없는 어른들이 있었어요. 일본 그림책·동화책을 슬며시 옮기면서 ‘일본책에 나오는 사납이’한테 ‘도깨비’란 이름을 붙여서 퍼뜨렸지요. 우리 도깨비는 ‘톳제비·도까비’라고도 하며, ‘둥그스름한 빛살’입니다. 바위나 빗자루나 절구나 여우나 사람으로까지 몸을 마음대로 바꾸는 ‘넋빛’이에요. “밤새 씨름하다가 새벽에 빗자루로 남은 도깨비” 같은 옛이야기가 있지요. ‘숲에서 살며 빼어난 힘을 쓰는 이웃’이 일본 오니입니다. 《おにたのぼうし》는 아만 키미코 님이 글을 쓰고 이와사키 치히로 님이 그림을 빚은 아름다운 그림책입니다. “오니타가 쓴 갓(모자)”이란 뜻인데, 2002년에 《꼬마 도깨비 오니타》(베틀북)란 이름으로 나왔다가 조용히 사라졌어요. ‘사납이’가 아닌 ‘상냥한 숲아이’ 숨결을 부드러이 담아냈지요. 우리나라에서 살던 일본 어린이가 1979년 무렵에 사읽고서 “3の2 いいだ さおり”란 글씨를 남겼고, “飯田藏書”란 이름도 새겼어요. ‘3학년 2반’을 ‘3의 2’처럼 말하곤 했는데 ‘3の2’라는 일본말씨를 이 나라 배움터에서 따라쓴 셈이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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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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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8.8.

숨은책 738


《제주도 민요집, 오돌또기》

 진성기 글

 우생출판사

 1958.3.15.첫/1960.7.1.2벌



  진성기 님이 제주 살림살이를 하나둘 건사하면서 손수 살림숲(박물관)을 차리고 숱한 책을 여밀 적에 ‘간첩신고’를 하는 사람이 꽤 있었다고 합니다. 걸어서 다니고, 번듯한 차림새가 아니고, 허름하거나 수수한 살림살이를 살피고, 할매할배한테서 이야기를 들으려는 사람이라서 ‘간첩’으로 여겼다지요. 까맣게 빼입고, 부릉부릉 몰고, 높다란 잿빛집(아파트)에서 살아가는 사람을 ‘간첩’으로 여기지는 않는 듯합니다. 그러나 둘레(사회)나 나라(정부)에서 어떻게 쳐다보든, 이 땅을 가꾸고 사랑하며 살아온 사람들 땀방울을 헤아리는 손길이기에 《제주도 민요집, 오돌또기》를 일굽니다. 제주뿐 아니라 나라 곳곳에 노래가 널리 흘렀는데 막상 우리 들노래·일노래·살림노래·소꿉노래·자장노래를 건사하려던 붓바치(지식인·작가)는 없다시피 했습니다. 우리는 《조선왕조실록》이 아닌 “우리 노래”를 새롭게 읽고 느끼고 부르고 오늘 터전을 헤아리면서 지을 줄 알아야지 싶습니다.  《오돌또기》를 낸 ‘우생출판사’는 1945년에 제주에서 연 〈우생당〉에서 차린 펴냄터이고, 한겨레싸움(한국전쟁) 불씨에서 벗어나려고 제주에 깃든 계용묵 님이 애써서 엮었다고 합니다. 알아보는 눈은 살림빛을 돌보면서 이야기씨앗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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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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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7.31.

숨은책 733


《普通敎育 提要地理學通論》

 山崎直方

 東京開成館

 1915.4.10.첫/1921.12.2.6벌



  ‘중학교·사범학교’에서 배움책(교과서)으로 삼았다고 하는 《普通敎育 提要地理學通論》은 우리나라에 언제쯤 들어왔으려나 어림해 봅니다. 제가 우리나라 헌책집에서 만난 판은 “定價 金六拾壹錢”이되 “大正十五年度臨時定價 金壹圓四錢”이라 찍히고, 다시 “昭和二年度臨時定價 金壹圓0四錢”이라 찍힙니다. 1921년에 찍었으되 1927년 무렵에 퍽 에누리한 값으로 팔린 듯싶으니, 일본이 한창 총칼을 앞세워 짓밟던 무렵 ‘조선 어린이’뿐 아니라 ‘조선 어른’도 조선말 아닌 일본말로 온누리(세계) 땅살림을 바라보고 익혔겠구나 싶습니다. 1915년에 일본에서 낸 책에 적힌 일본 한자말은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고스란히 씁니다. 배움길(학문)로만 본다면 영어나 독일말이나 일본말이 대수롭지 않습니다만, 스스로 배우고 아이들한테 물려줄 살림을 헤아린다면, 1945년부터 차근차근 우리 눈길로 살펴서 우리 말결로 풀어내는 생각을 지을 노릇이었을 텐데 싶어요. 이른 때도 늦는 때도 없는걸요. 마음을 다스려 스스로 나서며 갈고닦는 때만 있습니다. 흙살림을 짓는 수수한 사람들은 배움턱을 넘은 일이 없어도 땅을 만지며 땅을 익히고 알았다면, 배움길을 오래 걸은 사람들은 이 땅을 어떤 말로 바라보는 삶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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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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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7.31.

숨은책 732


《菓子》

 최경주·엄옥금 엮음

 수학사

 1966.12.5.



  아기였을 무렵에는 ‘까까’라는 이름을 듣고, 어느 만큼 자라면 ‘과자’라는 이름을 듣는데, ‘과자’가 한자말인 줄은 한참 뒤에 알았어요. 1982∼87년 무렵에 누가 ‘과자’라 하면, 나이가 지긋한 분들은 이 한자말을 못 알아듣거나 달갑잖이 여기면서 ‘주전부리’라 하셨고, ‘튀밥’이나 ‘뻥튀기’라 하는 분도 많았습니다. 이제는 ‘주전부리’나 ‘튀밥’ 같은 이름을 혀에 얹는 어른을 만나기 어렵습니다. ‘군것’이란 이름조차 잘 안 쓰는 듯합니다. 여러 말씨를 헤아리면 ‘과자’는 몇몇만 쓰던 한자말이요, ‘튀밥·군것·주전부리’에서 삶결을 엿볼 만하고, 오늘날에는 ‘바삭이’나 ‘곁밥’처럼 새말을 지을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菓子》는 집에서 바삭하게 굽거나 튀기는 곁밥을 어떻게 마련해서 아이들한테 내놓을 만한가를 들려줍니다. 먼 옛날에는 높은이한테 바치는 주전부리였다면, 오늘날에는 아이들한테 내주고 어른도 함께 즐기는 곁밥입니다. 1966년에 나온 책 사이에 “李奉子 요리강습회” 종이가 깃듭니다. ‘김치저육과리·감자투김·보리가루로루케익·생선비나스투김·계란쏘세이지과리’ 같은 이름에서 이무렵 어머니들 말결을 살몃 느낍니다. 같이 누리고 함께 맛보며 느긋이 이야기를 펴는 살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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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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