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제초 除草


 밭에서 제초 작업을 하다 → 밭에서 김을 매다

 무덤에 제초를 좀 해야겠는데 → 무덤에 풀 좀 뽑아야겠는데


  ‘제초(除草)’는 “잡초를 뽑아 없앰”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김매기·검질매기’나 ‘풀베기·풀뽑기·풀잡기·풀죽임’으로 고쳐씁니다. ‘낫·낫질’이나 ‘베다·베어내다’로 고쳐쓰고요. ‘뽑다·뽑아내다·뿌리뽑다’나 ‘솎다·솎아내다’로 고쳐쓰면 됩니다. ㅍㄹㄴ



제초기의 무자비한 칼날을

→ 풀베기 무시무시한 칼날을

《세상 조촐한 것들이》(안준철, 내일을여는책, 2001) 46쪽


풀이 품질 좋은 채소를 생산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제초제를 뿌려서 없애 버린다

→ 남새를 잘 거두자면 풀이 걸리적거린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죽임물을 뿌려서 없애 버린다

《강우근의 들꽃 이야기》(강우근, 메이데이, 2010) 336쪽


해충 구제랑 제초는 어떡하면 좋은지 모두가 가르쳐 줬으면 해서

→ 벌레잡이랑 풀잡이는 어떡하면 좋은지 모두가 가르쳐 주면 해서

《나츠코의 술 2》(오제 아키라/박시우 옮김, 학산문화사, 2011) 88쪽


시간을 뺏는 셈이니 대신 제초제 뿌려 드리러 올게요

→ 짬을 뺏는 셈이니 풀잡이가루 뿌려 드리러 올게요

→ 하루를 뺏는 셈이니 풀죽임물 뿌려 드리러 올게요

《바라카몬 1》(요시노 사츠키/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12) 88쪽


빈곳에 풀이 나기 쉽기 때문에 제초에 시간이 든다

→ 빈곳에 풀이 나기 쉽기 때문에 풀베기에 품이 든다

→ 빈곳에 풀이 나기 쉽기 때문에 베느라 오래 걸린다

《가와구치 요시카즈의 자연농 교실》(아라이 요시미·가가미야마 에츠코/최성현 옮김, 정신세계사, 2017) 36쪽


오늘날 우리 농사꾼들조차도 김매기보다 제초가 더 나은 것이라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 오늘날 우리 흙지기조차도 김매기보다 풀죽임이 더 낫다고 느낍니다

→ 오늘날 우리 밭지기조차도 김매기보다 풀잡이가 더 낫다고 느낍니다

《농본주의를 말한다》(우네 유타카/김형수 옮김, 녹색평론사, 2021) 24쪽


없애는 제초약을 만들었어요

→ 없애는 물을 마련했어요

→ 없애는 가루를 지었어요

《마오 24》(타카하시 루미코/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5) 13쪽


제초도 해야 하지만

→ 풀도 뽑아야 하지만

→ 풀도 베어야 하지만

→ 풀도 솎아야 하지만

《들꽃은 말이 없다》(키마지마 이쿠/심이슬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6) 1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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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불가사의



 세계의 7대 불가사의 → 온누리 일곱 수수께끼

 불가사의한 일 → 알 수 없는 일 / 아리송한 일

 불가사의한 것으로 여겨지는 → 모른다고 여기는 / 안갯속이라 여기는


불가사의(不可思議) : 1. 사람 생각으로는 미루어 헤아릴 수 없이 이상하고 야릇함 2. 나유타의 만 배가 되는 수. 즉, 10**64**을 이른다 3. 예전에, 나유타의 억 배가 되는 수를 이르던 말. 즉, 10**120**을 이른다



  미루어 헤아릴 수 없이 아리송할 적에 한자말로 ‘불가사의’라 한다지요. 우리말로는 ‘수수께끼·숨다·숨어들다·풀지 못하다·못 풀다’나 ‘아리송하다·아리송아리송·어리숭하다·어리숭어리숭’으로 담아냅니다. ‘알못·알지 못하다·알쏭달쏭·알쏭하다·얼쑹덜쑹·얼쑹하다’나 “안 믿다·안 믿기다·알 길 없다·알 수 없다”로 담아도 됩니다. ‘아직·안개·안갯속·안갯길·안갯빛’이나 ‘궁금하다·궁금덩이·궁금꽃·궁금빛·낯설다·낯모르다’로 담아도 돼요. ‘갸우뚱하다·갸웃·갸웃갸웃·갸웃거리다·고개를 갸우뚱하다·고개를 갸웃하다’나 ‘넝쿨·넝쿨지다·넌출·넌출지다·덤불·덩굴·덩굴지다’로 담아도 어울립니다. ‘말하지 못하다·말 못하다·말 못할’이나 ‘모르다·몰라보다·잘 들리지 않다·잘 안 들리다’로 담을 만하지요. “못 듣다·듣지 못하다·들은 적 없다·들은 바 없다·들리지 않다·안 들리다”나 “믿기지 않다·믿지 않다·믿을 수 없다·믿을 길 없다·못 믿다·못 믿겠다”로 담아도 됩니다. “앞을 모르다·앞날을 모르다·앞일을 모르다·앞길을 모르다”나 “종잡을 길 없다·종잡을 수 없다·종잡지 못하다”로 담을 수 있어요. ‘새까맣다·새카맣다·시꺼멓다·시커멓다·까막눈·까막이’나 ‘하양·하얀·하얗다·하얀빛·하양이·허옇다·흰종이·하얀종이·새하얗다’로 담아도 되고요. ‘처음·첨·처음으로·처음 겪다·처음 듣다·처음 보다·처음 있다’로 담을 만합니다. ㅍㄹㄴ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다

→ 참으로 모를 일이다

→ 참으로 알쏭달쏭한 일이다

→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다

→ 참으로 말도 안 된다

→ 참으로 수수께끼이다

《B급 좌파》(김규항, 야간비행, 2001) 249쪽


나는 그네들의 불가사의하고 모순에 가득 차 보이는 행동을 보고 여러 차례 경악을 금치 못했다

→ 나는 그네들이 도무지 알 수 없고 어긋나 보이는 몸짓을 해서 숱하게 놀랐다

→ 나는 까마귀가 종잡을 수 없고 어긋나 보이는 몸짓을 해서 자꾸자꾸 놀랐다

→ 나는 까마귀가 아리송하고 어긋나 보이는 몸짓을 해서 자꾸자꾸 놀랐다

《까마귀의 마음》(베른트 하인리히/최재경 옮김, 에코리브르, 2005) 16쪽


그 모습이 너무나 불가사의하고 믿기지가 않았지요

→ 그 모습이 너무나 믿기지가 않았지요

→ 그 모습이 너무나 낯설고 믿기지가 않았지요

《나의 유서 맨발의 겐》(나카가와 케이지/김송이 옮김, 아름드리미디어, 2014) 54쪽


참으로 불가사의한 곳에 나는 와 있었다

→ 나는 참으로 아리송한 곳에 있었다

→ 나는 참으로 수수께끼 같은 곳에 왔다

《돈이 필요 없는 나라》(나가시마 류진/최성현 옮김, 샨티, 2018) 37쪽


불가사의한 물건들의 출처는 전부 너였던 것 같군

→ 아리송한 살림은 모두 너한테서 나왔나 보군

→ 수수께끼 세간은 다 너한테서 비롯한 듯하군

→ 처음 보는 것은 모조리 네가 내놓았나 보군

→ 낯선 것은 하나같이 네 손에서 태어난 듯하군

《책벌레의 하극상 1부 5》(카즈키 미야·스즈카·시이나 유우/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8) 63쪽


무척 투명한 느낌이야. 불가사의해

→ 무척 맑은 느낌이야. 아리송해

→ 무척 맑아. 도무지 모르겠어

→ 무척 맑아. 그야말로 수수께끼야

《은빛 숟가락 15》(오자와 마리/노미영 옮김, 삼양출판사, 2019) 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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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피어나 웅진 모두의 그림책 59
김주현 지음, 유진희 그림 / 웅진주니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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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6.5.26.

그림책시렁 1814


《매일매일 피어나》

 김주현 글

 유진희 그림

 웅진주니어

 2024.2.28.



  나무 한 그루를 지켜보면, 사람이라는 숨결이 이 별에서 맡는 길이 무엇인지 늘 새롭게 느낄 만합니다. 나무 한 그루를 등지면, 사람이라는 목숨이면서 정작 사람빛과 사람길을 모두 잊다가 잃는구나 싶습니다. 《매일매일 피어나》는 열두 달에 걸쳐서 열두 그루 나무를 고양이하고 나란히 담아내는 얼거리입니다. 고양이가 나무를 이토록 좋아하는지 갸웃할 만하되, ‘고양이 + 꽃’이면 귀염귀염을 드러내기 쉽다고 여겼구나 싶습니다. 그러나 ‘열두 달 열두 나무’라면 ‘열두 새’와 ‘열두 나비’와 ‘열두 풀벌레’를 담아낼 만했을 텐데 싶어요. 또는 ‘열두 짐승’을 다룰 수 있습니다. 나비가 알을 낳아서 애벌레가 자라나서 새롭게 날개돋이를 하는 나무는 다 다릅니다. 모든 나무에는 다 다른 하늘소가 살아요. 모름지기 새는 따로 더 좋아하는 나무를 두기보다는 뭇나무를 두루 품는 숲살림을 합니다만, ‘나무 한 그루 + 새·나비·풀벌레·짐승·하늘소’를 놓치거나 못 본 대목은 아쉽습니다. 아무래도 우리 스스로 나무하고 너무 멀리 떨어진 채 서울살이를 하는 탓이요, 나무 한 그루를 심어서 돌볼 마당이나 숲정이나 뒷메가 없는 탓일 테지요. 예부터 아이가 태어나는 때에 맞추어 나무를 심은 살림길입니다. 아이랑 나무가 나란히 자란달까요. 그리고 할아버지가 어릴적에 ‘할아버지 어버이한테서 받은 나무’는 뒷날 태어나는 아이가 ‘집과 세간으로 짜는 나무’ 노릇을 했어요. 붓끝을 옛그림결로 담는 일도 뜻있되, 붓끝을 넘어서 살림결도 나란히 볼 수 있기를 바라요.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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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초록 - 이순옥 그림책 사계절 그림책
이순옥 지음 / 사계절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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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6.5.26.

그림책시렁 1813


《초록초록》

 이순옥

 사계절

 2020.5.8.



  중국스러운 한자말 ‘초록(草綠)’은 ‘풀 + 푸르다’인 얼개입니다. ‘풀’이기에 푸르고, 푸르기에 ‘풀’입니다. 그래서 우리말로는 ‘풀빛’이나 ‘푸르다’라 합니다. 일본스러운 한자말 ‘녹색(綠色)’은 ‘푸르다 + 빛’인 얼개입니다. 그저 ‘풀빛·푸른빛’을 가리킵니다. 《초록초록》은 ‘어린배움터 놀이마당’을 ‘푸른이웃’이 신나게 누린다는 줄거리로 보여줍니다. 갈수록 어린배움터나 푸른배움터에서는 놀이마당(운동회)이 사라집니다. 봄볕이건 가을볕이건 실컷 쬐면서 봄바람과 가을바람을 나린히 쐬고 땀흘려 뛰놀고 어울리기에 놀이마당입니다. 놀이마당이니 부딪히거나 넘어질 수 있고, 이기거나 질 수 있어요. 어느 하나 대수롭지 않습니다. 놀이마당은 누구나 뛰놀면서 까무잡잡하게 해바라기로 어울리면서 새롭게 배우는 자리예요. 지난날에는 모든 아이가 너른터이건 골목이건 한길이건 들숲바다이건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뛰놀았습니다. 이제는 시골도 서울도 온통 달구지(자동차)한테 빈터를 빼앗겨서, 아이가 뛰놀거나 어른이 쉴 빈터가 죄다 사라집니다. 앙증맞은 ‘푸성귀’나 ‘열매’를 귀엽게 보여주는 얼거리는 나쁘지 않되, 마을놀이와 골목놀이와 한길놀이부터 되찾아야 할 텐데 싶습니다. 어느 틀에 맞추는 놀이마당에 앞서, 그저 아이들 스스로 마음껏 노는 이야기부터 다뤄야지 싶습니다. ‘푸릇푸릇’ 천천히 돋아나는 길을 다시금 밝히고 천천히 되새기는 길부터 가야지 싶습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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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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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6.5.26.

다듬읽기 290


《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자이언트북스

 2021.8.18.



  일자리만으로 본다면, 시골일자리는 멧더미처럼 쌓였다. 그러나 오늘날 시골일자리는 거의 이웃일꾼(이주노동자)이 맡는다. 내가 어린배움터를 다니던 1980해무렵부터 오늘날 2020해무렵까지 마흔 해를 돌아보고, 또 1940해무렵부터 1980해무렵을 짚어도, 배움터에서 시골일자리를 알리거나 북돋우지 않는다. 예나 이제나 언제나 누구나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얼뜬 말만 일삼는다.


  사람은 서울로 보내야 할 까닭이 없다. 사람은 나고자란 터전을 사랑하며 살림하는 사이로 설 줄 알 노릇이다. 서울내기라면 서울을 푸른고을로 일구는 길을 살피면 된다. 시골내기라면 시골을 푸른숲으로 돌보는 길을 헤아리면 된다. 이따금 서울내기가 시골로 깃들 수 있고, 가끔 시골내기가 서울에 눌러앉을 수 있다.


  곰곰이 보면, 나라지기도 벼슬아치도 시골을 싫어한다. 시골을 안 싫어한다면, 시골이 이토록 망가질 때까지 팽개치지 않겠지. 시골이 싫지 않다면 시골에 으리으리 큰집이 아니라 조촐히 오두막을 짓고서 작은살림을 지을 테지. 그저 시골이 싫기에 시골을 안 쳐다본다. 그냥 서울을 좋아하기에 서울만 바라본다.


  이러다 보니, 서울내기는 서울이 좋으면서도 으레 지겹고 따분하다. 지겹고 따분한 서울에서 숨을 돌리려고 날개를 타고서 먼나라로 놀러간다. 다른 나라 다른 서울을 맛보고 싶은 서울내기이다.


  《지구 끝의 온실》을 읽었다. 오로지 서울바라기로 살아온 글님 마음결을 또렷이 느낄 만하다. 시골을 쳐다보지 않기에 “서울나라(도시문명사회)가 망가지고 무너져도, 똑같이 서울을 다른 곳에 억지로 만들어서 살아남으려고 하는 줄거리”를 짤 수밖에 없다. 서울 탓에 푸른별이 망가져서 먼지보라가 휘날린다는데, 이런 때마저도 ‘서울부스러기’를 뒤져서 살림살이를 챙긴다고 하니, 딱하고 안타깝다.


  시골을 안 쳐다보느라 논밭살림을 다 잊어서 망가진 서울인데, 뭘 얻어서 뭘 먹을까? 먹고사는 일뿐 아니라, 똥오줌은 어찌한다는 소리인가. 구정물은 어찌하며, 마실물은 얻을 수 있는가?


  아무리 서울이 밤을 잊고서 번쩍거리더라도, 서울을 둘러싸고서 들숲메바다가 있기에, 서울나라가 버틴다. 서울도 부산도 큰고장이되, 서울은 다른 큰고장에 둘러싸인 잿더미이고, 부산은 바다를 넓게 끼면서, 멧숲을 퍽 깊게 품는다. 여러모로 보면, 부산이 서울보다 훨씬 살 만하고, 사람빛을 건사할 만한 고장인데, 이런 부산조차 싫어서 서울로 휙휙 떠나서 돈과 이름과 힘을 거머쥐려는 사람이 넘친다.


  푸른별이 망가진 판에 이르러도 ‘포근집(온실)’을 찾는 줄거리에는 아무 앞길도 앞빛도 앞날도 없다. 서울내기 스스로 온나라와 온누리를 망가뜨렸으면, 이제는 잿더미를 그만 놓고서 호미와 낫과 쟁기를 쥘 노릇이다. 이제는 맨발과 맨손과 맨몸으로 흙을 만지고 들을 살피고 숲을 노래하고 멧바람을 쐬고 바다랑 하나인 살림을 지을 노릇이다.


  서울에 갇혔으면서 갇힌 줄 모르기에 ‘오늘꿈’이 없이 ‘살아남기’에 매달린다. 살아남으려고 하니까 ‘겨루고 다투고 싸운다(전쟁)’. 늘 싸움박질을 하니 이웃과 동무를 스스로 버릴 뿐 아니라, 참나(참다운 나)를 들여다볼 짬마저 없다. 오늘까지 오늘꿈을 못 그렸어도, 바로 오늘부터 오늘길을 다스리면서 눈을 뜨려고 마음을 기울여야지 싶다. ‘서울’에도 ‘다른 서울’에서 앞날과 씨앗이란 없다. 덩치를 줄이고, 더께를 벗어야 한다.


  들이 눈부신 줄 알아보는 눈을 뜰 일이다. 숲이 밝은 줄 알아채는 눈썰미를 기를 노릇이다. 해가 환하게 비추기에 서로 즐겁게 살아가는 줄 알아내야지 싶다. 모든 책도 모든 살림도 모든 말도 모든 꿈도 모든 사람도 들숲메바다에서 태어난다.


  ‘별끝(지구 끝)’으로 달아난들 살아남지 못 하나. 빽빽하고 뿌옇고 시끄러운 모든 쇳덩이와 잿덩이를 걷어내면서 흙으로 돌보는 길을 열 때라야 비로소 아름답게 어깨동무한다. 새를 내쫓고 개구리를 밀치고 풀벌레를 짓밟는 서울에서는, 사람이 사람을 내쫓고 밀치고 짓밟게 마련이다.


ㅍㄹㄴ


《지구 끝의 온실》(김초엽, 자이언트북스, 2021)


흙이 말라 있어

→ 흙이 말랐어

→ 흙이 푸석해

→ 흙이 부석해

11쪽


조심 좀 해. 내성이 널 모든 더러운 것들로부터 지켜주진 않아

→ 좀 살펴. 넌 모든 더럼먼지를 견딜 수 없어

→ 좀 살펴봐. 넌 모든 더럼치를 버틸 수 없어

→ 좀 삼가. 넌 모든 더럼티를 못 끌어안아

14쪽


안개가 숲을 잠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마라 역시 안개의 존재를 깨달았는지 불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 안개가 숲을 덮는다. 아마라도 안개를 느꼈는지 걱정스레 둘러본다

→ 안개가 짙다. 아마라도 안개를 느끼며 근심스레 둘레를 본다

15쪽


산딸기 때문에 한바탕 소란을 겪었다

→ 멧딸기를 놓고서 한바탕 시끄러웠다

→ 멧딸기를 먹다가 한바탕 시끌거렸다

25쪽


산딸기가 원래 떪은맛이 나나?

→ 멧딸기가 워낙 떫은맛인가?

→ 멧딸기가 이렇게 떫나?

26쪽


대단한 건 없었어요.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것과 똑같아요

→ 대단하지 않아요. 밑터하고 똑같아요

→ 대단찮아요. 바탕터하고 똑같아요

43쪽


무성한 잡초들도 지금은 그림자로만 존재했다. 푸른빛의 먼지들만이 느린 바람을 타고 흩날리고 있었다

→ 우거진 풀도 이제는 그림자 같다. 푸른먼지만 바람을 타고서 천천히 흩날린다

→ 풀이 우거져도 이젠 그림자 같다. 푸른먼지만 바람을 따라서 가만히 흩날린다

67쪽


이희수가 흔쾌히 수연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 이희수는 기꺼이 수연이 말을 받아들인다

→ 이희수는 수연이를 너그럽게 받아들인다

→ 이희수는 수연이를 덥석 받아들인다

72쪽


아무 말 없이 가버린 것이 무척 서운했다

→ 아무 말 없이 가버려서 무척 서운하다

→ 말도 없이 가서 무척 서운하다

81쪽


고립된 섬에서 자연적인 조건으로 일종의 돔 역할을 하는 기류가 형성되어

→ 외딴섬에서 저절로 둥근지붕 노릇을 하는 기운이 일어나

→ 섬에서 스스로 동글지붕 구실을 하는 바람이 생겨서

94쪽


그 식물들이 이 마을을 먹여살린다는 거야?

→ 그런 풀이 이 마을을 먹여살린다고?

→ 이 마을은 그런 풀로 먹고산다고?

150쪽


마을 사람들은 모든 일상적인 작업을 중단하고 봉쇄를 준비했다

→ 마을사람은 모든 일을 멈추고서 닫아걸려고 한다

→ 마을사람은 모든 일을 그치고서 막아내려고 한다

204쪽


그게 바로 내가 아직도 풀지 못한 미스터리야

→ 내가 아직도 풀지 못한 일이야

→ 난 아직도 모르겠어

→ 난 여태 모르겠어

224쪽


죽음의 먼지가 세계를 뒤덮고 있었다. 물자를 구하기 위해 인근 폐허에 다녀온 사람들은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구역이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 죽음먼지가 온누리를 뒤덮는다. 쓸거리를 찾으려고 가까운 벌판을 다녀온 사람들은 이제 살아남을 수 있는 땅이 확 줄어든다고 말한다

→ 죽음먼지가 이 별을 뒤덮는다. 살림거리를 얻으려고 둘레 벌판을 다녀온 사람들은 앞으로 살아갈 만한 곳이 확확 줄어든다고 말한다

230쪽


혹은 관측으로부터 데이터를 축적하고, 정확한 분석을 거쳐 귀납적으로 하나의 이론을 이끌어낸다

→ 또는 바라보며 바탕틀을 다지고, 꼼꼼히 짚고 헤아려 얼거리를 이끌어낸다

→ 아니면 살펴보며 밑틀을 쌓고, 하나하나 파고 살펴서 틀거리를 이끌어낸다

257쪽


더스트 폭풍이 지나가고 공동체의 사람들이 절반 넘게 죽자, 남은 이들의 의견이 갈리는 것을 지수는 보았다

→ 지수는 보았다. 먼지보라가 지나가고 마을사람이 토막날 만큼 죽자, 살아남은 사람이 둘로 갈렸다

→ 지수는 보았다. 먼지회오리가 지나가고 마을사람이 엄청나게 죽자, 살아남은 사람이 다들 엇갈렸다

288쪽


마을의 규모가 어느 정도 커진 이후 지수는 이 숲을 가짜 더스트로 감추기로 결정했다

→ 마을이 제법 자리잡을 즈음, 지수는 이 숲을 먼지로 속여 감추기로 한다

→ 마을에 집이 꽤 늘어나자, 지수는 이 숲을 먼지시늉으로 감추기로 한다

300쪽


지금 어떻게 그것을 입증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 이제 어떻게 이를 밝힐 수 있을까 헤아리다가

→ 오늘 어떻게 이를 보여줄 수 있을까 살피다가

355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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