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의 불


 마음의 불을 해소하려면 → 마음불을 끄려면

 대규모의 불이 발생했다 → 큰불이 일어났다

 산의 불을 진화하다 → 멧불을 잡다

 생명의 불이 꺼지려 한다 → 목숨이 꺼지려 한다


  ‘-의 + 불’ 얼개라면 ‘-의’를 덜면 됩니다. 앞말과 묶어서 한 낱말로 쓰면 어울립니다. “혁명의 불”이나 “개혁의 불”이나 “전쟁의 불” 모두 ‘새불·들불·횃불’이나 ‘싸움불·다툼불·죽음불’처럼 단출히 손볼 만합니다. ㅍㄹㄴ



마침내 혁명의 불을 당기죠

→ 마침내 새불을 당기죠

→ 마침내 들불을 당기죠

→ 마침내 횃불을 당기죠

《10대와 통하는 생물학 이야기》(이상수, 철수와영희, 2019) 212쪽


스탠드의 불을 켜자

→ 자리불을 켜자

→ 자리에 불을 켜자

《푸른 용과 강과 착한 물고기들의 노래》(곽재구, 문학동네, 2019) 78쪽


용의 불에 그을린 땅은 불모지가 아니야

→ 미르불에 그을린 땅은 돌밭이 아니야

→ 미르불에 그을린 땅은 벌판이 아니야

→ 미르불에 그을린 땅은 허허벌이 아니야

《불의 용의 나라 1》(이시이 아스카/이상은 옮김, 학산문화사, 2025) 27쪽


자연 발화가 아니라 방화. 불이 날 리가 없는 곳에 누군가가 일부러 혁명의 불을 붙이려 했다는 건가

→ 그냥불이 아니라 불지르기. 불이 안 날 곳에 누가 일부러 들불을 붙이려 했나

→ 저절로가 아니라 지르기. 불이 나지 않을 곳에 누가 일부러 횃불을 붙이려 했나

《티어문 제국 이야기 8》(오치츠키 노조우·모리노 미즈/정혜원 옮김, AK comics, 2026) 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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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민중봉기



 전국에서 민중봉기가 지속되었다 → 온나라에서 들물결을 잇는다

 민중봉기가 촉발되는 사태에 → 사람들이 들고일어나서 / 촛불물결이 일어나서

 다시 민중봉기가 시작될 수 있다 → 다시 너울댈 수 있다 / 다시 물결칠 수 있다


민중봉기 : x

민중(民衆) : 국가나 사회를 구성하는 일반 국민. 피지배 계급으로서의 일반 대중을 이른다 ≒ 민서

봉기(蜂起) : 벌떼처럼 떼 지어 세차게 일어남



  사람들이 임금이나 우두머리나 벼슬아치를 끌어내리려고 일어나곤 합니다. 물결을 치지요. 바다가 출렁입니다. 이러한 일을 여러모로 빗대거나 나타내요. 이모저모 살펴서, ‘벌떼·벌떼같다·벌떼질·너울·놀·바다·바닷결·바닷빛’이나 ‘물결·물꽃·물발·물살·몰개·물결치다·물줄기’라 할 만합니다. ‘너울거리다·너울대다·너울너울·나울거리다·나울대다·나울나울’이나 ‘너울길·너울판·너울바람·너울결·너울날·너울빛·너울꽃’이라 할 수 있어요. ‘일다·일어나다·일어서다’나 ‘들고일어나다·들고일어서다·떨치다·떨쳐내다’하면 되어요. ‘들불·들물결·들너울·들꽃물결·들꽃너울’이나 ‘들빛물결·들빛너울·들풀물결·들풀너울’이라 해도 어울립니다. ‘살림너울·살림물결·살림바다·삶너울·삶물결·삶바다’나 ‘삶꽃너울·삶꽃물결·삶꽃바다·삶빛너울·삶빛물결·삶빛바다’라 해도 되어요. ‘아침맞이·아침기지개·해돋이·해뜨기·해뜸’이나 ‘나라너울·나라물결·작은길·작은바다·작은물결·작은물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찰랑이다·찰랑거리다·찰랑대다·찰랑찰랑’나 ‘렁하다·철렁철렁·철렁거리다·철렁대다·철렁이다’라 할 만합니다. ‘초·촛불·촛불물결·촛불너울·촛불모임·촛불바다’라 할 수 있고요. ㅍㄹㄴ



전체적으로는 치안이 유지되고 있지만 민중 봉기가 일어난 지역은 틀림없이 위험 지대야

→ 두루 다스리지만 들고일어난 곳은 틀림없이 불늪이야

→ 고루 끌고 가지만 들너울이 난 곳은 틀림없이 걱정스러워

→ 제법 묶지만 너울거리는 곳은 틀림없이 아슬아슬해

《티어문 제국 이야기 8》(오치츠키 노조우·모리노 미즈/정혜원 옮김, AK comics, 2026)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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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치안유지



 치안유지를 강화하여 통제한다 → 동여매고 가둔다 / 틀어막고 누른다

 단순한 치안유지 이상으로 전환하여 → 가벼운 쇠사슬을 넘어서

 치안유지라는 명목으로 → 지킨다는 핑계로 / 다스린다고 하면서


치안유지 : x

치안(治安) : 1. 나라를 편안하게 다스림. 또는 그런 상태 2. 국가 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보전함

유지(維持) : 어떤 상태나 상황을 그대로 보존하거나 변함없이 계속하여 지탱함



  낱말책에는 따로 없으나, 일본이 우리나라를 집어삼키던 무렵 나온 ‘치안유지법’이 있습니다. ‘-법’을 뺀 ‘치안유지’라는 일본말씨는 아직 사그라들지 않습니다. 언뜻 보면 나라를 지킨다는 허울이되, 속으로 보면 틀어막거나 억누르는 차꼬나 코뚜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일본말씨는 ‘나라·마을·나라지킴’이나 ‘임금나라·임금틀·임금힘’으로 손볼 만합니다. ‘틀·틀거리·틀박이·틀어막다’나 ‘끌다·끌어가다·이끌다·다스리다’로 손볼 수 있어요. ‘묶다·묶이다·가두다·갇히다’로도 손볼 만하고요. ‘고랑·고삐·굴레·멍에’나 ‘덫·덫놓기·덫짓·덫꽃’으로 손봅니다. ‘동이다·동여매다·매다·매이다’나 ‘붙들다·붙들리다·붙잡다·붙잡히다’로 손봐요. ‘사슬·사슬살이·사슬터·사슬나라·사슬칸·쇠사슬·쇠고랑’이나 ‘억누르다·억눌리다·억누름질·올가미·올무·올고리’로 손보고요. ‘얽매다·얽어매다·얽매이다·옭다·옭아매다·옭매다·옭매이다’나 ‘옥죄다·옥조이다·옥죄이다·옭죄다·옭조이다·옭죄이다’로 손보아도 어울려요. ‘입틀막·입을 틀어막다·재갈·재갈질·재갈 물리기·재갈나라·재갈판’이나 ‘죄다·조이다·쬐다·쪼이다·채우다·집어넣다’로 손보면 되고요. ‘지키다·지켜내다·지켜주다·지켜가다·지킴틀’이나 ‘짓뭉개다·짓밟다·지르밟다·즈려밟다·짓밟히다·짓이기다’로 손봅니다. ‘짓찧다·짓밟음질·짓이김질·짓찧음질’이나 ‘차꼬·차꼬질·차꼬나라·차꼬판·코뚜레’로 손보고요. ㅍㄹㄴ



일제강점기 때 치안유지법을 그대로 가져다 베낀 겁니다. 치안유지법이라는 게 천왕에게 충성을 맹세하지 않는 자를 반역자로 처벌한다는 내용이에요

→ 일본불굿 때 나라지킴틀을 그대로 베꼈습니다. 나라지킴틀이란 일본 우두머리한테 몸바치지 않는 놈을 거꿀이로 다스린다는 줄거리예요

《인문학이 인권에 답하다》(박경서와 여덟 사람, 철수와영희, 2015) 243쪽


전체적으로는 치안이 유지되고 있지만 민중 봉기가 일어난 지역은 틀림없이 위험 지대야

→ 두루 다스리지만 들고일어난 곳은 틀림없이 불늪이야

→ 고루 끌고 가지만 들너울이 난 곳은 틀림없이 걱정스러워

→ 제법 묶지만 너울거리는 곳은 틀림없이 아슬아슬해

《티어문 제국 이야기 8》(오치츠키 노조우·모리노 미즈/정혜원 옮김, AK comics, 2026)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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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의식동원



 평상시에 의식동원을 실현한다 → 늘 살림밥을 한다

 일상에서 치유하는 의식동원이다 → 하루하루 돌보는 사랑밥이다


의식동원(醫食同源) : 질병 치료와 식사는 인간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그 근원이 동일함을 이르는 말. 이는 중국 고대의 사고방식이다



  우리 낱말책에 ‘의식동원’이 나옵니다만 중국말입니다. 요사이 ‘식약동원·약식동원’ 같은 한문이 나란히 퍼지기도 합니다. 곰곰이 보면 우리로서는 ‘살림밥·살리는 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랑밥·포근밥·푸근밥’이나 ‘입살림·맛살림’이라 할 만합니다. ‘따끈밥·따뜻밥·뜨끈밥’이라 해도 되고요. “밥이 살림·밥이 살린다·밥이 삶”이라 할 만하지요. ㅍㄹㄴ



의식동원(醫食同源)을 말씀하시는 거죠?

→ 살림밥을 말씀하시지요?

→ 포근밥을 말씀하시지요?

《행복은 먹고자고 기다리고 6》(미즈나기 토리/심이슬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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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가난한 책읽기

싫좋



  아침에 집을 나서기 앞서 작은아이랑 얘기한다. 요새 뒷집이며 마을앞이며 곳곳에서 쇳소리가 넘친다. 헌집을 헐고서 새집을 크게 올린다며 시끄럽고 먼지가 수북하다. 틀림없이 시끌소리에 매캐먼지이다. 시끄럽다고 여기며 싫어하면 도리어 귀를 쫑긋거리면서 미움씨를 심는다. “응, 저기서는 시끌삶을 지어서 누리는구나” 하고 느낀 다음에, 우리가 오늘 무엇을 하면서 즐거울는지 마음을 기울이면, 어느새 시끌먼지는 슥 스쳐서 사라진다.


  스스로 온마음을 기울여서 온몸으로 지을 하루를 그리면, 서울 한복판에서 작은새·큰새·나비·잠자리·벌·개미·거미·풀벌레처럼 푸릇한 이웃을 알아본다. 온마음을 딴청에 쏟기에 짜증스럽고 싫고 밉게 마련이다. 온마음을 쏟는 곳에 바로 ‘나’라는 숨결이 있다.


  누가 책을 읽는가. 책벌레는 시끌소리를 느끼는가. 누가 책을 쓰는가. 책벌레는 책이 아닌 시끌소리를 왜 느끼는가. 마을앞에서 시골버스만 타도 ‘시골버스가 내는 소리’가 엄청나게 시끄럽다. 시골버스를 타는 아재나 할배나 아지매나 할매나 이웃일꾼(이주노동자)이나 어린이나 푸름이가 손전화를 켜서 쳐다보는 그림도 하나같이 시끄럽다. 고흥읍에 닿아서 서울로 가는 시외버스는 훨씬 시끄럽다. 그래서 우리는 시골버스이든 시외버스이든, 또 서울에 내려서 갈아타는 시내버스이건 ‘시끌소리가 싫다’고 느끼며 받아들일 수 있다. 또는 “시끄럽건 말건 내가 볼 곳”에 마음을 기울이면서 종이에 글을 쓰거나 책을 펴서 읽을 수 있다.


  온마음을 기울여서 하루를 그리고 짓고 돌보고 누리고 나누려 하기에, 온돈을 들여서 기쁘게 책을 사읽는다. 온사랑을 담아서 쓴 글을 알아보려고 온눈을 뜨기에 우리 스스로 밝고 즐겁다. 책벌레는 책소리를 듣는 책길이다. 잎벌레는 잎소리를 듣는 잎길이다. 나는 날개돋이를 그리는 작은벌레로 살아간다. 나는 돈그루(주식)가 아닌 나무그루(숲)를 그리며 바라본다. 나무가 서는 밑동인 그루가 뿌리랑 줄기를 나란히 담듯, 살림을 담는 그릇은 늘 밑바닥이라는 자리를 기꺼이 받아들이듯, 사랑을 짓는 살림집을 그려서 들려주려는 “그루이자 그릇이자 그림인 글” 한 자락을 길이길이 실오라기마냥 풀어내는 오늘길을 걷는다.


  작은아이한테 속삭인다. “좋아하는 대로 하는 사람은 얼핏 좋아 보이겠지? 그런데 좋아한다는 좋은 일만 하려는 사람은 이내 지겨워한단다. 싫어하니까 안 하려고 하는 사람은, 큰일이든 작은일이든 다 안 하려 하면서 스스로 갉아. 그래서 뭘 싫어하거나 좋아하는 사람은 똑같아. 둘 다 날마다 싸우면서 불타느라 스스로 죽어가. 이와 달리, ‘그저 하루를 그리며 일하는 사람’은 어떤 일을 맞이하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나만 본단다. ‘어떻게’와 ‘하다’를 생각하기에 늘 스스로 길을 열어. 하루를 그리며 일하는 사람은 싫거나 좋다고 가리지 않으면서 다 배우려고 하지. 그렇지만 싫거나 좋은지 따지려는 사람은 이미 아무것도 안 배우려고 하니까 스스로 단단히 닫아걸어서 그만 고이고 썩어간단다.”


  싫어하는 사람은 시시하고 시들시들 말라비틀어간다. 좋아하는 사람은 졸졸졸 꽁무니를 좇느라 종살이에 조무래기로 구르니 어느새 좁아터진다. 누가 읽고 쓰는가. 싫다고 외치거나 좋다고 따르는 무리는 여태 책을 안 읽었다. 싫다며 등돌리는 무리는 늘 ‘읽는흉내’였다. 좋다고 모시거나 높이는 무리는 내내 ‘읽는척’이었다. 오직 구슬땀·이슬땀·노래땀·손땀·살림땀·푸른땀으로 일하는 사람만 ‘읽기’와 ‘쓰기’와 ‘나누기’와 ‘베풀기’를 했다.


  어느 쪽에 선들 대수롭지 않다. ‘읽는이(독서자)’일 적에 비로소 이야기가 흐른다. 어느 쪽에 선들 대단하지 않다. ‘안읽는이(비독서자)’일 적에는 아무 이야기가 없어서 서로 아무 마음이 안 흐른다. ‘안읽는이’일수록 목소리만 높다. ‘읽는이’일수록 먼저 가만히 들으면서 생각을 갈무리하고는 나즈막이 마음을 들려준다. ‘읽는이’는 으레 “먼저 듣기 + 나중에 말하기 + 다시 듣기 + 새로 말하기”라는 길을 잇는다. ‘안읽는이’는 그야말로 “혼자 말하기 + 말 끊기 + 또 혼자 말하기 + 다시 말 끊기”를 되풀이한다.


  누구나 읽고 쓰되, 아무나 읽고 쓰지 않는다. 언제나 읽고 쓰되, 아무렇게나 읽고 쓰지 않는다. 나는 읽고 쓰고 나누고 펴려는 하루그림이다. 그래서 숲부터 읽고 쓴다. 바람과 바다를 나란히 읽고 쓴다. 너도 나랑 같이 숲과 바람과 바다를 읽고 쓰고 나누면서 노래하기를 바라. 이제 흉내도 시늉도 척도 집어치우자. 늘 스스로 사랑하며 살림하자. 2026.5.15.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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