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630 : 하지만 경우 대비 강제 이주 여전 의제 있


하지만 스스로 떠나지 않는 경우에 대비해 강제 이주가 여전히 의제로 남아 있었다

→ 그런데 스스로 떠나지 않을까 싶어 내쫓을 셈이었다

→ 그렇지만 스스로 안 떠날 적에는 몰아내려 했다

→ 그러나 스스로 떠나지 않는다면 쫓아내려 했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의 아주 짧은 역사》(일란 파페/유강은 옮김, 교유서가, 2025) 46쪽


스스로 떠나지 않을까 싶어서 내쫓을 셈이라는군요. 스스로 안 떠날 적을 헤아려 몰아내려 한다는군요. 사납게 구는 무리는 어울림길이나 아우름손을 잊게 마련입니다. 잇거나 이루려는 길을 담쌓기나 담벼락으로 가로막기 일쑤예요. 그런데 담을 쌓는 무리는 남한테서 나를 못 지켜요. 거꾸로 스스로 억누르고 옭죄면서 고이고 맙니다. 잘못 쓰는 ‘하지만’은 ‘그런데·그렇지만·그러나’로 바로잡습니다. 이 보기글은 “강제 이주가 + 여전히 의제로 남아 있었다”처럼 길게 맺는데 “내쫓을 + 셈이었다”나 “쫓아내려 + 했다”처럼 단출히 손볼 만합니다. ㅍㄹㄴ


경우(境遇) : 1. 사리나 도리 2. 놓여 있는 조건이나 놓이게 된 형편이나 사정

대비(對備) : 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르는 어떠한 일에 대응하기 위하여 미리 준비함. 또는 그런 준비

강제이주 : x

강제이주민(强制移住民) : [정치] 노동력을 이용할 목적으로 점령 당국이 강제로 점령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주시킨 주민

여전(如前) : 전과 같다

의제(議題) : 회의에서 의논할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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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629 : 인간 진짜 생물


인간은 진짜 귀찮은 생물이야

→ 사람은 너무 귀찮아

→ 사람은 영 귀찮아

→ 사람은 그저 귀찮아

→ 사람이란 놈 순 귀찮아

《은여우 16》(오치아이 사요리/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2) 181쪽


한자로 ‘人’이나 ‘人間’이라 쓰지만, 우리말로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우리말을 쓰면 됩니다. 일본말씨인 “인간은 + 진짜 귀찮은 + 생물이야”라면 “사람은 + 참 귀찮은 + 놈이야”로 손질할 만한데 “사람은 + 그저 + 귀찮아”라든지 “사람은 + 늘 + 귀찮아”처럼 단출히 손질해도 어울립니다. 사람이란 놈은 순 귀찮지요. 그런데 귀찮도록 자꾸 일을 꾸리면서 배우는 숨결이기도 합니다. ㅍㄹㄴ


인간(人間) : 1. 언어를 가지고 사고할 줄 알고 사회를 이루며 사는 지구 상의 고등 동물 2. 사람이 사는 세상 3. 사람의 됨됨이 4. 마음에 달갑지 않거나 마땅치 않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진짜(眞-) : 1. 본뜨거나 거짓으로 만들어 낸 것이 아닌 참된 것 2. = 진짜로

생물(生物) : 1. 생명을 가지고 스스로 생활 현상을 유지하여 나가는 물체 ≒ 생물체·유생물 2. [생명] 생물의 구조와 기능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 3. ‘신선한 물건’을 나타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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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606 : -졌 누군가 문


날은 이제 어두워졌어요. 그때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어요

→ 이제 어두워요. 누가 콩콩 두드려요

→ 이제 저녁입니다. 누가 쿵쿵 두드립니다

《눈 오는 날》(엠마누엘레 베르토시/이순원·김은정 옮김, 북극곰, 2011) 21쪽


날이나 날씨를 나타낼 적에는 “아침이 환해져요”나 “저녁이 어두워져요”가 아니라 “아침이 환해요”나 “저녁이 어두워요”라 합니다. ‘누군가’는 ‘누가’로 바로잡습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어요”는 ‘두드려요’로 단출히 적을 만하고, “쿵쿵 두르려요”처럼 적어도 어울립니다. ㅍㄹㄴ


문(門) : 1. 드나들거나 물건을 넣었다 꺼냈다 하기 위하여 틔워 놓은 곳. 또는 그곳에 달아 놓고 여닫게 만든 시설 2. [역사] 조선 시대에, 서울에 있던 네 대문 = 사대문 3. [체육] 축구나 하키 따위에서, 공을 넣어 득점하게 되어 있는 문 = 골문 4. 거쳐야 할 관문이나 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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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733 : 점 누군가의 조작 -져


바로 그 점에서 누군가의 조작이 느껴져

→ 바로 그곳을 누가 꾸민 듯해

→ 그래서 누구 꿍꿍이 같아

→ 그래서 누구 뒷짓 같아

《티어문 제국 이야기 6》(오치츠키 노조우·모리노 미즈/정혜원 옮김, AK comics, 2026) 92쪽


“바로 그 점에서 + -이 느껴져”는 잘못 쓰는 옮김말씨입니다. 먼저 “바로 그곳에서 + -을 느껴”로 손볼 만합니다. 이 글월은 “누군가의 + 조작이 + 느껴져”처럼 일본말씨가 덧붙기도 하기에, “누가 + 꾸민 + 듯해”나 “누구 + 뒷짓 + 같아”처럼 더 손봅니다. ㅍㄹㄴ


점(點) : 5. 여러 속성 가운데 어느 부분이나 요소

조작(造作) : 1. 어떤 일을 사실인 듯이 꾸며 만듦 2. 진짜를 본떠서 가짜를 만듦. 또는 그렇게 만든 물건 3. 지어서 만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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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가난한 책읽기

가맛길



  고흥을 떠난 시외버스는 빗길을 가른다. 부산에 닿으니 해가 나다가 소나기에 여우비가 지나간다. 그러려니 여긴다. 여러빛을 베푸는 하늘인걸. 가맛길(산복도로) 한켠에 깃든 마을책집 〈만만 meet_n_make〉으로 마실한다. 인천에서는 오르내리막이 물결치는 골목마을을 으레 ‘언덕·언덕길’이라 했다. 조금 높거나 가파르다 싶으면 ‘고개·고갯길’이라 했다. 부산과 인천은 일찍 나루를 열어야 했기에 일본사람이 우루루 몰려들며 일본말이 춤춘 고장이요, 두 곳에는 오래도록 일본말씨가 걷히지 않았지만, 이제 인천은 웬만한 일본말씨는 자취를 감추고, 부산은 ‘일본말씨를 부산말씨’로 여기면서 못 놓거나 안 놓기도 한다. 이를테면 ‘산복도로’는 부산에서 흔히 보는 골목마을을 가리키는 이름이 아닌, 그냥 일본말이다. 요즈막에 부산과 마산은 서로 “우리가 ‘산복도로 원조’야!” 하고 내세운다. 일본말을 그냥그냥 안 버린대서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부산’은 ‘가마솥’을 닮은 숲터로 여기니, ‘가마’라는 말씨를 살린 ‘가마 + ㅅ + 길’ 얼거리로 ‘가맛길’ 같은 부산말씨를 오롯이 새로 지을 만하다.


  가맛길을 따라 걷고, 가맛마실을 하고, 가맛집에 깃들고, 가맛가게를 차리고, 가맛하루를 누리고, 가맛잔치를 열고, 가맛노래를 부르고, 가맛걸음을 나누고, 가맛빛을 헤아리고, 가맛꽃과 가맛나무를 아끼고, 가맛새를 만나고, 가맛나루를 이야기하고, 가맛살이를 즐기고, 가맛살림을 배우고, 가맛이웃을 사귀고, 가맛동무랑 어우렁더우렁 웃을 만하다.


  부산 동대신동2가 〈만만 meet_n_make〉은 버스나루하고 나란하다. 책집을 서성이며 책시렁을 돌아보노라면, 어느새 부산시내버스가 슥 멈춘다. 가맛길로 나들이를 온 이웃나라 사람들이 여러 이웃말을 주고받다가 버스를 타고서 떠난다. 느긋이 책을 읽고 장만한다. 등짐을 메고서 이곳에 다다른 등허리를 편다. 잎물을 마시고 이야기가 흐른다. 다시 등짐을 멘다. 이제 190 부산버스를 탄다. 얼추 열 몇 해 앞서 타본 버스로구나. 새삼스레 굽이굽이 도는 가맛길을 돌아보다가 책을 읽는다. 《망고와 수류탄》은 류우큐우 사람들 발자취를 짚는다. 버스에서도 읽고 쓰다가 내린다. 구름은 차츰 걷힌다. 곧 해가 눈부시다. 환하고 따뜻한 늦봄하루이다. 2026.5.12.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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