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723 : 혹은 정체 존재 겁을 먹은 것


혹은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에 겁을 먹은 것인지

→ 또는 도무지 알 수 없어서 두려운지

→ 아니면 도무지 모르기에 무서운지

《히스토리에 10》(이와아키 히토시/오경화 옮김, 서울문화사, 2017) 102쪽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에”에서 ‘정체·존재’는 털어낼 만한 군더더기입니다. “알 수 없어서”로 고쳐쓸 만합니다. 또는 ‘모르기에’로 고쳐씁니다. 아니면 “무엇인지 몰라서”나 “알 수 없다고 여겨서”로 고쳐쓸 수 있어요. “겁을 먹은 것인지”는 ‘두려운지’나 ‘무서운지’로 고쳐씁니다. ㅍㄹㄴ


혹은(或-) : 1. 그렇지 아니하면. 또는 그것이 아니라면 2. 더러는

정체(正體) : 1. 참된 본디의 형체 2. 본심(本心)의 모양 3. 바른 모양의 글씨

존재(存在) : 1. 현실에 실제로 있음 2. 다른 사람의 주목을 끌 만한 두드러진 품위나 처지 3. [철학] 의식으로부터 독립하여 외계(外界)에 객관적으로 실재함 ≒ 자인 4. [철학] 형이상학적 의미로, 현상 변화의 기반이 되는 근원적인 실재 5. [철학] 변증법적 유물론에서, 객관적인 물질의 세계. 실재보다 추상적이고 넓은 개념이다

겁(怯) : 무서워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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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724 : 것 누군가의 접 것 -의 누군가 속


누구랄 것도 없이 누구도는 누군가의 아무개와 접하고 아무랄 것도 없이 아무도는 아무개의 누군가에 속한다

→ 누구라기보다 누구도는 누구네 아무개와 만나고 아무라기보다 아무도는 아무개네 누구에 깃든다

→ 누구보다도 누구도는 누구네 아무개랑 만나고 아무보다도 아무도는 아무개네 누구한테 간다

《모래는 뭐래》(정끝별, 창비, 2023) 20쪽


‘누구’라는 낱말은 ‘누구가’처럼 토씨를 붙이고, 줄여서 ‘누가’처럼 씁니다. ‘-ㄴ가’나 ‘-ㄴ지’ 같은 토씨를 붙여서 “나는 누구인가”나 “누구인지 몰랐다”처럼 쓰지만, ‘누군가가’나 ‘누군가의’처럼 쓰지는 않아요. ‘것’이나 ‘-의’를 잘못 붙인 “누구랄 것도 없이”하고 “누군가의 아무개와 접하고”는 “누구라기보다”하고 “누구네 아무개와 만나고”로 고쳐씁니다. “아무랄 것도 없이”하고 “아무개의 누군가에 속한다”는 “아무라기보다”하고 “아무개네 누구한테 간다”로 고쳐씁니다. ㅍㄹㄴ


접하다(接-) : 1. 소식이나 명령 따위를 듣거나 받다 2. 귀신을 받아들여 신통력을 가지다 3. 이어서 닿다 4. 가까이 대하다 5. 직선 또는 곡선이 다른 곡선과 한 점에서 만나다

속하다(屬-) : 관계되어 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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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725 : 제각각의 필요


모래도 제각각의 이름이 필요하지 않을까

→ 모래도 따로 이름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 모래마다 이름을 붙여야 하지 않을까

→ 모래도 저마다 이름을 바라지 않을까

《모래는 뭐래》(정끝별, 창비, 2023) 33쪽


‘제각각·제각기’는 얄궂은 말씨입니다. 우리는 ‘저마다’라는 우리말이 있습니다. “제각각의 이름이 필요하지” 같은 일본말씨는 “저마다 이름이 있어야”나 “따로 이름을 바라지”나 “-마다 이름을 붙여야”로 고쳐쓸 만합니다. ㅍㄹㄴ


제각각(-各各) : 1. 사람이나 물건이 모두 각각 2. 여럿이 모두 각각

필요(必要) : 반드시 요구되는 바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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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726 : 무언가를 계절 -게 된


무언가를 묻고 온 밤에는 꼭 계절을 묻게 된다

→ 무엇을 묻고 온 밤에는 꼭 철을 묻는다

→ 묻고 온 밤마다 철을 묻는다

《모래는 뭐래》(정끝별, 창비, 2023) 44쪽


틀린말씨인 ‘무언가를’은 ‘무엇을’로 바로잡습니다. 이 보기글이라면 “무언가를 묻고 온”에서 ‘무언가를’을 통째로 덜어낼 만합니다. 옮김말씨 “묻게 된다”는 “묻는다”로 바로잡아요. 철을 묻고 때를 묻습니다. 철빛을 묻고 날을 물어요. ㅍㄹㄴ


계절(季節) : 규칙적으로 되풀이되는 자연 현상에 따라서 일 년을 구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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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가난한 책읽기

두쫀두 탕후루 마라탕



  나는 여태 ‘마라탕’도 ‘탕후루’도 ‘두쫀두’도, 그때그때 이름이 드높은 온갖 먹을거리도 곁에 두거나 아이들한테 사준 바 없다. 우리집 아이들도 그런 데에 아무런 마음을 안 쓴다. 갑자기 물결치듯 뭐가 일어나면 또 우르르 쏠리는구나 하고 느낀다. 큰보람(문학상)을 탔다고 뜨기에 어느 책을 읽어야 한다면, 책으로서는 이미 빛바랬다고 느낀다. 벌써 스물다섯 해가 넘은 일이다만, 권정생 할배가 “내 책은 추천도서에서 빼 달라.” 하고 아주 세게 말하고 손사래치던 일을 떠올린다. 반짝하고 뜨면 이레 만에 ‘100만’이 팔릴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지만, ‘100만’은커녕 ‘1만’이나 ‘1천’이 팔릴 만한 일을 굳이 안 할 수 있는 글꾼과 책집지기가 늘어나야 할 노릇이지 싶다.


  ‘문학상 공모전’에 글을 안 내야 하지는 않지만, ‘문학상 공모전’에서 으뜸으로 뽑혔을지라도 ‘문학상 수상집’이라는 이름을 창피하다고 여길 줄 알 때에, 비로소 글과 책이 제값을 한다고 느낀다. 우리가 글을 쓰고 읽다가, 문득 책을 쓰기도 하고 사읽기도 하는 뜻이라면, “남보다 높다랗게 올라서는 으뜸자리”가 아닌, “이웃과 나란히 어깨동무하는 마을과 들숲메바다라는 푸른자리”에 서려는 마음이 바탕일 노릇이라고 본다. 으뜸자리를 가볍게 치우고서, 푸른자리를 가만히 열기에 글지기에 책지기이다. 버금자리나 딸림자리란 없이, 꼴찌나 막째도 없이, 누구나 파란하늘과 푸른들숲을 머금는 살림자리를 바라보면서 일구기에 일꾼에 글꾼에 책꾼에 살림꾼이다.


  우리말 ‘돈’은 ‘도 + ㄴ’인 얼개이다. ‘도’를 기둥으로 삼아서 ‘ㄴ’을 받침으로 놓는다. ‘ㄴ’은 부드럽게 서로 잇는 결을 나타낼 뿐 아니라, ‘나·너’를 나타내는 ‘ㄴ’이기도 하다. 기둥 구실을 하는 ‘도’는 ‘돕다·돌다·돌보다·돌아보다·동그라미·동무’라는 낱말을 이루는 뿌리이면서, ‘두르다·둘러보다·둘레·둥글다·두레·둘’로 맞닿는 뿌리이다. 그러니까 ‘돈’이 돈다우려면, 나하고 너를 둥글게 돕듯 돌고돌면서 잇는 실마리라는 뜻이다. 돈을 돈답게 살릴 적에는 언제나 서로 동무하고 두레하는 마음을 밑자락에 놓는다는 뜻이고.


  움켜쥐면 돌더미 같은 돈에다가, 돌머리로 굳는 돈이다. 똑같은 돈이어도 어느 곳에 놓고서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다르다. 똑같은 글과 책이어도 어떤 손길로 쥐어서 어떤 눈길로 읽어낸 뒤에 어떤 살림살이로 풀어내느냐에 따라서 아주 다르다. 더 낫거나 좋은 책이란 없이, 더 나쁘거나 떨어지는 책도 없이, 우리 손길과 눈길과 발길과 마음길과 숨길에 따라서 새롭게 깨어나는 책이라고 느낀다.


  힘이 모자라거나 없거나 못 미친다면, 작고 낮고 더딘 몸으로 더 천천히 느긋이 걸으면 넉넉하지 싶다. 이제 온나라에 작은책집이 꽤 있다. 온나라 골골샅샅에 마을빛을 헤아리는 마을책집이 조촐히 선다. 이 작은책집과 마을책집을 곁에서 늘 지켜보는 ‘책집아이’도 꽤 있다. 어느 책집아이는 어버이가 꾸리는 책집을 시킨둥히 여길 테지만, 어느 책집아이는 어버이가 가꾸는 책집을 함께 가꾸고픈 꿈을 키울 만하다.


  작은책집이나 마을책집을 물려받고 싶은 아이가 있다면, 작은책집에서 곁일(알바)을 틈틈이 해보라고 북돋우면서, 작은책집을 새롭게 빛내고 밝히는 일손을 돕는 자리부터 첫걸음을 뗄 만하지 싶다. 어버이가 꾸려가는 책집에서 일손을 돕는 보람이란, 아이를 더없이 반짝반짝 일깨우고 세운다. 돌고도는 책과 돌고도는 돈을 동무하고 두레하다가 ‘한동아리’로 엮는 슬기로운 빛은 언제나 아이들 손끝에서 피어난다고 본다. “책집을 물려받고 싶으면, 책집에서 열 해쯤 일손을 도와 보렴. 그러고 나서 다시 이야기해 보자.” 하고 들려줄 수 있을 테지.


  작은책집은 너른숲을 이룬 모든 나무가 처음 빚은 모습인 ‘작은씨앗’이라고 하는 책을 다 다르게 품은 곳이다. 마을책집은 푸른멧숲을 이룬 모든 풀꽃나무가 처음 이 별에 온 모습인 ‘작은씨앗’과 같은 책을 서로서로 다르게 돌보는 곳이다. 이름난 책은 안 나쁘지만, 그저 ‘푸른책’을 품는 작은책집이 아름답다. 널리 팔리는 책은 안 나쁘되, 언제나 ‘파란책(파란하늘과 같은 책)’을 토닥이고 나누는 마을책집이 사랑스럽다. 푸르기에 파랗고, 파랗기에 푸르다. 하늘빛을 받기에 들숲메이다. 들숲메에서 흐르는 샘물과 냇물을 받는 바다라서 파랗다. 2026.2.15.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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