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만발 滿發


 꽃은 피어 만발인데 → 꽃은 피어 가득한데

 진달래가 만발했다 → 진달래가 활짝 피었다

 화창한 봄 날씨에 백화가 만발했는데 → 밝은 봄날씨에 온꽃이 가득했는데

 추측이 만발하다 → 어림셈이 넘치다

 집 안에는 웃음꽃이 만발하였다 → 집안에는 웃음꽃이 일었다 / 집안은 웃음바다이다


  한자말 ‘만발하다(滿發-)’는 “1. 꽃이 활짝 다 피다 2. 추측이나 웃음 따위가 한꺼번에 많이 일어나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낱말책에는 “≒ 만개·전개(全開)”처럼 비슷한말을 싣기도 합니다. 그런데 ‘만개(滿開)’는 “= 만발. ‘만발’, ‘활짝 핌’으로 순화”로 풀이하고, ‘전개(全開)’는 “= 만발(滿發)”로 풀이해요. 이 말풀이를 미루어 본다면 ‘만발·만개·전개’ 모두 “활짝 핌”으로 고쳐쓸 만한 얼거리입니다. 이리저리 헤아려서, ‘한가득·한창·활짝·무르익다’나 ‘가득·가득가득·가득차다·가득하다·가뜩·가뜩가뜩’으로 고쳐씁니다. ‘그득·그득그득·그득하다·건하다’나 ‘너울거리다·너울대다·너울너울·나울거리다·나울대다·나울나울’로 고쳐쓰고, ‘너울길·너울판·너울바람·너울결·너울날·너울빛·너울꽃’으로 고쳐써요. ‘넉넉하다·널널하다·낙낙하다·날날하다’나 ‘넘실거리다·넘물결·넘실대다·넘실넘실·남실거리다·남실대다·남실남실’로 고쳐쓰지요. ‘넘실길·넘실판·넘치다·넘쳐나다’나 ‘기운차다·기운넘치다·힘차다·힘넘치다·웃돌다·짙다’로 고쳐쓸 수 있습니다. ‘나라·누리·마당·잔치·차다·들어차다’나 ‘무럭무럭·뭉게뭉게·뭉글뭉글·뭉실뭉실·문실문실’로 고쳐쓸 만해요. ‘피다·피우다·피어나다·흐드러지다·흐무러지다·흘러넘치다’나 ‘바다·물결·물결치다·일다·일어나다·일어서다·일으키다’로 고쳐씁니다. ‘빼곡하다·빽빽하다·촘촘하다·콩나물시루’로 고쳐쓰고, ‘찰랑이다·찰랑거리다·찰랑대다·찰랑찰랑’이나 ‘철렁하다·철렁철렁·철렁거리다·철렁대다·철렁이다’로 고쳐쓰면 되어요. ‘춤·춤추다·춤사위·춤짓·춤꽃·춤빛’이나 ‘다닥다닥·득시글·득실거리다·드글거리다·욱시글거리다·욱실대다’로도 고쳐씁니다. ㅍㄹㄴ



石榴꽃이 滿發하고

→ 붉구슬꽃 가득하고

→ 붉은구슬꽃 넘치고

《處容》(김춘수, 민음사, 1974) 103쪽


봄에는 꽃이 만발하고 가을에는 황금 색채로 불탈 거야

→ 봄에는 꽃이 활짝 피고 가을에는 샛노랗게 불타

→ 봄에는 꽃이 가득 피고 가을에는 노랗게 불타지

《아나스타시아 4 함께 짓기》(블라지미르 메그레/한병석 옮김, 한글샘, 2008) 224쪽


내가 네게로 갈수록 네가 내게로 올수록 우리는 만발하고 시든다

→ 내게 네게 갈수록 네가 내게 올수록 우리는 흐드러지고 시든다

→ 내게 너한테 갈수록 네가 나한테 올수록 우리는 짙고 시든다

《은하가 은하를 관통하는 밤》(강기원, 민음사, 2010) 14쪽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속도의 시계를 가지고 있는 개성만발한 존재들입니다

→ 아이들은 저마다 다르게 가는 때눈으로 가득한 숨결입니다

→ 아이들은 저마다 다르게 가는 때바늘로 꽃을 피우는 넋입니다

→ 아이들은 저마다 다르게 자라며 활짝 피어나는 빛살입니다

→ 아이들은 저마다 달리 자라며 곱게 피어나는 빛입니다

→ 아이들은 저마다 달리 자라며 눈부시게 피어나는 꽃입니다

→ 아이들은 저마다 다르게 크면서 곱습니다

→ 아이들은 저마다 다르게 살아가면서 아름답습니다

《시작하는 그림책》(박은영, 청출판, 2013) 27쪽


풀과 꽃들이 만발했고

→ 풀과 꽃이 활짝 피고

→ 풀꽃이 가득했고

→ 풀꽃이 흐드러지고

《10대와 통하는 사찰 벽화 이야기》(강호진, 철수와영희, 2014) 90쪽


대신 꽃이 만발한 멋진 나무 한 그루가 있었어요

→ 그러나 꽃이 춤추는 멋진 나무 한 그루가 있어요

→ 그런데 꽃이 그득한 멋진 나무 한 그루가 있어요

《나도 할 수 있어!》(사토에 토네/박수현 옮김, 분홍고래, 2016) 46쪽


아이와 꽃이 만발한 곳으로 가 보아요

→ 아이와 꽃이 피어난 곳으로 가 보아요

→ 아이와 꽃이 가득한 곳으로 가 보아요

→ 아이와 꽃마당으로 가 보아요

《엄마는 숲해설가》(장세이·장수영, 목수책방, 2016) 24쪽


지금이 한창 만발할 때인데

→ 요새가 한창일 때인데

→ 요새가 한창인데

《나무》(고다 아야/차주연 옮김, 달팽이, 2017) 29쪽


요즘 인기 만발인 곳

→ 요즘 사랑받는 곳

→ 요즘 북적이는 곳

→ 요즘 다들 찾는 곳

《처음 사람 1》(타니가와 후미코/박소현 옮김, 삼양출판사, 2018) 58쪽


어두워져 오는 하늘에 노랑 하트들이 만발해 있었다

→ 어두워 오는 하늘에 노랑 사랑잎이 가득하다

《꽃샘추위》(임순옥, 산하, 2022) 1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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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불가사의



 세계의 7대 불가사의 → 온누리 일곱 수수께끼

 불가사의한 일 → 알 수 없는 일 / 아리송한 일

 불가사의한 것으로 여겨지는 → 모른다고 여기는 / 믿기지 않는다는


불가사의(不可思議) : 1. 사람 생각으로는 미루어 헤아릴 수 없이 이상하고 야릇함 2. 나유타의 만 배가 되는 수. 즉, 10**64**을 이른다 3. 예전에, 나유타의 억 배가 되는 수를 이르던 말. 즉, 10**120**을 이른다



  미루어 헤아릴 수 없이 아리송할 때가 있습니다. 이때에는 ‘수수께끼·숨다’나 ‘아리송하다·아직·안개·안갯속’으로 나타낼 만합니다. “안 믿다·안 믿기다·알 길 없다·알 수 없다”나 ‘알못·알지 못하다·알쏭달쏭·얼쑹덜쑹’으로 나타내도 되어요. ‘모르다·몰라보다·못 듣다·듣지 못하다·잘 들리지 않다·잘 안 들리다’나 “들은 적 없다·들은 바 없다·들리지 않다·안 들리다”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믿기지 않다·믿지 않다·믿을 수 없다·믿을 길 없다·못 믿다·못 믿겠다”나 ‘처음·첨·처음으로·처음 겪다·처음 듣다·처음 보다·처음 있다’로 나타내어도 어울립니다. ‘풀지 못하다·못 풀다·낯설다·낯모르다·덤불’이나 ‘궁금하다·궁금덩이·궁금꽃·까막눈·까막이·까막깨비’로 나타낼 만하고, “말하지 못하다·말 못하다·말 못할”이라 해도 됩니다. ‘새하얗다·하얗다·허옇다·흰종이·하얀종이’나 “앞을 모르다·앞날을 모르다·앞일을 모르다·앞길을 모르다”라 해도 되어요. ㅍㄹㄴ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다

→ 참으로 모를 일이다

→ 참으로 알쏭달쏭한 일이다

→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다

→ 참으로 말도 안 된다

→ 참으로 수수께끼이다

《B급 좌파》(김규항, 야간비행, 2001) 249쪽


나는 그네들의 불가사의하고 모순에 가득 차 보이는 행동을 보고 여러 차례 경악을 금치 못했다

→ 나는 그네들이 도무지 알 수 없고 어긋나 보이는 몸짓을 해서 숱하게 놀랐다

→ 나는 까마귀가 종잡을 수 없고 어긋나 보이는 몸짓을 해서 자꾸자꾸 놀랐다

→ 나는 까마귀가 아리송하고 어긋나 보이는 몸짓을 해서 자꾸자꾸 놀랐다

《까마귀의 마음》(베른트 하인리히/최재경 옮김, 에코리브르, 2005) 16쪽


그 모습이 너무나 불가사의하고 믿기지가 않았지요

→ 그 모습이 너무나 믿기지가 않았지요

→ 그 모습이 너무나 낯설고 믿기지가 않았지요

《나의 유서 맨발의 겐》(나카가와 케이지/김송이 옮김, 아름드리미디어, 2014) 54쪽


참으로 불가사의한 곳에 나는 와 있었다

→ 나는 참으로 아리송한 곳에 있었다

→ 나는 참으로 수수께끼 같은 곳에 왔다

《돈이 필요 없는 나라》(나가시마 류진/최성현 옮김, 샨티, 2018) 37쪽


불가사의한 물건들의 출처는 전부 너였던 것 같군

→ 아리송한 살림은 모두 너한테서 나왔나 보군

→ 수수께끼 세간은 다 너한테서 비롯한 듯하군

→ 처음 보는 것은 모조리 네가 내놓았나 보군

→ 낯선 것은 하나같이 네 손에서 태어난 듯하군

《책벌레의 하극상 1부 5》(카즈키 미야·스즈카·시이나 유우/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8) 63쪽


무척 투명한 느낌이야. 불가사의해

→ 무척 맑은 느낌이야. 아리송해

→ 무척 맑아. 도무지 모르겠어

→ 무척 맑아. 그야말로 수수께끼야

《은빛 숟가락 15》(오자와 마리/노미영 옮김, 삼양출판사, 2019) 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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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인기만점·인기만발



 시민들에게 인기만점이다 → 사랑들한테 사랑받는다 / 널리 좋아한다

 인기만점이던 카페에 방문했다 → 사랑받는 찻집에 찾아갔다 / 다들 좋아하는 찻집에 갔다

 여전히 인기만발을 구가한다 → 아직 사랑을 받는다 / 요즘도 눈길이 한가득이다

 인기만발인 친구가 되고 싶다 → 사랑받는 동무가 되고 싶다


인기만점 : x

인기만발 : x

인기(人氣) : 1. 어떤 대상에 쏠리는 대중의 높은 관심이나 좋아하는 기운 2. 사람의 기개

만점(滿點) : 1. 규정한 점수에 꽉 찬 점수 2. 부족함이 없이 아주 만족할 만한 정도

만발하다(滿發-) : 1. 꽃이 활짝 다 피다 2. 추측이나 웃음 따위가 한꺼번에 많이 일어나다



  사람들이 눈여겨보거나 널리 쳐다본다면 뜻과 모습 그대로 나타내면 됩니다. 이를테면 ‘인기만점·인기만발’ 같은 일본말씨는 “눈길을 모으다·눈길을 받다·눈길을 끌다”나 “눈길이 쏠리다·눈길이 가다·눈이 가다”나 “마음이 가다·마음이 쏠리다”로 손볼 만해요. ‘사랑·사랑받다·예쁨받다·좋다·좋아하다’나 ‘꽃·꽃길·꽃별·꽃빛·사랑꽃·아름꽃’으로 손봅니다. ‘별·별빛·빛·빛살·샛별·새별·꼭두별·높은별’로 손보아도 되고, ‘잡다·사로잡다·잡아당기다·잡아끌다·홀리다’로 손봐요. ‘당기다·끌어당기다·빠져들다·빠지다’나 ‘끓다·끓어오르다·들끓다’로 손보아도 어울립니다. ‘날개 돋히다·불티나다·잘팔리다’나 ‘뛰어나다·빼어나다·훌륭하다’로 손보고, ‘뭇눈·뭇눈길·으뜸·으뜸별·첫째·첫손’으로 손볼 수 있어요. ‘한창·북새·북새통·붐비다·북적이다’나 ‘밀다·밀어주다·바글바글·와글와글·시끌시끌·왁자지껄’로 손볼 자리도 있어요. ㅍㄹㄴ



누구에게나 인기 만점이었습니다

→ 누구나 사랑합니다

→ 누구한테서 사랑받습니다

《외다리 타조 엘프》(오노키 가쿠/김규태 옮김, 넥서스주니어, 2006) 6쪽


꺄아, 귀엽다. 인기 만점

→ 까야, 귀엽다. 사랑 가득

→ 까야, 귀엽다. 사랑 듬뿍

→ 까야, 귀엽다. 눈길 잔뜩

→ 까야, 귀엽다. 눈길 한몸

《서커스의 딸 올가 1》(야마모토 룬룬/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18) 110쪽


요즘 인기 만발인 곳

→ 요즘 사랑받는 곳

→ 요즘 북적이는 곳

→ 요즘 다들 찾는 곳

《처음 사람 1》(타니가와 후미코/박소현 옮김, 삼양출판사, 2018) 58쪽


뉴욕에 소개했어도 인기 만점이었을 겁니다

→ 뉴욕에 내놓았어도 눈을 끌었습니다

→ 뉴욕에 내었어도 사로잡을 만합니다

《화가들의 꽃》(앵거스 하일랜드·켄드라 윌슨/안진이 옮김, 푸른숲, 2025)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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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용 민음 오늘의 시인 총서 2
김춘수 지음 / 민음사 / 199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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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6.4.29.

노래책시렁 545


《處容》

 김춘수

 민음사

 1974.9.25.



  바다가 있는 곳에서는 바다가 품고, 메가 있는 곳에서는 메가 풀고, 숲이 있는 곳에서는 숲이 속삭입니다. 그렇다면 서울은 품거나 풀거나 속삭이는 노릇 가운데 하나라도 하려나요? 서울은 못 품거나 안 풀거나 시끄럽기만 하지 않을까요? 《處容》을 1988해에 처음 읽고, 1991∼1993해에 거듭 읽은 뒤로는 다시 안 펼쳤습니다. 불늪(입시지옥)에서 허덕여야 할 무렵에는 들여다보았습니다. 서른 해 남짓 지나 문득 되읽자니, 우리나라 숱한 글이 김춘수를 흉내내거나 따라하는구나 싶습니다. 김춘수 글에 ‘꽃’이 나온다지만, 들꽃도 숲꽃도 멧꽃도 바다꽃도 아닌 ‘머리로 꾸며낸’ 모습일 텐데 싶습니다. 글이며 말이 발돋움하려면 글담(문단권력) 안쪽에 있는 사람을 우러르거나 섬기거나 받들거나 높일 노릇이 아닌, 저마다 제 삶을 그대로 들여다보면서 차근차근 풀고 품고 속삭이는 길을 갈 일이지 싶습니다. 한때 ㄱ 아무개가 있었다고 떠올리기는 하더라도, 이제는 ‘머리로 꾸며내는 글’이 아닌 ‘온몸으로 살아내고 온마음으로 사랑하는 하루를 고스란히 그리는 글’을 쓸 때라고 봅니다. 어느 노래님이 문득 외친 “껍데기는 가라” 같은 말마디마냥, 겉으로 꾸며내는 모든 글치레는 이제 흘려보내야지요.


ㅍㄹㄴ


소금쟁이 같은 것, 물장군 같은 것, / 거머리 같은 것, / 개밥 순채 물달개비 같은 것에도 / 저마다 하나씩 / 슬픈 이야기가 있다. (늪/30쪽)


꽃이슬에 젖은 / 새벽 길 위에 서서 / 그 많은 少女들은 아직도 / 기다리고 있을까 (昆蟲의 눈/36쪽)


바위는 몹시 심심하였다. 어느날, (그것은 偶然이었을까,) 바위는 제 손으로 제 몸에 가느다란 금을 한 가닥 그어 보았다. 오, 얼마나 몸저리는 一舜이었을까, (바위/57쪽)


바람은 / 냇가에 개나리를 피게 하지만, / 그리고 / 그 色身 고운 눈만 먹고 겨울을 살았다는 / 산발치의 붉은 열매, / 붉은 열매를 따먹는 산토끼의 눈에는 / 지금은 / 엷은 軟豆色의 하늘이 떨어져 있지만, (歸鄕/67쪽)


男子와 女子의 / 아랫도리가 젖어 있다. / 밤에 보는 오갈피나무, / 오갈피나무의 아랫도리가 젖어 있다. (눈물/110쪽)


+


《處容》(김춘수, 민음사, 1974)


少年의 숨소리가

→ 아이 숨소리가

→ 머스마 숨소리가

28쪽


정녕코 오늘 저녁은 비길 수 없이 정한 목숨이 하나

→ 부디 오늘 저녁은 비길 수 없이 맑은 목숨이 하나

→ 제발 오늘 저녁은 비길 수 없이 말간 목숨이 하나

→ 그저 오늘 저녁은 비길 수 없이 칠칠한 목숨 하나

→ 꼭 오늘 저녁은 비길 수 없이 깨끗한 목숨이 하나

29쪽


새벽 길 위에 서서 그 많은 少女들은 아직도 기다리고 있을까

→ 새벽길에 그 많은 아이들은 아직도 기다릴까

→ 새벽길에 그 많은 가시내는 아직도 기다릴까

36쪽


碧空에 사과알 하나를 익게 하고 가장자리에 금빛 깃의 새들을 날린다

→ 파란하늘에 능금알 하나를 익히고 가장자리에 노란깃 새를 날린다

→ 하늘에 능금알 하나 익고 가장자리에 노란깃 새가 날아간다

37쪽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그 이름을 부를 때 그는 나한테 와서 꽃이 된다

→ 그대 이름을 부를 때 그대는 나한테 와서 꽃이다

→ 그이 이름을 부르니 그는 꽃으로 피어난다

→ 그대 이름을 부르자 그대는 꽃으로 핀다

40쪽


나의 追憶 위에는 꽃이여

→ 지난날에는 꽃이여

→ 어제에는 꽃이여

45쪽


이슬의 한 방울이 떨어진다

→ 이슬 한 방울이 떨어진다

→ 이슬방울이 떨어진다

→ 이슬이 한 방울 떨어진다

45쪽


存在의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

→ 이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

→ 삶이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

→ 숨결이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

→ 빛이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

→ 내가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

48쪽


겨울하늘은 어떤 不可思議의 깊이에로 사라져 가고

→ 겨울하늘은 낯설게 깊이 사라져 가고

→ 겨울하늘은 들은 바 없이 깊이 사라져 가고

→ 겨울하늘은 믿기지 않게 깊이 사라져 가고

→ 겨울하늘은 수수께기처럼 깊이 사라져 가고

50쪽


無花果나무를 裸體로 서게 하였는데 그 銳敏한 가지 끝에

→ 속꽃나무를 앙상하게 세웠는데 곤두선 가지 끝에

50쪽


三冬에도 익던 抒情의 果實들은 이제는 없다

→ 한겨울에도 익던 구수한 과일은 이제 없다

→ 겨울에도 익던 따스한 열매는 이제 없다

64쪽


플라타너스에는 微風이 있고

→ 방울나무에는 산들바람 있고

→ 버즘나무에는 선들바람 있고

77쪽


사과나무의 阡의 사과알이 하늘로 깊숙이 떨어지고 있고

→ 능금나무 두렁에 능금알이 하늘로 깊이 떨어지고

→ 능금나무 두둑에 능금알이 하늘로 깊이 떨어지고

92쪽


石榴꽃이 滿發하고

→ 붉구슬꽃 가득하고

→ 붉은구슬꽃 넘치고

103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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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가난한 책읽기

꾸지람



  나더러 ‘꾸지람(비판)’을 늘 한다고 여기는 분이 많다만, 나는 언제나 나를 스스로 꾸짖을 수 있을 뿐이다. 나는 남을 못 꾸짖는다. 남한테는 그저 “왜?” 하고 물어볼 뿐이다. “왜 그 마음을 그 낱말을 골라서 그 얼거리로 짜서 들려주려 하느냐?” 하고 물어보기만 한다. 언뜻 보면 “그 마음은 그 낱말이 아니고서는 못 나타낸다”고 여기기 쉽지만, 우리가 말을 하는 뜻을 곰곰이 짚는다면 ‘말이란 마음을 나타내는 소리’로 그치지 않는다. 기쁘거나 슬플 적에 우리는 ‘기쁘다·슬프다’라 하지만, 중국과 일본은 중국말과 일본말로 다르게 나타내고, 영국과 미국은 영국말과 미국말로 다르게 나타낸다. 우리는 ‘나타내기’만 할 일이 아니라, “왜 나타내려 하느냐?”를 스스로 돌아보면서, “스스로 나타낸 마음을 스스로 풀려고 하느냐?”를 더 물어봐야지 싶다.


  우리가 쓰는 모든 말은 ‘마음’을 그리는 소리이기는 하되, “마음을 눈여겨보면서 가꾸는 사람 스스로 그리는 소리”일 뿐이다.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으면서 겉으로 꾸미거나 치레하는 사람은 그저 꾸미거나 치레하는 시늉”이다. 이제 누구나 말을 글로 담아서 책을 묶을 수 있는 즐거운 나날이되, 넘치도록 숱한 사람들은 ‘말나래 책나래’라기보다는 ‘많이 팔아서 이름을 날리고 돈을 잔뜩 거머쥐고 힘을 뽐내려는 늪’으로 쉽게 치닫는다. 그러니까 ‘한글로 적었’기에 글(우리글)이지 않다. ‘무늬만 한글’이라면 ‘무늬글(시늉글)’이다. 옷을 갖춰입기에 사람이 바뀌지 않고, 까맣거나 커다랗거나 비싼 달구지를 몰아야 사람이 드높지 않다. ‘마음을 그리는 소리’인 말로 나부터 스스로 드러내면서, 나랑 마주하는 너를 바라보고 이야기로 잇고 일으키는 빛을 씨앗으로 심을 적에 비로소 ‘말하기·글쓰기’라고 본다.


  ‘이야기’를 하는 자리에서 “말을 듣고서 말을 들려줄” 적에는 서로 마음을 나누면서 눈을 거쳐서 빛줄기가 흐른다. 글이나 책을 읽을 적에는, 몸이 옆에 없거나 이미 떠난 사람이라 하더라도, 서로 나란히 앉아서 두런두런 말을 나누면서 이야기로 잇는다. 이야기란, “‘좋은말’ 나누기”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며 ‘하루’를 살림하는 마음”을 주고받는 일일 테지. 책으로 마주하는 두 사람은 언제나 ‘오늘·하루’하고 ‘삶·살림’을 가만히 주고받으면서, 저마다 스스로 지필 새길을 곱씹을 테고. 이웃이 편 뜻을 읽기에, 이웃으로서 곰곰이 익히며 깜냥껏 일구는 마음을 글쓴이한테 들려주는 길이 ‘빗글(비평)’이라고 본다.


  나는 국이나 찌개를 안 짜게 끓인다. 우리집에 놀러와서 국이나 찌개를 한 그릇 받는 이웃님은 “뭐래? 왜 이렇게 싱거워? 이 집은 가난해서 소금도 못 쓰나?” 같은 핀잔을 한다. 더욱이 곁님과 살아오며, 또 두 아이를 낳아 함께 돌보며, 굵은 돌소금을 따로 먹기는 하지만, 밥살림은 되도록 심심하게 가눈다. 오늘(2026.4.28.) 곁님이 쑥미역국을 먹다가 “이제 슬슬 날이 더울 듯한데 국은 좀더 짜게 해야 할 텐데.” 하고 들려준다. 그래, 더위로 가는 길목이라면 조금은 짜게 해야지. 낮에 올린 쑥미역국을 저녁에 덥힐 적에 소금을 더해서 살짝 짠맛이 도는 국으로 바꾼다.


  우리는 스스로 꾸짖으면서 나아간다. 스스로 안 꾸짖으면 쳇바퀴로 맴돌다가 어느새 뒷걸음질이나 샛걸음으로 빠진다. 꾸짖는 말은 “널 나쁘게 본다”는 뜻이 아니라 “너랑 오래오래 함께 놀고 어울리면서 얘기하고 싶어”라는 뜻이라고 느낀다. 앞으로도 즐겁게 나아가고 싶기에 즐겁게 “나를 스스로 꾸짖으면서 네 매무새와 말씨를 놓고서 한마디 거들며 들려주”게 마련이다. 그래서 모든 글빗·빗글(비평)은 “어느 글과 책을 쓴 이를 꾸짖거나 호통하는 글”이 아니라 “빗질을 하듯 찬찬히 가다듬는 길을 보여주는 글”이라고 본다. 우리는 추킴글(주례사비평)이 아닌 글빗·빗글(비평)을 서로 즐겁게 주고받으면서 스스로 일으킬 때일 텐데 싶다. 2026.4.28.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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