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657 : 속 존재였던 것 같


나는 햇빛 속에 내려앉는 먼지 같은 존재였던 것 같아요

→ 나는 햇빛 사이로 내려앉는 먼지 같았어요

→ 나는 햇빛을 받으며 내려앉는 먼지였어요

《봄밤이 끝나가요, 때마침 시는 너무 짧고요》(최지은, 창비, 2021) 140쪽


먼지가 내려앉는 곳은 “햇빛 속”일 수 없습니다. “햇빛 사이”로는 내려앉습니다. 또는 “햇빛을 받으며” 내려앉는다고 할 만합니다. 일본말씨에 군말이 붙은 “먼지 같은 존재였던 + 것 같아요”는 “먼지 + 같았어요”로 손보거나 “먼지였어요”로 손봅니다. ㅍㄹㄴ


존재(存在) : 1. 현실에 실제로 있음 2. 다른 사람의 주목을 끌 만한 두드러진 품위나 처지 3. [철학] 의식으로부터 독립하여 외계(外界)에 객관적으로 실재함 ≒ 자인 4. [철학] 형이상학적 의미로, 현상 변화의 기반이 되는 근원적인 실재 5. [철학] 변증법적 유물론에서, 객관적인 물질의 세계. 실재보다 추상적이고 넓은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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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658 : 어떤 不可思議의 깊이에로


겨울하늘은 어떤 不可思議의 깊이에로 사라져 가고

→ 겨울하늘은 낯설게 깊이 사라져 가고

→ 겨울하늘은 들은 바 없이 깊이 사라져 가고

→ 겨울하늘은 믿기지 않게 깊이 사라져 가고

→ 겨울하늘은 수수께기처럼 깊이 사라져 가고

《處容》(김춘수, 민음사, 1974) 50쪽


요즈음은 ‘-에로’나 ‘-에로의’처럼 토씨를 얄궂게 잘못 쓰는 일이 확 사라집니다. 지난날에는 일본말씨를 흉내낸 이런 말씨가 꽤 번졌어요. 우리말에 없는 토씨를 억지로 만들어야 글이 남다르다고 여겼거든요. 게다가 “알 수 없다”나 ‘아리송하다·알쏭달쏭하다·모르다·수수께끼’나 “믿기지 않는다·믿을 수 없다·못 믿겠다”라 하면 될 텐데, 굳이 일본말씨로 ‘불가사의·不可思議’라 적어야 글꽃(문학)이라고 잘못 여기기까지 했습니다. “어떤 + 不可思議의 + 깊이에로”는 “알 수 없는 + 깊이로”로 다듬을 수 있는데, ‘깊이’를 이름씨로 삼아서 ‘-로’를 붙이기보다는 어찌씨로 삼아서 토씨 없이 다듬으면 한결 낫습니다. “낯설게 + 깊이”나 “믿기지 않게 + 깊이”처럼 다듬으면 돼요. 겨울하늘은 수수께끼처럼 깊이 사라집니다. 겨울하늘은 낯설게 깊이 사라져요. 겨울하늘은 모르는 새 깊이 사라지고, 겨울하늘은 문득 깊이 사라집니다. ㅍㄹㄴ


불가사의(不可思議) : 1. 사람 생각으로는 미루어 헤아릴 수 없이 이상하고 야릇함 2. 나유타의 만 배가 되는 수. 즉, 10**64**을 이른다 3. 예전에, 나유타의 억 배가 되는 수를 이르던 말. 즉, 10**120**을 이른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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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궂은 말씨 2659 : 급격하게 -지고 있


낮이 급격하게 길어지고 있다

→ 낮이 갑자기 길다

→ 낮이 확 길다

→ 낮이 불현듯 길다

→ 낮이 부쩍부쩍 길다

《극야일기》(김민향, 캣패밀리, 2025) 180쪽


낮이나 밤은 ‘길어지’거나 ‘짧아지’지 않습니다. 밤과 낮이 갈마드는 길을 바라볼 적에는 “밤이 길다”나 “낮이 길다”라고만 합니다. 겨울로 다가서면 낮이 “부쩍 짧”을 테고, 봄으로 접어들면 낮이 “확 길”어요. 갑자기 짧고, 불현듯 길지요. 냉큼 짧고, 바람처럼 빠르게 길군요. 냅다 바뀌고, 바로바로 바뀝니다. ㅍㄹㄴ


급격(急激) : 변화의 움직임 따위가 급하고 격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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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궂은 말씨 2660 : 종종 문 환기 시킨


종종 문을 열고 환기를 시킨다

→ 가끔 다 열고 바람을 바꾼다

→ 곧잘 활짝 열고 바람을 뺀다

《극야일기》(김민향, 캣패밀리, 2025) 54쪽


바람을 갈거나 빼거나 바꿀 적에 ‘환기시키다’처럼 잘못 쓰기 일쑤입니다. 집안을 활짝 열고서 바람갈이를 하는 일을 남한테 맡긴다면 ‘시키다’라 할 텐데, 마치 남한테 시키는듯 버릇처럼 쓰는 ‘환기시키다’는 ‘환기하다’로 써야 맞습니다. 굳이 일본스런 한자말을 써야 하지 않으니, “바람을 바꾼다”나 “바람을 뺀다”나 “바람을 간다”라 하면, ‘-시키다’를 잘못 붙일 일이 없습니다. 이따금 다 열면서 새바람을 맞이합니다. 틈틈이 활짝 열어젖혀서 새롭게 스미는 바람을 누립니다. ㅍㄹㄴ


종종(種種) : [명사] 모양이나 성질이 다른 여러 가지 [부사] = 가끔

문(門) : 1. 드나들거나 물건을 넣었다 꺼냈다 하기 위하여 틔워 놓은 곳. 또는 그곳에 달아 놓고 여닫게 만든 시설 2. [역사] 조선 시대에, 서울에 있던 네 대문 = 사대문 3. [체육] 축구나 하키 따위에서, 공을 넣어 득점하게 되어 있는 문 = 골문 4. 거쳐야 할 관문이나 고비

환기(換氣) : 탁한 공기를 맑은 공기로 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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澁イケメンの國 ~無馱にかっこいい男たち~ (單行本(ソフトカバ-))
三井 昌志 / 雷鳥社 / 2015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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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빛꽃 / 사진비평 2026.4.13.

사진책시렁 186


《澁イケメンの國》

 三井昌志

 雷鳥社

 2015.12.7.



  일하는 사람은 ‘일’하면서 ‘몸’과 ‘마음’을 고르게 씁니다. 일하며 몸쓰고 마음쓰기에, 굳이 따로 ‘움직여야(운동)’ 하지 않습니다. 일을 안 하는 탓에 몸과 마음을 안 쓰고 말아, 따로 움직여야 합니다. 오늘날 이 나라에서는 ‘일’이 무엇인지 잊고 잃습니다. 돈만 벌면 ‘돈벌이’입니다. 돈만 바라보며 돈벌이를 할 적에는 몸마음을 ‘갉’습니다. 돈만 버느라 늙고 낡아요. 이 탓에 돈벌이로 몸갉이에 마음갉이로 아프고 앓는 몸을 달래려고 돌봄터(병원)에 기대고, 자꾸자꾸 몸짓(운동·스포츠·체력단련)으로 더 괴롭힙니다. 《澁イケメンの國》이라는 꾸러미를 펴면, 온몸이 울퉁불퉁한 사내가 득시글합니다. 찰칵이를 쥔 분은 “쓸데없이 멋진 사내(無?にかっこいい男たち)” 같은 이름을 나란히 붙이는데, ‘쓸데없이’ 멋지다기보다는 그저 온삶을 일로 다스리면서 저절로 몸이 바뀔 뿐입니다. 살림을 짓고 하루를 가꾸려고 일을 하니, 군더더기를 쳐다보지 않습니다. 군더더기를 안 보기에 군살이 없어요. 웃는 얼굴에도 티 하나 없습니다. 이웃나라 일본과 이 나라는 바로 이 같은 웃음과 땀과 일과 살림을 까맣게 잊는 굴레이지 않을까요? 사랑으로 일하면 되고, 숲빛으로 노래하면 넉넉합니다. 사람으로서 함께 어울리면 즐겁습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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