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582 : -의 평원 자유로워진 -의 -ㅁ -게 되 불모지 모욕적 것 것 이해하게 되


여름의 평원을 내려다볼 만큼 자유로워진 나는 처음으로 그 땅의 어떤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었고, 불모지란 모욕적인 이름을 그 땅에 붙인 것은 잘못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 나는 여름들을 내려다볼 만큼 느긋하면서 처음으로 그 땅이 아름다운 줄 느꼈고, 빈들이라며 깎아내리는 이름은 잘못 붙인 줄 알아차렸다

→ 나는 여름들녘을 내려다볼 만큼 나래를 펴자 비로소 그곳이 아름답다고 느꼈고, 죽음땅이라며 휘갈기는 이름이란 안 맞는 줄 알아보았다

《잊혀진 미래》(팔리 모왓/장석봉 옮김, 달팽이, 2009) 120쪽


봄에 보는 바다는 ‘봄바다’이고, 가을에 보는 메는 ‘가을메’이고, 겨울에 보는 마을은 ‘겨울마을’입니다. 여름에 보는 들은 ‘여름들·여름들녘·여름들판’입니다. 철마다 다른 빛은 바다와 메와 마을과 들을 보려면 느긋할 노릇입니다. 느긋하지 않기에 나래펴지 못 하고, 나래펴지 못 하니 홀가분하지 않아요. 가볍거나 가붓하거나 가뿐하게 마음을 틔울 때라야 처음으로 온누리를 아름답다고 느낄 만합니다. 지치거나 고단하거나 힘겨울 적에는 둘레를 볼 틈이 없으니, 이 땅이건 저곳이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어느 곳에나 씨앗이 깃들어 싹틉니다. 다 다르게 흐르는 터전이며 자리입니다. 얼핏 메마르거나 거칠거나 허허벌판이라 여길는지 모르는데, 그곳에 어떤 숨결이 감도는지 알아보려고 하지 않으니까 낮잡거나 얕잡거나 깔보거나 깎아내리고 말아요. 차근차근 헤아리려면 누구나 먼저 마음눈을 틔울 노릇입니다. 마음눈길을 틔우려면 몸도 마음도 가만히 북돋우면서 깨울 일이고요. ㅍㄹㄴ


평원(平原) : 평평한 들판

자유롭다(自由-) : 구속이나 속박 따위가 없이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불모지(不毛地) : 1. 식물이 자라지 못하는 거칠고 메마른 땅 ≒ 불모지지 2. 어떠한 사물이나 현상이 발달되어 있지 않은 곳. 또는 그런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모욕적(侮辱的) : 깔보고 욕되게 하는

이해(理解) : 1. 사리를 분별하여 해석함 2. 깨달아 앎 3. = 양해(諒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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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578 : 발견 야생화 촬영 느끼는 -과의 교감 큰 비밀 묘미


어렵사리 발견한 야생화를 이리저리 촬영하면서 느끼는 꽃과의 교감은 마음속에 큰 비밀처럼 간직하고픈 묘미라 할 수 있다

→ 어렵사리 찾은 들꽃을 이리저리 찍으면서 넌지시 마음을 함께하고픈 맛이라 할 수 있다

→ 어렵사리 만난 들꽃을 이리저리 담으면서 조용히 마음을 나누고픈 재미라 할 수 있다

→ 어렵사리 본 풀꽃을 이리저리 찰칵하면서 잔잔히 마음을 이으니 즐겁다고 할 수 있다

《보고 싶고 걷고 싶은 꽃길》(송기엽, 진선, 2005) 178쪽


옮김말씨인 “발견한 야생화를 촬영하면서 느끼는 꽃과의 교감은 + 마음속에 큰 비밀처럼 간직하고픈 + 묘미라 할 수 있다”입니다. 임자말을 ‘교감은’으로 삼으니 뒤엉킵니다. 임자말은 ‘나는·우리는’으로 잡을 노릇입니다. 이러면서 “찾은 들꽃을 찍으면서 + 조용히 마음을 나누고픈 + 재미라 할 수 있다”로 손볼 만합니다. 한자말 ‘교감’은 “느끼며 나눈다”를 뜻하니 “느끼는 꽃과의 교감은 마음속에”는 군더더기 겹말입니다. “마음속에 큰 비밀처럼 간직하고픈”은 앞말과 묶어서 “넌지시 마음을 나누고픈”이나 “잔잔히 마음을 이으니”로 손볼 만해요. 그리고 ‘야생화’하고 ‘꽃’이라는 낱말을 앞뒤에 겹쳐서 쓰니 한쪽은 덜어냅니다. ㅍㄹㄴ


발견(發見) : 미처 찾아내지 못하였거나 아직 알려지지 아니한 사물이나 현상, 사실 따위를 찾아냄

야생화(野生花) : 들에 피는 꽃 = 들꽃

촬영(撮影) : 사람, 사물, 풍경 따위를 사진이나 영화로 찍음

교감(交感) : 1. 서로 접촉하여 따라 움직이는 느낌 2. 최면술을 쓰는 사람이 상대편에게 최면을 걸어 의식을 지배하는 관계

비밀(秘密) : 1. 숨기어 남에게 드러내거나 알리지 말아야 할 일 2. 밝혀지지 않았거나 알려지지 않은 내용

묘미(妙味) : 미묘한 재미나 흥취 ≒ 묘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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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572 : 동정 결국 동정 있


동정이 싫다면서 결국은 동정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다

→ 눈물이 싫다면서 끝내 눈물에 기대어 살아간다

→ 봐주면 싫다면서 또 봐주기를 바라며 살아간다

→ 가엾기 싫다면서 다시 가여운 채 살아간다

《원통 안의 소녀》(김초엽, 창비, 2019) 35쪽


불쌍하거나 가엾거나 딱하게 보면 반길 사람이 없습니다. 그런데 가난하거나 아프거나 힘들거나 어렵기에 불쌍하거나 가엾거나 딱하지 않습니다. 삶이라는 길을 못 보거나 살림하는 마음을 잊거나 사랑이라는 빛을 잃을 적에 불쌍하거나 가엾거나 딱하게 마련입니다. 가난하거나 아픈 사람을 딱하게 보면서 도울 수 있습니다. 삶·살림·사랑을 등진 사람은 도울 길이 없지만, 돈이 없거나 몸이 아픈 사람한테는 손을 내밀며 함께 나누는 길이 있어요. 이때에 ‘주는’ 쪽이 아닌 ‘받는’ 쪽에서는 얼핏 싫을 수 있습니다. 늘 받기만 하느라 짐이라 여길 만하고, “받는 나”를 가엾게 보는 눈이 버거울 만합니다. 거꾸로 보면 ‘주는’ 쪽에 있고 싶기에 ‘받는’ 쪽을 싫어하는 셈입니다. 돈이나 손길은 받지만, 마음과 사랑은 늘 새롭고 밝게 펼 수 있는 줄 잊을 적에는 어느 쪽에 있든 다 싫어합니다. ㅍㄹㄴ


동정(同情) : 1. 남의 어려운 처지를 자기 일처럼 딱하고 가엾게 여김 2. 남의 어려운 사정을 이해하고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도움을 베풂

결국(結局) : 1. 일이 마무리되는 마당이나 일의 결과가 그렇게 돌아감을 이르는 말 2. 어떤 일이 벌어질 형편이나 국면을 완전히 갖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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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해를 잃다



서울(도시)에서 사는 사람은 진작 별을 잊었는데, 어느새 해를 나란히 잃었어. 밤에 별을 볼 수 없이 빽빽히 갇힐 뿐 아니라 매캐하게 어지럽구나. 낮에 해를 볼 틈이 없이 바쁠 뿐 아니라 해바라기를 하는 일자리는 다들 꺼리네. 그런데 시골까지 별을 잊고 해를 잃네. 별밤을 그리지 않는 시골이면서 해낮을 반기지 않는 시골로 옭매여. 죽음켜(비닐)를 잔뜩 뒤집어씌우는 데가 ‘밭’일 수 있을까? 해도 바람도 비도 모르면서, 새도 풀벌레도 나비도 개구리도 모르는 채 자라는 남새나 과일은 누구한테 어떻게 이바지할까? 게다가 해를 안 쬐려고 온몸과 얼굴을 꽁꽁 싸고 가리니, 이 무슨 짓일까? 별을 잊으면서 꿈을 잊어. 해를 잃으면서 땀을 잃어. 꿈을 잊으니 스스로 생각하는 눈빛을 잊지. 땀을 잃으니 스스로 일어서서 살림하는 손길을 잃어. 이제 서울과 시골은 어떤 곳일까? 밤과 낮을 잊고 잃으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날과 철과 해를 잊으니 때와 곳과 길을 잃어. 꿈을 그리는 별빛을 잊으면서 ‘목표·욕심·희망’만 세우느라, 자꾸자꾸 노리고 겨루고 싸워. 땀으로 짓는 손길을 잃으면서 ‘재산·업적·명예’를 높이느라, 자꾸자꾸 자랑하고 밀치고 다퉈. 그래서 서로 불타오르지. 불타오르니 어느새 활활 잿가루를 날려. 별과 해를 머금어야 풀꽃나무가 푸르고 싱그러운데, 풀꽃나무한테서 별과 해를 빼앗는 사람이로구나. 별과 해를 누려야 흙이 까무잡잡 살아나는데, 흙한테서도 별과 해를 빼앗네. 새가 별과 해를 못 누리면 괴로워하다가 죽어. 씨앗이 별과 해를 모르면 그만 멍들다가 곪거나 썩어버려. 2026.3.21.흙.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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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받고주고



넌 누가 너한테 줄 때까지 누구한테도 “안 주는” 삶이니? 넌 누구한테서 무엇을 받거나 말거나 누구한테나 스스럼없이 ‘주는’ 삶이니? 네가 눈여겨보면 알 텐데, ‘주고받다’라 한단다. ‘받고주다’라 하지 않아. 받을 수 있거나 없거나 대수롭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고, “주는 삶”일 적에는 이미 “줄 수 있는 삶을 받았다”는 뜻이야. 거꾸로 ‘받는’ 사람은 “받을 수 있는 삶이 이곳에 있다고 알려주었다”는 뜻이지. 그래서 주는 사람은 이미 ‘주’는 사이에 다 ‘돌려받’아. 받는 사람은 이미 ‘받’는 사이에 다 ‘돌려줘’. 다만 이렇게 주고받거나 오가는 바람과 물결과 길을 못 보거나 못 느낄 수 있어. 잘 보렴. 푸나무는 햇볕을 받고서 꽃과 잎과 열매와 씨앗을 내놓지. 새는 꽃이며 열매를 듬뿍 머금으면서 노래를 베풀어. 나뭇가지에 앉거나 둥지를 틀어도 이미 기쁘게 받는 나날이야. 애벌레는 푸른잎을 기쁘게 받고서 나비로 거듭나면, 바야흐로 꽃가루받이에 날개춤을 베풀지. 자, 사람은 어떠니? 사람은 해한테서 받은 빛볕살을 누구한테 어떻게 돌려주니? 사람은 들숲메바다를 실컷 다루고 쓰면서 무엇을 어떻게 누구한테 돌려주려나? 남들이 뭘 어찌하는지 따지지 말고, 네가 오늘 무엇을 받고 무엇을 베푸는지 헤아리렴. 네가 나누는 손길과 눈길과 마음길이란 무엇인지 살피렴. 네가 누리고 즐기는 빛과 볕과 살이 얼마나 놀랍고 크고 따뜻하고 즐거운지 되새기렴. 무엇보다도 ‘받고주다’가 아닌 ‘주고받다’인 줄 알아야 해. 네가 늘 심는 씨앗을 바라볼 일이란다. 보고 듣고 느껴서 말할 일이야. 2026.3.22.해.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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