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코, 버섯의 모든 것 지식 그림책 7
이르지 드보르자크 지음, 다니엘라 올레이니코바 그림, 송순섭 옮김, 유림 감수 / 이루리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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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6.3.20.

그림책시렁 1781


《미코, 버섯의 모든 것》

 이르지 드보르자크 글

 다니엘라 올레이니코바 그림

 송순섭 옮김

 이루리북스

 2025.12.29.



  들숲메를 푸르게 돌보는 몫을 하는 버섯입니다. 얼핏 ‘버섯’을 ‘곰팡이’로 여기기도 하지만, 버섯은 버섯이고 곰팡이는 곰팡이입니다. 풀이나 나무는 ‘실(섬유질)’이지 않습니다. 풀은 풀이고 나무는 나무이고 실은 실입니다. 사람은 살과 뼈와 물로 이룬 덩어리일까요? 밝은눈(과학)이라는 이름을 섣불리 앞세우노라면, 사람을 사람이 아닌 ‘살덩이·뼈덩이·물덩이’로 잘못 여깁니다. ‘살림’과 ‘숲’이라는 손끝과 눈길이 아닌 채 마냥 ‘과학·생물학·식물학·유전학·식품위생학’으로 가두려 하면, 그만 버섯이건 풀꽃나무이건 ‘숨결’을 못 보거나 못 읽거나 못 느껴요. 《미코, 버섯의 모든 것》은 체코사람이 쓴 버섯책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버섯을 버섯으로 마주하지 않아요. 버섯이 씨앗을 퍼뜨리면서 숱한 풀꽃나무와 짐승과 어울리는 들숲메가 아닌, ‘칸(실험실)’에 스스로 몸을 가둔 채 들여다보는 얼거리입니다. 일본말씨인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를 슬그머니 말장난처럼 바꾸어 버섯한테 끼워맞추어서는 그닥 재미있지도 않습니다. 버섯은 사람한테 무슨 말을 들려주고 싶은지 마음으로 귀여겨들을 노릇 아닐까요? 버섯이 돋아나면서 둘레가 어떻게 바뀌는지 살피려면, 들숲메가 어떻게 짙푸른지 차분히 느끼려면, 새소리와 바람소리가 춤추는 곳으로 나아가서 온몸에 푸른내음을 담아야지요.


#MYKO #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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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사진첩 맛있는 그림책 13
김영미 글, 전수정 그림 / 책먹는아이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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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6.3.20.

그림책시렁 1761


《할머니 사진첩》

 김영미 글

 전수정 그림

 책먹는아이

 2015.2.10.



  지난날에는 누구나 배움터를 다닐 수 없었습니다. 돈없는 집이나 힘없는 집이나 이름없는 집은 아이를 배움터에 못 보냈습니다. 없는 살림에도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서 아이를 배움터에 보낸 집이 있고, 낮은자리(벼슬없는)여서 따돌림질이나 괴롭힘질을 받더라도 꿋꿋하게 배움터에 보낸 집이 있어요. 그런데 배움길에 나선 사람은 그만 텃집을 떠납니다. 돈과 힘과 이름이 없이 살아온 나날이 굴레일 수밖에 없다고 여기기에, 시골집이나 작은고장이 아닌 서울이나 큰고장으로 나가서 뜻을 펴서 돈·이름·힘을 얻어야 한다고 여기지요. 이리하여 텃집인 시골에는 할매할배만 늙어가고 아이들이 가뭇없이 사라집니다. 《할머니 사진첩》은 이제 서울이며 큰고장으로 떠나서 얼굴조차 보기 힘든 “다 큰 아이들”과 “다 큰 아이들이 낳은 새 아이”를 그리는 할머니가 집안에 “아이 빛그림”을 잔뜩 붙인 나날을 “다 큰 아이들이 낳은 새 아이”가 새삼스레 손길을 보태어 따뜻하게 오늘 하루를 마주하는 마음을 들려줍니다. 논밭을 가꾸는 흙일로 아이들을 가르쳤지만, 이 나라 거의 모든 아이들은 손으로 흙을 안 만집니다. 앞으로도 이와 비슷할 수 있어요. 서울에서 곱게 차려입고 반듯하며 부릉부릉 몰 테지만, 할매할배 곁에서 나란히 들숲메를 품으며 푸르게 살림을 짓는 길은 다들 잊습니다. 쓸쓸할 삶길에 빛그림 하나를 쓰다듬는 할매를 눈여겨보는 아이가 있다면, 앞으로는 살짝 새길을 열겠지요.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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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가난한 책읽기

먹는꽃



  해마다 한봄이면 우리집 동박꽃이 흐드러진다. 웬만한 곳보다 한참 늦게 봉오리를 내는 우리집이다. 우리집은 첫봄 끝인 이제서야 매꽃이 흐드러진다. 아마 다른 곳은 이미 매꽃이 지고서 벚꽃이 피려 하겠지. 사람이 다 다르고, 마을과 들숲메바다가 다 다르듯 나무하고 풀꽃도 다 다르다. 우리집 매나무를 올려다보면 꽂송이가 자그만치 골(10000)쯤 이른다. 매나무 곁에 서면 온몸이 꽃내음으로 감긴다.


  우리집 작은아이가 우리집 동박꽃송이를 한 달 남짓 볕말림을 해서 ‘말린동박꽃’을 마련한다. 지난해에 마련한 ‘말린동박꽃’을 올봄까지 이어온다. 물을 펄펄 끓여서 꽃송이를 둘 놓으면 향긋하면서 보드라이 퍼지는 꽃물을 누린다. 마당 한켠이 붉게 물들 만큼 잔뜩 떨어지는 동박꽃은 그대로 봄나물로 삼을 수 있고, 볕말림을 해서 이웃하고 넉넉히 나눌 수 있다. 봄나물로 삼는 동박꽃이라면, 천천히 잎을 하나씩 떼며 머금으면 꼭 동박새나 박새나 딱새나 직박구리나 까마귀가 된 듯 가볍고 즐겁다. 부산마실을 하며 동박꽃송이를 여럿 주워서 천천히 곁밥으로 삼는다. 꽃송이 하나로 배부르다. 꽃은 늘 그대로 누구나 북돋운다.


  하루하루 글을 새로 쓰고 책을 새로 쓴다. 누구나 샘물마냥 자아올릴 만한 살림살이에 글꽃에 이야기라고 느낀다. 우리는 누구나 먼먼 옛날부터 얘기꾼에 수다꾼에 노래꾼으로 어울려 살았다. 그저 오늘 우리가 스스로 잊을 뿐이다. 살림하는 동안 스스로 노래를 부르기에 저마다 이야기를 짓는다. 서로서로 지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듣기에 스스로 새말을 짓고 새마음으로 피어난다. 지난날 사람은 “살림하면서 살림말을 손수짓기로 펴면서 사투리를 지폈다”면, 오늘날 사람은 “살림이 아닌 삶 한 가지만 거의 서울 한켠에서 쳇바퀴로 보내면서 지는 응어리를 그대로 옮기는 글”이게 마련이라서 “사투리도 아니고 서울말도 아닌, ‘문학용어’와 ‘전문용어’라는 이름은 일본말씨”에 갇히지 싶다.


  여러 이웃님을 만나서 말을 섞었다. 밤이 깊어 잠자리에 든다. 씻고서 등허리를 편다. 발바닥을 주무른다. 오늘 장만한 책은 이튿날 새벽과 아침과 낮에 읽어야지. 눈을 감고서 곱씹는다. 나는 어제 쓰고 읽은 글을 되새기고서 오늘 새록새록 쓰고 읽는다. 오늘 쓰고 읽는 글을 곱씹으면서 앞으로 쓰고 읽을 글을 어림한다. 집에서도 밖에서도 늘 새로 마주하는 너랑 나 사이를 이으면서 말꽃을 피운다. 철마다 풀꽃과 나무꽃이 다르듯 날마다 글빛과 글결이 다르다.


  먼마실에 마실 물을 고흥 시골집에서 길어다가 들고 다닌다. 두 아이를 돌보고 챙길 적에는 물병을 넷씩 짊어졌고, 이제는 하나만 챙겨서 다닌다. 두 아이가 스스로 물병을 챙기기에 등짐이 갈수록 가붓하다. 같이 걸으며 드문드문 말을 섞는다. 둘러앉아서 끝없이 조잘조잘한다. 혼자 먼마실을 나와서 바깥일을 할 적에는 시골집에서 신나게 놀면서 살림을 맡는 모습을 마음으로 그린다. 붐비고 북적이는 큰고장에서 스치는 바람이 들숲메바다를 품은 시골에서 춤추는 바람과 어떻게 다른지 헤아려 본다. 밤이 되어도 별은 한 톨도 볼 수 없는 큰고장에서 눈이 따갑도록 넘치는 불빛을 바라본다. 불빛이 늘기에 별빛을 잃고 잊는다. 별빛을 잃고 잊으니 글빛과 말빛을 나란히 잃고 잊는 듯하다.


  첫봄이 기울어 한봄으로 간다. 2026.3.19.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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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아직은



꼭 끄태려고 하면

꼭 속으로

‘아직은 아닌걸’ 하는 소리가 들려


끝내려는 마음을 잊고서

손끝이 닿으면

‘어라 끝나네’ 싶으면서 다 돼


아직은

다 알 수 없으니

아마 이제부터 다시 하면서

앞으로 하나씩 알아가겠지


밤이 지나야

아침인걸


2026.3.18.물.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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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직업은?



첫봄이 깊어가는 열여드레에

전남 고흥 우리집 동박나무는

느긋이 자며 꽃봉오리도 작게

꿈길을 간다


새벽길과 아침길을 이어서

부산에 닿은 낮나절에

빗방울 따라 후두둑 떨어진

함초롬한 동박꽃을 줍는다


한 송이를 잎을 하나씩 떼어

천천히 씹고 삼킨다

꽃과 나무와 비와 봄을 알려면

봄꽃을 기쁘게 손과 혀에 담는다


2026.3.18.물.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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