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다른 책이 다 다른 헌책방에

 


  다 다른 책이 다 다른 헌책방 책시렁에 꽂힙니다. 새책방이나 도서관이라고 해서 늘 다 같은 책을 꽂지는 않지만, 새책방 책시렁이나 도서관 책시렁은 한국 어디를 가나 엇비슷합니다. 십진분류법에 따라 책을 갖추고, 비매품은 거의 꽂지 않을 뿐더러, 널리 알려지지 못하는 작은 책은 안 꽂기 마련입니다.


  헌책방 책시렁에는 ‘예전 교과서’가 더러 꽂히기도 합니다. 헌책방 책시렁에는 ‘예전 맞춤법’으로 된 책이 곧잘 꽂힙니다. 헌책방 책시렁에는 ‘세로쓰기’ 책이라든지, 한자 가득한 예전 책이 으레 꽂힙니다.


  도서관 가운데 어린이책 도서관이 아니고서야 어린이책을 꽂는 일이 드뭅니다. 새책방에서도 이제는 만화책 제법 갖춘다 하지만, 아직 온갖 만화책 골고루 갖추는 일이 드뭅니다. 헌책방을 찾아가 보면, 어린이책도 만화책도 알뜰살뜰 만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즐겁게 읽던 책이 헌책방으로 들어옵니다. 저마다 아름답게 읽던 책이 헌책방으로 찾아옵니다.


  한 사람 손을 거친 책이 헌책방 책시렁에 놓입니다. 두 사람 손을 거쳐 쉰 해를 살거나 백 해를 살아가는 책 하나 헌책방 책시렁에 눕습니다.


  서울에 있는 헌책방과 부산에 있는 헌책방은 책 갖춤새가 다릅니다. 서울사람과 부산사람이 다르거든요. 순천에 있는 헌책방과 춘천에 있는 헌책방은 책 매무새가 다릅니다. 순천사람과 춘천사람 책사랑이 똑같지 않거든요. 다 다른 사람들이 다 다른 책을 읽은 발자국을 헌책방 책시렁에서 읽습니다.


  알록달록 아기자기 앙증맞은 책이 헌책방 책시렁을 빛냅니다. 너는 너대로 고운 책이야. 자네는 자네대로 예쁜 책이지. 서로 어깨동무합니다. 함께 등을 기댑니다. 헌책방 헌책은 책손 한 사람 기다리며 조용히 숨을 고릅니다. 4346.3.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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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3-03-03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서울 헌책방,부산 보수동 헌책방 거리 다 다녀왔네요.순천의 형설 서점도 다녀온 기억이 납니다^^
말씀하신대로 서울과 지방 헌책방의 책들이 다소 다른데 서울에는 많이 없어진 60~70년대 책들이 지방 헌책방에선 많이 본 기억이 나네요.
 

작은아이 똥누기

 


  작은아이가 이틀에 걸쳐 한 차례씩 오줌그릇에 똥을 눈다. 스스로 바지를 벗고 오줌그릇에 척 앉더니 응응 힘을 주고는 똥을 눈다. 다 컸구나. 이제 스스로 똥누기를 할 수 있구나. 그런데 아침에는 오줌그릇에 앉아 똥을 누었으나, 저녁에는 그냥 선 채로 바지에 똥을 눈다. 하기는, 똥을 오롯이 가리자면 조금 더 있어야겠지? 며칠에 한 차례쯤은 스스로 똥누기를 해 보렴. 네 아랫배 살살 아프다 싶으면 스스로 바지 벗고 오줌그릇에 앉아 똥을 누어 보렴. 4346.3.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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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과 '농사'는 다르다. '채식'과 '풀먹기'도 다르다.

 

농업이란, 이 이름부터 산업이다. 사람을 살리는 길이 아니라, 경제로 따지는 숫자놀음이자 돈잔치이다. 그래서, 곡물재벌이 나타나고, 큰회사가 가공식품공장을 끝없이 만들어, 사람들 입맛을 가공식품에 길들도록 꾀한다.

 

그러면, 농사란? 농사란 스스로 삶을 일구는 흐름을 말한다. 제 땅을 저 스스로 사랑하고 아끼면서, 제 똥오줌으로 거름을 내어 흙을 북돋우고, 제 땅에서 나는 것을 즐겁게 먹는다.

 

시골에서 흙을 일구는 삶은, 따로 '풀먹기'만 하지 않는다. 물고기를 낚아서 먹을 수 있고, 닭을 길러 알을 얻을 수 있으며, 닭을 잡아 먹을 수 있다. 열매나무 열매를 얻어 먹을 수 있다. '삶(목숨)'을 먹지, 어떤 영양소를 먹지 않는다.

 

이 책을 쓴 분은 농사꾼이기도 하다는데, 스스로 어떠한 길을 걸어가며 흙을 만졌고, 이러한 삶을 사람들한테 어떻게 들려주려 할까.

 

스스로 밭을 일구지 않으면서 식품을 사다 먹는 채식을 한다면, 이러한 채식주의는 끝이 뻔하기 마련이다. 스스로 흙을 만지면서 풀을 먹고, 맑은 숨과 물을 마실 때에는, 아주 마땅히 삶도 사랑도 사람도 달라진다.

 

시골 숲에 깃들어 일하면서 맑은 샘물만 마셔도 기운을 되찾는다. 그러니까, 문제는 '채식만 한다'고 해서 몸을 지키지는 않는다.

 

큰도시에 살면서도 삶을 지키는 길이 있기는 하지만, 그냥 채소만 사다 먹는대서 몸이 나아질 수는 없다. 글쓴이가 이 대목만 짚으면 50%쯤은 찬성. 다만, 이 대목을 넘어서서, 도시이든 시골이든 어떤 삶으로 나아가야 하는가를 밝혀야 비로소, 이 책을 사서 읽고 둘레에 알릴 만한 값이 있겠지. 앞 대목이야 누구나 말할 수 있지만, 뒷 대목 말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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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의 배신- 불편해도 알아야 할 채식주의의 두 얼굴
리어 키스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3년 2월
20,000원 → 18,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2013년 03월 03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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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놀이 마치고 난 뒤

 


  큰아이가 꽃놀이 마치고 난 꽃송이를 밥상에 얹는다. 봄꽃은 작디작아 밥상에 올려놓아도 알아보기 참 힘들다. 아이들 새끼손톱보다 훨씬 작은 꽃송이인걸. 그런데 이 작은 꽃송이와 꽃잎과 꽃줄기를 밥그릇에 얹으면 봄날 먹는 밥은 봄밥이 된다. 봄에 피어나는 꽃하고 놀면 봄꽃놀이 되고, 봄에 피는 꽃하고 노래하면 봄꽃노래 되니, 봄밥은 봄꽃밥이기도 하다.


  어여쁜 꽃을 바라보며 자꾸자꾸 어여쁜 생각을 떠올린다. 어여쁜 꽃빛을 헤아리며 한결같이 어여쁜 마음이 된다. 너, 봄꽃을 사진으로 담고 글로 써서 책 한 자락에 네 이야기를 쓰면, 봄꽃얘기 될 테고, 봄꽃책이 되겠지. 4346.3.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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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놀이 2

 


  한겨울 사이사이 따순바람 찾아들며 봄까지꽃이 일찌감치 피어나곤 했다. 아이들과 들마실을 하다가 봄까지꽃을 보고는 저기 저 예쁜 꽃 보이니, 하면서 놀았다. 꽃잎이 하도 작으니 아이들도 좀처럼 알아보지 못하는데, 이제 우리 집 마당 한켠에서도 논둑에서고 밭둑에서고 쉬 만날 수 있으니, 큰아이는 작은 꽃송이 하나 줄기랑 함께 따서 예쁘다고 보여준다. 꽃내음도 맡는다. 이쁘지? 꽃도 냄새도 이쁘고, 씹어먹어도 이쁘단다. 4346.3.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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