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날리다



“위기는 기회”라고 말하더라도 거의 못 알아들을 텐데, ‘벼랑(위기)’이라는 말부터 싫고, 아슬하거나 아찔하거나 흔들리거나 자빠지거나 넘어지거나 부딪히면 그냥 다 싫어하기 때문이야. 다쳐도 싫고 아파도 싫고 앓아도 싫으니 ‘벼랑(위기)’에 몰리는 일이 드물거나 없어. 벼랑에 몰리지 않는 바람에 틈(기회)이 없기 일쑤야. 꼭 끝에 내몰려야 틈이 나지는 않지만, 끝까지 가지 않고서야 틈을 안 내는 사람들이거든. 그러니까 늘 느긋이 틈을 내는 사람은 “늘 끝에 선다”고 여길 만해. 다그치지 않고 몰아세우지 않으며 틈을 내니까, 아무래도 늘 끝에 몰리며 ‘꼴찌’로 있게 마련이지. 곧 ‘벼랑·끝·꼴찌’에 늘 스스로 서는 사람은 늘 스스로 틈을 내면서 둘레를 볼 뿐 아니라 제 속빛을 가만히 들여다본다는 뜻이야. 남을 안 쳐다보기에 ‘나’를 들여다볼 수 있어. 남을 좇아가지 않기에 으레 꼴찌라는 끝에 설 테지만 언제나 고루두루 짚고 헤아리는 틈을 넉넉히 누린단다. 서두르는 사람이 틈(기회)을 날린단다. 서두르기에 틀(규칙·법·제도)에 맞춰서 움직이려고 해. 서두르기에 이웃도 안 쳐다보고 그이 스스로 돌아볼 수 없어. 아무 틈이 없이 바쁘거든. 모든 덧없는 허울과 껍데기는 바람에 슥 날리렴. 허울과 껍데기는 바람에 날리다가 흙으로 돌아갈 노릇이야. 너는 네 꿈을 그리면서 느긋이 날갯짓을 헤아리면 돼. 남처럼 해내야 하지 않아. 누구나 “저 스스로한테 즐겁게” 틈을 내어 놀면 돼. 놀면서 노래하는 일이야. 일하며 노래하는 놀이야. 바람이 일어 먼지가 날리는구나. 2026.3.2.달.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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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쏘다



꽃꿀과 꽃가루를 모으면서 들숲과 밭에서 바지런히 일하는 벌은 저마다 바늘을 하나씩 꽁지에 품어. 목숨이 간당간당 벼랑끝에 몰릴 적에 온숨결을 다해서 바늘을 콕 쏘지. 제아무리 큰짐승이 벌집에 들이닥치거나 벌떼를 괴롭혀도 마지막숨을 가늘게 쉬면서 흙으로 돌아간단다. “벌 한 마리”는 “사람 하나”와 같아. 누구나 벌처럼 마지막숨을 몰아쉬면서 쏠 수 있는 빛살이 있어. 다만 사람은 바늘이나 화살이 아닌 빛살을 품어. 벼랑끝에서 쏘는 빛살이란, 총이나 미사일이 아니란다. 사람은 벼랑끝에서 ‘죽음바늘’이 아닌 ‘사랑빛살’을 한곳에든 온곳에든 콕 쏘듯 내놓아. 너는 사람이 쏘는 사랑이라는 빛살을 느끼니? 벌은 꽁지로 바늘을 쏘고, 사람은 눈으로 빛살을 쏜단다. 그런데 사람은 꼭 쏠(폭포)처럼 빛살을 쏘지. 늘 샘솟으면서 멧숲과 들녘을 싱그럽게 적시고 푸르게 살리는 물줄기마냥, 사람은 벼랑끝에서 참으로 ‘사랑빛’을 화살처럼 쏴. 그래서 사람이 쏘는 빛살은 어느 누구도 안 죽여. 사람은 서로 눈뜨고 깨어나려고 가슴을 콕 찌르는 빛살을 눈으로 쏘면서 눈물을 흘린단다. 너는 어떤 삶이니? 너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니? 너는 네 이름을 드날리고 목돈을 쥐고 힘을 누리려고 하니? 너는 심부름만 하니? 너는 바람처럼 일어나거나 바다처럼 일으키는 ‘하늘살’과 ‘물살’마냥 ‘사랑살’이라는, 오롯이 곧고 반짝이면서 모두 살리는 빛살을 품고 풀며 살아가니? 2026.3.1.해.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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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통 안의 소녀 소설의 첫 만남 15
김초엽 지음, 근하 그림 / 창비 / 2019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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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 / 숲노래 청소년책 2026.3.8.

푸른책시렁 190


《원통 안의 소녀》

 김초엽

 창비

 2019.6.21.



  처음 고흥에 깃든 2011년에 놀란 일 가운데 하나를 돌아봅니다. 그때나 이제나 똑같은데 이곳 전남 고흥 어린이나 푸름이는 서울로 배움마실(수학여행)을 갑니다. 아니 왜 이 아름시골에서 굳이 서울이라는 잿마을로 배움마실을 가느냐 싶어 놀랐습니다만, 하나같이 “그럼 어데 가?” 하며 되묻더군요. “그럼 어데 가?” 같은 말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 고흥에서 굳이 지리산이나 제주섬이나 경주에 갈 까닭이 없을 만합니다. 이미 고흥 곳곳에 고인돌이며 백제살림이며 짙푸른 들숲메에 파란바다가 넘실거려요. 아름시골에 없는 하나는 바로 ‘서울’입니다.


  고흥뿐 아니라 다른 시골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골에서 나고자란 어린이와 푸름이는 시골이 어떻게 아름답고 얼마나 즐거운지 배울 틈이 없습니다. 집과 배움터는 시골이되 정작 읍내에서 면소재지에 갈 일조차 없고, 이웃 면소재지에 갈 까닭이 없다고 여깁니다. 건널목이 따로 없는 시골에서 살지만 ‘건널목’이 없기에 ‘문명’과 멀다고 여기기도 합니다. 철마다 온갖 새가 봄맞이에 겨울맞이로 갈마들지만 무슨 새가 사는지 지켜보지 않으며, 철마다 바뀌는 별자리를 헤아리지 않습니다.


  《원통 안의 소녀》는 머잖은 앞날에 온나라 시골이 깡그리 망가지고서 ‘서울’만 남은 터전에서 ‘몸앓이를 타고난 아이’가 어떻게 고단한지 그리는 줄거리인 듯합니다. 그러나 들숲메바다를 모조리 몰아내고서 한가람물을 마실 수조차 없는 서울인 터라, 서울살이란 스스로 몸을 갉는 굴레입니다. 언제나 스스로 몸을 갉으니 마음을 나란히 갉을 테지요.


  《원통 안의 소녀》는 둥근통에 갇혀서 ‘바깥바람’을 함부로 마시면 안 되는 아이를 그리는 듯합니다만, 늘 둥근통에만 갇히지는 않는다지요. 비오는 날에는 통 밖으로 나온다는군요. 여러모로 보면, 비오는 날이 아니어도 어느 날이든 시골에서는 늘 맨몸으로 다닐 만하지 싶습니다. 비오는 날은 빗물로 하늘과 땅을 씻으면서 싱그러운 날입니다. 따로 비가 안 오더라도 바람볕이 상큼하다면 들바람과 숲바람과 바닷바람으로 몸을 돌볼 수 있어요.


  이 책을 쓴 김초엽 씨는 사람들이 ‘아프게 타고난 아이’를 늘 불쌍하거나 가엾게 쳐다보기에 스스로 괴롭다는 얼거리를 짭니다. 아무래도 서울에서라면 이런 눈길일 테지만, 시골은 다릅니다. 요한나 쉬피리 님이 쓴 《하이디》에도 잘 나오듯, 워낙 시골에서는 ‘아프게 타고난 아이’는 느긋이 쉬어가면서 일손을 거들면 된다고 여깁니다. 왜 그렇겠습니까? 시골에서 푸나무를 늘 지켜보는 사람은 모든 푸나무가 늘 다르게 자라고 살아가는 줄 알거든요. 나비도 벌도 새도 짐승도 모두 ‘멀쩡하게(?) 튼튼’히 태어나지만은 않습니다. 작거나 여린 몸으로도 태어나고, 크거나 튼튼한 몸으로도 태어납니다. 그저 다른 몸으로 으레 다른 마음을 가꾸면서 살아갈 뿐입니다.


  서울 어린이나 푸름이한테 읽히려고 쓰는 글로는 아주 나쁘지 않을 테지만, 그냥그냥 서울이라는 쳇바퀴로 맴도는 줄거리로 그칩니다. 바퀴가 달려서 스스로 구르는 둥근통이 길에서 멀쩡히 다니는 먼 앞날 서울이라면, 지킴눈(감시카메라)이 없는 데가 없게 마련입니다. ‘클론·로봇시대·청소녀·외로움·몸앓이·생채기·맴돌이’를 이래저래 줄거리로 묶느라 막상 ‘사람·살림·손수·숲·서울·집·마음’이라는 이야기는 미처 못 짚거나 안 짚었구나 싶습니다. 줄거리 끝자락에 “원통에 갇힌 아이”하고 동무하던 “셈틀(기계)에 갇힌 아이”를 풀어내어 숲으로 달아나라고 도왔다고 맺는데, ‘숲’과 ‘시골’이 어떤 곳인지 제대로 모르는 채 그냥그냥 어영부영 끝냈다고도 느낍니다. ‘서울 청소녀’만 읽을 글이 아니라, ‘모든 푸름이’한테 씨앗 한 톨을 남기는 글을 써야 하지 않을까요?


ㅍㄹㄴ


도시는 반짝이는 무지개 구슬을 매단 동화 속의 무도회장 같았고, 지유는 이렇게 비가 내린 다음 날 아침 공원을 산책하는 일을 좋아했다. (9쪽)


지유와 같은 사람들은 대부분 어릴 적부터 유전자 교정 치료를 받는다. (23쪽)


동정이 싫다면서 결국은 동정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다. (35쪽)


이 도시 역시 마찬가지였다. 햇볕을 머금은, 물기 어린, 비가 온 다음 날이면 곳곳이 반짝이며 빛나는, 그러나 지유를 위해 설계되지 않은 도시. 평생을 이곳에 살았지만 지유는 여전히 이곳의 여행자였다. (52쪽)


+


《원통 안의 소녀》(김초엽, 창비, 2019)


지유는 도망치고 있었다

→ 지유는 달아난다

→ 지유는 달려간다

→ 지유는 내뺀다

7쪽


원통의 바퀴가 도로 위에서 미끄러졌다

→ 둥근통 바퀴가 길바닥에 미끄러진다

→ 둥근통 바퀴는 미끄러지듯 느리다

7쪽


도시는 반짝이는 무지개 구슬을 매단 동화 속의 무도회장 같았고

→ 서울은 반짝이는 무지개구슬을 매달며 고운 춤마당 같고

→ 서울은 반짝이는 무지개구슬을 매단 꿈누리 춤판 같고

9쪽


하필 그때 옆에서 누군가가 

→ 어쩌다 그때 옆에서 누가

→ 그런데 그때 옆에서 누가

→ 그때 옆에서 누가

10쪽


나중에는 오기가 생겨서 더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 나중에는 악이 생겨서 죽기로 내뺐다 

→ 나중에는 짜증스러워 검질기게 튀었다

→ 나중에는 미워서 더 악착같이 달아났다

12쪽


머리를 굴렸지만 역시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 머리를 굴렸지만 핑곗거리도 없다

→ 머리를 굴렸지만 할 말이 없다

→ 머리를 굴렸지만 둘러댈 수 없다

28쪽


동정이 싫다면서 결국은 동정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다

→ 눈물이 싫다면서 끝내 눈물에 기대어 살아간다

→ 봐주면 싫다면서 또 봐주기를 바라며 살아간다

→ 가엾기 싫다면서 다시 가여운 채 살아간다

35쪽


내 도움이 필요하다며

→ 내가 도와야 한다며

→ 내가 돕길 바란다며

→ 내 손길을 바란다며

37쪽


혹시나 하고 다음 일주일간은 매일

→ 설마 하고 이레 동안

→ 어쩌면 싶어 이레를 날마다

45쪽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건 노아의 가장 큰 단점이었다

→ 노아는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어서 아쉽다

→ 노아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으니 섭섭하다

→ 노아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기에 안타깝다

49쪽


지유 자신조차도 일종의 부작용이지 않던가

→ 지유조차 이른바 골칫감이지 않던가

→ 지유도 말썽거리이지 않던가

→ 지유도 허물이지 않던가

→ 지유도 흉이지 않던가

63쪽


건물 내의 스프링클러가 작동해 혹시나 모를 흔적도 모두 지울 거라고 했다

→ 이곳에서 물뿜개가 움직여 모든 자국을 지운다고 했다

→ 이쪽에서 뿌리개가 돌아가 모든 자취를 지운다고 했다

75쪽


도시 밖에서 자유롭게 살아갈 노아를 생각하면 지유는 기뻤다

→ 지유는 서울 밖에서 마음껏 살아갈 노아를 생각하며 기뻤다

→ 지유는 노아가 서울 밖에서 즐겁게 살리라 생각하며 기뻤다

77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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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569 : 소중한 삶의 터전 -게 되었


소중한 삶의 터전을 지켜 줄 수 있게 되었어요

→ 사랑스런 삶터를 지킬 수 있어요

→ 꽃같은 삶터를 지킬 수 있어요

→ 보금자리를 지킬 수 있어요

→ 삶터전을 지킬 수 있어요

《나는 제왕나비》(데버라 홉킨슨·메일로 소/이충호 옮김, 다림, 2021) 47쪽


살아가는 터전은 ‘삶터’요 ‘삶터전’입니다. 우리는 흔히 ‘삶터’처럼 짧게 끊습니다. 살아가는 터에서는 살림을 지으니 ‘살림터·살림터전’이기도 합니다. 사람한테도 나비와 풀벌레와 새한테도 삶터는 사랑스러우며 꽃같습니다. 고맙고 반갑고 값집니다. 우리는 서로 보금자리나 삶터전을 지키기는 하되 ‘지켜준다’고는 여기지 않아요. 베풀듯 주는 일이 아닌 ‘지키다’입니다. 옮김말씨 “-게 되었어요”는 털어냅니다. ㅍㄹㄴ


소중하다(所重-) : 매우 귀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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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568 : 건 -의 가장 큰 단점이었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건 노아의 가장 큰 단점이었다

→ 노아는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어서 아쉽다

→ 노아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으니 섭섭하다

→ 노아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기에 안타깝다

《원통 안의 소녀》(김초엽, 창비, 2019) 49쪽


임자말 자리에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건”을 놓고서, 풀이말 자리에 “노아의 가장 큰 단점이었다”를 둔 옮김말씨입니다. 글자락을 통째로 손질할 노릇입니다. “노아는 +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어서 + 아쉽다”로 손질합니다. 또는 “노아가 +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으니 + 안타깝다”로 손질하지요. “노아가 있는 곳을 알 수 없다”로 앞자락을 맺고서, 이때에 어떻게 느끼는가 하고 뒷자락에 붙이면 됩니다. ㅍㄹㄴ


단점(短點) : 잘못되고 모자라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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