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지위 地位


 지위 향상 → 자리 올림

 지위를 차지하다 → 벼슬을 차지하다

 높은 지위에 오르다 → 높이 오르다

 지위가 높아질수록 → 이름이 높아갈수록


  ‘지위(地位)’는 “1. 개인의 사회적 신분에 따르는 위치나 자리 ≒ 위 2. 어떤 사물이 차지하는 자리나 위치 ≒ 위지”를 가리킨다지요. ‘자리·자위·지체·차지·칸’이나 ‘높낮이·높이·높고낮다’나 ‘앞뒤·크고작다·눈금·위아래’로 손질합니다. ‘벼슬·벼슬자리·감투’나 ‘어깨끈·어깨띠·팔띠’나 ‘날개·나래’로 손보고, ‘길·길눈·길꽃’으로 손봐요. ‘-로서·몫·모가치·또아리’나 ‘손꼽다·첫손’으로 손볼 만합니다. ‘이름·이름길·이름결·이름값·이름띠’나 ‘이름꽃·이름빛·이름나다·이름있다’나 ‘이름씨·이름줄’로 손질해도 어울려요. ‘한곳·한자리’나 ‘꽃이름·꽃낯·아름이름·날개이름·나래이름’으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지위(知委)’를 “통지나 고시 따위의 형식으로 명령을 내려 알려 줌”으로 풀이하면서 싣지만 털어냅니다. ㅅㄴㄹ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세 개의 산과 세 개의 숲, 노예 열명을 하사하겠다

→ 누구라도 멧자락 셋과 숲 셋, 종 열 사람을 주겠다

→ 높낮이 없이 메 셋과 숲 셋, 놉 열 사람을 내리겠다

《불새 1》(테츠카 오사무/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02) 164쪽


언젠가는 마이너리티의 지위를 벗어날 지도 모를 일이다

→ 언젠가는 뒷자리를 벗어날 지도 모를 일이다

→ 언젠가는 초라한 자리를 벗어날 지도 모른다

《한국의 교양을 읽는다 3》(이상준, 휴머니스트, 2006) 64쪽


사람을 감화시킬 수 있는 덕만 있고 그 지위가 없으면

→ 사람을 깨우칠 수 있는 그릇만 있고 자리가 없으면

→ 사람을 가르칠 수 있는 빛만 있고 자리가 없으면

《율곡문답》(김태완, 역사비평사, 2008) 79쪽


그들의 지위 과시욕망은 스스로 세상을 내려다보고 싶게 하고

→ 그들은 이름을 뽐내면서 스스로 이 땅을 내려다보고 싶고

→ 그들은 자리를 자랑하면서 스스로 둘레를 내려다보고 싶고

《아파트에 미치다》(전상인, 이숲, 2009) 76쪽


다시 말해 세계적인 서사를 제시하면서 자신의 지위를 확보했기 때문에

→ 다시 말해 온누리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제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왜 지금 한나 아렌트를 읽어야 하는가?》(나카마사 마사키/김경원 옮김, 갈라파고스, 2015) 71쪽


재일교포 법적 지위 문제 등은 거론조차 안 했어요

→ 일본한겨레 높낮이 얘기는 한 마디조차 안 했어요

→ 일본한겨레 살림길은 들추지도 않았어요

→ 일본한겨레가 살아온 길은 들먹이지도 않았어요

→ 일본한겨레 삶자락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어요

→ 일본한겨레 삶길은 다루지도 않았어요

《한국 현대사의 민낯》(김상웅·장동석, 철수와영희, 2015) 84쪽


지위 고하에 관계없이 누구나 유기농을 먹을 수 있는 세상이 정의로운 세상 아닌가요

→ 누구나 푸른짓기를 먹을 수 있어야 올바른 나라 아닌가요

→ 벼슬이 없어도 거름짓기를 먹을 수 있어야 바르지 않나요

《마을 전문가가 만난 24인의 마을주의자》(정기석, 펄북스, 2016) 43쪽


외부의 어떤 생물체가 니라보다 높은 지위에 있는 것은

→ 다른 어떤 목숨이 니라보다 높은 자리에 있으면

→ 둘레 어떤 사람이 니라보다 높이 있으면

《열다섯 마리 개》(앙드레 알렉시스/김경연 옮김, 삐삐북스, 2020) 83쪽


임금과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 품삯과 자리가 높을수록

→ 일삯과 이름이 높을수록

《혁명노트》(김규항, 알마, 2020) 76쪽


지위를 이용해서 억압적으로 괴롭히는 상사가 있다면

→ 자리를 휘둘러서 괴롭히는 윗내기가 있다면

→ 감투를 앞세워서 억누르는 윗사람이 있다면

《선생님, 노동을 즐겁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이승윤, 철수와영희, 2023)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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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준비운동·준비체조



 준비운동이 필요한 이유 → 몸풀기를 하는 뜻

 준비운동이 없이 격한 운동을 하면 → 몸을 안 풀고 세차게 움직이면

 준비체조를 시켜 준다 → 몸을 풀어 준다

 준비체조를 실시한다 → 손을 풀어 준다


준비운동(準備運動) : [체육] 본격적인 운동이나 경기를 하기 전에, 몸을 풀기 위하여 하는 가벼운 운동 ≒ 몸풀기·워밍업·유도 운동·준비 체조



  몸을 푸니까 “몸을 풀다”라 말합니다. 단출히 ‘몸풀기·몸풀이’이지요. 낱말책을 살피면 ‘준비운동’이나 ‘유도운동’에다가 ‘준비체조’하고 ‘워밍업’ 같은 말을 잔뜩 싣는데, ‘몸풀기’ 한 마디에 ‘손풀기’라 하면 넉넉합니다. ㅅㄴㄹ



잠깐만 기다려, 준비체조 좀 하게

→ 조금만 기다려, 손 좀 풀게

→ 그런데 기다려, 몸 좀 풀게

《불새 1》(테츠카 오사무/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02) 171쪽


준비운동을 마치고 뿌자가 열리는 집으로 향했다

→ 몸풀기를 마치고 뿌자가 열리는 집으로 갔다

→ 몸을 다 풀고 뿌자가 열리는 집으로 갔다

《나의 히말라야에게》(서윤미, 스토리닷, 2020) 2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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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이야기를

이제 매듭짓는다.


..


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되읽기 되쓰기 (2020.3.7.)

― 전남 순천 〈도그책방〉



  글쓴이나 엮은이는 책 한 자락을 끝없이 되읽습니다. 적어도 열 벌쯤은 되읽으면서 손보고 다듬고 고치고 추스릅니다. 때로는 한 벌만 읽고서 태어나는 책이 있을 텐데, ‘한벌쓰기’로 그친 글은 아무래도 빛이 바랜다고 느껴요. 풀이며 나무는 날마다 새로 자라기에 짙푸릅니다. 사람도 밤에 잠들어 꿈을 그린 다음에 아침에 개운하게 일어나기에 싱그러워요.


  글을 마치고서 몇 벌쯤 다시 읽어 보나요? 책을 다 읽고서 몇 벌쯤 다시 읽어 보나요? 말을 마친 뒤에도 “내가 아까 한 말이 얼마나 알맞고 알뜰했나?” 하고 끝없이 돌아보아야 말빛이 살아납니다. 이미 한 말을 못 주워담는다고 여기지만, 그렇지 않아요. 앞서 잘못 말했으면 이제 새로 말할 노릇입니다. “잘못했습니다!” 하고 고개숙이고서 새롭게 “잘 말하”면, 예전 말을 바로잡을 수 있어요.


  글손질은 끝이 없되, 끝이 없기에 끝없이 빛납니다. 가랑잎으로 지기 앞서까지 모든 나무는 마지막까지 푸른숨을 담고 새로 담고 거듭 담아요. 잘 빚은 책이란, 찍음터(인쇄소)로 보내기 앞서까지 더 살피고 더 손본 꾸러미입니다.


  순천 〈도그책방〉으로 책마실을 합니다. 마을 앞을 지나가는 시골버스를 타고서 고흥읍으로 갑니다. 고흥읍에서 순천 가는 시외버스를 기다립니다. 순천나루에서 내리면 시내버스를 기다려서 탑니다. 저잣길 들머리에서 내려 천천히 걷습니다. 부릉부릉 내달리면 1시간도 안 걸린다지만, 다리품을 들이면 3시간 남짓 걸려요.


  시골에서는 어디를 가든 먼길이요 하루를 온통 씁니다. 시골에서 나들이를 하자면 길에서 한참 보냅니다. 그래서 버스나 길에서 노래를 쓰고 하루글을 씁니다. 혼자 움직일 적에는 책도 곁들입니다. 걸으면서 책을 읽어요.


  똑같은 길은 없어요. 늘 지나다니더라도 언제나 철이 다르고 날이 달라요. 모든 풀꽃나무는 씨앗이 싹터서 다시 씨앗을 내기까지 날마다 새롭고 다릅니다. 그래서 똑같은 글이며 책을 되읽고 되쓸 적에도 늘 새롭게 배우고 다르게 익혀요.


  글쓰기를 하고픈 이웃님이 있으면 꼭 “다 마친 글은 늘 적어도 다섯 벌을 천천히 되얽어 보셔야 합니다.” 하고 여쭙니다. “다 쓴 글을 곧장 되읽기는 힘들 수 있습니다만, 스스로 다 쓴 글을 한 벌 두 벌 석 벌 되읽어 가는 동안 손보거나 다듬을 곳을 찾아낼 수 있어요. 무엇보다도 내가 쓴 글을 바로 나부터 사랑하고 배우는 밑거름으로 삼지요.” 하고 보탭니다.


  그림책을 둘 장만합니다. 다시 천천히 고흥으로 돌아갑니다. 시외버스에서 살짝 쉬고서 기운을 차립니다. 쓰고 읽고 새기고 하늘을 보며 집으로 걸어갑니다.


ㅅㄴㄹ


《왜요?》(린제이 캠프 글·토니 로스 그림/바리 옮김, 베틀북, 2002.10.15.)

#Why? #LindsayCamp #TonyRoss

《치티뱅 야옹》(기쿠치 치키/김난주 옮김, 시공주니어, 2018.6.25.)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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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이야기를

뒤늦게 끄적인다.

뭐 하느라 바쁘다고

여섯 해나 미적거렸을까.


..


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시골별 (2019.10.9.)

― 원주 〈터득골북샵〉



  누구나 몸소 겪은 대로 보고 말합니다. 저마다 스스로 해본 대로 살피고 움직입니다. 안 겪었으면 모릅니다. 모르니 함께하지 못 합니다. 안 해보면 알 길이 없어요. 알 길이 없으니 이웃하지 않고 동무하지 않아요.


  원주 한켠 멧자락에 깃든 〈터득골북샵〉입니다. 아침낮저녁으로 멧바람을 쐴 수 있는 이곳은 그윽한 숲터이자 책터입니다. 다만, 부릉부릉 몰지 않고서는 찾아들기는 까다롭습니다.


  저는 어느 고장 어느 책집으로 마실을 하든, 두 다리로 다가가려고 합니다. 저부터 두 다리로 천천히 에돌며 마실을 할 적에 “책집을 품은 마을”하고 “마을이 품은 책집”을 알아봅니다. 이러면서 “책집이 품은 숲”에다가 “숲이 품은 책집”을 눈여겨보고요.


  책집만 덩그러니 있는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는 사람바다로 북적이지만 어쩐지 썰렁합니다. 틀림없이 발디딜 틈이 없이 넘치는 사람물결인데, 서울 광화문 큰책집에는 빛이 없어요. 아무래도 “책만 있”을 뿐, “마을도 마음도 없”는 탓입니다. 숱한 책이 “제발 나 좀 봐! 날 쳐다봐!” 하고 악악거리는 끔찍하고 사나운 외마디소리가 끝없이 도사리는 서울 광화문 큰책집이에요.


  책을 더 많이 읽어야 하지 않아요. 책을 더 많이 팔아야 하지 않아요. 똑같은 책이 하루에 100이나 1000씩 팔린다면, 오히려 이 나라는 썩었다는 뜻 아닐까요? 다 다른 책이 날마다 100이나 1000씩 팔릴 적에, 그야말로 이 나라는 살아숨쉰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책집 한 곳에서 파는 책은 날마다 다 다른 책이어야 아름답습니다. 글님이나 그림님을 모셔서 이야기하는 자리라면, 책집 한 곳에서 하루에도 똑같은 책을 여럿 팔 수 있되, 이날을 뺀 모든 날은 모두 다른 책을 고루 팔아야 즐거워요.


  원주 멧자락에서 별을 바라보며 고흥을 떠올립니다. 어느 멧숲을 가든 다들 “우리 시골이 별이 가장 잘 보여요!” 하고 말씀하는데, 제 나름대로 새하늬마높을 다 디뎌 보면서 아직 ‘강원 양구’하고 ‘전남 고흥’ 두 곳처럼 별이 쏟아지는 곳은 못 봤습니다. 밤마다 온(100) 가지 별자리쯤 그려야 비로소 “별이 보인다”고 할 만합니다. 우리가 하루에 온 가지 책을 차근차근 읽을 줄 안다면, 종이책뿐 아니라 벌나비와 해바람비와 구름과 흙과 풀꽃나무와 풀벌레와 개구리 같은 ‘뭇숨결책’에다가 서로 ‘마음책’을 읽을 줄 안다면, 우리 삶터는 새로 깨어날 만해요.


  오늘은 한글날이라는데, 이제는 ‘한말날’에 ‘한넋날’을 보고 싶습니다.


ㅅㄴㄹ


《싸워도 우리는 친구》(이자벨 카리에/김주영 옮김, 다림, 2016.3.18.)

《엄마의 공책》(서경옥 글·이수지 그림, 시골생활, 2009.5.10.)

《오냐나무》(이효담 글·강혜숙 그림, 벌레구멍, 2016.1.5.)

《푸른 눈의 독립운동가 스코필드 박사의 3.1운동 일기》(김영숙 글·장경혜 그림, 풀빛, 2019.2.27.)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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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을 코앞에 두고서

아직 못 추스른

2018년 11월 이야기를

이제서야 끄적인다.


..


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씨앗살림 (2018.11.10.)

― 진주 〈형설서점(즐겨찾기)〉



  아이는 처음부터 잘 하지 않습니다. 넘어지고 깨지고 자빠지면서 배웁니다. 어른이라고 해서 다 잘 하지 않습니다. 어른도 곧잘 넘어지고 부딪치고 다치면서 배웁니다. 그림책 《생쥐와 고래》(윌리엄 스타이그)는 삶과 살림과 사랑이 무엇인지 아주 쉽고 부드럽게, 더구나 상냥하게 들려줍니다. 요사이 우리나라에서는 ‘순이 마음을 달래는 어른그림책’이 부쩍 나오는데, ‘어른 마음을 달래는 그냥그림책’은 오히려 드물어요. 그저 그림책으로 여미면, 아이어른이 나란히 마음을 달랠 뿐 아니라 북돋우게 마련입니다. 이제 우리는 ‘우리그림책’을 지을 때입니다.


  힘이나 몸집이 비슷하기에 어깨동무를 할 수 있지만, 힘도 몸집도 다르기에 어깨동무를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힘도 몸집도 다른 사이가 서로 아끼고 헤아리는 길이 어깨동무일 수 있어요. 순이돌이는 서로 다르기에 서로 나란히 짝을 맺어서 새롭게 살림을 지으면서 사랑을 깨닫고, 이 사랑을 아이들한테 씨앗으로 물려주는구나 싶습니다. 다 똑같기만 하다면, 몸도 마음도 그저 똑같기만 하다면, 아마 우리는 서로 만날 일도 부딪힐 일도 없을 테고, 아무 이야기가 없어요.


  얼어붙는다는 늦가을에 진주마실을 합니다. 이튿날 〈진주문고〉에서 우리말과 우리말꽃을 놓고서 이야기꽃을 펴기로 하면서, 하루 일찍 건너옵니다. 먼저 〈형설서점〉을 들릅니다. 새책집만 있는 고장은 책이 고이다가 사라질 뿐 아니라 죽습니다. 손길을 탄 책이 부드러이 되읽히면서 두고두고 돌아볼 길목을 여는 헌책집입니다. 이 작은 헌책집은 그야말로 작지만 “마지막까지 버릴 수 없는 책”을 건사하는 쉼터입니다. 헌책집에서 버리면 그 책은 끝내 목숨을 잃습니다.


  모든 책은 지음님 손길을 받고서 태어나고, 펴냄터 손길을 누리며 살아나고, 새책집지기 손길을 얻으며 피어나고, 읽님 손길을 거치며 깨어나고, 헌책집지기 손길을 만나서 거듭납니다. 씨앗은 안 서둘러요. 씨앗은 태어나기까지 고요히 잠듭니다. 태어난 씨앗은 천천히 살아가고서, 새삼스레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는, 가만히 해바람비를 머금는 삶으로 깨어납니다. 이러고서 다시 씨앗으로 가지요.


  마음을 조금 기울인다면 씨앗살림을 헤아리면서 집살림과 마을살림을 비롯해서 숲살림과 책살림을 알아봅니다. 마음을 아주 못 기울이니 모든 살림을 등져요.


  오래된 새글을 읽습니다. 오래갈 새길을 걷습니다. 오래오래 반짝이는 넋으로 서로 만납니다. 오늘부터 손을 잡아요. 두런두런 이야기하면서 구름을 보고 바람을 마시면서 볕바라기랑 별바라기를 해요. 같이 짓고 함께 읽어요. 나긋나긋 가꾸고 느긋느긋 나눠요. 작은책을 눈여겨보기에 작은씨를 심으며 홀가분합니다.


ㅅㄴㄹ


《全羅南道方言硏究》(최학근, 한국연구원, 1962.11.12.)

《富民農業》(부민문화사) 44호(1967.8.)

《농작물 따로풀이》(문교부, 대한교과서주식회사, 1954.3.31.)

《朝鮮》(朝鮮總督府 文書課長, 朝鮮總督府) 351호(1944.8.1.)

《히로시마》(존 허시/최덕일 옮김, 정음사, 1949.10.29.)

《아빠가 길을 잃었어요》(랑힐 닐스툰(글)·하타 고시로(그림)/김상호 옮김, 비룡소, 1998)

《그녀, 영어 동시통역사 되다》(신자키 류코/김윤수 옮김, 길벗이지톡, 2006.7.15.)

《몽골의 초원》(시바 료타로/양억관 옮김, 고려원, 1993.10.1.)

《해탈의 길》(앨런 와츠/종서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4.11.1.)

《마호멧》(막심 로댕송/김종철 옮김, 두레, 1983)

《아루나찰라의 노래》(아서 오스본/서민수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1)

《한국아동문학독본 10 한국전래동요독본》(박두진 엮음, 을유문화사, 1962.8.15.)

《벌레의 집은 아늑하다》(이정록, 문학동네, 1994.8.18.)

《산청군 시천면 땅이름 연구》(손순지, 2007)

《한국 지명 총람 2 강원편》(한글학회, 1967.12.20.)

《鬪牛》(이영달, 명진인쇄, 1984.12.)

《눈물을 위하여》(고은, 풀빛, 1990.11.10.)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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