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1.4. 녹는 손



  오늘은 02:30에 일어나서 하루를 연다. 새도 자고 나무도 꿈길을 누리는 무렵에 하루를 열면서 별바라기부터 한다. 문득 지나가는 별똥을 볼 수 있다면, 늘 스스로 꿈씨를 심는다는 뜻이지 싶다. 잠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이면 손이 얼지만, 주머니에 넣어 녹이고 겨드랑이에 끼며 녹인다.


  아침 07:40에 옆마을을 지나가는 시골버스를 타려고 논두렁을 걷는다. 이른아침인데 큰짐차가 곳곳에서 무시무시하게 빵빵대며 내달린다. 시골에서는 짐차가 ‘폭주족’이다. 옆마을 느티나무 곁에 서서 뿌옇게 트는 하늘을 본다. 빈논은 옅노랗게 물든다. 시든 볏포기에 억새는 곧 흙으로 돌아가려는구나 싶다.


  파란하늘을 넓게 헤아리는 시골을 벗어나면 잿빗하늘이 푹 덮으면서 높집이 다 가리는 서울에 닿겠지. 높집이 가려도 하늘은 하늘이다. 가지치기로 앓아도 나무는 나무이다. 둥지틀 데를 빼앗겨도 새는 새이다. 다만, 사람은 사랑을 잊으면 사람이 아닌 살덩이일 뿐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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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1.1. 기웃걸음



  누가 “넌 여태 어떻게 살았니?” 하고 물으면 “전 여태 기웃거리며 살았습니다.” 하고 첫말을 읊는다. “뭘 기웃거렸는데?” 하고 되물으면 “이곳에 낄 틈이 없고 저곳에 설 자리가 없고 그곳에 갈 길이 없어서, 쭈뼛쭈뼛 어디에도 머물지 못 하는 채 떠돌고 맴돌다가 보금자리를 스스로 짓자고 생각하면서 기웃거렸습니다.” 하고 보탠다. “왜 기웃거렸어?” 하고 더 묻는다면 “제가 쥐고 싶은 종이는 누구나 저마다 스스로 삶·살림·사랑을 숲빛으로 풀어낸 이야기를 적은 종이인데, 이곳도 저곳도 그곳도 늘 저한테 다른 종이를 바라더군요. 이를테면 졸업장·자격증·신분증·추천서·은행계좌·상장을 내밀어야 들어갈 수 있다고 하니, 어디에도 들어가고 싶지 않아서, 어디로 가야 할는지 기웃거렸습니다.” 하고 대꾸한다.


  이야기를 담은 종이인 ‘책’을 찾고 싶어서 온갖 책집과 책숲(도서관)을 기웃거리는데, 느긋이 오래 머물 자리를 찾지 못 했다. 이러다가 1992년 8월 28일에 인천 배다리에 있는 작은책집을 만났고, 이때부터 고등학교 2·3학년을 사흘마다 저녁에 몰래 달아나서 작은책집에서 마감까지 책읽기를 하며 삶을 버티었다. 1994년부터 서울로 깃들면서 걷거나 두바퀴(자전거)를 달려서 작은책집을 찾아갔고, 이러면서 저절로 “이 작은책집에 깃든 작은책은 우리한테 작은씨앗입니다. 작은씨앗을 그득히 품은 작은숲으로 같이 작은걸음을 할 작은이웃을 기다립니다.” 하고 속삭이면서 ‘책집마실’ 이야기를 썼고, 1998년에는 신문배달 일삯을 모아서 헌 찰칵이를 처음으로 장만해서 몇 칸씩 찍어서 남기기도 했다.


  작은책집을 언제나 끝없이 찍고 새로 찍고 거듭 찍고 다시 찍는 모습을 지켜보는 여러 이웃은 “밥먹을 돈도 없다면서 어떻게 책을 사고 필름을 사나?” 하고 혀를 끌끌 찼다. “하루에 두끼를 굶거나 이틀에 한끼를 먹더라도 사람은 안 죽어요. 그러나 오늘 이곳에서 만난 책을 안 사면 다시 만날 길이 없고, 오늘 만난 이 작은책집 모습은 바로 오늘 찍어야 비로소 이야기를 남겨요.” 하고 들려주었다.


  새책집에서는 책이 팔리는 대로 있으면 된다. 새책은 날마다 끝없이 쏟아지기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 책을 잔뜩 들이면 그럭저럭 벌이를 삼을 수 있다. 헌책집에도 날마다 끝없이 ‘새 헌책’이 쏟아지지만, 헌책집지기는 ‘쏟아지는 새 헌책’ 가운데 사람들이 스스로 찾아내야 하는 책을 고르고 솎고 가린다. 헌책집지기는 날마다 끝없이 ‘책가림·책고름·책솎음’으로 온하루를 보낸다. 새책집에서 잘팔린대서 헌책집에서 잘팔리지 않는다. 책숲(도서관)에서 많이 빌린다는 책은 오히려 헌책집에서 ‘쓰잘데기없어서 버릴 책’이곤 하다.


  거꾸로 책숲(도서관)에서 버리는 책이야말로 헌책집에서 매우 잘팔릴 뿐 아니라, 없어서 못 팔기까지 한다. 새책집에서 끝내 손길을 못 타는 바람에 사라진 책이 오히려 헌책집에서 알뜰살뜰 아끼고 모시면서 책손이 기다리는 책이기 일쑤이다. 그런데 문학평론이나 출판평론을 하는 이들은 ‘새책’만 다룬다. 아마 헌책집으로 책을 보러 마실한 일이 없거나 드물 테지. 두 가지 책이 다르게 흐르는 줄 살갗으로 느낀 적이 없을 테지.


  책은 얼마나 많이 팔려야 책일까? 책은 얼마나 널리 읽혀야 책일까? 평론가와 기자라는 사람은 왜 ‘이름난’ 글쓴이와 펴냄터만 다룰까? 아니, 평론가와 기자에 앞서 우리부터 ‘이름난’ 책에 흠뻑 사로잡혔기에 그냥그냥 이 나라가 이렇게 흘러간다고 해야 옳지 싶다. 우리 스스로 ‘아름다운’ 책이 아닌 ‘이름난’ 책에 휩쓸리고 휘말리는 삶이기에, 몸소 품을 들이고 짬을 내어 작은책집으로 마실하는 일이 드물고, 작은책을 눈여겨보면서 품는 일이 드물다고 해야 옳다.


  혼자 신문배달 짐자전거를 끌거나 걸어서 책집마실을 다닐 적에는 작은책집만 찰칵찰칵 담았다. 2003년 가을에 이오덕 어른 글을 갈무리하는 일을 맡으면서 ‘이오덕 어른이 살던 멧골집’을 조금 찍기는 했지만, 그야말로 조금만 찍었다. 2006년에 오직 두바퀴(자전거)로만 온나라를 돌아다니면서 두바퀴도 이따금 찍어 보았고, 2007년에 인천으로 돌아가서 〈사진책 도서관〉을 열면서 인천 골목길을 비로소 찍어 보았다. 2008년에 아이를 낳으며 아이와 우리 보금자리도 찍기로 했고, 2011년에 시골(전남 고흥)로 살림자리를 옮기면서 시골과 들숲바다도 찍기로 했다. 하루하루 살며 조금 더 넓게 찍는 듯하지만, 언제나 새롭고 즐겁게 찰칵찰칵 담는 빛이라면 작은책집이다. 이미 찍은 모습이란 없다. 어제 마실할 적하고 오늘 마실할 적은 해바람비가 다르고, 드나든 이웃과 책이 다르다. 책집에 12시에 깃들었으면 12시 모습과 13시 모습이 다르고, 17시 모습과 18시 모습이 다르니, 이 다른 빛과 책을 헤아리면서 새삼스레 찰칵찰칵 담는다.


  한동안 어디에도 못 깃들겠구나 싶어서 기웃거렸다면, 이제는 아이들하고 두멧시골에 깃들면서 곰곰이 마음을 바라본다. 예전에도 마음부터 바라보려고 했다. 옷차림이나 얼굴이나 몸매가 아니라, 눈을 감고서 고요히 마주하는 마음을 바라보려고 했다. 우리가 손에 쥐는 책은 ‘이름난’ 글쓴이나 펴냄터가 내놓았기에 훌륭하지 않다. 그저 삶과 살림과 사랑을 아름답게 풀어내어 숲빛으로 그리는 책이면 훌륭하다. 작은책집에는 책손이 바글바글할 수 없는데, 책을 읽고 쓰고 나누고 펼 자리라면, 모름지기 모든 책집은 자그마해야지 싶다. 서울도 부피를 확 줄여서 자그마할 적에 아름다울 테고, 시골사람도 논밭을 조금만 거느려서 조금만 지을 적에 아름다우리라 본다. 다만, 책숲(도서관)이라면 널찍해야겠지. 책숲은 모든 책을 고루 품는 노릇을 해야 하니 넓을 노릇이다. 빈자리를 둘 책숲이 아닌, 책을 둘 자리가 너른 얼거리여야 할 책숲이다. 작은책집과 너른책숲이 어우러질 적에 너랑 내가 오붓이 아름답게 만날 만하다고 느낀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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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지칠 때 작가가 버티는 법 작가특보
곽재식 지음 / 북스피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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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5.1.3.

다듬읽기 251


《삶에 지칠 때 작가가 버티는 법》

 곽재식

 북스피어

 2019.10.10.



  그냥 글이 아닌 낱말책을 엮는 일을 하는데 안 지치느냐고 묻는 이웃이 늘 있습니다. 제가 들려주는 말은 언제나 하나입니다. “지칠 일이라면 처음부터 안 합니다.” 때로는 한 마디를 보탭니다. “낱말책을 쓰는 일이 아닌, 그냥 글을 쓰는 일이어도 안 지치지만, 굳이 남이 보기에 지칠 때가 있다면, 지치는 하루를 새롭게 배우면서 거듭날 만하니 기꺼이 받아들여서 즐겁게 삭입니다.” 《삶에 지칠 때 작가가 버티는 법》은 어떻게 글(소설)을 쓰는 하루를 잇느냐 하는 줄거리를 담는구나 싶은데, 둘레에서 글결을 잡아 주는 동무가 드물 수 있다고도 느낍니다. 이를테면 “-기 마련이다”는 틀린 말씨인데, 이 말씨가 자꾸 나옵니다. 펴냄터 엮은이도 모르는 듯싶군요. 줄거리만 담기에 글이지 않습니다. 이야기를 잘 짜기에 글이 빛나지 않습니다. 글을 꾸준히 오래 쓰면서 지치지 않는 이 삶을 누리려면, 늘 글결을 배울 노릇입니다. 글솜씨가 아니라 글씨(글씨앗)를 이룰 낱말을 하나하나 새롭게 짚으면서 가다듬노라면, 이 글쓰기에 글읽기가 얼마나 빛나는 삶쓰기에 삶읽기인 줄 저마다 다르게 스스로 알아보겠지요.


ㅅㄴㄹ


《삶에 지칠 때 작가가 버티는 법》(곽재식, 북스피어, 2019)


재미난 이야기도 알게 된다

→ 재미난 이야기도 알아간다

→ 재미난 이야기도 안다

9쪽


별별 잡다한 내용 가운데 내가 가장 좋아했던 부분은

→ 갖은 줄거리 가운데 내가 가장 즐긴 대목은

→ 자잘한 얘기 가운데 내가 가장 즐긴 곳은

10쪽


별것도 아닌 문장이 계속 따라오면서 사람의 마음을 만든다

→ 암것도 아닌 글이 내내 따라오면서 우리 마음을 이룬다

→ 아무것도 아닌 글이 죽 따라오면서 우리 마음을 일군다

13쪽


2005년경의 어느 무료한 날,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

→ 2005년 무렵 어느 심심한 날, 누리그물에

15쪽


현실의 내가 방랑여행을 좋아하는 까닭은

→ 내가 떠돌기를 즐기는 까닭은

→ 나는 바람새를 즐기는데

→ 난 구름처럼 다니곤 하는데

27쪽


쉽게 들을 수 있기 마련이다

→ 쉽게 들을 수 있게 마련이다

→ 쉽게 듣는다

36쪽


글을 억지로 붙들고 작업하는 상황이 되면 단계단계마다 힘겹기 마련이다

→ 글을 억지로 붙들어야 하면 고비마다 힘겹다

→ 글을 억지로 써야 하면 마디마디 힘겹게 마련이다

39쪽


글을 써 달라는 의뢰를 과거에 전혀 해 보지 않은 정부 기관 등지에서

→ 글을 써 달라는 말을 예전에 아예 해보지 않은 나라일터에서

50쪽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야 하는 상황이 다중으로 겹겹이 엮여 있다는 것이다

→ 그쪽 마음을 읽어야 하는 일이 겹겹이다

→ 서로 마음을 읽어야 하는 자리가 겹겹이다

52쪽


무명작가나 신인 작가들에게 미치는 피해는 없을지

→ 들꽃이나 새내기한테 나쁠 일은 없을지

→ 숨은글꾼이나 첫내기한테 나쁘지는 않을지

64쪽


오늘의 어려운 순간도 멋지게 잘 헤쳐 나가기를 기원하고 또 기원한다

→ 어려운 오늘도 멋지게 헤쳐 나가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 오늘도 어렵지만 잘 헤쳐 나가기를 빌고 또 빈다

82쪽


가장 결정적인 장면만 뽑아 오고

→ 가장 빛나는 대목만 뽑아 오고

→ 가장 눈부신 곳만 뽑아 오고

→ 고빗사위만 뽑아 오고

89쪽


내 글을 읽는 독자들을 생각했다

→ 내 글을 읽는 분을 생각했다

→ 내 글을 읽는 사람을 생각했다

→ 내 글을 읽는 이웃을 생각했다

108쪽


그러던 중에 동창 한 명이

→ 그러다가 또래 하나가

115쪽


글에 대한 태도가 잘못되어 있기 때문에 내가 뛰어난 작가로 성장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 내가 글을 잘못 마주하기 때문에 뛰어난 글지기로 크지 못할지도 모른다

→ 내가 글을 잘못 보기 때문에 뛰어난 글꾼으로 자라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14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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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해상 海上


 해상 교통 → 바닷길

 해상엔 파랑 주의보가 내려졌다 → 바다에 물결이 높다고 한다

 전 해상이 흐리고 → 온바다가 흐리고


  ‘해상(海上)’은 “바다의 위 ≒ 양상·파두”를 뜻한다고 하는데, ‘바다’나 ‘바닷결·바닷빛’으로 고쳐씁니다.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해상’을 일곱 가지 더 싣는데 몽땅 털어냅니다. ㅅㄴㄹ



해상(害想) : [불교] 삼악각의 하나. 다른 사람을 해롭게 하려는 마음을 이른다 = 해각

해상(海床) : [해양] 바다의 밑바닥

해상(海商) : 1. 배로 물건을 싣고 돌아다니면서 하는 장사. 또는 그런 장수 2.  해산물을 사고파는 장사. 또는 그런 장수

해상(海象) : 바다에 관한 자연 과학적 현상을 통틀어 이르는 말

해상(海象) : [동물] 바다코끼릿과의 하나 = 바다코끼리

해상(解喪) : 어버이의 삼년상을 마침 ≒ 결복·결제·종상·종제·탈상

해상(諧商) : [역사] 조선의 악관직(樂官職)인 ‘전율’을 연산군 때 고쳐 부른 이름. 정육품이었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이 위치해 있다

→ 섬밭파란바다가 있다

→ 섬밭맑바다가 있다

《지붕 없는 미술관 고흥》(김세준·유희성, 나비의활주로, 2011) 9쪽


조금은 무료한 해상 위에서

→ 조금은 심심한 바다에서

→ 조금은 따분한 바다에서

《은빛 물고기》(고형렬, 최측의농간, 2016) 229쪽


그런데 해상운동회라니

→ 그런데 바다놀이라니

→ 그런데 바다마당이라니

《머리 자르러 왔습니다 4》(타카하시 신/정은 옮김, 대원씨아이, 2023)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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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장면 場面


 추억 속의 한 장면 → 떠오르는 대목 / 되새기는 모습

 감격적인 장면 → 눈물나는 그림 / 북받치는 모습

 길 가던 행인이 이 장면을 목격하고 → 길 가던 사람이 이를 보고

 섬세한 장면 묘사 → 또렷이 그린 모습

 전투 장면을 찍다 → 싸우는 일을 찍다

 첫 장면은 → 첫 자락은 / 첫 대목은 / 첫 그림은


  ‘장면(場面)’은 “1. 어떤 장소에서 겉으로 드러난 면이나 벌어진 광경 2. 영화, 연극, 문학 작품 따위의 한 정경(情景). 같은 인물이 동일한 공간 안에서 벌이는 사건의 광경을 이른다 3. [심리] 어떤 행위를 하는 개체에 영향을 미치는 각 순간의 환경”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곳·자리·데’나 ‘앞뒤·판·자락’으로 손봅니다. ‘께·어귀·즈음·짝·쯤’이나 ‘대목·마당’으로 손볼 수 있어요. ‘모습·그림’이나 ‘하루·일·크고작다’로 손보아도 어울립니다.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장면’을 넷 더 실으나 싹 털어냅니다. ㅅㄴㄹ



장면(長眠) : 영원히 잠든다는 뜻으로, 사람의 죽음을 이르는 말 = 영면

장면(帳面) : 필요한 사항이나 거래하는 셈 따위를 적는 책

장면(張勉) : [인명] 정치가(1899∼1966)

장면(粧面) : 화장한 얼굴



폭격기가 도시와 민가에 화염 폭탄을 투하하는 장면을 생생히 전해 주었고

→ 벼락나래가 마을과 살림집에 불꽃을 꽝 떨어뜨리는 모습을 생생히 알렸고

《해협, 한 재일사학자의 반평생》(이진희/이규수 옮김, 삼인, 2003) 39쪽


베이스에서 2∼3보 떨어져 리드하고 있는 장면

→ 칸에서 2∼3걸음 떨어져서 끄는 모습

→ 자리에서 2∼3발 떨어져서 가는 대목

《크게 휘두르며 4》(히구치 아사/설은미 옮김, 학산문화사, 2005) 131쪽


오입을 하기 위해 여자를 구하는 장면에는

→ 난봉질을 하려고 순이를 찾는 대목에는

→ 바람을 피우려고 가시내를 찾는 대목에는

《한국의 고전을 읽는다 8》(권성우 외, 휴머니스트, 2006) 54쪽


비키니 차림의 젊은 아가씨의 모습과 해안경비초소의 보초병이 중첩되는 이미지는 뭐라 표현하기 난해한 장면이었다

→ 두벌옷 차림인 젊은 아가씨 모습과 바다지킴칸 싸울아비가 겹치는 모습은 뭐라 말하기 어려웠다

→ 두벌헤엄옷 차림인 젊은 아가씨와 바다살핌칸 싸울아비가 겹치는 그림은 뭐라 말하기 힘들었다

《한국의 아름다운 마을》(이영관, 상상출판, 2011) 283쪽


정면승부를 해야 하는 장면에서

→ 맞붙어야 하는 곳에서

→ 맞서야 하는 자리에서

《하이큐 3》(후루다테 하루이치/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3) 101쪽


선물을 주고받으며 파안대소하는 재미난 장면이

→ 사랑을 주고받으며 활짝 웃는 재미난 모습이

→ 마음을 주고받으며 즐겁게 웃는 재미난 모습이

→ 빛을 주고받으며 환하게 웃는 재미난 모습이

→ 꽃을 주고받으며 함박웃음을 짓는 재미난 일이

《우리는 플라스틱 없이 살기로 했다》(산드라 크라우트바슐/류동수 옮김, 양철북, 2016) 137쪽


강을 건너는 장면을 보았다는 사람들의 목격담이 종종 들린다

→ 내를 건너는 모습을 보았다는 사람들 얘기를 곧잘 듣는다

→ 냇물을 건너는 모습을 보았다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한국 고라니》(김백준·이배근·김영준, 국립생태원, 2016) 48쪽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가 10년 만에 해후하는 애잔한 첫 장면으로 유명하다

→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가 열 해 만에 보는 애잔한 첫 대목으로 이름 높다

→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가 열 해 만에 스치는 애잔한 첫 대목으로 알려졌다

《헤밍웨이를 따라 파리를 걷다》(김윤주, 이숲, 2017) 26쪽


그런 특이한 장면들은

→ 그런 남다른 모습은

→ 그런 재미난 대목은

→ 그런 튀는 그림은

《내 사랑 모드》(랜스 울러버/박상현 옮김, 남해의봄날, 2018) 93쪽


관계의 지형을 드러내기 위한 은유로 모자람 없이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 어떻게 얽혔는지 잘 빗대는 대목이다

→ 얽힌 모습을 잘 그리는 대목이다

《태도가 작품이 될 때》(박보나, 바다출판사, 2019) 128쪽


가장 결정적인 장면만 뽑아 오고

→ 가장 빛나는 대목만 뽑아 오고

→ 가장 눈부신 곳만 뽑아 오고

→ 고빗사위만 뽑아 오고

《삶에 지칠 때 작가가 버티는 힘》(곽재식, 북스피어, 2019) 89쪽


단편적인 예시로 들 수 있는 하나의 장면이 있습니다

→ 가볍게 들 수 있는 한 가지 모습이 있습니다

→ 한 가지를 짤막하게 들 수 있습니다

→ 보기 하나를 살짝 들 수 있습니다

《공부는 정의로 나아가는 문이다》(인디고 서원 엮음, 궁리, 2020) 19쪽


오감을 통해 아들과 함께 있는 장면을 떠올리는 그녀의 얼굴엔 여러 모습이 그려졌다

→ 마음으로 아들과 함께 있는 하루를 떠올리는 어머니 얼굴은 여러 모습이었다

→ 숨결로 아들과 함께 있는 그림을 떠올리는 어머니 얼굴은 여러 모습이었다

《오십에 하는 나 공부》(남혜경, 샨티, 2023) 1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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