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719 : 이별은 헤어지는



이별은 헤어지는 사람들로 하여금

→ 눈물은 헤어지는 사람들한테

→ 헤어지는 사람들은


이별(離別) : 서로 갈리어 떨어짐

헤어지다 : 1. 모여 있던 사람들이 따로따로 흩어지다 2. 사귐이나 맺은 정을 끊고 갈라서다 3. 뭉치거나 붙어 있는 물체가 따로따로 흩어지거나 떨어지다 4. 살갗이 터져 갈라지다



  우리말 ‘헤어지다’를 한자말로 옮기면 ‘이별’입니다. “이별은 헤어지는 사람들로”라 하면 알쏭달쏭합니다. 헤어지니 헤어진다고 하면 됩니다. 갈라서니 갈라선다고 합니다. 헤어지거나 갈라서면서 마음이 아프거나 쓰리다면, 이때에는 ‘눈물’이라는 낱말을 넣어서 “눈물은 헤어지는 사람들한테”쯤으로 추스를 만합니다. ㅅㄴㄹ



헤어짐이 밥 먹는 일보다 잦은 사람들에게 무엇이 어려울까 싶지만, 이별이란 늘

→ 자주 헤어지면 무엇이 어려울까 싶지만, 헤어지면 늘

→ 자주 헤어진 사람이 무엇이 어려울까 싶지만, 헤어지면 늘

《그림에 스미다》(민봄내, 아트북스, 2010) 288쪽


이별은 헤어지는 사람들로 하여금 오래 살게 되는 병에 걸리게 한다

→ 눈물은 헤어지는 사람들이 오래살며 앓으라 한다

→ 헤어지는 사람들은 오래살며 앓는다

《인간이 버린 사랑》(이이체, 문학과지성사, 2016) 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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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718 : 흐리멍덩한 잔상으로 남아



흐리멍덩한 잔상으로 남아 있던 것들이

→ 흐리멍덩하던 일을

→ 마음에 남아서


흐리멍덩하다 : 1. 정신이 맑지 못하고 흐리다 2. 옳고 그름의 구별이나 하는 일 따위가 아주 흐릿하여 분명하지 아니하다 3. 기억이 또렷하지 아니하고 흐릿하다 4. 귀에 들리는 것이 희미하다

잔상(殘像) : 1. [의학] 외부 자극이 사라진 뒤에도 감각 경험이 지속되어 나타나는 상. 촛불을 한참 바라본 뒤에 눈을 감아도 그 촛불의 상이 나타나는 현상 따위이다 2. 지워지지 아니하는 지난날의 모습

남다 : 다 쓰지 않거나 정해진 수준에 이르지 않아 나머지가 있게 되다 2. 들인 밑천이나 제 값어치보다 더 얻다. 또는 이익을 보다 3. 나눗셈에서, 나누어떨어지지 않고 나머지가 얼마 있게 되다 4. 다른 사람과 함께 떠나지 않고 있던 그대로 있다 5. 잊히지 않거나 뒤에까지 전하다 6. 어떤 상황의 결과로 생긴 사물이나 상태 따위가 다른 사람이나 장소에 있다



  한자말 ‘잔상’은 ‘남은’ 모습을 가리킵니다. “잔상으로 남아”라 하면 겹말인데, 이 보기글은 바로 앞에 ‘흐리멍덩’을 붙이는군요. 겹겹말입니다. 한자말 ‘잔상’은 뚜렷하지 않게 남는 모습이거든요. 단출히 “흐리멍덩하던 일”로 손볼 만하고, “마음에 남아서”로 손볼 수 있습니다. ㅅㄴㄹ



신기하게도 흐리멍덩한 잔상으로 남아 있던 것들이 쓰기 시작하면 조금씩 선명해집니다

→ 흐리멍덩하던 일을 글로 쓰는데 놀랍게도 조금씩 뚜렷이 떠오른다

→ 마음에 남아서 글로 쓰는데 믿기지 않지만 조금씩 또렷이 생각난다

《어른이 된다는 서글픈 일》(김보통, 한겨레출판, 201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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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714 : 진입장벽



진입 장벽은

→ 울타리는

→ 턱은

→ 담은


진입장벽 : x

진입하다(進入-) : 향하여 내처 들어가다

장벽(障壁) : 1. 가리어 막은 벽 2. 둘 사이의 관계를 순조롭지 못하게 가로막는 장애물 3. 장애가 되는 것이나 극복하기 어려운 것 4. [심리] 정신 분석학에서, 마음속에 좋지 않은 경향이 있을 때, 여기에 대하여 형성되는 방어 기제 5. [심리] 생활 공간 안에서 목표를 향한 행동을 방해하는 여러 가지 장애물 6. [생명] 개체나 개체군의 이주·이동을 제한하는 물리적·생물적 요인



  들어가지 말라면서 막을 적에 한자말로 ‘장벽’이라 합니다. ‘진입장벽’은 겹말이라 여길 만합니다. 우리말로는 ‘가로막다·막다·닫다’나 ‘금·띠·뒤·자리’나 ‘벼락·턱·틀’이라 할 만합니다. ‘까다롭다·어렵다·힘들다·힘겹다’나 “건드릴 수 없는·건드리지 못할·건드리면 안 될”이나 “넘볼 수 없는·넘보지 못할·넘을 수 없는·넘지 못할”이나 “손대지 못할·손댈 수 없는”이라 할 만하지요. 수수하게 ‘담·담벼락·막다·막는곳·울·울타리’나 ‘돌담·돌담벼락·돌울·돌울타리’나 ‘긴담·긴담벼락·긴울·긴울타리’라 할 만하고, ‘가시그물·가시덤불·쇠가시그물·쇠가시담’이라 하면 되어요. ‘높다·높다랗다·높디높다·높직하다’나 ‘높끝·높꽃·높마루’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여러 말씨를 헤아리면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ㅅㄴㄹ



진입 장벽은 낮으면 낮을수록 좋다

→ 울타리는 낮으면 낮을수록 낫다

→ 턱은 낮으면 낮을수록 즐겁다

→ 담은 낮을 노릇이다

《어서오세요, 책 읽는 가게입니다》(아쿠쓰 다카시/김단비 옮김, 앨리스, 2021) 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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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16
이노우에 다케히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1.5.

책으로 삶읽기 978


《배가본드 16》

 요시카와 에이지 글

 이노우에 타카히코 그림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03.3.25.



《배가본드 16》(요시카와 에이지·이노우에 타카히코/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03)을 돌아본다. 온통 칼잡이 춤사위가 흐드러지는 줄거리이지만, 끝까지 읽고서 처음부터 가만히 짚자면, ‘칼’을 ‘붓’으로 바꾸어 보아도 매한가지요, ‘부엌칼’로 돌려서 읽어도 마찬가지이다. ‘발걸음’이나 ‘손놀림’으로 들여다보아도 나란하다. 무엇을 하든 온마음으로 즐겁게 하는 이가 빛난다. 무엇을 하든 온힘만 쓰는 이는 얼핏 이기는 듯 보일 수 있으나, ‘이기고 지는 길’에 얽매이면 늘 스스로 무너진다. 힘자랑으로는 밥을 못 짓는다. 멋자랑으로는 글이 되레 추레하다. 발걸음마다 힘이 잔뜩 들어가면 몇 걸음 못 디딘다. 동무한테 마실을 가는 발걸음이 얼마나 가벼운지 헤아려 보자. 칼춤이건 부엌살림이건 글쓰기이근 흙짓기이든 모두 똑같다. 힘만 들이니 힘겹고, 힘을 가다듬으니 힘이 난다.


ㅅㄴㄹ


“왜 하필 이 바쁜 여름에 전쟁을 하누?” (30쪽)


“큰 전쟁이 나면 병사가 필요할 텐데, 이 농번기에 일손을 빼앗기면 어떻게 농사를 지어먹으라는 건지.” “우리 마을에도 징병을 하러 올까?” “오지 않겠어?” (31쪽)


“가장 힘센 자가 가장 검놀림이 빠른 것은 아니다. 발에 너무 힘을 준 나머지 발이 땅에서 들떠 있잖느냐. 땅의 힘을 모르고 제 팔에만 힘을 줄수록, 검의 이치와는 멀어져 간다.” (36쪽)


“그 이름을 내세우면 네가 좀더 높이 뵈긴 하겠지만.” (145쪽)


+


큰 전쟁이 나면 병사가 필요할 텐데

→ 크게 싸우면 싸울아비를 쓸 텐데

31쪽


이 농번기에 일손을 빼앗기면 어떻게 농사를 지어먹으라는 건지

→ 이 일철에 일손을 빼앗기면 어떻게 땅을 지어먹어야 하는지

→ 이렇게 바쁜데 일손을 빼앗기면 어떻게 지어먹으라는 셈인지

31쪽


우리 마을에도 징병을 하러 올까

→ 우리 마을에서도 데려갈까

→ 우리 마을에서도 끌어갈까

31쪽


하물며 입신출세는 바랄 수도 없고

→ 하물며 드날리기는 바랄 수도 없고

→ 하물며 휘날리기는 바랄 수도 없고

63


당신의 존함은 검에 뜻을 둔 자라면 모르는 자가 없고

→ 칼에 뜻을 두었다면 어르신을 모르는 이가 없고

139쪽


부친의 이름을 팔다니

→ 아버지 이름을 팔다니

→ 아비 이름을 팔다니

14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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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샌드백 : 상
카오리 오자키 지음, 박소현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3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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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1.5.

만화책시렁 687


《개와 샌드백 上》

 카오리 오자키

 박소현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3.10.30.



  우리가 살아가는 이 별에서 섬이 아닌 곳은 없습니다. 얼핏 보면 저쪽은 바다가 가까울 뿐 아니라, 훤히 두른다고 여깁니다만, 푸른별에서 뭍은 바다에 대면 참으로 자그맣습니다. 사람이 처음으로 지은 탈거리는 ‘배’입니다. 땅바닥을 오갈 적에 말이나 소를 타기도 했지만, 누구나 으레 걷거나 달렸어요. 물을 건너려고 배를 무었고, 나중에 지은 여러 탈거리도 ‘배’로 가리키기도 합니다. 《개와 샌드백》은 끔찍하게 싫던 집을 뛰쳐나온 아이가 서울(도쿄)에서 혼자 일하며 살아가다가 시골집(섬집)으로 돌아온 나날을 그립니다. 서른다섯 해 가운데 앞자락은 섬사람(시골사람)으로 뒷자락은 서울사람으로 지냈는데, 서른여섯 해째는 둘 사이를 오락가락하다가 섬·시골살이로 가닥을 잡는 줄거리입니다. 태어나고 자란 집을 “잠만 이루는 곳”으로 여겼는데, 서울로 가서 지내는 곳도 “잠만 이루는 곳”이었다지요. 싫어서 떠난들 새터에서 잘살지 않습니다. 싫다는 마음부터 지워내고서 “나는 무슨 꿈을 그리나?”를 돌아볼 노릇입니다. 꿈을 그려서 심는 씨앗으로 하루를 살지 않으면 아무리 멀리 떠나도 그냥 섬입니다. 꿈을 그려서 심는 씨앗을 알아본다면, 어디에서나 “스스로 서서” 사랑을 싹틔울 수 있습니다.


ㅅㄴㄹ


“도쿄에선 아무도 신경 안 쓸지 모르지만 이 섬에선 좀 창피하지 않아요? 그 나이에 독신이라는 건.” (89쪽)


“왜 돌아왔어요?” “모모. 나는 내 나이는 하나도 안 부끄러워.” (90쪽)


“35년이나 열심히 살아온 걸, 절대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아.” (91쪽)


“하지만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이 세상에는 아름다운 게 잔뜩 있어서, 아름다운 걸 볼 때마다 더 보고 싶다고, 살고 싶다고.” (175쪽)


+


《개와 샌드백 上》(카오리 오자키/박소현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3)


#尾崎かおり #犬とサンドバッグ


생과 사의 경계선은 어디에나 있다

→ 죽고사는 금은 어디에나 있다

→ 살고죽는 깃새는 어디에나 있다

5


하나뿐인 신호등은 계속 노란색 등만 점멸하고 있으니까

→ 하나뿐인 길불은 늘 노란불만 깜빡이니까

10


회람판은 항상 내가 돌렸잖아

→ 돌림판은 늘 내가 했잖아

→ 알림판은 늘 내가 돌렸잖아

17


이 집 장녀예요

→ 이 집 맏이예요

→ 여기 맏딸이에요

22


예상 외로 엄청 풍작이라서

→ 뜻밖에 푸지게 거둬서

→ 갑자기 엄청 거둬서

50


자기 동생을 바다로 밀어 떨어뜨려서 죽게 만들었어요

→ 제 동생을 바다로 밀어 떨어뜨려서 죽였어요

140


“살고 싶다고 생각하게 돼요.” “뭐 해?” “셀프 허그요.”

→ “살고 싶다고 생각해요.” “뭐 해?” “혼자 안기요.”

176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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