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 400만 원’ 책읽기



  지난 2014년 2월 12일 재판부에서는 전재용 씨한테 벌금 40억 원을 선고했다. 그런데 이녁이 벌금 물 돈이 없다면 ‘일당 400만 원’으로 ‘1000일 노역’을 해서 갚으라고 덧붙였다. 이에 전재용 씨는 항소를 했는데, 항소를 하지 말고 벌금을 물 노릇이 아닐까.


  돈이 참말 없을까. 40억 원이 없으면 시공사에서 책을 팔아서 번 돈으로 대면 될 노릇 아닌가. 아니면, 법원이 시공사 책을 40억 원어치 압수할 노릇 아닐까.


  그나저나, ‘일당 400만 원’짜리 노역이 있을까 궁금하다. 하도 궁금해서 인터넷으로 살펴본다. 지난 2011년 3월에 일본 후쿠시마에서 핵발전소가 터진 뒤, 핵발전소로 들어가서 방사능이 더 새어나오지 않도록 막는 일을 할 사람한테 ‘일당 400만 원’을 주었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다. 그렇구나. ‘일당 400만 원’짜리 일이 아예 없지 않구나. 40억 원을 낼 만한 돈이 없으면 핵발전소 사고 현장으로 보내면 되는구나.


  더 생각해 본다. 핵발전소 사고가 난 곳으로 들어가는 일꾼한테 ‘하루 400만 원 일삯’을 준다면, 얼마나 무섭고 끔찍한 일터란 소리일까. 하루 일삯이 400만 원이라지만, 그곳에 들어가서 일하는 만큼 목숨이 깎이거나 나중에 끙끙 앓느라 일삯을 모두 뱉어야 할 노릇 아닐까. 그렇다면, 사고가 나지 않은 여느 때에도 핵발전소는 대단히 무섭고 두려운 시설이나 건물이 아닌가.


  송전탑은 어떠한가. 청와대 지붕이나 서울 강남 아파트 옆으로 우람한 송전탑이 서는 일이 없다. 서울대학교나 이화여대를 가로지르는 송전탑이 있을까. 청계천을 따라 송전탑을 세우는 일이 있을까.


  동생이 40억 원 때문에 끙끙 앓는데, 형은 시공사를 거느리면서 무엇을 하는지 궁금하다. 한 집안 식구가 40억 원이 없어 끙끙 앓으니, 하루 빨리 후쿠시마로 보내어 1000일 동안 일을 시켜 땀을 빼도록 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4347.5.17.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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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그림 읽기

2014.5.15. 큰아이―딸기 따는 아버지



  일곱 살 큰아이가 아버지를 그려 준다. 요즈막에 날마다 들딸기를 따서 실컷 먹다 보니, 큰아이는 ‘딸기 따는 아버지’를 그린다. 그리고, 이제 아버지 모습은 반바지 차림으로만 그린다. 예전에는 온 식구한테 치마 입히는 그림을 그렸는데, 어느덧 아버지하고 동생은 반바지 입는 차림이 된다. 오늘도 모레도 실컷 딸기를 먹으면서 오뉴월을 누리자. 잠들기 앞서 무지개 언덕을 그리고서야 비로소 빛연필을 손에서 놓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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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그림 좋은 풀순이 (2014.5.15.)



  밤잠을 자야 할 텐데, 큰아이가 안 자고 더 놀겠다고 한다. 그림을 그리면서 놀겠다고 한다. 자고 일어나서 아침에 그리면 안 될까 하고 묻지만, 큰아이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러더니 종이와 빛연필을 내민다. “벼리 그려 주세요.” 하고 말한다. 알았어. 너를 그려 줄 테니, 그림을 보고 자자. 한손에는 연필을 쥐고 다른 한손에는 지우개를 쥔 아이를 그린다. 잠옷 바지에 있는 꽃무늬를 알록달록 그린다. 아이가 맑은 별빛을 받으면서 잠들고, 푸른 풀내음을 맡으면서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린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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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일기 55] 딸기를 먹는 손

― 오월에는 들딸기를 따자



  들딸기도 멧딸기도 멍석딸기도 사람이 씨앗을 심지 않습니다. 들과 숲에서 돋는 딸기는 딸기풀이 스스로 씨앗(열매)을 떨구고 넝쿨을 뻗으면서 퍼집니다. 멧새가 빨간 열매를 따먹고 훨훨 날아 똥을 뽀직 눌 적에 멀리 퍼지기도 합니다. 들쥐나 다람쥐가 갉아먹다가 이곳저곳에서 똥을 뽀직 누면 다른 곳으로 퍼지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딸기넝쿨을 걷어냅니다. 사람들은 멧자락을 허물어 길을 내거나 공장을 짓거나 골프장을 닦습니다. 들짐승과 숲짐승은 딸기를 퍼뜨리지만, 사람은 딸기를 없앱니다. 딸기를 먹고 오월을 누리는 들짐승과 숲짐승이 살아갈 터를 없애기까지 합니다.


  사람들은 들딸기나 멧딸기가 없어도 된다고 여깁니다. 비닐집을 세워 농약과 비료를 주면 얼마든지 더 굵은 비닐집딸기를 얻기 때문입니다. 한겨울에도 딸기를 먹을 수 있는 사람들이고, 이른봄이나 늦가을에까지 딸기를 먹는 사람들이에요. 봄에 꽃이 피고 여름을 앞둔 길목에서 누리는 딸기를 잊는 사람들입니다.


  오뉴월에 딸기를 먹습니다. 첫물 딸기는 몇 줌 안 되지만, 이내 커다란 통을 그득 채울 만큼 됩니다. 며칠 더 지나면 큰 통을 여럿 채울 만큼 쏟아집니다. 들딸기는 사람도 먹고, 새도 먹으며, 개미와 풀벌레도 먹습니다. 들과 숲에서 살아가는 모든 목숨이 오뉴월에 새빨간 딸기를 먹으며 따스한 숨결을 북돋웁니다.


  싱그러운 딸기는 무엇을 먹고 이렇게 자랐을까요. 햇볕을 먹고, 바람을 먹으며, 빗물을 먹습니다. 흙을 먹고, 풀내음을 먹으며, 사람들이 따스하게 내미는 살가운 손길을 먹습니다. 4347.5.17.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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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땅 할아버지가 저마다 아이들한테 동시를 물려주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하고 생각해 본다. 꼭 동시여야 하지는 않다. 동시를 물려주면 아주 좋고, 여느 이야기도 좋으며, 노래도 좋다. 그림도 좋고, 사진이나 춤도 좋다. 아이들이 이 땅에서 씩씩하고 아름답게 살아가도록 기운을 북돋우는 맑은 넋을 담아서 동시 한 줄 적어서 선물하면 얼마나 멋질까. 이문구 님이 쓴 동시를 모은 《산에는 산새 물에는 물새》는 바로 아이들한테 주는 선물이다. 돈도 경제성장도 대학교도 시험성적도 아닌, 아파트도 자가용도 외국여행도 아닌, 가장 아름다우면서 멋진 선물이다. 삶을 밝히는 이야기를 받는 아이들은 스스로 힘차게 살아간다. 4347.5.17.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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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는 산새 물에는 물새
이문구 지음, 원혜영 그림 / 창비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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