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우아함에 대하여 - 섬세하고 아름다운 것들에 관한 오랜 이야깃거리
제시카 커윈 젱킨스 지음, 임경아 옮김 / 루비박스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책읽기 삶읽기 169



아름다운 삶은 늘 이곳에

― 세상의 모든 우아함에 대하여

 제시카 커윈 젱킨스 글

 임경아 옮김

 루비박스 펴냄, 2011.12.20.



  아름다운 삶은 늘 이곳에 있습니다. 아주 마땅합니다. 이곳이 아니면 어디에 있겠습니까. 아름다운 사람은 늘 이곳에 있습니다. 아주 마땅하지요. 이곳이 아니면 어디에 있을까요.


  내가 가꾸는 오늘 하루가 아름답습니다. 내가 오늘 이곳에서 만나는 사람이 아름답습니다. 아무렴 그렇지요. 저 먼 데에 있는 아름다움이 아니고, 저 먼 곳에서 춤추는 아름다운 사람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아름다움을 제대로 가르치는 학교가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름다움을 제대로 들려주는 책이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 스스로 아름다움을 제대로 보거나 느끼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 문명과 자연 사이 그 어디쯤에 놓인 알프레스코는 이탈리아말로 ‘신선한 공기 속에서’라는 뜻이다. 즉 그림 같은 풍광 속으로 소풍을 떠나거나 야외 식사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경직되고 엄격했던 빅토리아 여왕 재위 기간(1837∼1901) 당시의 사람들에게 도시를 벗어나 숨쉴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 일본에서 귀뚜라미 울음소리는 좀더 아련한 기쁨을 주었다. 도시 거주자들은 귀뚜라미 콘서트를 듣기 위해 시골로 여행을 떠났다 ..  (13, 52쪽)



  제시카 커윈 젱킨스 님이 쓴 《세상의 모든 우아함에 대하여》(루비박스,2011)를 읽습니다. 글쓴이는 ‘아름다움’을 a부터 z까지 여러 낱말을 빌어 차근차근 이야기합니다. 글쓴이가 들려주는 아름다움이란, 이 책을 쓴 분이 스스로 느끼는 아름다움입니다. 글쓴이 스스로 누린 아름다움이고, 글쓴이 스스로 바라본 아름다움입니다.


  그러니까, 이 책을 쓴 분이 보지 못하거나 겪지 못하거나 듣지 못한 아름다움은 이 책에 없습니다. 참으로 마땅한 일입니다. 이 책을 쓴 분이 생각하지 못하거나 깨닫지 못하거나 알아채지 못한 아름다움은 이 책에 없어요. 더없이 마땅한 일이지요.


  이를테면, 들꽃 한 송이에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을 이 책에서 다루지 못합니다. 나무 한 그루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움을 이 책에서 건드리지 못합니다. 흙알갱이 하나가 길어올리는 아름다움을 이 책에서 살피지 못합니다.



.. ‘신 안으로 들어가기’라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 enthousiasmos에서 나온 ‘enthusiasm’이라는 영어 단어는 “열렬한 찬성”을 의미한다. 하지만 합리성을 그 무엇보다도 중요시 했던 계몽시대 사람들에게 이 단어는 뜻이 모호했고, 지식인들은 그 단어의 본질이 무엇인지 이해하고자 애썼다 … 책은 읽는 사람을 즐겁게 한다는 것이다. 페트라르카는 페이지에 꽉 들어찬, 과도하게 장식적인 고딕 글씨체를 혐오했다. 그는 그것은 멀리서 보면 좋아 보이지만 “읽으려고 만든 글씨가 아니다”라고 투덜댔다 ..  (66, 99쪽)



  바람이 불어 모든 목숨이 살아갑니다. 그리고, 바람 이야기도 《세상의 모든 우아함에 대하여》에서 다루지 않습니다. 햇볕이 내리쬐어 모든 목숨이 무럭무럭 살찝니다. 그리고, 햇볕 이야기도 《세상의 모든 우아함에 대하여》에서 건드리지 않습니다. 비가 내려 온누리를 촉촉하게 적시니 싱그러운 냇물이 흐르고 시원한 골짝물이 흐릅니다. 그리고, 빗물 이야기도 《세상의 모든 우아함에 대하여》에서 찾을 수 없습니다.


  임금님이나 귀족이 입은 옷은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이네들이 낀 장갑이나 쓴 모자는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동양이든 서양이든 옷을 짓는 천은 어떻게 얻었을까요? 모두 실을 짜서 천을 짓습니다. 실은 풀에서 나옵니다. 또는 양털로 얻기도 합니다.


  들판에 우거진 풀에서 실을 얻는다니, 놀랍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옛날에는 누구나 다 들판에서 풀줄기를 베어 실을 얻었어요. 옛날에는 놀랄 일이 아닙니다. 옛날에는 나무를 베어 집을 짓고 옷장을 짜며 걸상을 만들었어요. 나무질은 놀랄 일이 아닙니다. 수저도 손수 만들고 밥상도 손수 만듭니다. 모든 삶을 누구나 손수 지었어요. 참말 옛날에는 놀랄 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언제나 스스로 뚝딱뚝딱 짓습니다. 삶을 짓고 살림을 지으며 사랑을 짓습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따로 ‘아름다움’을 말하거나 가르지 않았어요. 날마다 아름다움을 누리는데 굳이 ‘아름다움’을 말할 일이 없습니다. 언제나 사랑을 나누는데 따로 ‘사랑’을 밝힐 일이 없습니다.



.. 후디니는 뉴욕의 한 클럽에서 어떤 일본인이 메뉴 카드로 새를 접는 것을 보고 종이접기를 배웠다. 그는 “마침내 내가 종잇조각으로 자연스럽게 날개를 파닥이는 작은 종이 새를 만들어 냈을 때 관중들은 박수갈채를 보냈다”라고 썼다 … 기사도 정신이란 것이 생겨나기 전 유럽의 기사들은 아무에게도 감동을 주지 못했다. 12세기 아라비아의 연대기 작자 오사마는 기독교도 기사들이 돼지에 기름을 바른 다음 나이 든 여자들을 뒤쫓도록 시키며 즐기는 것을 보고 충격에 빠졌다 ..  (152, 177쪽)



  《세상의 모든 우아함에 대하여》는 어떤 책일까요? 오늘날 우리들은 왜 아름다움을 말하려 할까요? 오늘날 사람들은 왜 아름다움을 찾으려 할까요?


  삶이 아름답지 못하니, 자꾸 바깥에서 아름다움을 찾지는 않나요? 스스로 아름다운 줄 모르니, 자꾸 남을 살피거나 다른 눈치를 엿보지 않나요?


  밥 한 그릇이 아름답습니다. 말 한 마디가 아름답습니다. 수수한 놀이 한 가지가 아름답습니다. 살가운 노래 한 가락이 아름답습니다.


  된장국과 밥 한 그릇이 아름답습니다. 사랑을 담아 건네는 말 한 마디가 아름답습니다. 깔깔 하하 웃으면서 어깨동무하는 놀이가 아름답습니다.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함께 부르는 노래가 아름답습니다.



.. 뉴턴은 연금술의 주제에 관해 100만 단어도 넘게 썼다. 다만 그의 사후에 왕립협회가 그 대부분을 ‘출판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치부했을 뿐이다. 당국이 뉴턴의 은밀한 실험을 당혹감 때문에 숨겼는지, 아니면 그 자신이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자료들을 숨겼는지는 모르지만 2005년까지 뉴턴의 일부 서류들이 사라졌다 … 그들은 피지 원주민들이 만든 ‘잉꼬의 놀이터’를 미국 뉴멕시코 차마 인디언들의 ‘두꺼비’와 비교했다. 나바호족은 줄로 플레이아데스 산개성단을 만들었고 파푸아뉴기니의 키와이 섬 주민들은 가재, 코코넛 야자 모양을 만들었다. 가장 널리 퍼진 모양은 ‘생쥐’였다. 뇌문의 미로를 통해 작은 쥐가 고양이를 피해 도망치는 모양.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수준 높은 것은 에스키모가 줄로 만든 모양들이었다. 그 중 하나는, 재빨리 줄을 움직이면 두 산 사이로 강이 흘러 평원으로 가고, 거기 솟은 산 옆에서 남자가 배를 타고 연어를 잡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준다 ..  (183, 208∼209쪽)



  아름다운 삶은 늘 이곳에 있어요. 이곳을 바라보아요. 아름다운 삶이 늘 이곳에 어떻게 있었는지 잘 살펴요. 내가 누리는 아름다움부터 제대로 느끼고, 내 이웃과 동무가 누리는 아름다움을 함께 느껴요.


  몽골이나 티벳이라면 하늘빛이 더 파랗겠지요. 서울이나 부산이라면 파랗게 눈부신 하늘을 보기는 어렵겠지요. 그러나, 서울이나 부산에서도 하늘빛을 아름답게 누릴 수 있습니다. 미얀마나 부탄쯤 가야 아름다운 들꽃을 볼 수 있지 않아요. 인천이나 대구 골목길 한켠에서도 아름다운 들꽃을 볼 수 있어요.


  민들레꽃도 아름답고, 냉이꽃도 아름다우며, 고들빼기꽃도 아름답습니다. 구름 한 조각도 아름답고, 소나기 한 줄기도 아름다우며, 참새 노래잔치도 아름답습니다. 우리들 누구나 우리 곁에서 곱게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숨결을 느낄 수 있기를 빕니다. 4347.9.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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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놀이 1 - 물총놀이보다 물놀이



  물총놀이를 할 때에 쓰라고 고무통에 물을 받았더니, 이 아이들이 물총놀이보다 물놀이를 즐긴다. 너희 물총놀이가 그리 안 재미있으면 물총노래를 부르지 말았어야지. 그러나 모르는 노릇이다. 어느 날은 이 놀이가 재미있고, 어느 날은 저 놀이가 재미있을 테니까. 고무통에 받은 물에 두 아이가 손을 담가 노는 동안 햇빛이 물에 어려 반짝반짝한다. 4347.9.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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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손 번쩍 놀이



  수레에 동생과 함께 앉은 사름벼리가 갑자기 두 손을 번쩍 든다. ‘구름빵’ 인형 모양으로 된 비눗방울통을 보여준다. 그래, 비눗방울통이야. 네 것이고 네 인형이야. 그런데, 옆에 앉은 동생은 누나를 따라하지 않는다. 웬만하면 모든 몸짓을 흉내내는 동생인데, 두 손 번쩍 치켜들기가 쉽지 않았을까. 4347.9.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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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일기 71] 종이비행기 잔치

― 삶자리



  마당에서 마음껏 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다가, 흙으로 된 운동장을 넓게 누리던 예전 아이들을 떠올립니다. 오늘날에는 ‘더러’ 흙운동장이 있습니다. 오늘날에는 아주 빠르게 흙운동장이 사라집니다. 흙운동장에서 놀 수 있는 아이들도 사라지고, 공을 차거나 치는 놀이가 아닌 스스로 온몸을 쓰면서 놀 줄 아는 아이들도 사라집니다.


  종이비행기를 날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연을 날릴 수 있을 만큼 넉넉한 들판이 있어야겠습니다. 아이들이 손수 연을 만들 수 있자면 대나무를 베어서 깎아야 할 테니, 들판 한쪽에는 대나무가 자라야겠고, 아이들이 나무를 타며 놀면 한결 즐거울 테니 들한 다른 한쪽에는 온갖 나무가 우람하게 자라야겠습니다.


  모든 땅에 남새를 심어 길러야 하지 않습니다. 모든 들이 논으로 되어야 하지 않습니다. 도시에는 빈터가 있어야 하고, 시골에는 숲과 들이 있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하루 내내 땀을 흘리면서 뛰놀 자리가 있어야 하고, 어른들은 느긋하게 드러누워 쉴 수 있는 자리가 있어야 합니다. 놀 수 있을 때에 일할 수 있어요. 일할 수 있을 때에 놀 수 있어요.


  시골에서 아이들이 자꾸 줄어들지만, 시골에 아이들이 다시 찾아오기 어려운 까닭을 시골사람 스스로 깨달아야지 싶습니다. 도시에 아이들이 아주 많지만, 도시에서 아이들이 뛰놀지 못할 뿐 아니라 싱그럽거나 착한 마음으로 자라기 어려운 까닭을 도시사람 스스로 알아차려야지 싶습니다. 삶자리가 놀이터이자 일터가 되지 못한다면, 삶자리가 쉼터이나 만남터이자 이야기터 구실을 하지 못한다면, 아이도 어른도 모두 힘듭니다.


  너른 들이 있어야 씨름도 하고 술래잡기도 합니다. 너른 숲이 있어야 숨바꼭질도 하고 새랑 다람쥐하고 동무가 될 수 있습니다. 4347.9.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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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일기 70] 꽃과 열매

― 한 해가 흐른다



  풀이 돋습니다. 잎이 납니다. 꽃대가 오르고 꽃망울이 터집니다. 꽃이 피었다가 지고 열매가 맺습니다. 열매에는 씨가 깃들어요. 차근차근 흐릅니다. 날이 지나고 달이 가며 철이 바뀝니다.


  스스로 심는 씨앗을 들여다보든, 남이 심은 씨앗을 살펴보든, 풀과 나무를 바라볼 수 있으면 하루가 어떻게 흐르는가를 느낍니다. 그러나, 풀과 나무를 바라볼 수 없다면 하루가 어떻게 흐르는가를 모릅니다.


  지난해와 올해가 같지 않습니다. 올해와 이듬해가 같지 않습니다. 해마다 다른 빛이요 냄새이며 무늬입니다. 해마다 달라지는 모습이고 삶이며 이야기입니다. 올해에 핀 고들빼기꽃이랑 지난해에 핀 고들빼기꽃은 다릅니다. 올해에 돋는 돌나물하고 이듬해에 돋을 돌나물은 다릅니다.


  ‘우리 집 부추꽃’을 바라봅니다. 하얗게 터지는 꽃망울을 들여다봅니다. 이 아이들은 봄과 여름에 고마운 풀밥이 되었습니다. 가을에는 어여쁜 꽃내음을 베풉니다. 가을이 무르익으면 새까만 씨앗을 나누어 줍니다. 씨앗은 스스로 떨어져 이듬해에 더 넉넉히 자라고, 씨앗을 조금 받아 둘레에 조금씩 뿌리기도 합니다.


  무엇을 얼마나 먹으면 즐거울까요. 무엇을 어떻게 먹으면 기쁠까요. 어떤 꽃잔치를 누리고, 어떤 이야기마당을 누릴 때에 우리 삶이 환하게 피어날까요. 4347.9.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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