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185) 나의 1


빨간목깃털 메추라기는 순종을, 나의 개 빙고는 성실을, 솜꼬리토끼 빅센과 몰리는 모성애를 … 사람들은 나의 아내 그레이스 갤러틴 톰슨 시튼이 이 책들을 만드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는 사실을 제대로 평가해 주지 않고 있다

《어니스트 톰슨 시이튼/장석봉 옮김-쫓기는 동물들의 생애》(지호,2002) 8∼10쪽


 나의 개

→ 내 개

→ 우리 개

 나의 아내

→ 내 아내

→ 우리 아내



  일본책과 서양책을 한국말로 옮기던 이들이 ‘나 + 의’ 꼴 같은 말투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이제 이런 말투는 뿌리를 뽑기 어렵다고 여길 만합니다. 그래요, 그럴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한국말이 무엇인지는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느낍니다. 얄궂은 말투를 뿌리뽑을 수 있든 없든, 제대로 쓰거나 올바로 쓰거나 알맞게 쓰는 한국말은 슬기롭게 배워서 알아야지 싶어요.


  한국말로는 “우리 언니·우리 아버지·우리 아내·우리 할아버지”입니다. ‘나의’를 넣어 가리킬 수 없습니다.


  내가 가진 책이기에 “내 책”입니다. 내가 쓰는 가방이니 “내 가방”입니다. “나의 책”이나 “나의 가방”이 아닙니다. 우리 집에서 기르는 개면 “우리 개” 또는 “우리 집에서 기르는 개”이고, 내가 기르는 개면 “내 개” 또는 “내가 기르는 개” 또는 “나와 함께 사는 개”입니다. 4337.3.1.달/4347.9.12.쇠.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빨간목깃털 메추라기는 착함을, 우리 개 빙고는 참됨을, 솜꼬리토끼 빅센과 몰리는 사랑을 … 사람들은 우리 아내 그레이스 갤러틴 톰슨 시튼이 이 책들을 만들 때에 많이 도와줬다는 대목을 제대로 알아주지 않는다


‘순종(順從)’은 ‘얌전함’이나 ‘고분고분함’이나 ‘착함’으로 다듬고, ‘성실(誠實)’은 ‘바지런’이나 ‘부지런’이나 ‘참됨’으로 다듬으며, ‘모성애(母性愛)’는 ‘어머니 사랑’이나 ‘사랑’으로 다듬습니다. “많은 기여(寄與)를 했다”는 “많이 도움이 됐다”나 “많이 도와줬다”로 고쳐쓰고, “…는 사실(事實)을 제대로 평가(評價)해 주지”는 “…는 대목을 제대로 알아주지”나 “…는 대목을 제대로 헤아려 주지”로 고쳐씁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300) 나의 2


내 자식이 아니라면 정말 불쾌해서 참을 수 없는 아이, 이것이 아내가 얘기했던 ‘걱정’의 의미였고, 부족한 아버지인 나의 최초의 슬픔이었다

《스나가 시게오/외문기획실 옮김-아들아 너는 세상 모든 것을 시로 노래하는 사람이 되어라》(가서원,1988) 33쪽


 나의 최초의 슬픔

→ 내 첫 슬픔

→ 나한테는 첫 슬픔

→ 내게는 첫 슬픔

→ 나로서는 첫 슬픔

→ 내가 겪은 첫 슬픔

 …



  이 자리에서는 임자말 ‘나’를 살려서 글투를 손볼 수 있는 한편, 임자말 ‘나’를 덜어서, “모자란 아버지로서 느끼는 첫 슬픔이었다”나 “어리숙한 아버지로서 처음 겪는 슬픔이었다”로 풀어낼 수 있습니다. 4337.7.25.해/4347.9.12.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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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가 아니라면 참말 괘씸해서 참을 수 없는 아이, 이것이 아내가 얘기했던 ‘걱정’을 뜻했고, 모자란 아버지인 내 첫 슬픔이었다


‘정(正)말’은 ‘참말’이나 ‘무척’으로 다듬고, ‘불쾌(不快)해서’는 ‘괘씸해서’나 ‘못마땅해서’로 다듬습니다. “‘걱정’의 의미였고”는 “‘걱정’을 뜻했고”로 손질하고, ‘부족(不足)한’은 ‘모자란’으로 손질하며, ‘최초(最初)의’는 ‘첫’으로 손질합니다.


..



 '-의' 안 쓰면 우리 말이 깨끗하다

 (18) 나의 3 : 나의 확신


그러는 동안 나의 확신은 점점 굳어졌다

《야누슈 코르착/노영희 옮김-아이들》(양철북,2002) 13쪽


 나의 확신은

→ 내 믿음은

→ 내 생각은

 …



  한국말은 ‘내’입니다. 일본말로는 ‘私の’라고 적어요. 우리가 쓰는 ‘나의’라는 말투는 바로 이 일본말에서 왔습니다. 일본사람들이야 ‘나의’처럼 적는다지만, 한국사람이 일본 말법을 따를 까닭은 없어요. 한국 말법을 일본사람들이 따를 까닭이 없듯, 미국사람이나 프랑스사람이 한국 말법을 따를 까닭이 없듯, 우리는 한국에서 한국 말법을 쓰면 될 뿐입니다.


  그러고 보면, 초등학교 아이들한테 영어를 가르친다고 학교와 나라에서 무척 크게 마음을 쏟고 돈도 들입니다. 영어를 가르쳐야 하니까 가르칠 텐데, 아이들이 보는 영어 교과서나 사전은 말풀이를 어떻게 다룰까요? 영어를 한국말로 옮길 적에 어떻게 쓰거나 풀어야 한다고 가르칠까요?


 my : 나의


  초등학교 어린이가 보는 영어사전뿐 아니라, 어른이 보는 영어사전에도 ‘my’를 풀이하면서 ‘나의’로 적습니다. 그저 이뿐입니다. 이러다 보니, 아이도 어른도 한국말 ‘내’를 제대로 쓸 줄 모릅니다.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엉뚱한 일본 말투나 영어 말투인 ‘나의’를 쓰고 맙니다.


  영어사전은 “my friend”라는 말을 “나의 친구”로 풀이합니다. “내 친구”로 풀이하지 않습니다.


  한국말에 처음 스며들어 퍼질 적에는 일본말에서 비롯한 ‘나의’인데, 이제는 영어를 가르치는 자리에서 아주 얄궂게 굳어서 퍼지는 ‘나의’이지 싶습니다. 학교에서도 나라에서도 엉뚱한 말을 가르치는 셈입니다.


  아이들이 말다운 말을 듣고 읽으며 배울 수 있도록 어른들이 눈을 뜨기를 바랍니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말다운 말로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넋을 가꿀 수 있도록 스스로 한국말을 슬기롭게 배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37.9.15.물/4347.9.12.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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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동안 내 믿음은 차츰 굳어졌다


‘확신(確信)’이라는 한자말을 생각합니다. “굳게 믿음”을 한자말로 담으면 ‘확신’입니다. 그런데 “확신은 점점 굳어졌다”고 썼어요. 어때요? 앞뒤 겹말이 되지요? ‘점점(漸漸)’은 ‘조금씩’이나 ‘차츰’을 뜻하는 일본 한자말입니다. ‘점점’뿐 아니라 ‘차차(次次)’와 ‘점차(漸次)’도 모두 일본 한자말입니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64) 나의 41


대공원의 공중 열차보다 / 훨씬 숨막히고 식은땀 나는 / 전철 안에서 / 그 날 나의 가장 큰 소망은 / 기린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남호섭-타임 캡슐 속의 필통》(창비,1995) 31쪽


 그 날 나의 가장 큰 소망은

→ 그 날 내 가장 큰 바람은

→ 그 날 내 가장 큰 꿈은

 …



  보기글은 동시입니다. 동시를 쓰는 어른이 ‘나의’를 쓰고 맙니다. 동시를 읽고 배울 아이들은 이런 말투를 눈과 귀와 손에 익히고 맙니다. 아무쪼록 문학을 하는 어른들이 앞장서서 옳고 바르게 글을 쓰기를 빕니다. 문학을 하는 어른들조차 한국말을 엉터리로 쓰면 참으로 큰일입니다. 문학 가운데 어린이문학을 하는 어른들마저 한국말을 얄궂게 쓰면 더없이 걱정스럽습니다. 4347.9.12.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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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원 하늘 열차보다 / 훨씬 숨막히고 식은땀 나는 / 전철에서 / 그 날 내 가장 큰 꿈은 / 기린 되기였습니다


“대공원의 공중(空中) 열차”는 “대공원 하늘 열차”나 “큰공원 하늘 열차”로 다듬습니다. “전철 안에서”는 “전철에서”로 손보고, ‘소망(所望)’은 ‘바람’이나 ‘꿈’으로 손보며, “기린이 되는 것이었습니다”는 “기린 되기였습니다”로 손봅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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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쓰면 우리 말이 깨끗하다

 (83) 우리의 1


우리의 경로는 양옆의 바위 언덕으로 둘러싸인 이 호수를 에둘러 가는 것이었다

《쿤가 삼텐 데와창/홍성녕 옮김-티벳전사》(그물코,2004) 98쪽


 우리의 경로는 … 에둘러 가는 것이었다

→ 우리가 갈 길은 … 에둘러 가는 길이다

→ 우리 길은 … 에둘러 간다

→ 우리는 … 에둘러 간다

 …



  한자말 ‘경로(經路)’는 “지나는 길”이나 “가는 길”을 뜻합니다. 보기글에서는 “우리의 경로”로 적었습니다만, “우리가 지나는 길”이나 “우리가 가는 길”로 고쳐써야 올바릅니다. 그런데, 이렇게 고쳐쓰고 나면, “우리가 가는 길은 … 에둘러 가는 것이다”와 같은 글꼴이 돼요. 그래서 이 글월은 통째로 손질해서 새로 써야 합니다. 4337.11.26.쇠/4347.9.12.쇠.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ㄱ. 우리는 바위 언덕으로 둘러싸인 이 못을 에두르는 길을 간다

ㄴ. 우리는 바위 언덕으로 둘러싸인 이 못을 에둘러 가기로 했다


‘양(兩) 옆’이라고도 쓸 수 있습니다만, ‘두 옆’으로 쓰거나 ‘옆’이라고만 하면 한결 낫고, “이쪽 저쪽 모두”로 손볼 수 있는데, 이 글월에서는 아예 덜 만합니다. “에둘러 가는 것이었다”는 “에둘러 갔다”로 다듬습니다.


..



 '-의' 안 쓰면 우리 말이 깨끗하다

 (111) 우리의 2


그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 우리의 영혼이 영원한 기쁨을 누릴 수 있는지 없는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로리 팰라트닉,밥 버그/김재홍 옮김-험담》(씨앗을뿌리는사람,2003) 24, 32쪽


 그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 그 선택은 우리 몫이다

→ 그렇게 하는 건 우리 몫이다

→ 어떻게 하느냐는 우리 몫이다

 우리의 영혼이 기쁨을 누리다

→ 우리 넋이 기쁨을 누리다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 우리 선택에 달렸다

→ 우리가 선택하기에 달렸다

→ 우리가 하기에 달렸다

→ 우리 하기 나름이다

→ 우리가 어떡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



  사람을 가리키는 대이름씨 가운데 ‘우리’가 있습니다. 이 말은 “우리 형”, “우리 집”, “우리 나라”, “우리 남편”, “우리 집 개”라고 말할 때에 씁니다. 그냥 ‘우리’ 꼴로 적어야 알맞습니다. 그러나 요사이 들어 ‘우리’ 뒤에 토씨 ‘-의’를 잘못 붙인 말을 흔히 봅니다.


  어느 자리이건 ‘우리’라고만 적어야지요. ‘나’라는 말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나의’가 아니라 ‘내’로 적어야 올바릅니다. 그러나 자꾸자꾸 얄궂게 ‘-의’가 들러붙어요. 어쩌면 요즈음은 바르거나 알맞게 쓰는 말보다, 아무렇게나 써도 된다는 생각이 널리 퍼지는 바람에 이러하지 싶기도 합니다. 외국말을 배우는 사람은 늘어나도 한국말을 배우는 사람은 없거나 드물기 때문에 이러하지 싶기도 합니다.


  가만히 보면, 영어 한 마디 잘못 쓰면 아주 큰 잘못이라고 낱낱이 따지는 사람이 많지만, 한국말 한 마디 잘못 쓰는 일은 ‘그게 왜 대수이냐? 그렇게 쓸 수 있지 않느냐?’ 하고 되레 따지기도 합니다. 4337.12.30.나무/4347.9.12.쇠.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어떻게 하느냐는 우리 몫이다 … 우리 넋이 언제까지나 기쁨을 누릴 수 있는지 없는지는 우리가 하기에 달렸다


한자말 ‘선택(選擇)’은 그대로 두어도 되겠지요. 그러나 이 대목에서는 “그렇게 하느냐 마느냐”라든지 “어떻게 하느냐”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영혼(靈魂)’은 ‘넋’으로 손질하고, “달려 있다”는 “달렸다”로 손질합니다.


..



 '-의' 안 쓰면 우리 말이 깨끗하다

 (133) 우리의 3


우리의 다음 정류지는 타왕이었다

《쿤가 삼텐 데와창/홍성녕 옮김-티벳전사》(그물코,2004) 262쪽


 우리의 다음 정류지는 타왕이었다

→ 우리가 다음에 쉴 곳은 타왕이었다

→ 우리가 다음에 머물 곳은 타왕이었다

→ 우리는 다음에 타왕에 머무른다

→ 우리는 다음으로 타왕에 머무를 생각이었다

→ 다음으로 우리가 쉴 곳은 타왕이었다

→ 다음으로 우리는 타왕에 간다

 …



  보기글을 곰곰이 헤아려 봅니다. ‘정류지’ 같은 한자말이 아닌 ‘머물 곳’이나 ‘쉴 곳’이라는 한국말을 넣더라도 “우리의 다음 쉴 곳”처럼 글을 쓰는 분이 있겠구나 싶습니다. 말버릇이나 글버릇은 쉬 바로잡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라는 낱말 뒤에는 ‘-의’이라는 토씨가 붙을 수 없는 줄 알아야 합니다. 이 대목을 모르기 때문에 얄궂다 싶은 말투를 자꾸 쓰고 맙니다. 4338.1.22.흙/4347.9.12.쇠.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우리가 다음에 쉴 곳은 타왕이었다


‘정류지(停留地)’는 ‘머물 곳’이나 ‘쉴 곳’으로 다듬습니다. 한국말사전을 살펴보면 ‘정류지’라는 낱말은 없습니다. 한국말사전에 없기도 한 ‘정류지’이지만, 뜻을 알기 어려운 낱말은 굳이 써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63) 우리의 16


우리의 제일 높은 산 이름 / 우리의 제일 오랜 산 이름 / 백두산, / 왜 백두산 담배는 없을까

《남호섭-타임 캡슐 속의 필통》(창비,1995) 146쪽


 우리의 제일 높은 산 이름

→ 우리 가장 높은 산 이름

→ 우리한테 가장 높은 산 이름

→ 우리 나라 가장 높은 산 이름

→ 우리 땅 가장 높은 산 이름

→ 우리 겨레 가장 높은 산 이름

 …



  토씨 ‘-의’만 덜면 되는데, 글흐름을 살피면서 “우리 나라”라든지 “우리 겨레”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보기글은 동시인 만큼 “우리 나라”나 “우리 겨레”로 손볼 때가 가장 잘 어울리지 싶은데, 동시가 아닌 여느 글이라면 “우리 나라에서 가장 높은”이나 “우리 땅에서 가장 오랜”처럼 손볼 수 있습니다. 4347.9.12.쇠.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우리 나라 가장 높은 산 이름 / 우리 겨레 가장 오랜 산 이름 / 백두산, / 왜 백두산 담배는 없을까


‘제일(第一)’은 ‘가장’이나 ‘첫째가는’이나 ‘으뜸가는’으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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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92. 시골길 걷기 (2014.8.11.)



  제법 먼 이웃집에 나들이를 간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군내버스를 타자면 한참 걸어가야 한다. 두 시간쯤 걸어야 할까? 큰아이는 우리가 얼마나 걸어야 하는지 모른다. 아버지가 함께 걸으니 아버지를 믿고 걷는다. 하늘에 구름이 끼면서 그늘이 드리우기도 하지만, 구름이 걷히면서 땡볕이 내리쬐기도 한다. 조용하고 호젓한 시골길을 걷는다. 요즈음은 시골에서 시골길을 걷는 이웃을 만나기 어렵다. 시골사람도 도시사람처럼 거의 자동차로만 움직인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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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46. 무엇을 알아야 할까



  사진을 배우려고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사진뿐 아니라, 글쓰기를 배우려고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글쓰기뿐 아니라, 그림을 배운다든지 악기를 배우려고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요즈음은 텃밭 일을 배운다거나 들풀이나 들꽃을 배우려고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무엇을 배우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학교를 찾아가면 될까요? 강의나 강좌를 찾아서 들으면 될까요? 도서관에 가서 책을 챙겨 읽으면 될까요? 이 모두를 해야 할가요?


  무엇을 배우고 싶다면 배우면 됩니다. 그리고, 무엇을 배우려 할 적에는 온마음을 기울여 사랑하면 됩니다. 온마음을 기울일 뿐 아니라 사랑을 해야 배울 수 있습니다. 온마음을 기울이지 않거나 사랑을 하지 않는다면 배우지 못해요.


  바둑을 배우든 장기나 오목을 배우든, 온마음을 기울여야 비로소 배울 뿐 아니라, 바둑사랑이나 장기사랑이나 오목사랑으로 나아가야 제대로 배웁니다. 흙땅에 금을 그으면서 하는 땅따먹기놀이도 온마음을 기울여야 하고, 제기차기나 공기놀이도 내 온 사랑을 쏟으면서 배워야 즐겁게 제대로 익힙니다.


  마음을 끄는 짝이 있을 적에 어떻게 할는지 헤아려 보셔요. 그 사람 취미나 좋아하는 것이나 생일 따위만 알면 될까요? 아닙니다. 온마음을 기울여 그 사람한테 다가서야지요. 그리고 내 마음을 끄는 그 사람을 오롯이 사랑해야지요. 두 가지를 함께 할 수 있을 때에 비로소 ‘배웁’니다.


  그러니까, 무엇을 알아야 하느냐 하면, 삶을 알아야 합니다. 네 삶과 내 삶을 알아야 합니다. 서로 이곳에서 함께 살아가면서 즐겁게 웃고 노래할 수 있는 길을 알아야 합니다. 제대로 알자면 제대로 보아야 하고, 제대로 보면서 느껴야 하며, 제대로 느끼는 동안 제대로 배워야겠지요. 제대로 배우기에 제대로 살아갈 수 있고, 제대로 살아간다면 제대로 사랑하는 길을 찾아서 씩씩하게 걸어갈 수 있어요.


  사진을 배우려면, 기계도 알아야 하고 사진책도 보아야 하며 사진이론도 이럭저럭 들어야 하리라 느낍니다. 다만, 이런저런 것으로는 언제나 겉훑기로 그쳐요. 겉훑기만 해도 넉넉하다면 겉훑기로 그쳐도 됩니다만, 애써 품과 말미와 돈까지 들여서 어느 한 가지를 배우려는 생각이라면, 아무쪼록 온마음을 기울이면서 사랑할 수 있기를 빌어요.


  사진찍기는 멋진 모습 찍기가 아닙니다. 사진찍기는 대단한 모습을 찍어서 남한테 자랑하려고 하는 일이 아닙니다. 사진찍기는 내가 가장 사랑할 삶을 깨달아 즐겁게 노래할 수 있는 이야기를 사진기를 빌어서 나타내거나 나누는 놀이입니다. 4347.9.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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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45. 네 손길이 닿는 곳에



  나이가 들어서 어머니나 아버지하고 함께 잠자리에 드는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열다섯 살이나 스무 살쯤이라면 어머니나 아버지하고 함께 잠자리에 들지 않고, 따로 잠자리에 들리라 느껴요. 열 살이나 열두 살이어도 어머니나 아버지하고 함께 잠자리에 들지 않으려 할 수 있어요.


  내 나이가 서른 살이나 마흔 살쯤 된다면, 꽤 나이를 먹은 어버이하고 함께 잠자리에 들 일이 없을 수 있는데, 내 나이가 쉰 살이나 예순 살쯤 된다면, 나보다 늙은 어버이하고 함께 잠자리에 들면서 도란도란 옛이야기를 나눌는지 모릅니다.


  어버이와 함께 잠자리에 들고 보면, 나는 어버이한테 아이입니다. 늙은 어버이는 젊은 아이가 잠자리에서 이불을 차는지 뒹구는지 살핍니다. 젊은 아이는 그냥 내처 잘 테지만, 늙은 어버이는 자다가 곧잘 깹니다. 아이가 잘 자도록 이불깃을 여미거나 반듯하게 누여 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살면서 아직 밤잠을 느긋하게 누린 적이 없습니다. 앞으로 우리 집 아이들이 나이를 제법 먹는다면 밤잠을 느긋하게 잘 수 있으리라 보는데, 아직 그때까지는 퍽 멀지 싶어요. 왜냐하면, 우리 집 아이들이 많이 어렸을 적에는 천기저귀를 가느라 밤잠을 잘 수 없었고, 천기저귀를 뗀 뒤에는 밤오줌을 누이느라 잘 수 없었으며, 요즈음은 이불깃을 여미느라 잘 수 없습니다. 자다가 문득 잠을 깨면 어김없이 두 아이 모두 이불을 걷어찼기에 찬찬히 이불깃을 여밉니다. 밤새 이렇게 보내요.


  나는 내가 예닐곱 살이나 서너 살 적에 어떻게 지냈는지 떠올리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무렵 내 어머니가 밤마다 어떻게 하셨을는지 그릴 수 있습니다. 오늘 내가 우리 집 아이들한테 하듯이, 내 어머니도 밤마다 내 이불깃을 여미어 주느라 잠을 제대로 못 이루셨겠지요. 내가 처음 밤오줌을 가리려 할 적에도 밤잠을 쫓으면서 쉬를 누여 주셨겠지요.


  사진은 사진기라고 하는 기계에 있는 단추를 눌러야 찍습니다. 필름이든 디지털파일이든 단추를 눌러야 태어납니다. 그런데, 단추를 누르기 앞서, 우리 손길이 먼저 닿아야 할 곳이 있어요. 내가 사진으로 찍으려고 하는 사람들 마음으로 손길이 먼저 따스하게 닿아야 합니다. 내 손길이 내 살붙이나 이웃이나 동무한테 따사롭게 다가갑니다. 네 손길이 나한테 따사롭게 다가옵니다. 서로서로 따사롭게 마주보면서 즐겁게 손을 잡습니다.


  굳이 어떻게 만들거나 꾸며야 사진이 되지 않습니다. 마음으로 서로 아끼는 사랑이 있으면, 언제 어디에서나 즐겁고 아름답게 사진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 4347.9.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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