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보라 무화과 처음 쥐고



  무화과를 따서 산들보라 손에 얹어 주었다. 산들보라는 네 해를 살아오면서 무화과 열매를 처음으로 손에 쥐었다. 가만히 헤아려 보니, 산들보라가 무화과 열매를 먹은 일도 올해가 처음이지 싶다. 네 살 산들보라한테 무화과는 어떤 느낌일까? 능금이나 배나 포도나 귤이나 딸기나 감이나 수박이나 바나나 같은 열매는 곧잘 먹어서 익숙할 테지만, 무화과는 처음인데, 손으로 만지면서 무엇을 느꼈을까. 나무에서 바로 톡톡 따서 손에 얹었는데 무엇을 느꼈을까. 손에 얹으니 괜히 이맛살을 찡그리는 산들보라는 나중에 칼로 썰어서 건네니, 달고 맛있다면서 “무화과 더 줘!” 하고 내내 노래했다. 그러나, 하루에 두세 알만 딸 생각이거든. 하룻밤 코 자고 일어나야 다시 두세 알을 톡 따서 먹을 수 있지. 이제부터 무화과도 손과 눈과 마음과 혀와 온몸에 가득 담아서 사랑해 주기를 빈다. 4347.9.15.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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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4-09-16 12:44   좋아요 0 | URL
엄청 컷네요 세상에 귀여워요
 
수수께끼 난자몬자 5
이토 시즈카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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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380



내 앞날을 스스로 그린다

― 수수께끼 난자몬자 5

 이토 시즈카 글·그림

 이지혜 옮김

 삼양출판사 펴냄, 2014.8.21.



  우리는 누구나 스스로 삶을 짓습니다. 기쁜 삶이든 슬픈 삶이든 스스로 지으면서 하루를 누립니다. 그러니 아침마다 내 삶을 제대로 바라보면서 지을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내 삶을 제대로 짓지 못한다면, 내 하루는 그저 남들한테 휘둘리거나 휩쓸리기만 해요. 나 스스로 오늘 하루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제대로 그리지 않는다면, 내가 바라는 것이 없는 만큼 언제나 똑같은 일만 되풀이하면서 온몸이 고단하게 처집니다.


  가만히 헤아려 보셔요. 아주 많은 사람들이 아침마다 ‘오늘도 지겨운 하루로구나’ 하고 여깁니다. 똑같은 출퇴근길을 따분하게 여기고, 아침저녁으로 고단하게 집과 일터 사이를 오가야 하는 일을 끔찍하게 여깁니다. 늘 이런 생각을 되풀이하고, 늘 이런 삶을 되풀이합니다.


  다른 생각을 품지 못합니다. 다르게 생각할 줄 모릅니다. 새로운 생각을 품지 못합니다. 새롭게 생각할 줄 모릅니다. 쳇바퀴 같은 하루에서 벗어나는 길은 스스로 열어야 하는데, 스스로 쳇바퀴에 갇힌 채 빠져나올 생각이 없어요.



- “그날 여행으로 이 섬에 온 사람들, 그 대부분이 가족이랑 헤어져서 절망하여 무기력하게 변했어.” (36쪽)

- ‘넌 진짜 강한 녀석이야. 네가 늘 당연하게 씩씩하게 혼자서 사니까 전혀 몰랐어. 가족이 없다는 게 이렇게 외롭고 쓸쓸한 거라니.’ (51쪽)





  쳇바퀴에서 누군가 건져내어 준다고 해서 쳇바퀴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쳇바퀴에 갇혀서 똑같은 일을 되풀이하는 버릇에 길들었기 때문에, 다른 삶이 있는 줄 몰라요. 스스로 다른 삶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쳇바퀴에 갇힌 사람은, 쳇바퀴 바깥에서도 새로운 쳇바퀴를 찾을 뿐입니다.


  종살이에서 풀려난 사람은 더는 종으로 지내지 않을까요? 한국 정부는 일제강점기 종살이에서 벗어난 뒤에 스스로 씩씩하게 일어섰을까요? 군사독재에서 벗어난 한국 사회는 바야흐로 군사독재뿐 아니라 전쟁무기 굴레를 떨치고 홀가분하게 일어섰는가요?


  새로운 길을 배우지 않으면 새로운 길로 가지 못합니다. 새로운 길을 배울 때에는, 누가 이리로 가라고 해서 이 길을 가지 않습니다. 스스로 새로운 길을 살펴보고 찾아보며 바라볼 수 있는 눈매와 마음을 길러야 합니다. 누구나 스스로 밥술을 떠서 밥을 먹듯이, 누구나 스스로 내 삶을 찾아야 합니다.



- “왠지 좋다. 좀 부러워. 난 한 번도 아빠랑 싸워 본 적이 없거든. 난 날 때부터 부모가 없었잖아.” (73쪽)

- “운명이란 건 그런 거니까. 생각대로 되는 일 같은 건 거의 없잖아. 그러니까 더더욱 소원이 이뤄지면 무척 기쁜 법이잖아.” “그래, 그럴지도 모르겠다. 난 소원이 이뤄졌어. 뭐든 다 내 뜻대로 안 됐지만, 이제야 우리 아들이랑 겨우 함께 살게 됐잖아.” (134∼135쪽)





  이토 시즈카 님 만화책 《수수께끼 난자몬자》(삼양출판사,2014) 다섯째 권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다섯째 권은 이야기가 살짝 느슨하게 퍼졌습니다. 막바지에 이르러 비로소 ‘생각줄기’ 한 가지가 흐릅니다. 기운을 잃고 풀까지 죽은 아이한테, 동무가 씩씩하게 한 마디를 해요. “우리 미래를 우리가 제대로 상상해야 하잖아!” 하고 외쳐요.



- “그게 무슨 약한 소리야! 포가 그렇게 목숨 걸고 우릴 지켜 줬잖아. ‘못 찾았습니다’라고 말하면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겠어!”

- “있지, 타로. 이런 얘기 알아? 사람의 미래는 의외로 그 사람이 상상하기 쉬운 결과 쪽으로 움직인대. 그러면 우리가 제대로 상상해야 하잖아! 우리 미래를 말이지!” (183쪽)




  살아 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새로운 꿈을 그리느냐 하고 물을 수 있습니다. 네, 그래요. 살아 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그릴까요? 그러나, 살아 본 적이 없으니까 그립니다. 살고 싶은 모습을 그립니다. 살고 싶으며 사랑하고 싶은 모습을 꿈으로 그립니다.


  그려야지요. 어떻게 살고 싶은가를 그려야지요. 종살이를 그대로 할 생각이라면 내 앞날을 안 그려도 되지만, 스스로 씩씩하게 일어서서 아름답게 살고 싶다면, 아름다운 모습을 그리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그릴 노릇입니다. 즐거운 삶을 그리고 기쁜 웃음을 그릴 노릇입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그리는 대로 나아갑니다. 우리가 스스로 지겹거나 고단한 말만 되풀이하면, 참말 지겹거나 고단한 일만 되풀이하듯이 찾아옵니다. 우리가 스스로 맑게 웃고 환하게 노래하는 몸가짐으로 새 하루를 맞이한다면, 언제나 우리 스스로 삶을 새롭게 고쳐짓는 길을 열 수 있습니다.


  저 먼 나라에서 누가 돈보따리를 던져 주어야 우리 살림이 펴지 않습니다. 얼마만큼 살림을 펴고 싶은가를 마음속에 그려서, 그 살림으로 나아가도록 하루를 가꾸면 됩니다. 대단한 교육부 장관이 나타나야 입시지옥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우리 스스로 입시지옥하고 안 얽히는 삶을 짓고, 아이들과 하루를 아름답게 누리면, 입시지옥은 어느새 가뭇없이 사라집니다.


  대통령이 바꾸는 나라가 아닙니다. 우리가 스스로 바꾸는 나라입니다. 대통령은 허울이 좋은 꼭둑각시입니다. 우리 마음이 그대로 나타나는 꼭둑각시인 대통령입니다. 4347.9.15.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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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53. 2014.9.14. 초피순이



  올해에는 우리 집 초피나무 열매를 제대로 쓰자고 생각하면서 날마다 한 바구니씩 훑기로 한다. 이틀째 초피알을 껍데기까지 통째로 훑으니, 큰아이가 아버지가 무엇을 하는가 한참 지켜본 뒤에 저도 손이 닿는 데에서는 초피알을 훑는다. 작은아이도 아버지와 누나가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한참 지켜본 뒤에 초피알을 함께 훑는다. 큰아이와 작은아이는 초피나무 가시에 잘 안 찔리지만, 아버지는 자꾸 찔린다. 사름벼리도 산들보라도 오늘은 초피순이와 초피돌이가 되어 온몸을 초피내음으로 물들인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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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52. 2014.9.14. 무화과돌이



  무화과를 따려고 작은아이를 부른다. 작은아이는 “네? 왜요? 왜요, 아버지?” 하고 싱글싱글 웃는 얼굴로 달려온다. “자.” “뭐예요?” “무화과.” 하나를 따서 손에 얹고, 또 하나를 따서 손에 얹는다. “두 개네.” 그래, 두 알이야. 어때? 무화과 살결이 어떠하니? 물에 잘 헹구어서 다 같이 즐겁게 먹자.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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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 얻는 무화과 열매



  올해에는 우리 집 무화과나무를 몇 그루 지킨다. 그동안 이웃집 아저씨가 우리 집 뒤꼍에 몰래 들어와서 함부로 나무를 베었지만, 올해에는 이 짓을 못하게 막았기에, 우리 집 무화과나무가 잘 살았다. 그리고, 즐겁게 무화과 열매를 먹는다. 아직 무화과나무가 크게 자라지 못했기에 열매는 많지 않다. 그래도 하루에 두세 알씩 딴다. 다 같이 밥을 즐겁게 먹고 나서, 낮에 슬그머니 두세 알을 톡 딴다. 그러고는 칼로 알맞게 썰어 접시에 담은 뒤, 함께 둘러앉아 먹는다. 냠냠짭짭. 아, 달다. 아, 맛있다. 우리 집에서 나는 열매가 그야말로 가장 맛있고 달구나. 4347.9.15.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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