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글 읽기

2014.9.14. 큰아이―눈을 꿈꾸며



  이제 막 여름이 저물어 가을인데, 큰아이가 벌써 눈을 묻는다. 눈이 언제 오느냐고 묻는다. 가을에 열매와 곡식이 무르익은 뒤 차츰 날이 추워지는 겨울이 되어야 온다고 말하지만, 하루 빨리 겨울 되어 눈이 오기를 바란단다. 그래서 큰아이와 함께 눈을 꿈꾸는 쪽글을 쓴다. 일곱 살 사름벼리는 눈이 펑펑 내려서 눈사람을 굴릴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그림까지 잔뜩 그린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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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잡아먹어도 될까요? - 마음 약한 늑대 이야기 베틀북 그림책 24
조프루아 드 페나르 글.그림, 이정주 옮김 / 베틀북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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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31



네 이웃을 잡아먹을 수 있느냐

― 제가 잡아먹어도 될까요?

 조프루아 드 페나르 글·그림

 이정주 옮김

 베틀북 펴냄, 2002.1.30.



  어릴 적에 이런 동무가 하나 있었습니다. 동무라기보다 껄렁이라고 할 만한 아이인데, ‘야, 내가 너 좀 때려도 될까?’ 하고 물으면서 여린 아이들을 괴롭혀요. ‘아니.’ 하고 대꾸하면 ‘네가 뭔데 안 맞겠다고 해?’ 하고 윽박지르면서 때립니다. 하도 괴롭히니 ‘응.’ 하고 대꾸하면 ‘네가 네 입으로 때려도 된다고 했지?’ 하면서 때려요. 여린 아이들을 못살게 구는 아이는 이래도 저래도 그저 괴롭힐 마음입니다. 여린 아이들은 이러거나 저러거나 시달리거나 들볶입니다.


  어른 사회에서는 법을 앞세우는 이런 껄렁짓이 흔합니다. 이른바 ‘강제집행’이나 ‘강제수용’이라고 해서 집이나 마을이나 숲을 공권력이 함부로 밀어붙여서 빼앗습니다. 재개발뿐 아니라 올림픽이나 세계대회 같은 뭔가를 연다면서 가난한 사람들 동네를 와르르 무너뜨려요. 고속도로를 짓는다든지 발전소를 지을 적에도 이와 같습니다. 건축가와 공무원은 책상맡에서 지도에 금을 죽 긋습니다. 그러고는 이대로 땅을 빼앗아요. 오늘날 도시사람이 신나게 싱싱 달리는 고속도로는 모두 강제집행과 강제수용이라고 여길 만합니다.



.. 어느 날 루카스는 부모님께 말씀드렸어요. “저도 이제 다 컸어요. 제 힘으로 혼자 살아도 될 것 같아요.” ..  (4쪽)





  조프루아 드 페나르 님이 빚은 그림책 《제가 잡아먹어도 될까요?》(베틀북,2002)를 읽으며 예전 일을 떠올립니다. 어릴 적에 껄렁이들을 만날 때면 참 괴롭고 고달팠습니다. 여린 사람을 괴롭히는 짓은 이렇게도 이루어지고 저렇게도 이루어집니다. 이런 짓은 군대에서도 똑같이 일어납니다. 학교와 사회와 동네 어디에서나 참말 똑같이 일어납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늑대는 그나마 마음이 착합니다. 그런데, 이 늑대가 묻지요. “제가 잡아먹어도 될까요?” 하고.


  아, 얼마나 무서운 말인가요. 잡아먹어도 되느냐고 묻는다니! 차라리 그냥 잡아먹든지요. 잡아먹지 말아 달라고 하면 안 잡아 먹을까요? 괘씸하다고 여겨 덥석 잡아먹지는 않을까요? “네, 잡아먹어 주셔요.” 하고 말하면 옳거니 하고 낼름 잡아먹겠지요.


  주먹힘을 앞세우는 이들은 주먹힘뿐 아니라 법과 규칙까지 혼자 차지합니다. 오늘날에도 법과 규칙을 앞세우는 이들은 법과 규칙뿐 아니라 힘과 이름과 돈까지 함께 거머쥐어요. 힘없거나 이름없거나 돈없는 사람을 지키는 법이란 아예 없다고 할 만합니다. 힘없거나 이름없거나 돈없는 사람이 읽어서 헤아릴 수 있는 법이란 도무지 없다고 할 만합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이 더 가지려고 더 어지럽고 빽빽하게 만드는 법과 규칙입니다.



.. “우리 아들, 이제 떠날 시간이구나. 자, 이 종이를 가져가렴. 네가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쭉 적어 놓았단다.” ..  (7쪽)





  그런데, 재미있다고 한다면, 힘이나 돈이나 이름으로 여린 이를 윽박지르는 사람은 오래 못 갑니다. 왜냐하면, 더 큰 힘과 돈과 이름을 앞세우는 이가 꼭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힘과 돈과 이름을 앞세우는 이들은 나이를 먹으면서 늙고, 늙으면서 힘도 돈도 이름도 쭈그러듭니다. 지난날 이녁이 여린 이들한테 한 짓을 고스란히 돌려받아요.


  그림책에 나오는 늑대가, “제가 잡아먹어도 될까요?” 하고 물은 다음, 모두 우악스럽게 잡아먹었으면 어떻게 되었을는지 궁금합니다. 이 녀석도 잡아먹고 저 녀석도 잡아먹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합니다. 그때에 늑대는 어떤 삶이 될까요. 그때에 늑대는 더 잡아먹을 밥이 있을까요.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잡아먹다가 그만 먹이가 모두 사라져서 늑대는 쫄쫄 굶다가 죽지 않을까요.



.. “늑대님! 제발 잡아먹지 마세요! 우리 할머니가 너무 슬퍼하실 거예요. 할머니는 내가 할머니 인생의 태양이라고 하셨거든요!” 빨간 모자는 엉엉 울며 애원했어요. 루카스는 마음이 흔들렸어요. “우리 할머니도 그렇게 말씀하셨는데. 얘, 그럼 어서 가 봐. 내 마음이 바뀌기 전에!” ..  (15쪽)




  늑대한테도 어머니와 아버지가 있습니다. 늑대한테도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있습니다. 늑대는 늑대 바깥누리로 나오면서, 처음으로 다른 누리를 깨닫습니다. ‘빨간 모자’한테도 할머니가 있을 뿐 아니라, 빨간 모자네 할머니가 빨간 모자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늑대네 할머니가 늑대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하고 같은 줄 깨닫습니다. 이를 깨달으면서 눈물을 쏟습니다.


  어버이한테서 제금을 나오면서 홀로서기를 하려는 늑대는, 돼지 세 형제가 부르는 노래를 듣습니다. 숲을 아무렇게나 헤매는 아이를 다그쳐서 얼른 할아버지한테 돌아가라고 나무랍니다. 그저 ‘다른 짐승을 잡아먹는 일’만 하면서 자라던 늑대인데, 이 아이는 새로운 삶을 만납니다. 새로운 동무와 이웃을 사귑니다. 마음을 새롭게 가꾸고, 사랑을 새롭게 북돋웁니다.



.. 루카스는 아빠가 준 종이에다 아주 큼직한 글시로 꾹꾹 눌러 이렇게 썼어요. ‘사람 잡아먹는 거인’ ..  (33쪽)




  ‘홀로서기를 하는 늑대 루카스’는 저희 아버지(늑대)가 준 쪽글을 모두 고칩니다. 아버지가 먹으라고 한 목숨은 하나도 안 먹기로 합니다. 젊은 늑대는 새로운 먹이를 찾아냅니다. 동무와 이웃을 아끼고 사랑하면서, 늑대 스스로도 삶을 새롭게 열 수 있는 먹이를 알아냅니다.


  함께 살고 싶기에 함께 살 길을 찾아요. 함께 사랑하면서 놀고 싶으니 함께 사랑하면서 놀 길을 생각해서 찾아냅니다.


  길이 없다고 여기면 참말 길이 없습니다. 길이 있다고 여기면 참말 길이 있습니다. 너를 사랑하려 한다면 참말 너를 사랑할 수 있어요. 너를 미워하려 하면 참말 너를 미워하고 말아요. 우리는 어떤 길로 갈 때에 즐거울까요. 우리는 어떤 삶으로 나아갈 때에 아름다울까요. 젊은 늑대 루카스가 그림책에서 우리한테 살그마니 묻습니다. 우리더러 무엇을 먹고 무엇을 생각하며 무엇을 사랑하며 살고 싶은가 하고 묻습니다. 4347.9.17.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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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49. 시골을 등진 도시에서 사진은



  오늘날 한국 사회를 보면, 통계 숫자로는 91%가 넘는 사람이 도시에 산다고 나옵니다. 몇 해 앞서 나온 통계 숫자입니다. 요즈음은 92%가 넘는 사람이 도시에 산다고 나올는지 모르는데, 통계에 감추어진 속살을 살피면 99%나 99.9%는 도시에서 살아가지 싶습니다. 왜냐하면, 시골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아이들은 거의 모두 시골을 떠나 도시로 갑니다. 이 아이들은 도시로 가면서 아직 주민등록을 도시로 옮기지 않습니다. 나중에 한참 지나고서야 주민등록을 옮기기 마련이라, 막상 시골에 없이 도시에서 지내는 사람이 대단히 많아요.


  무슨 말인가 하면,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는 ‘시골을 아는 사람’이 대단히 적다는 뜻입니다. 시골에서 살지도 않고, 시골에서 지내는 일도 드물며, 시골사람을 이웃으로 두는 사람도 아주 적어요. 신문이든 방송이든 인터넷이든 으레 도시 이야기를 다룹니다. 시골 이야기는 거의 안 다룰 뿐 아니라, 시골로 기자가 취재를 가는 일조차 드뭅니다.


  도시에 살건 시골에 살건 밥을 먹습니다. 밥을 안 먹으면 빵을 먹거나 피자라든지 햄버거를 먹을는지 몰라요. 그러면, 밥이 되는 쌀은 어디에서 날까요? 빵이나 피자나 햄버거가 되는 밀은 어디에서 날까요? 돼지고기와 닭고기와 소고기는 어디에서 나오나요? 모두 시골에서 나옵니다. 시골이 없으면 시골사람도 굶고 도시사람도 굶어요. 손전화나 인터넷이 없어도 안 굶어죽지만, 시골이 없어 논밭을 못 일구고 돼지우리나 소우리나 닭우리가 없으면 모든 사람이 몽땅 굶어죽어야 합니다.


  우리는 어디에서 살건 시골이 무너지면 다 죽습니다. 그렇지만, 정작 시골 이야기를 제대로 다루는 매체가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아예 없다고까지 할 만합니다. 대통령 곁에 달라붙든 시장이나 국회의원이나 장관한테 달라붙어서 기사를 쓰는 기자가 있고, 경찰서나 검찰 같은 데에 눌러앉아 기사를 쓰는 기자가 있습니다만, 시골 논밭에 앉아서 풀을 뜯으면서 기사를 쓰는 기자는 한 사람조차 없습니다. 시골 들이나 숲에 깃들어 풀내음이나 숲내음을 먹으며 기사를 쓰는 기자는 그야말로 한 사람도 없어요.


  오늘날 사람들은 쌀 한 톨이나 밥 한 그릇을 얼마나 안다고 할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쌀도 밥도 제대로 모르는 오늘날 사람들인데, 시골 이야기도 농사꾼 이야기나 쌀 이야기를 사진으로 찍거나 글로 쓰거나 그림으로 그리려 한다면, 무엇을 나타내거나 보여주거나 드러낼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시골이 없으면 굶어서 죽지만, 정작 학교에서 시골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시골 논밭이 없으면 밥을 못 먹지만, 막상 대학교이든 회사이든 공공기관이든 시골을 살리거나 가꾸려고 움직이지 않습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사진에는 어떤 이야기를 담아야 할까요? 사진길을 걷는 사람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하며, 무엇을 꿈꿀 때에 아름다운 이야기를 길어올릴 수 있을까요? 4347.9.17.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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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66) -의 : 할머니 인생의 태양


늑대님! 제발 잡아먹지 마세요! 우리 할머니가 너무 슬퍼하실 거예요. 할머니는 내가 할머니 인생의 태양이라고 하셨거든요

《조프루아 드 페나르/이정주 옮김-제가 잡아먹어도 될까요?》(베틀북,2002) 15쪽


 할머니 인생의 태양이라고

→ 할머니 삶에서 해님이라고

→ 할머니 삶을 비추는 해라고

→ 할머니한테 해님이라고

 …



  아이들은 해님과 같습니다. 밝게 웃는 얼굴이 아주 고우니, 이 고운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면 따스한 기운을 받습니다. 아이들은 해님과 닮습니다. 환하게 노래하는 목소리가 구슬이 굴러가듯이 몹시 아름답기에, 이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만히 들으면 마음이 따뜻하게 부풉니다.


  아이를 바라보는 어버이뿐 아니라 할머니와 할아버지도 따사로운 기운을 얻습니다. 그래서 할머니는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너는 나한테 해님과 같아’ 하고 말합니다. ‘너는 내 해님’이라고 말합니다. 그렇지요. ‘내 삶을 밝히는 해님’이고 ‘내 삶을 비추는 해님’이며 ‘내 삶을 가꾸는 해님’입니다. 4347.9.17.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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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님! 제발 잡아먹지 마세요! 우리 할머니가 아주 슬퍼하실 테니까요. 할머니는 내가 할머니 삶을 비추는 해라고 하셨거든요


“너무 슬퍼하실 거예요”는 “매우 슬퍼하셔요”나 “아주 슬퍼하실 테니까요”로 다듬습니다. ‘너무’는 이 자리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인생(人生)’은 ‘삶’으로 손보고, ‘태양(太陽)’은 ‘해’로 손봅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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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94. 2014.9.14. 숟가락 예쁘게



  누나가 수저를 놓았는데 가지런히 안 놓았다고 동생 산들보라가 투정을 한다. “내 숟가락 예쁘게 놔야지!” 하면서 수저부터 바르게 놓는다. 이렇게 놓은 뒤 비로소 숟가락이랑 젓가락을 쥐고 밥을 뜬다. 두 아이가 풀을 잘 집어먹기를 바라면서 큰 그릇에 풀이랑 밥이랑 달걀을 함께 얹어서 준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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