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아이 201. 2014.9.14. 얌전한 책순이



  만화책을 손에 쥐었다 하면 한참 조용히 노는 책순이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나는 어릴 적에 어떠했는가. 나도 우리 집 책순이마냥 만화책을 손에 쥐면 몇 시간이고 아주 조용히 얌전히 놀았다. 만화책은 한 권만 있어도 된다. 한 권을 다시 읽고 또 읽고 거듭 읽으면서 여러 시간을 논다. 어떻게 노는가 하면 생각을 마구 불태우면서 논다. 내가 만화책으로 함께 뛰어들어 만화책 동무들하고 신나게 뛰어논다. 같이 웃고 울며 날고 뛴다. 우리 집 책순이는 어떤 마음이 될까 궁금하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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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200. 2014.9.18. 동시를 노래해



  아름다운 삶을 아름답게 시로 그린 분들이 있다. 한국에도 아름다운 동시집이 여럿 있다. 이 가운데 가락을 입고 노래로 다시 태어난 동시가 꽤 있는데, 우리 집 책순이는 여러 동시집 가운데 《감자꽃》을 가장 즐긴다. 책순이는 가끔 이 동시집을 끄집어 내어 제 나름대로 노래를 부른다. 아버지가 가르쳐 준 노래로 부르지는 않고, 아이 나름대로 입힌 가락으로 새 노래를 부른다. 한참 즐겁게 노래를 부른다. 큰아이는 종이인형을 앞에 누이고는 종이인형한테 노래를 들려준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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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95. 2014.9.18. 샛밥으로 무화과 2



  샛밥으로 무화과를 먹으려고 여러 알 딴다. 너무 익다 못해 녹아서 개미가 많이 달라붙은 무화과알은 나무 둘레에 내려놓는다. 요즈음은 무화과를 따기 쉽게 한다면서 땅바닥에 바싹 나무를 쇠줄로 꽁꽁 얽는데,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무화과를 따는 일은 어렵지 않다. 굳이 가지치기를 남김없이 해야 무화과가 더 잘 열리지도 않는다. 동그란 접시에 담은 무화과는 거짓말 아닌 1분이 채 지나지 않아 모두 사라졌다. 아이들은 무화과를 맛본 첫날부터 무화과를 보면 아주 재빠르게 달라붙어서 감쪽같이 없앤다. 우리 집 무화과나무가 아주 잘 커야겠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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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오스터 이야기책을 읽다가



  폴 오스터라는 분이 쓴 소설책은 한 권도 읽지 않았다. 나는 소설책은 거의 안 읽는다. 그러나 소설가이든 시인이든, 이런 사람들이 쓴 ‘수수한 글’, 이른바 산문책은 읽는다. 얼마 앞서 나온 폴 오스터 님 새로운 책은 이녁이 사람들과 만나서 들려준 ‘말’을 담는다.


  오늘부터 폴 오스터 님 어느 책을 손에 쥐어 읽다가 예순 쪽 남짓 읽을 무렵, 빙그레 웃음을 지을 만한 대목을 본다. 폴 오스터 님이 아직 이름을 얻거나 글삯을 넉넉히 벌지 못하던 때에는 ‘집세를 버는 글을 쓰거나 번역을 하느라’ 몹시 힘들었다고 한다.


  그렇다. 누구한테나 집세를 버는 일을 하기란 참으로 힘들다. 청소부로 일하든 공무원으로 일하든 의사로 일하든, 내 벌이 가운데 꽤 많은 몫을 집삯으로 내야 한다면 얼마나 고단할까? 참으로 벅차면서 괴로우리라. 나도 도시에서 살 적에는 집삯을 대느라 다달이 머리가 터지는 줄 알았다. 나는 도서관을 스스로 열어서 꾸리기도 했으니, 다달이 치러야 할 임대료는 집삯과 도서관삯으로 곱배기였다.


  글을 쓰건 청소부로 지내건 공무원이나 의사로 일하건 누구나 비슷하리라 느낀다. 집삯에서 홀가분할 수 있으면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든 참말 마음이 옭죄거나 얽매이지 않으리라 본다. 밥은 어떻게든 먹는다. 굶는 일은 없다. 밥은 어떻게든 즐겁게 먹으면서 아이들을 돌볼 수 있다. 골칫거리란 집삯이다. 집을 어디에서 어떻게 얻어야 할까? 우리는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나같이 도시로만 몰리고, 도시에서 나고 자라서 도시에서 지내며, 시골사람도 몽땅 도시로 내모는데, 앞으로도 이대로 모두 도시에서만 살려고 하면 집삯이라는 굴레는 더 커지기만 하리라 느낀다. 글을 쓰든 청소부로 지내든 공무원이나 의사로 일하든, 모름지기 시골에서 홀가분하게 살려고 하는 마음을 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궁금하다. 4347.9.1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람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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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233) 비위생적 1


그 오해란 첫째, 재래식 부엌은 비위생적이고 비효율적인 공간으로 인식된다는 점이다

《함한희-부엌의 문화사》(살림,2005) 11쪽


 재래식 부엌은 비위생적이고

→ 전통 부엌은 깨끗하지 않고

→ 예전 부엌은 지저분하고

→ 옛집 부엌은 퀴퀴하고

→ 시골집 부엌은 추레하다고

 …



  한국말사전을 살피니 ‘비위생적’이라는 낱말이 나옵니다. 그러나 ‘비위생’이라는 한자말은 없습니다. ‘비위생’은 없는데, 어떻게 ‘비위생적’이라는 낱말은 한국말사전에 실릴 수 있을까 알쏭달쏭합니다.


  한국말은 ‘깨끗하다’와 ‘지저분하다’입니다. ‘위생적’이나 ‘비위생적’을 쓸 까닭이 없습니다. ‘정갈하다’와 ‘더럽다’ 같은 한국말이 있으니 ‘위생’이든 ‘비위생’이든 쓸 일이 없어요.


 비위생적 환경 → 지저분한 환경

 비위생적 처리가 큰 문제 → 지저분한 처리가 큰 말썽

 음식이 너무나 비위생적이다 → 밥이 너무나 지저분했다


  한국말로 나타낼 길이 없다면 외국말을 빌어서 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예부터 줄곧 쓰던 한국말이 있는 만큼, 한국말을 알맞고 바르게 잘 쓰면 됩니다. 4338.6.27.달/4347.9.19.쇠.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잘못 아는 첫째, 예전 부엌은 더럽고 안 좋은 곳으로 여긴다는 대목이다


한자말 ‘오해(誤解)’는 “뜻을 잘못 앎”을 가리킵니다. 보기글에서는 “잘못 아는 첫째”나 “잘못 생각하는 첫째”로 손봅니다. “재래식(在來式) 부엌”은 “옛날 부엌”이나 “옛집 부엌”이나 “시골집 부엌”으로 손질하고, ‘비효율적(非效率的)인’은 ‘효율이 떨어지는’이나 ‘쓰기 나쁜’이나 ‘안 좋은’으로 손질합니다. ‘공간(空間)’은 ‘곳’이나 ‘자리’로 다듬고, “인식(認識)된다는 점(點)이다”는 “여긴다는 대목이다”나 “생각한다는 대목이다”로 다듬습니다.



비위생적(非衛生的) : 위생에 좋지 않거나 알맞지 아니한

   - 비위생적 환경 / 비위생적 처리가 큰 문제 / 음식이 너무나 비위생적이다

위생(衛生) : 건강에 유익하도록 조건을 갖추거나 대책을 세우는 일

   - 위생 검사 / 위생 관념 / 위생 상태가 나쁜 음식점


..


 '-적' 없애야 말 된다

 (1692) 비위생적 2


엄마는 전에도 몇 번이나 이 곰인형을 버리자고 말했다. ‘비위생적’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카롤린 필립스/전은경 옮김-커피우유와 소보로빵》(푸른숲주니어,2006) 46쪽

 

 ‘비위생적’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 ‘더럽기’ 때문이였다

→ ‘지저분하기’ 때문이란다

 …



  오래되어 낡은 인형이라면 좀 더럽거나 지저분해 보일 수 있습니다. ‘꾀죄죄하’게 보일 수 있어요. 그래서 버리자는 말이 나올 수 있어요.


  그런데, 이 글월을 살피면, “-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같은 번역 말투가 나옵니다. 어쩌면, 사전에 나온 뜻풀이 그대로 적느라 ‘비위생적’ 같은 낱말을 썼을는지 모릅니다. 독일말사전에서 ‘ungesund’를 찾아봅니다. “건강에 해로운, 비위생적인”으로 풀이합니다. 영어사전에서 ‘insanitary’를 찾아봅니다. “비위생적인, 불결한”으로 풀이합니다.


  아하, 그렇군요. 그러니까 사전에 나온 대로 적었을 뿐이로군요. 외국책을 한국말로 옮긴 분이 사전 말풀이 그대로 적으니 이처럼 ‘비위생적’ 같은 한자말을 함부로 쓴 셈이로군요. 그러면, 사전을 엮은 이들은 어디에서 이런 낱말을 보고 배웠을까요? 왜 외국말을 한국말로 제대로 옮길 생각은 않고 ‘비위생적’ 같은 한자말을 끌어들였을까요? 일본사전을 보고 베꼈을까요? 지난날 학자들이 일본말로 학문을 배웠기 때문에, 이 얄궂은 뿌리와 흐름이 오늘날까지 바로잡히지 않은 탓일까요?


  그나저나, 독일말사전이든 영어사전이든 ‘지저분하다’나 ‘더럽다’ 같은 한국말을 안 씁니다. ‘추레하다’나 ‘꾀죄죄하다’ 같은 한국말도 안 씁니다. 한국말을 안 쓰는 사전을 한국사람이 만듭니다. 4347.9.19.쇠.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어머니는 예전에도 몇 번이나 이 곰인형을 버리자고 말했다. ‘더럽기’ 때문이란다


‘전(前)에도’는 ‘예전에도’로 고쳐씁니다. “-이라는 것이 그 이유(理由)였다”는 영어 번역 말투입니다. 이와 같이 잘못 쓰는 말투는 마땅히 바로잡아야겠습니다. “-이기 때문이었다”나 “-이기 때문이란다”로 바로잡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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